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우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16 부산에서 본 몇 편의 영화

부산에서 본 몇 편의 영화

필진 리뷰 2009.10.16 13:43 Posted by woodyh98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건영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부산을 다녀왔다. 예년과는 달리 영화를 챙겨보자고 다짐했고 대체로 계획대로 되었다. 당초 꼭 보고 싶었던 몇 편의 영화들, 이를테면 <채식주의자> <특별시사람들> <파주>는 인연이 아닌 듯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괜찮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제가 아니면 경험해보기 힘든 일이다. 서울서부터 작심했던 박동훈 감독의 <계몽영화>는 “과연” 유쾌하면서도 진중함까지 갖춘 영화였다. <계몽영화>를 제외하고 리뷰랄 것도 없이 세 편의 간략한 느낌을 적는다.

[우물] 우메쉬 비나약 쿨카르니 감독

우메쉬 비나약 쿨카르니. 이름을 외우기도 쉽지 않은 이 낯선 감독의 영화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우물>이라는 제목이 갖는 상징성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부산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출품작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영화는 이모의 결혼식에 모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큰 축으로 삼아 삶과 죽음을 통해 꽤나 철학적인 주제를 탐색한다. 이를테면 숨바꼭질이라는 놀이를 통해 감독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당연히 그렇다고 믿어온 고정관념을 넘어설 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우물은 관습화된 생각을 가둬두는 장소이면서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거쳐야하는 관문인 셈인데, 이 영화를 사촌 ‘나차켓’의 죽음 앞에서 방황하던 ‘사미르’의 성장담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많은 인도 영화가 그렇듯이 영화 전반을 수놓으면서 이따금 지루해질 법한 시간마다 터져주는 높은 영역의 소리와 느슨해진 관람자의 마음을 팽팽하게 당기는 음악은 인상적이다. 쿨카르니 감독은 인도인의 추레한 생활상과 장쾌한 자연 풍광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삶 그 이상의 것을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가 살면서 보아온 것들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영화 <우물>, 양치기 노인의 말대로, 가슴으로 찾는 다면 보이지 않는 것도 쉽사리 찾을 수 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메트로피아] 타릭 살레 감독

상영일 아침까지도 이 영화 대신 다른 영화에 눈길을 주면서 발권창구를 기웃거렸더랬다. 만약 다른 영화를 보았다면, (물론 그 영화도 좋았을지 모르겠으나) 정말로 후회할 뻔 했다. 타릭 살레 감독의 <메트로피아>는 그렇게 이번 부산행을 보상해주고도 남을 만한 영화였다.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이 멋진 작품은 2024년 지하철만이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남은 유럽을 무대로 음모와 배신과 감시체계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회사원의 하루 남짓한 이야기를 통해, 기술발전이 가져온 디스토피아를 그려냄과 동시에 잔잔한 위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에서 재탄생한 친근하고 사실적인 캐릭터와 촘촘한 플롯과 장르영화의 문법이 조화롭게 펼쳐짐으로써 극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데는, 빈센트 갈로와 줄리엣 루이스의 목소리도 한 몫 한다. 그러니까 (대단치 않다고 여겼던) 애니메이션에서의 목소리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것이 사실적 재현과 세밀한 캐릭터 완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리하여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메트로피아>가 단적으로 증명해보였다는 것. SF필름느와르와 할리우드 가족드라마를 뒤덮는 북구유럽의 우울한 정조를 두루 맛보기에 이만한 텍스트도 드물 것이다. 어둡고 무거운 화면 위에 에로티시즘과 인간미를 그지없이 우아하게 그려내면서 따뜻한 결말로 이끄는 감독 타릭 살레가 진정 궁금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몰라요]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

고바야시 마사히로의 <난 몰라요>는 <아무도 모른다>의 청소년 버전에 다름 아니다. 영화의 전반부가 가난에 내몰린 소년 카와이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엄마의 죽음 이후를 다루는 후반부는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 소년의 선택과 결정을 극단적으로 던져놓으면서 사회적 책임과 성인들의 도덕적 책무를 묻는다. 컵라면과 빵을 허겁지겁 먹는 카와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면발을 단숨에 넘기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배고픔이 무엇인지, 삶에 대한 안간힘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도 있을 터. 감독이 심연에서 끊임없이 길어 올리는 비극적 장면 앞에서, ‘삶을 위무하는 리얼리즘’ 따위의 수사는 사치스러울 따름이다. 영화제가 아니라면 도저히 만나기 힘든 영화지만, 아픈 과거를 뒤로하고 언덕을 오르는 카와이를 롱 테이크로 잡은 엔딩에서 만나는 ‘재생의 공기’야 말로 <난 몰라요>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일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696
  • 75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