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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어느 한 주의 기록

필진 칼럼 2007.08.07 14:10 Posted by woodyh98
2007.08.06

남들이 어디로 바캉스를 갈까 고민하는 동안, 영동고속도로 교통상황에 귀 기울이며 지름길을 선택하는 동안, 또는 혹여 상사의 휴가와 겹쳐져 눈초리 받을까 노심초사 하는 동안, 휴가비는 얼마나 나올까 계산기를 두드리는 동안, 시네필들이 극장순례를 계획하는 동안, 나는 꼼짝없이 몇 편의 영화에 시달리고 매달려 살아야 했고, 그런 사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잉마르 베리만 두 감독이 한날 타계했다. 독립영화 쇼 케이스에서 만난 어느 독자의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세대가 저물고 있음을 절감했다. 여전히 날은 덥고 갈증은 심해지지만 한국영화계를 달구고 있는 이슈에 비하면 나의 더위 타령은 한낮 투정에 불과하다.

지난 주, 광주의 모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내용인 즉은“[화려한 휴가]와 관련해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방송국과 인터뷰를 한 두 번 한 것도 아니지만, 한 시간 가량 특집방송용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말에 적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극장가를 돌면서 관객의 반응을 보고, 제작사인 기획시대의 대표도 만날 것이며, 영화평론가 2명과 인터뷰를 할 계획이라고 귀띔해주었다. 이런저런 약속의 과정이 오가면서 인터뷰는 주말에 이루어졌다. 40분가량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서 솔직한 느낌을 털어놓았다. 이미 글을 통해 밝힌바 있지만, 영화에 담긴 감독의 시선과 그 시선을 지배하는 역사의식, 그러니까 ‘80년 광주를 둘러싼 섣부른 화해와 용서의 과정에 대한 고민 없음’이 문제라고 말했다. 꽤나 날선 표현으로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NG한 번 부르지 않은 PD가 고마울 따름이다.

영화를 비평하는 일이 이렇듯 값싼 노리개로 전락하고 무수한 사람들의 세치 혀에 놀아나면서 저잣거리의 개처럼 천대받았던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이제 비평가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익히 알만한 비평가는 물론이요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하던 이름들마저 인터넷에 떠돌면서 누리꾼들 손에 난도질당한 후, 충무로의 개로 격하 되더니 기어이 효수당하는 지경에 놓여버렸다.  정말로 웃음이 터지는 것은, 영화평론가를 마치 충무로의 하수인인양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돈을 주면 잘 써주고 안 주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씹어버린다는 내용의 근거 없는 험담들과 과잉일반화의 오류 덩어리들. 대체, 영화제작자와 감독 중 한국의 영화평론가를 고깝고 친밀한 존재로 여기는 이가 몇 이나 된다는 말인가. 오히려 한국영화가 어려운 때임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는 다는 섭섭함이야 말로, 평단을 향한 충무로의 속내가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2007년 8월의 영화담론은(정확히 담론이라 할 수 도 없는)피아의 식별도 모호하고,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을 완전히 넘어선 집단히스테리의 사육제로 변모중임에 분명하다.

이제 한 편의 영화 앞에서 인간의 존엄과 인격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며, 자신의 체면과 명예 역시 별무소용이다. 영화에 매진하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처럼 영화가, 그리고 영화인이, 또한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진흙탕 속에서 버둥대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 거의 절망적이다. 이것이 올 여름, 한국영화의 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는 영화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풍경들이다. 과연 이것을 영화이야기라 할 수 있는가. 유의미하다고 여길 수 있겠는가? 독자여러분께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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