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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7 우리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1)
  2. 2008.05.10 분칠한 것들은 믿지 말라고? 진짜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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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슈퍼스타 감사용]


징글징글한 무더위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밤잠을 설치게 되는 한여름. 그 끈적한 불쾌지수의 상승을 견디게 해주는 힘은 자칭 ‘가늘고 긴’ 야구팬인 나를 열광하게 만드는 프로야구의 멋진 승부사(史)다. 특히 상반기 결산을 코앞에 둔 7월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인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 위해 각 팀들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4강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기라 늘 짜릿한 쾌감을 안겨 준다.


올해는 상반기 내내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 자이언츠’가 최근 무시무시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오랜만에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한 ‘기아 타이거즈’가 선두 경쟁에 진입할 수 있을지 등의 이슈가 맞물려 야구판이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모(母)구단의 해체로 팀명이 수차례 바뀌는 고난의 세월을 지나 현재 메인 스폰서도 없이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는 ‘히어로즈’의 분발은 타팀 팬인 내게도 짠하다. 자본의 꽃인 스포츠 시장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영웅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머리 속에 영화 한 편이 맴돈다. 2004년 가을, ‘한국 스포츠 영화의 편견을 무너뜨린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상영된 <슈퍼스타 감사용>. 실존 인물인 전직 야구선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한, 소재 자체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낯선 ‘감사용’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출범한 ‘삼미 슈퍼스타즈’는 16연패라는 무시무시한 대기록(?)을 남긴 팀이다. 그 엄청난 기록에 일조한 ‘패전 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 프로 야구 초창기 5년 동안 1승 15패 1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마운드를 떠난 그를 스크린에 불러들인 이는 ‘김종현’이라는 신인 감독이다. 춥고 배고픈 연출부 생활을 거쳐 <슈퍼스타 감사용>으로 데뷔 준비를 하던 김종현 감독은 지갑에 ‘리틀 OB베어스’ 회원증을 꼭 넣고 다녔다고 한다. 할리우드 키드이자 골수 야구팬인 김종현 감독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꿈을 던진 패전 투수’ 감사용에게 빠져들었다. 패자에 대한 측은지심을 넘어 존경하게 된 감사용 선수.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감독은 아는 연줄을 다 동원,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던 감사용 선수를 찾아내 기어코 승낙을 받아 냈다.


올곧은 직구로 승부하다


도박을 일삼는 감삼용(조희봉)의 동생 감사용(이범수)은 삼미특수강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는 홀어머니는 형보다 나은 아우가 기특하다. 직장 일보다 야구를 좋아해 직장인 야구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사용은 남몰래 프로 야구 선수 꿈을 키우고, 결국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로 파견 근무를 나간다.


171cm의 작은 키에 야구를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못했지만, 좌완 투수라는 이유로 운 좋게 발탁된 감사용은 상대팀은 물론 소속팀에서도 선수 대접을 받지 못한다. ‘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소리 없는 눈물을 삼키며 연습에 매진하던 감사용.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패전 처리 전문 투수로 1승을 하는 게 소원이었던 그에게 드디어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작은 키에 직장인 야구 출신, 가난한 집안이라는 배경은 늘 감사용을 짓누른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남부럽지 않지만 아무도 그 꿈을 알아주지 않기에 그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루저’다. 오직 야구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으로 매일매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을 던지지만, 16연패를 기록한 꼴찌팀 내에서도 패전 마무리 전문이었던 감사용에게 희망이란 너무 먼 단어처럼 느껴진다.


너무나 소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꿈 앞에서 매번 쓰라린 눈물을 흘려야 하는 그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평범한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인간 승리 드라마가 아닌, 그저 꿈을 위해 묵묵히 노력한 한 젊은이의 진심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속 감사용의 고군분투는 가식도 미화도 없이 올곧은 직구로 가슴을 파고 든다.


패자에게도 꿈은 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힘겨운 시절을 겪게 마련이다. 간절히 바라던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지만 행운의 여신은 냉담한 등을 보이며 나를 외면하고, 주위 사람들의 무시와 질타는 커져만 간다.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하지만 손이 닿을라치면 성공은 저만치 멀리 도망간다. 그렇게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우리는, 어느 순간 인생이라는 괴물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그렇게 평범한, 아니 무능력한 루저들의 심금을 울리며 감사용의 인생에 우리를 끌어 들인다. 이 무명의 패전 투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그가 간절히 바라던 1승을 진심으로 기원하게 된다. 하지만 감독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신파조의 드라마를 쓰지 않는다. 오히려 해피 엔딩을 바라는 관객들의 염원을 외면함으로써 휴먼 드라마의 묵직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우리의 김사용은 20연승을 앞두고 있는 박철순(당대 최고의 스타 투수)이 선발로 등판한 OB와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선다. 천신만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9회 말 투 아웃, 과연 감사용의 꿈은 이루어질까? 가족과 동료들이 감사용의 투혼에 못다 이룬 자신들의 꿈을 대입시키며 ‘딱 한번만’이라고 기도할 때, 카메라는 승리의 함성 대신 쓸쓸한 마운드를 비춘다.


1승 15패 1무승부의 기록을 남겼다는 감사용의 그 ‘1승’은 에필로그에 자막으로만 처리된다.(이후 감사용은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그토록 원했던 첫 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한 줄의 자막을 읽는데 코끝이 찡해온다. 승패만 중요시되는 스포츠에서 결과가 아닌 과정을 주목하게 만들고, 패자에게도 꿈은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면서 그렇게 우리의 등을 토닥이는 영화의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름을 갖게 된 당신


<슈퍼스타 감사용>은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완성도 높은 야구 장면을 연출하며 ‘한국에서 스포츠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금기에 당당히 도전했다. 감독의 진심이 배우들의 호연을 이끌어 내면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성실한 드라마를 직조했다. 한 신인 감독의 패기만만한 열정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 영화는 또한, 요즘처럼 다양한 놀이 기구나 게임이 없던 80년대의 아이들, 그래서 어쩌면 더 프로야구에 열광했을지도 모를 그들에게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을 선사해 준다. 학교앞 문방구에서 사 모으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딱지, 아이스크림콘을 먹으면 덤으로 들어 있던 야구 스티커 등등. 이 영화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본 관객들의 상당수는 아마도 이러한 연대감에 빚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이 단지 그뿐이었다면, 사람들에게 지나간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데에 그쳤다면, 관객들의 마음속에 그렇게 깊숙이 파고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들판의 잡초에 이름을 붙여준 따스한 눈길과 성실한 손길에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프로야구 20년 역사상(2007년 기준) 은퇴 투수는 총 7백여명이다. 그 중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120여명 뿐이며 1승 이상 거둔 투수는 430여명이다. 나머지 투수들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야구계를 떠났다고 한다. 한 때 운동장을 찬란하게 빛내 주던, 혹은 벤치에 앉아 얼굴 한 번 내밀지 못했던 그 많은 선수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재 지방의 한 마트에서 일하고 있다는 감사용씨는 이 영화를 본 후 감독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프로 야구 초창기 이름 없이 사라져간 그 많은 선수 중 감사용이란 이름을 용케도 찾아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되새겨주었다. 이것이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다.





사족: 이 영화에서 감사용 역을 맡은 배우 이범수는, 정말 그 외에는 다른 사람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열연으로 감사용이란 캐릭터에 혼을 불어 넣는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지만 야구 선수로서 빛을 보지 못했던 감사용의 인생과 오랜 무명 세월을 묵묵히 버텨내며 오늘의 자리에 이른 이범수의 이력이 겹쳐서이기도 하겠지만, 배우 이범수에겐 소박하고 우직하며 순수한 심성을 지닌 ‘훈훈한 루저’의 이미지가 뼈속 깊이 존재하는 듯 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개봉한 영화 <킹콩을 들다>에서 상처입은 전직 역도 선수로 분한 이범수를 보는 일이 너무도 당연하고 친숙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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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arooism BlogIcon 아루파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고 갑니다. 정말 찾아서 꼭 보고싶은 영화네요.

    2009.07.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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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영화 <걸 스카우트> 제작보고회에서 김선아는 공백 기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간에 여러 가지 이런저런 일이 많았었고 그래서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사실 일을 그만두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중략)…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일을 해야 될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연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것 같은데요."

8일 방영된 드라마 <온에어>의 오승아(김하늘 분)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대사를 남겼다.

"제 추락이 재미있으셨나요? 절 끌어내리면서 즐거우셨어요? 덕분에 전 제 위치를 알았고 제 옆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았습니다.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큰다고 하죠. 요 며칠 여러분이 주신 사랑 그대로 가져가셨으니 전 오늘부터 신인입니다."

'삼순이' 김선아는 씩씩했다. 만 3년 만에 컴백하는 심경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세븐데이즈>의 전신인 <목요일의 아이>에서 하차하며 영화사와의 송사에 휘말렸고 설상가상으로 나훈아 괴소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터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사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온에어> 속 '국민요정' 오승아는 "죽음까지도 생각한" 고통 속에서도 당당했다. 갑작스레 터진 비디오 파문에 맞서 기자들 앞에서 "뭐 하러 비디오를 봐, 직접 봐"라며 상의를 벗어던졌다. 악플러들에겐 "당신들은 내 얼굴을 아는데, 나는 당신들 얼굴 모른다는 게 가장 무서웠다"며 당당히 고소했다.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디테일은 부풀려졌을지 모르지만 일정 정도 현실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온전히 '피해자'인 오승아와는 또 다르겠지만, 그간 루머에 시달렸던 여배우들의 속내는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종영을 2회 앞둔 <온에어>가 뇌관을 터트렸다. 시청률도 25.2%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속 시원한 김은숙 작가의 카운터 펀치

"넌 뭐가 다르니? 비디오 봤다고 개념없이 댓글 다는 네티즌이나, 비디오 있단 소문에 훔쳐보기 심리로 우리 드라마 봐서 시청률 올려주는 시청자나, 여기저기 신나게 클릭질 해서 쫑알쫑알 읊어대는 너나. 뭐가 다르냐고?"

오승아와 관련된 소문들을 전하는 보조 작가를 서영은(송윤아 분) 작가가 꾸짖는 대사다. 비디오 파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작가님의 성난 목소리를 통해 전달해 준 셈이다. 이건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으로 시청률·명대사 제조기로 이름을 드높인 김은숙 작가 본인의 목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배우는 사생활도 없습니까? 배우라서 전 국민 앞에 사생활 까발려져도 되는 거 아니잖아요. 오승아의 추락? 재미있죠? 국민요정은 어떤 남자랑 자나 궁금하겠죠. 그렇다고 한 여자의 인생을 자기들 오락거리로 만들면 안 되잖아요."

여배우 비디오.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 속 연예계에서도 가장 큰 파괴력을 지닌 사안이리라. "이 바닥에서 사건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인상 깊은 대사를 남기면서 오승아와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분)에게 큰 생채기를 내며 일단락됐지만, 그만큼이나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는 용감했다. 19회까지 '이렇게 솔직해도 될까'라는 의문을 심어줬던 <온에어>가 경박한 네티즌들과 미디어 환경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연예계와 드라마 제작현장을 무대로 하는 이 트렌디드라마의 시청률은 잘나가는 진짜 트렌디드라마보다 덜 나온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시청자보다 인터넷으로, IPTV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포털 뉴스면은 연예뉴스가 먹여 살려도 연예계 관련 드라마는 또 다른가 보다.

전통적인 드라마 소비층은 아직까지 드라마 제작과정보다는 전문직들이 본격적으로 연애하는 이야기에 더 반응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반면 한 쪽에서는 전문직드라마 답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유일무이한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

<온에어>는 과장을 조금 더하면 국내 유일의 메타드라마(meterdrama)다.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 혹은 자기반영적인 전문직 드라마. 배우와 매니저, 작가와 PD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이야기는 현실과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흥미로운 줄타기를 진행해 왔다.

19회까지의 사건, 사고만 놓고 보면 <온에어>는 마치 '한국에서 드라마 만들기의 A-Z'를 모두 보여주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연말 시상식 나눠먹기로 시작하여 스타 작가와 방송사와의 알력 다툼, 조연출의 PD 입봉 과정, 톱스타 캐스팅 우여곡절, 국민요정과 시청률 제조기의 기 싸움, 이중계약 파문, 매니지먼트사 끼리의 힘겨루기, 외주제작사의 진행비 관행, 해외 로케이션의 절차, PPL(간접광고)의 진행 과정, 여배우끼리의 배역 다툼, 매니지먼트사와 방송사와의 대립,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방송가 풍경, 그리고 여배우 비디오 파문까지.

마치 한 회 한 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의 서사구조마저 떠올리게 한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식이다. <온에어>는 그 안에 시청자들이 짐작해봤을 에피소드들을 집어넣고, 또한 일반 시청자들이 모를 드라마 제작 과정의 고충과 애환을 녹여낸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가 풍경이 전자라면, 해외로케이션과 같은 제작 환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후자다.

작가의 입을 통해 PPL에 대해 볼멘소리를 해 보지만 정작 극 중에서 적지 않은 빈도수로 고기집과 감자탕 가게가 등장하는 아이러니. 얄미운 기자와 오승아의 인터뷰 장면이 등장하고 얼마 뒤, 김은숙 작가가 직접 송윤아의 의도가 왜곡된 인터뷰 기사를 해명할 때 오는 기시감.

또 재벌 2세, 신데렐라, 불치병, 출생의 비밀 등 한국 드라마의 흥행 요소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명대사를 버리고 '좋은 드라마'에 매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서영은=김은숙 작가의 자기 반영은 또 어떠한가.

가끔은 도가 지나쳐 "우리 이 정도로 힘들게 드라마 만들어요"라는 과시로 보이기까지 한지만, 그 만큼 <온에어>가 보여주는 드라마 제작 풍토와 연예계 이면에 대한 묘사는 야심 찬 구석이 있다. 사실 기사나 방송에서 다 듣는 얘기일지라도 작가료가 회당 2000이니 제작비가 30억이니 하는 돈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 사상 최초로 컷과 반응 컷을 나눠 찍는 제작 현장 그대로를 보여줄 정도다.



그러나 절반의 야심찬 성공

물론 왜 네 명의 애정전선을 끝까지 놓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변명은 제대로 된 의학 드라마라 일컬어지는 <하얀거탑>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가 돋보인 <하얀거탑>은 이미 일본 원작과 드라마가 존재했다. 역시 대박 시청률보다 마니아·명품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한국에 맞는 변형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캐릭터에 대한 집중과 과장, 스피디한 전개, 수술 장면 등의 감정 과잉이 그 예다. 장준혁(김명민 분)과 최도영(이선균 분)의 대립구도가 약해진 대신 장준혁에게 집중하고, 노민국(차인표 분)에 대한 비중을 늘린 것, 일본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을 집어넣던 독일 장면을 빼버린 것, '수술 배틀'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과 편집이 반복되는 수술 장면 등 <하얀거탑>이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반면 "내가 제일 잘 하는 장르가 트렌디드라마이고, 못 하는 것을 깊이있게 하겠다고 시도할 용기는 아직 없다"는 김은숙 작가의 최후의 보루는 바로 캐릭터와 멜로 코드에 있다. 까칠한 오승아, 인간미로 똘똘 뭉친 장기준, 귀여운 공주 서영은은 물론이요, 제작사 사장과 방송국 드라마 국장에게까지 인간미를 부여하는 세심함은 가장 큰 장점이다. 분화시켜 보자면 여자 캐릭터에 비해 인간미 넘치는 장기준과 의욕만 넘치는 이경민(박용하 분)은 진작부터 이상적인 존재들이었다.

초반과 달리 변모해 가는 캐릭터로 인해 '오버' 논란을 잠재운 송윤아나 한번쯤 예상했을 법한 오만한 여배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김하늘은 시작부터 남는 장사였다. 다만 타고난 연기력으로 살아남은 이범수와 비교해 '한류스타' 박용하가 언론이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이유는 캐릭터가 가장 단선적이기 때문이리라.

오승아가 인간적인 자신의 첫 매니저 아저씨 장기준을 흠모해 왔다거나, '공주과' 서영은이 진정성을 무기라 자랑하는 이경민으로 인해 서서히 변해간다는 러브 라인 또한 김은숙 작가의 '연인' 시리즈는 물론 시청률 잘 가나는 드라마들과 비교하다면 극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온에어>의 한계는 메타드라마가 응당 지녀야 할 자기 비판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에 있다. "분칠한 것들을 믿지 말라"로 대변되는 연예계라고 누누히 강조하지만 사실 김은숙 작가는 누구보다 자기 식구들을 믿고 챙긴다. 국민요정 오승아는 CF스타에서 연기자로 거듭나려는 마음을 먹(을 것을 장기준이 염원하)고, 거만했던 서영은 작가는 제작진을 챙기고 진정성 있는 시나리오에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업계의 속내를 비추면 비출수록 그들의 애환을 일방적으로 위로해주는 쪽으로 극이 흐른 점도 약점이다. 전형적인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 건 반갑지만 기존 드라마들이나 방송사의 관행, 악플러들을 몇 마디 대사로 꾸짖는 것으로 진정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방송 환경에 총체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은 높이 사줄만 하지만 캐릭터들에 대한 다독임과 그들이 펼쳐가는 사건, 사고의 나열에 머무르는 건 못내 아쉽다.

캐릭터들 또한 분명 변모하고 성숙해 가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깊이를 담보해 내느냐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들의 일상에 비춰지는 소소한 감정이 사건, 사고의 퍼레이드에 가리거나 쪼개진 회상 장면으로 지연되거나 로맨스로 대체되는 것도 약점이다.

아무리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풍경을 비춰줘도, 거대 매니지먼트 사의 횡포를 조명해도, CF 스타의 연기력 논란과 외주 프로덕션 제작 환경의 척박함을 거론한다 해도 <온에어>는 본질적인 자기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대사는 직설적인데 주제는 추상적이다. 좋은 드라마, 좋은 연기자에 대한 비전이 없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자기반영이기 보다 자기위로에 가깝다고 할까. 그것 또한 트렌디드라마에 강한 김은숙 작가의 능력이라면 또 능력일 테지만 말이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까발린 <온에어>의 가치

"어느새 봄이 다 가버렸네요. '서작가'는 좋겠습니다. 벚꽃 구경도 가고^^(에휴... 김작의 일상이란...^^). 모쪼록, 종연 되는 날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총총... 지금까지 '서작가'처럼 '깊이' 없음을 고민하는 김작이었습니다. 꾸벅."

지난 2일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올린 게시물에서 본인과 극중 서작과의 비교를 빼놓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하게 진행자 김정은을 카메오로 등장시켜 자사 프로그램 <초콜릿>을 홍보하면서도 또한 극에 절묘하게 녹여내는 솜씨. 더불어 그녀의 실제 연인이자 감독과 작가의 전작 <연인>의 주인공인 이서진을 등장시키는, 현실의 방송세계와 드라마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능력과 맞닿아 있다고 할까.

19회의 말미, 서영은과 이경민은 첫키스를 나눴고, 오승아는 장기준에게 사업적인 결별을 통고했다. 어쨌든 <티켓 투 더 문> 또한 무사히 종영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 모든 인물들은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서작가와 이경민 PD가 내내 고민했던 좋은 드라마에 대한 숙제를 <온에어>가 과연 온전히 풀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의문으로 남는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까발린 첫 번째 소프트한 메타드라마'. 5개월간의 여정의 끝을 눈앞에 둔 <온에어>의 가치는 딱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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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파리의 연인 전부랑 프라하의 연인 좀 봤는데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이 모두 한 작가님꺼랑걸 오늘 알았네요
    연인시리즈당 흐흐

    2008.05.10 18:53
  2. 오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온에어 연장한다 하지 않았나요? 23회까지?

    2008.05.10 19:39
  3.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5.10 20:38
  4. Favicon of http://arborday.egloos.com BlogIcon Arborday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그들은 칸에 갈 수 있을까? 간다면 몇년후로 처리?

    2008.05.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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