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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9.04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2007.09.04

‘석호필’ 앤트워스 밀러가 스캔들에 휩싸였다. 어차피 인기 스타에 관련된 구설은 대부분 열애설이다. 스타도 사람인데 까짓 연애 좀 하면 어때서. 그러나 앤트워스 밀러의 스캔들이 불러오는 반응이 남다른 이유는 상대방으로 지목된 인물이 같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특종에 굶주린 연예 사이트가 남발한 공수표일 수도 있고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어쨌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 할 만하다. 자꾸 파고들어봐야 머리만 아프니 그냥 영화 한편 보며 머리를 식혀 보는 것은 어떨까?

여전히 민감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동성애를 로맨틱 코미디의 경쾌함으로 풀어낸 영화가 있다. 바로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이다. 두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영화 전혀 무겁지 않다. 하긴, 꼭 정치적인 입장을 의식적으로 견지하고 있어야만 영화가 진지해지는 것은 아닐 터. 재능 있는 감독이라면, 또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면 세간의 무거운 인식을 강박적으로 담아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간의 갈등, 문화적인 마찰, 가치관의 충돌, 이 모든 것들을 영화는 어느 누구라도 겪었을 법한 만남과 헤어짐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담아내고 있다. 굳이 동성애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될 법한 보편적 공감대, 그것이 바로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다.


여기서 그렇다면 왜 하필 동성애냐고 캐묻지 말자. 남녀간의 사랑이든, 여자와 여자간의 사랑이든, 아니면 남자와 남자간의 사랑이든, 어찌 되었든 간에 결국엔 우리들 인간이 이 세상 살아가며 체험할 수도 있는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인 것이다. 동성애를 으레 선정주의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 또한 결국엔 폭력이다. 이들도 사랑하고 아파하고 그리워하다 홀로 마음의 상처 부여 안고 슬픔에 눈물 흘리는 인간일 뿐이니,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결정적 그 장면을 통하여 우리의 편견을 꼬집고 사랑할수록 더 외로워지는 인생사의 기묘한 아이러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릴케의 싯구절을 인용한 구인광고에 뿅가고 “숙성”이란 단어에 꽂혀서 헬렌과의 연애를 시작한 우리의 제시카 스테인. 그러나 사랑이란 게 늘 그렇듯 가끔은 지겹고 때때로 힘겹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유태인 가정에서 자란 제시카의 보수적인 태도와 자유분방한 헬렌의 사고방식이 마찰을 빚으며 (헬렌의 친구인 어느 게이가 말하길, “넌 나보다 더 많은 남자와 자봤잖아!”) 이들의 사랑도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누가 그랬던가,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라고. 허나 외로움과 고독은 신호위반, 무단횡단과 같은 교통법규위반처럼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법이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도, 또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우리는 수시로 외로움을 느낀다. 이건 어떤 성적 취향과 관계 없는 일이다. 제시카는 말한다.

“어쩌면 난. 평생 혼자일지도 몰라”

인간의 소외와 고독에 대해, 이토록 간단명료하면서도 가슴 속을 헤집는 듯 애절하게 표현한 대사가 또 있을까? 어쩌면 평생 혼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당신에게 해당되기도 하고 나에게도 해당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그런 외로움에 대한 자조적 독백. 바로 이 때 제시카의 어머니는 그녀를 걱정스러운 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근심 어린 눈빛. 터져 나오는 한숨. 그리고 뒤를 잇는 한마디.

“그 아가씨..좋은 사람 같더구나.”

보수적인 유태계 가정의 안방마님으로써 지금 그녀는 자신의 딸이 남자도 아닌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로맨틱 코미디에 가족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이 얼마 만이던가. 그것도 웃음을 자아내는 조연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이 말이다.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게 팬시 상품처럼 도드라지는 그들만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법칙 안에 속해 있는 사랑의 속성을 드러내 보인다. 그것은 단 하나의 베스트 컷을 얻어내기 이전에 수많은 N.G 컷을 쏟아내야만 하는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고 나를 지켜 보는 주위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눈빛 속에 내딛게 되는 어려운 한걸음과도 같은 것이다.

게다가 이것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짓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연인에서 절친한 친구 사이로 살짝 방향을 튼 제시카와 헬렌은 어떤 경우에 속할까? 해피엔딩? 언해피엔딩? 결국 친구와 연인이라는 이분법만으로는 판단 짓기 곤란한 인간관계의 모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내 곁의 누군가와 함께라면 충분히 즐거워질 수 있다는 단순 명쾌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 또한 인생이니, 비록 예전만큼 찐한 (?) 사이는 아닐 지언정 같이 걷는 이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경쾌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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