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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1 [잘 돼가? 무엇이든] 배우 서영주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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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0


인디스토리와 서울아트시네마가 공동 기획하는 금요단편극장 중 배우열전 2번 째 주인공은 독립영화배우 서영주였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음에도 익히 이 배우의 연기를 접한 바 있었기에 뒤늦게나마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경미 감독이 연출을 맡은 2004년 작 [잘 돼가? 무엇이든]이 그것이다. 이 영화는 해운회사 여사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고충을 통해 기업문화 속에 놓인 여성의 이중소외와 타협의 당면과제를 세밀하고 현실감 넘치게 그려낸 수작이다.

익히 알다시피 남성중심의 기업문화 속에서, 특히 중소기업으로 갈 수 록 여사무원의 역할이란 남자사원의 잡무를 도와주거나 상사의 심부름 역할에 그치는 등 보조자에서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직원의 움직임이 한 눈에 간파될 정도로 단출한 사무공간은 사장의 절대권위를 강화시키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기능하게 된다. 여사원 중에서도 보스의 눈에 띄어 특진이나 특별보너스를 받는 일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환경이기에 가능한 일일 터. 또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힘든 환경임을 잘 알기에 특근수당을 조작하거나 타인의 일을 가로채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독은 (사장을 비롯해)신입사업 지영과 경력사원 희진과 다른 사원들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운송회사를 영화적 배경으로 선택한다. 그리고는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에서 앞서는 희진의 기득권수호를 위한 얌체 짓과, 합리적이고 적법성을 따지는 성격인 듯하지만 자신의 몫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지영의 행동 모두가, 또한 그로부터 파생된 갈등이, 따지고 보면 남성중심의 기업문화가 만들어낸 폐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영화에는 기업현실을 반영한 장면들이 두루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두 여직원을 불러 세우고는 격려와 경쟁심을 촉발하는 사장의 교묘한 언사와, 사장으로부터 환심과 신임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여직원의 모습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장면이다.  이런 상황에 먼저 분노와 불만을 표출 하는 건 지영 쪽이다. 일단 불만이 분출되기 시작하면 사소한 모든 것이 표적으로 등장하기 마련인 법. 하다못해 "거스름돈 100원 안 주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택시기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분노의 칼끝이란 언제나 자신을 먼저 상처 입힌 후 타인을 향하지 않던가. 불합리한 환경을 견디다 못해 사표 낼 결심을 하고, 우연히 주은 칼을 품고 다니다가 결국 그 칼에 자신이 베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것에서 연유한다. 이렇듯 마음으로야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지만 정작 치한퇴치 사이렌에도 놀라 도망가고 자신들의 속마음이 현실화 되어버리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소심한 여사무원들을 통해 감독은, 원치 않지만 (남성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우울한 현실을 냉담하게 조망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얄밉지만 자기 몫을 잘 챙기는 여직원 희진 역을 맡은 서영주의 연기다. 그녀는 엉뚱하면서도 임기응변에 강한 캐릭터를 완벽하리만치 잘 소화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의 업무를 가로챈 후 이를 항의 하는 직원 앞에서 눈을 치켜뜨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듯한 표정연기는 압권일 뿐 아니라, 이후 천연덕스럽게 날리는 대사 앞에서는 웃음을 참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재능은 이후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으니, 친구를 대신해서 맹인청년과 하룻밤을 보내는 ‘동아’의 이야기인 [미스 마플과의 하룻밤(2005)]에서 볼에 붙여진 반창고가 들썩이도록 미소 짓는 연기가 그렇고, 돼지갈비를 먹기 위한 가족의 엽기행각을 그린 [가족 나들이(2006)]에서 노란 헬멧을 쓰고 갈비 집을 빠져나올 때의 의기양양 표정이 그렇다. 노란 헬멧이 이토록 귀엽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언제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서영주의 연기를 확인하고 싶다면, [잘 돼가? 무엇이든]과 [미스 마플과의 하룻밤]과 [가족 나들이]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의 무료독립영화관에 가면 볼 수 있다. 게다가 세 편 다 합쳐봐야 1시간 15분의 착한 러닝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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