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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촬영감독은 감독의 눈이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감독뿐 아니라 촬영감독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촬영감독의 존재성을 강조하기 위해 흔하게 반복되는 말들로 이 특집을 기획한 이유를 쓰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말해 보자. 영화를 보면서 촬영감독의 존재를 잊는 일은 평범한 경우이며, 영화가 잘 되었을 때 그 영광이 감독 한 명에게 돌아가는 일 또한 자연스럽다. 나는 영화에 있어 이것이 어느 정도 필연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촬영감독이라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한 편의 영화에서 감독과 가장 가까운 공동 창작자임에도 주목 받는 정도에 대해서는 필연적으로 뒷자리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으로 영화는 '보는 예술'이다. 관객인 우리가 보는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을 (감독에 앞서) 촬영 순간부터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은 촬영감독이다. 영화의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첫 번째 관객인 셈이다. 결국 윗 단락 첫 문장 또한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나는 촬영감독의 특권이자 의무인 이 첫 번째 관객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찍혔을 수많은 쇼트들을 가장 먼저 보고 생각했을 사람들.

영화는 많은 예술 장르 중 상당히 테크니컬한 분야이다. 영화는 후기 산업화 시대의 기술 속에서 탄생했으며, 때문에 영화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기계와 기술 하에서 창조될 수 있다. 사실 감독은 추상적인 영감과 생각과 글자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그 추상을 영화라고 하는 실체로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력자가 촬영감독이다. 나는 이것이 참 멋지고 능력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티스트이자, 테크니션이라니.

그렇다면 왜 '독립영화'의 촬영감독인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 독립영화 현장이기 때문이다. 아직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멀리 있는 충무로의 촬영감독들을 만나기보다는 내가 조금이나마 알고 이야기를 듣고 때로 함께 일하는 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 사람들이 한국영화계의 차세대 촬영감독 유망주가 아닐까, 하는 기대도 하면서 말이다. 또 과거 <키노>나 <씨네21> 등에서 늘 일 년쯤에 한 번씩 촬영감독 특집을 하곤 했는데, 독립영화 촬영감독에 대한 정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기회에 "네오이마주"에서 먼저 해보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기획했다.

영화의 선정은 독립장편영화 중 극장에서 정식개봉 했거나 유수 영화제들에서 여러 번 상영한 작품 중 인상 깊게 본 영화들로 먼저 골랐다. 그 후 촬영적으로 좀 더 관심이 가는 작품, 독립영화 진영에서의 위치나 경력, 시의성 등을 고려하여 최종 네 편을 선정하였다. <은하해방전선>(윤성호 연출)의 권상준 촬영감독, <청계천의 개>(김경묵 연출)의 유일승 촬영감독, <마이 제너레이션>(노동석 연출)의 이선영 촬영감독, <똥파리>(양익준 연출)의 윤종호 촬영감독, 이 그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중 두 사람은 (현재까지 발표된 필모그래피로만 보아서는) 독립영화 촬영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 만큼 독립영화 진영에서 쌓아온 경력이 상당한 반면, 또 다른 두 사람은 상업영화 현장에서 촬영부로 일하는 중간 중간 독립영화 촬영을 했다는 것이다. 권상준 촬영감독은 독립영화계의 대표주자인 윤성호 감독과 함께 <은하해방전선> 이전의 많은 단편영화들부터 함께 작업해 왔으며, 이선영 촬영감독은 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독립장편영화로 널리 회자되는 <마이 제너레이션> 이전부터 노동석 감독의 단편들을 촬영해 왔다. 이에 반해 유일승 촬영감독은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작업한 독립영화로는 <청계천의 개>가 처음이며, 현재 홍경표 촬영감독(<지구를 지켜라!><태극기 휘날리며> 등 촬영)의 촬영부 제2조수로 있다. 윤종호 촬영감독 또한 김우형 촬영감독(<거짓말><바람난 가족><그 때 그 사람들>등 촬영)의 촬영부 제1조수로 일했으며 동시에 조금씩 독립영화 작업을 해 왔다.

인터뷰는 한 사람당 한 회씩 이루어졌고, 앞으로 총 4회에 걸쳐 꾸준히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평소 독립영화를 관심 있게 보던 독자들이라면 '그 때 인상 깊게 봤던 그 영화', '그 영화제에서 보았던 영화', '보진 못했지만 어느새 알음알음 유명해진 그 영화'의 촬영감독이 누구고 알지 못했던 현장 뒷얘기는 뭐가 있는지 생각하며 봐도 좋을 것 같고, 독립영화에 특별한 관심 없던 독자들이라면 대체 독립영화 현장이란 일반 멀티플렉스에서 보던 영화와 뭐가 다른지,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일해서 먹고 사는지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살짝 엿보아도 좋을 것 같다. 누가 아는가. 2009년 봄 "네오이마주" 가 소개하는 이 네 명의 촬영감독들이, 몇 년후 '한국을 대표하는 촬영감독 OOO' 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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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5

이 글은 “두 번 반복하면 운동이다”는 윤성호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막 이래! 그리고 이건 나의 감상문이다. 뭐 그렇지 머...

[은하해방전선]의 시작은 인용문으로 시작하여 괴성을 지르는 스탭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뒤이어 영재(임지규 분)라는 영화감독이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시나리오는 제대로 나오지 않고, 헤어진 옛 애인 은하는 백일몽처럼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그리움에 사무치기도 힘든데, 기무라 레이를 캐스팅하기 위해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거기에다 영재는 실어증에 걸리고, 입에서는 피리 소리가 난다.

윤성호는 그렇게도 만들고 싶어하던 장편 데뷔작을 만들었고, 그렇게도 하고 싶어하던 연애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았다. “연애(사랑)는 무엇입니까?” 윤성호는 자문자답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 “영화는 무엇입니까?” 라는 말이 끼어든다. 말과 말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한 공간을 차지할 때 교집합이 생겨난다. 그 교집합은 자신의 영토를 개척하면서 일종의 광합성 작용을 한다. 광합성 작용이 이산화탄소를 받아 산소로 내뱉어 주듯이 윤성호 영화는 나쁜 것을 받아들이고 좋은 것을 내뱉는다. [은하해방전선]은 일종의 반복하는 운동이며 순환작용이며 정화작용이자 확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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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해방전선]에는 윤성호가 싫어하는 것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조선일보, 삼성, 스타벅스와 같은 상품화된 브랜드 기호들은 조롱당하고 비판당한다. 영재가 실어증에 걸린 원인이 조선일보에 있을지도 모르며, 영재가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는 건 삼성이 만든 아파트에서 글을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해석은 자유니까, 막 이래!) 사실 [은하해방전선]은 스타벅스 불매 운동을 하자는 것도, 조선일보 구독반대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거국적으로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도 아니며,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영화도 아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국>을 읽어야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이 모든 기호들은 일종의 정화작용을 위한 소도구다. 영화에 산만하게 배치된 기호들은 윤성호의 진심을 대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윤성호의 진심은 ‘인간은 얼마나 음악적인가!’라는 그의 말로 대변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전위적이지만 반복되는 멜로디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놀이나 유희에 가깝다. 두 번 반복하면 운동이라는 영화 속 그의 말처럼 영재의 입에서 나오던 불협화음은 어느 새 리듬을 찾아가고 주변에 있던 소음들마저 영재의 입에 맞추어서 화음을 이룬다. 이 때 윤성호는 조심스럽게 진심을 내지르려고 한다. 그 모습은 저 멀리 JAZZ를 연주하며 연애와 섹스로 수다를 떨던 우디 앨런을 떠올리게 한다. 윤성호는 막스 브라더스 처럼 음악과 언어를 가지고 유희를 벌이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디 앨런을 닮아간다.

윤성호가 심금을 울리는 부분은 이 영화가 윤성호의 성장영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들은 스스로 세포분열을 일으키듯이 성호 1호, 성호 2호, 성호 3호...를 만들어왔으며, [은하해방전선]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다.

[은하해방전선은]은 윤성호의 스타일을 따르되 과도한 욕심은 버린다. 수많은 인용문으로 넘쳐나던 지난 영화와는 달리, 윤성호는 자기 영화를 패러디한다. 웅변장면을 찍은 씬은 <우익청년 윤성호>, 애타는 마음을 노래로 풀어놓는 장면과 김선 감독과 샴쌍둥이로 나오는 모습은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 섹스 후 애인과 다투는 장면과 이명박의 이야기는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을 연상하게 한다. 화면비율의 변화와 나래이션의 사용, 립싱크와 복화술은 여전하다. 단 이 영화에는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연애 스토리가 극적 내러티브를 통해서 전달된다. 잦은 플래시백의 사용은 윤성호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방식이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서 자기를 투영하던 모습은 아쉽게도 볼 수 없다.

윤성호가 바라는 진심은 ‘사랑’을 알고 싶은 20대 후반의 감독이 충무로 입봉을 앞둔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영재는 헤어진 은하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첫 경험 당시 함께 잤던 ‘은하장여관’을 떠올린다. 은하와 주고받던 대화들 속에서 그가 함부로 내뱉었던 일시적인 말들을 후회해보기도 한다. 이미 시간은 지나갔고 은하는 떠나고 없다. 영재가 좌절하는 이유는 영화나 사랑이나 진심을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통’!! 그것은 어렵다. 하물며 ‘인간’!!은 더 어렵다.

극중 모든 캐릭터들은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있다. 청춘의 푸르른 꿈이 자본과 현실에 부딪쳤을 때 겪게 되는 좌절감. 결국, 성공과 실패-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게 이 영화 속 인물들이다. 서로간의 진심은 없고, 상대를 호명할 때는 지시대명사를 쓰는 이들에게 따끈따끈한 사랑과 정 이란 게 있을 까? 오늘날은 디지털 시대며 아날로그는 죽어가고 있다. 윤성호는 아쉬운 마음에 ‘디지털이 진심을 배반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이건 내 생각) 우리들은 자본과 디지털 시대에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다. 윤성호는 그 세계에서 최선을 택하지 못한다. 비정한 현실이 자꾸만 앞길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절망마라.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 있다는 게 이 영화가 전하는 진심이다. 그래서 극 중 인물들은 누구하나 꿈을 포기 하지 않으며, 차선을 통해서 꿈을 실현시키려고 한다. 과거의 잔인하고 비정한 악몽일랑 잊어버리자.

그래서, 윤성호는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디지털이기 때문에, 일종의 이메일이고 윤성호는 고심 끝에 편지를 쓴 후 클릭 버튼을 눌렀다. 내일이면 당신 메일함에 한 편의 편지가 도착해있을 것이다. 그 편지는 [은하해방전선]이다. 윤성호의 진심이 심금을 울릴테니, 당신은 그 편지를 열어보길 바란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 우리 시대의 수다스러운 음악가 윤성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 당신을 향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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