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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의 극복, 대중성의 획득


그동안 임순례 감독의 두 편의 장편 영화의 주인공들은 '실어증'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말 수가 적은 인물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두 편의 영화의 주인공들 즉 <세친구, 1996>의 무소속(김현성)이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의 성우(이얼)는 분명히 서사의 중심에 서 있기는 했지만 동시에 일종의 관찰자이기도 했다. 무소속과 성우는 자신의 친구들의 몰락 과정을 지켜 보면서 동시에 자신의 몰락을 접하게 된다. 일단은 서사적 관점에서 이 점이 임순례의 최신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미숙(문소리)과는 확연히 다르다.

따지고 보면 임순례의 영화들에 등장하는 친구 집단들은 일종의 도플갱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중심 인물들은 '아줌마'라는 사회적 정의의 범주에 들어가거나 그 주변부의 인물들이다. 그건 변두리 동네에서 별볼일 없는 미래를 살아가는 하류층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았던 <세친구>나 쇠락해가는 온천 지역을 전전하는 뜨내기 밴드의 모습을 담았던 <와이키키 브라더스>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은 결코 '주류'가 아니며 늘 떠밀려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미 우리는 임순례의 두번째 장편 영화에서 그의 영화적 주제를 경험한 바 있다.



'꿈을 이룬다면 행복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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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구>는 도무지 꿈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였고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었지만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그 꿈을 조금은 이루고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임순례는 쉽사리 '우리가 행복해진다'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달라진 점이라면 모 평론가가 이야기했듯 임순례의 영화들 속에서 점점 '희망'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세친구>는 암울한 영화였다. 인생에서 가장 재기발랄한 시기를 보내야 할 세 아이들은 막 들어선 사회에 이리저리 떠밀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보낸다. 아이들의 삶을 결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내내 주인공이 경험하는 C급 뮤지션의 세계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은 언뜻 희망을 보여준다. 이 두 편의 영화들에 비하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들은 적어도 혼자가 아니며 어떤 거대한 감동을 맞이한다. 이 세 편의 영화들을 통해 임순례는 여전히 희망 따위는 오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생은 살만하다고 말하는 듯 하다.



스포츠 영화의 규칙과 리얼리즘 영화의 감성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 최초의 핸드볼 영화이며 한국 영화에서는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 영화다. 하지만 <우생순>은 전통적인 의미의 스포츠 영화는 아니다. 대개의 스포츠 영화는 궁극적으로 승리의 게임(경기의 결과와는 상관 없이 주인공의 성장이라는..)을 다룬다. 주인공들은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마침내 어떤 승리의 순간을 맞이하고 그것이 성장을 낳는다. 그래서 대개의 스포츠 영화는 암담한 첫 경기와 마침내 승리하는 마지막 경기의 모습이 늘 잡혀 있게 된다. <우생순> 역시 외형적으로 그런 형태로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이 영화의 첫 시작은 미순의 소속팀인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해체된) 효명건설의 핸드볼 대잔치에서의 승리에서 시작되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런 영화적 설정과는 달리 이런 구성이 앞서 말한 데로 경기력 향상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스포츠 영화인 <록키>는 3류 지하 경기나 하던 필라델피아의 퇴물 복서 록키 발보아(실베스타 스탤론)가 인내와 원시적인 훈련 방법으로 (무하무드 알리 급의) 헤비급 세계 챔피언 아폴로(칼 위더스)와 명승부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록키는 놀라운 경기력 향상을 하게 된다. 팀 스포츠를 다룬 올리버 스톤의 <애니 기븐 선데이> 역시 그러하다. 이 영화의 첫 부분에서 샤크스는 허술한 팀이다. 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감독 토니(알 파치노)의 부임과 더불어 팀은 변화하고 마침내 승리한다. 하지만 <우생순>이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다른 의미다.

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썰렁한 관중석의 핸드볼 경기장은 철저히 마이너리티에 속해 있는 핸드볼의 현실을 반영한다. <우생순> 역시 핸드볼 팀의 성장을 다루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부분이다. 더구나 <우생순>의 마지막 경기 장면의 박진감은 할리우드산 스포츠 영화들 또는 <슈퍼스타 감사용>같은 영화와 비교해 보아도 2% 정도는 부족해 보인다. 그런 차이는 감독이 말했듯 '기초 자료'의 부재에서도 발견될 수 있을 것이기는 하다. 즉 무수히 많은 야구 영화 위에 세워진 <슈퍼스타 감사용>과 달리 최초로 만들어진 핸드볼 영화인 <우생순>은 경기 장면을 영화적으로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우생순>의 본편이 끝난 후 보여지는 실제 핸드볼 경기 장면 속의 선수들의 리얼한 표정의 스틸 사진들이 영화 속 경기 장면보다는 더 감동적이며 박진감 있게 느껴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생순>의 결말이 감동적인 것은 이 영화가 임순례 감독의 장점이라고 할 '리얼리즘' 또는 '시대 정서'에 철저히 기반한 영화라는 점이다. 이 영화 속에서 선수들은 '여성'이라는 이유 더 나아가서는 '나이 든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한국 사회가 맞이한 '경쟁 논리'라는 체계 속에서 처절히 깨어져 나가는 개인들의 모습을 낮은 목소리로, 하지만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지금의 20대는 이미 현실적인 배틀 로열(Battle Royale) 게임에 들어서 있고, 10대는 대학교 입시를 둘러싼 배틀 로열 게임에 들어서 있다. 문제는 이 무자비한 게임이 국민경제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데 에 있다. 이미 한국 경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이던 포디즘(Fordism) 시대를 훌쩍 넘어서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모적인 게임, 그저 살아남기 위한 '획일성'의 경쟁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이 야릇한 사디즘적인 게임은 즉각 중지되거나 최소한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

- 우석훈, 박권일, <88만원 세대, 레디앙>, p.18.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급속히 경쟁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 속에서 이른바 '승자독식게임'이 우리 사회를 전반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당연히 그 속에서 주류와 비주류,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은 좀 더 뚜렷해진다. 임순례의 <우생순>은 날카롭게 포스트 외환위기의 한국 사회의 고통을 담아내고 있는 영화다. '아줌마'는 생활 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며 <우생순>의 주인공 미숙(문소리)이 처한 현실 역시 평범한 아줌마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은근히 철저히 엘리트 양성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스포츠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는데(운동 밖에 모르다가 사업해 패가망신한 미숙의 남편 규철의 에피소드) 빚더미를 떠 안은 미숙의 경제적 고통은 우리 기억에서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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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여성 묘사


이 영화 속의 중심 인물 여성 네 명은 모두 차별을 받고 있는데 현실적인 삶의 영역에서 고통 받는 미숙, 커리어우먼의 면모 속에서도 이혼녀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혜경(김정은), 운동을 위해 복용한 약 때문에 불임 판정을 받은 정란(김지영), 외모적인 차별을 받는 수희(조은지)가 모두 그러하며 또한 이들은 나이 많은 여성 즉 '아줌마'라는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 나아가 남성 코칭 스태프들에게 여성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핸드볼 팀 전체가 차별을 받는 장면도 등장한다. <우생순>이 자아내는 강력한 여성 연대는 이런 현실적 고난 속에서 비롯되며 바로 이것이 <우생순>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타자화되지 않으며 타자화되는 여성의 이미지에 맞서는 인물들로 묘사된다.

필자는 <우생순>이 진보하는 한국 상업 영화의 긍정적인 모습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 영화의 균형 감각은 탁월하다. 스포츠 영화의 장르적 구성틀에다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정서가 잘 결합되어 있으며 이 것이 이 영화를 감동적으로 만들어나가는 탁월한 힘이다. 또한 임순례라는 감독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깊은 애정은 이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관객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세친구> 정도를 제외하면 임순례의 두 편의 영화는 모두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귀엽기까지 하다. 그것은 임순례라는 감독이 캐릭터를 연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우생순>은 오래간만에 심금을 울린 영화였다. <우생순> 속의 핸드볼 선수들은 저 멀리 신전에 위치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인물들처럼 느껴진다. <우생순>은 또한 IMF 이후의 '배틀 로얄'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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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돌아왔다. 한겨울 혹한속에 눈과 바람을 뚫고 누나가 돌아왔다.


"누나! 역시 누나는 멋있어! 이 겨울을 이겨내다니 말이야."
"넌 틀렸어. 내가 이겨낸 건 이까짓 겨울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이야."
몇 년만에 돌아온 누나는, '지긋지긋한 외로움'을 이기고 돌아온 누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형들은 다 어디간거야? "
누나는 내 말에 잠깐, 하지만 골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형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졌어.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지독히 외로웠어."
"그래도 난 상관없어. 어짜피 보고싶었던 건 누나였으니까..."
그리곤 내게 아줌마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 사람들 때문에 지난 여름동안 난 행복했었고, 지금 여기에 올 수 있었던거야."
"하여튼 누나가 다시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해. 정말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임순례 감독이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그 긴 시간의 기다림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으로 보답했다. 데뷔작 <세친구>부터 <와이키키 브라더스>,<여섯개의 시선>과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미소>까지 한번도 흥행의 맛을 보지 못했던 그녀는 이번에는 대중에게도 반드시 통할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제 그녀의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못봐서 입소문을 내고 재상영을 요청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확신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씁쓸하다. 나만 좋아해야 하는 사람을 꼭 누군가에게도 허락해야 하는 것처럼.

실업계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취업도 하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세친구>(1996)는 김기덕, 홍상수의 데뷔작만큼 특별하고도 주목해야할 작품이다. 적어도 내게는. 난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기껏해야 1년에 한두편의 영화를 보는 아직 영화에 눈을 뜨지 못했던 소년이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이 된 난 우연한 기회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주류에 편입하지 못한채 막막한 인생을 살아가는 세명의 소년의 이야기였는데, 난 그들의 연대를 보며 무수히도 많이 울었던것 같다. 특히 선임병의 폭력으로 고질적으로 문제가 있던 귀를 다쳐 의가제대를 하고 다시 돌아온 무소속, 그를 반갑게 마주하고 큰소리치며 달려가는 삼겹과 섬세.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무소속의 표정을 보며 미용사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정체성으로 인한 마음의 병을 앓고 고민하던 섬세의 방에 나타나 '나 머리 자를때 되지 않았냐?"하며 그를 위로하는 무소속. 그 두 장면뿐 아니라 이 영화에는 신파도 아닌데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다. 아무것도 잘하지 못했던 스무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일까 볼때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특히나 군 입대를 앞두고 이 영화를 보았는데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그리고 5년이 지난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를 서울 시내의 한 극장에서 보았다. 역시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였고, 전작처럼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다. <세친구>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또한 굉장히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다시는 영화를 찍지 않을것처럼 보였던 임순례의 복귀작인데다, 현실은 너무나도 힘들지만 그 힘든 현실 속에서 가끔은 배신하고 떠나가기도 하지만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노래 또한 울림이 컸다. 엔딩에서 인희가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르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면 '마리아'를 부르는 한나보다 더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단편 <그녀의 무게>(2003)을 거처 <우생순>(2007)으로 자신의 주특기인 소중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 놓았다. 그녀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솔직히 전적으로 이번 새작품에 대해서 만족할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해 영화를 풀어놓기 전에 집고 넘어가고 싶다. <우생순>은 충무로 상업작가인 나현이 시나리오를 썼다. 그 시나리오를 보고 마치 내가 쓴 것과같은 느낌을 감독은 받았다고 했지만 이상하게 영화는 상업적 냄새가 짙게 난다. 전개는 드라마틱하며 중간중간 재치있는 유머와 맛깔스러운 대사가 빛을 발하지만 이 작품이 임순례의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왠지 어색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예전 작품보다 임순례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맹점이다.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뿐 아니라 신예 민지까지 모든 연기자들의 캐릭터가 분명하고 황기석의 촬영 또한 좋지만 임순례 특유의 뭔가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까지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아쉬웠던 점. 하지만 그래도 난 이 영화를 옹호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아쉬워하는 점보다 훨씬 많지만 몇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비주류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

우선 그녀가 항시 이야기했던 '비주류'애 대한 끊임없는 동경'이다. 이것은 일반 상업영화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소재이고 인물이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궁상떠는 영화를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순례는 데뷔작부터 계속 그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실업계를 졸업한 아이들(<세친구>,<그녀의 무게>), 밤무대를 전전하는 무명 밴드<와이키키 브라더스>과 올림픽에서는 환영받지만 평소 실업팀 경기에는 관중조차 구경하기 힘든 여자 핸드볼 선수들<우생순>의 이야기까지 한결같았다. 꾸준히 이야기 면에서 한우물을 팔 수 있다는 것은 감독 자신에게 자신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를 계속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이유이다. 단편이나 독립영화에서 보았던 인물들이 실제적으로는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될 수 있음을 임순례는 알고 있는듯하다.



여성에 의한 여성에 관한 영화

더불어 여성감독이 버티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는 한국영화계에서 임순례는 벌써 세번째 장편을 만들어냈다. 이정향, 정재은, 방은진, 박찬옥 등 인상적인 데뷔작을 만들어낸 감독이 어려명 되지만 세편을 만든 감독은 드물다. 물론 이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임순례는 현재 이 시점에서 여성감독의 대모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무게>에서부터 여주인공을 전적으로 내세워 여성의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갑작스럽긴 했지만 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엔딩을 보며 임순례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햇었다. 인희의 노래하는 모습은 그녀가 주인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그녀를 주인공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우생순>에선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 진실되고 솔직한 모습들이 영화 곳곳에 나타나 있다. 남자감독이 생각하지 못하는 여선수의 생리부분이라든지, 아이키우기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생생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세 여주인공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감독의 연출력이 인상적이었고, 그만큼 감독의 기대에 부흥한 말이 필요없는 배우들의 연기도 발군이다. 그래서인지 감독이나 그외 다른 남성연기자들의 캐릭터가 전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동안 영화속에서 잘 볼수 없었던 여성들의 진솔한 모습, 특히 비주류 핸드볼 선수들, 거기다 아줌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최고의 순간을 담은 카메라


결론적으로 최고를 이루지는 못하지만 카메라는 그녀들의 생생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담아낸다. 은메달을 따고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면 관심에서 벗어날 그들이지만 그런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흘리는 땀한방울과 외치는 화이팅 소리는 심금을 우리게 한다. 이때 카메라는 다른 스포츠영화처럼 역동적으로 다가서려하지 않는다. 그 점이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 부분인데 오히려 카메라는 인물들을 가까이 접근해서 잠깐 멈추어 버린다. 이것은 결과야 어떻게 되었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그들에게 있어서나, 보는 우리에게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생순>에서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이 촬영부분인지도 모른다.



네가 기다린 사람은 나였잖아

이제 나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내 놓아야 할 임순례에 대한 사랑은 괴롭지만 그래도 슬프지 않다. 대중의 사랑을 안고 얼마뒤면 다시 우리 곁을 떠나겠지만 그를 보내고 난 후의 다시 올때까지의 또다른 긴기다림이 때로는 즐거울 수도 있다느 것을 알게 해줄 것이다. 더불어 이제는 당당히 자신이 왔다고 말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네가 기다린 사람은 형들도, 누나들도 아닌 나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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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ㅎ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글씨체가?? 이쁜 글씨체네요 :)

    2008.01.10 22:00
  2. Favicon of http://blog.daum.net/truewriter BlogIcon 말씀하시면.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이 리뷰 임순례감독이 보시면 매우 기분좋아하실것 같아요 ㅎㅎ
    네오이마쥬는 항상 눈팅을 했는데 앞으로 자주오겠습니다..ㅎㅎ (홈페이지는 neoimage.com인가요??)

    2008.01.16 01:18
    • Favicon of https://neoimages.tistory.com BlogIcon woodyh98  수정/삭제

      저희 홈페이지는 neoimages.co.kr 입니다. 이 공식블로그 보다 더 많은 글이 있으니 종종 뵙도록 해요. 좋은 글 있으면 올려주시고요...^^

      2008.01.16 11: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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