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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시네마떼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5.27 '나 이대에서 영화보는 여자야' [대학 영화동아리 탐방] ③ 이화시네마떼끄 (6)
영화 동아리 탐방 세 번째. 이화여대 내 학생문화회관 3층에 위치한 ‘이화시네마떼끄’는 이화인들을 위한 시네마테크이다. 100석 규모의 자체 상영관과 1000여 편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는 이화씨네마떼끄는 타 대학에서 보기 힘든 명실공이 학생자치 영화공동체. 여기서는 매일 두 번의 상영회가 열린다. 하루 두 번의 상영을 위해서 한 해 12번의 세미나가 진행되고, 이 세미나에서 흘린 땀방울이 하루 두 번의 영화 상영으로 직결된다. 매일 영화가 상영되는 곳. 흔히들 극장은 365일 영화를 상영하고, 매일 영사기가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는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필요한 법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놀라는 순간은 영화 창작자의 손길을 스크린 뒤에서 발견할 때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가 영화를 볼 수 있겠지. 그래서 감독은 관객으로부터 경외와 찬양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곧장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영화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고, 영화와 관객이 만날 수 있게 주선해주고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끈이 필요한 법이다. 이화시네마떼끄 사람들은 영화가 관객을 기다리듯이, 자신들의 공간에 방문할 영화 친구들을 매일 같이 기다린다. 이화시네마떼끄 사람들은 극장 문 밖에서 관객을 기다리면서, 자신들이 열광하고 좋아했던 영화의 신비한 체험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중이다. 스스로 관객이자, 스스로 극장 프로그래머를 자처하며 험난한 일을 병행하는 이화시네마떼끄의 친구들. 그 중 두 친구를 이 작은 지면에서 만날 볼 수 있다. 이 인터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아이러니다. “잃고 부터가 시작”이라는 두 친구의 말처럼 영화는 지긋지긋하지만, 지긋지긋한 걸 다 겪고 난 후에야 즐거움을 주는 녀석이 아니던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도훈 : 이화시네마떼끄 소개를 부탁한다.

송혜민(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06학번, 現 이화시네마떼끄 관장) : ‘이화시네마떼끄’(이하 ‘시떼’)는 현재까지는 이화여대 내 유일한 상영관이다. 현재까지는 유일한 상영관이지만, 5월 달에 학내에 씨네큐브가 개관을 한다더라. 씨네큐브가 개관을 하더라도 시떼는 자치단체라는 의미가 커서 둘 사이에는 개념자체가 다른 게 있다. 시떼는 학생들끼리 직접 세미나를 해서 영화를 선정하고 그 영화들을 학우들과 공유한다.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본다. 동아리와도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이도훈 : 자치단위라고 했는데, 정확히 동아리 연합은 아닌 것 같고.

송혜민 : 학생회소속기구이다. 동아리 연합회는 그야말로 진짜 동인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이라면, 시떼는 자치단위끼리의 회의를 하기도 하고, 자치단위 규약 같은 것들이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또 자치단위 내 구성원들 간에 소속감이나 의무감도 강조되는 편이다.


이도훈 : 시떼는 운영비가 지원되는가.

송혜민 : 학생회에서 지원을 받는다.

박유미(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06학번 現 이화시네마떼끄 부관장) : 정확히는 자치단위라고 할 수 있다.


이도훈 : 두 분 모두 활동하신지 3년차인데. 각자 시떼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너무 옛날이야기인가.(웃음)

송혜민 :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하하) 물론, 처음에는 영화가 좋아서 가입했다.

박유미 : 대부분의 시떼 사람들이 가입할 때는 영화가 좋아서 들어왔다. 나름대로 가입할 때 심사를 거쳐서 선정된 사람들이다.(웃음) 선정하는 절차가 따로 있다.


이도훈 : 가입할 때 면접도 보는가?

송혜민 : 나름 엄격하다.


이도훈 : 그렇다면 지원해도 면접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데, 이번학기에 몇 명 정도 지원했는지 궁금하다.

송혜민 : 한 학번 당 5명 내외로 신입회원을 받는다. 보통 한 학번 당 2배수 이상은 제출서가 들어온다. 현재 활동 중인 사람은 06학번이 4명, 07학번이 4명 정도 남아있다.


이도훈 : 올해 신입생은 몇 명 정도 되는가.

송혜민 : 처음에는 6명 정도를 신입회원으로 받았다. 물론 지원서를 낸 사람은 더 많았다. 최종으로 선발된 사람은 5명이었다. 그 후에 두 명이 자기 발로 시떼를 나갔다.


이도훈 : 동아리 같은 경우에는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이 자유롭다. 하지만 이곳은 자치단위의 특성상 조금 엄격할 것 같다.

송혜민 : 시떼에서는 매주 영화상영회를 한다. 영화상영회를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도 있고, 상영당번도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시떼를 운영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다보면 상영이 중단되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이다. 시떼가 예산을 받아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자체적인 편의에 따라서 활동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유대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신입들을 뽑을 때 꾸준히 할 수 있는지, 개개인의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떼의 일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올해 08학번을 뽑으면서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새로 들어온 08학번이 우리의 구성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을 즈음에 일이 터졌다. 한 친구가 시떼의 활동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탈퇴를 했다. 그 친구가 탈퇴를 하니, 그와 친한 친구 한 명도 함께 탈퇴를 한 거다. 자기에게는 과 동아리 활동이 더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 시떼 활동을 하면 과에서 소외당할 것 같다고 하던데, 조금 이해가 안가더라.

박유미 : 시떼가 매일 상영을 해야 하는 곳이어서, 3학년 1학기까지는 의무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어있다. 탈퇴했던 친구는 한 번도 나오지 않고서 시떼가 자기가 생각한 곳과는 다르다고 판단을 하더라.

송혜민 : 면접당시에는 책임감 있게 활동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할 때가 되니 생각이 달라졌나보다. 요즘 학생들 워낙 바쁘다보니..(웃음)

박유미 : 학원도 다니셔야 되고, 1학년일수록 더 바쁘더라.


이도훈 : 시떼 자료실에는 굉장히 많은 양의 아카이브를 구축되어 있더라. 저 많은 자료들이 다 선배들이 발품 팔아서 구하고, 여기저기서 복사해서 온 것이라고 들었다. 선배들이 문화학교서울에도 출입하면서 어렵게 구한 자료들이라고 하던데. 선배들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나. 예를 들어서 “너네, 우리가 이 자료들을 어떻게 구했냐하면..” 라는 식으로 말이다.

박유미 : 딱 그거다!

송혜민 : 굉장히 아련한 이야기들.(웃음) 처음에는 열악한 상영조건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빈 강의실에서 불법으로 구한 자료들을 상영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부분적으로는 그렇게 하고 있다.(웃음) 여러 거처를 통해서 구한 영화들을 틀다가, 학교에서 자치단위로 인정받으면서 예산도 받게 되었고, 사정이 나아졌다고 들었다. 그리고 예전 선배님들이 가끔 시떼에 오면 안타까운 목소리로 하는 소리가, 관객 수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거다. 물론 운영위원회의 수도 줄었지만, 관객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선배들이 학교에서 지원을 받기 전에는 상영료를 받으면서 상영회를 했다. 상영료를 받았는데도 관객이 200-300명 왔다고 하더라. 지금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수치다.

박유미 : 지금은 30명이 왔다고 해도, 정말? 하면서 반신반의 할 텐데. 조금 의아한건, 한국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 같은데 시떼는 사정이 정 반대라는 거다. 왜 시떼의 관객들만 쑥쑥 빠져 나가는지 모르겠다. 역시 돈을 받아야 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하는 거다.(웃음)

송혜민 : 그래, ‘장사’를 해야 하는 것 같다.

박유미 : 어! 공짜로 상영을 하니까, 소중한 걸 모르는 것 같다.(웃음)


이도훈 : 지금도 아카이브를 유용하게 쓰는지.

박유미 : 물론이다! 아주 소중한 자료들이다.

송혜민 : 일단 기획회의를 하면 상영목록을 정할 때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세미나를 진행할 때 필요한 영화들이 아카이브에 있으면 아주 환영한다.


이도훈 : 자료들이 오래된 것도 있을 텐데, 상태가 어떤지.

박유미 : 양호하지 않은 것도 많다. 세계 영화사 세미나를 매 학기 진행하고 있는데, 세미나 때 영화를 함께 봐야 되고,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개별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상영 때도 아카이브에 있는 자료를 사용한다. 이렇게 한 영화를 여러 번 돌려보게 되면서 화질이 조악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화질상태가 떨어진 자료는 다시 구입한다. 상영회 목적에 맞추어서 DVD를 따로 구입하기도 한다.

송혜민 : 천차만별이다. 아카이브 중에는 선배들이 EBS에서 방영된 영화를 녹화한 것도 있다. 반면 화질이 아주 좋은 것도 있다. <동경 이야기>도 화질이 좋은 편에 속한다.

박유미 : 허우샤오시엔의 <샌드위치 맨>도 상태가 고른 편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지 않거든.

송혜민 : 맞아! 어떻게든 안 보려고 하니까(웃음)


이도훈 : 아카이브가 굉장히 유용하고 소중한 자료인데. 신입생들이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지 궁금하다.

박유미 : 확실히, 학번이 내려갈수록 아카이브를 대하는 첫 인상이 다르다. 자료실을 처음 봤을 때 07학번이 악! 소리를 지르던 거에 비하면 08학번은 덜 한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입을 뜨악하면서, 이걸 다 보고 말겠다. 난 밤마다 이걸 보고 말겠다는 소리를 했다.(웃음) 시떼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에 대해서 신입생들은 우리학번보다 덜 신기해하는 것 같다. 스스로 자료들을 뒤적여보면서 어! 이러는 게 아니라.

송혜민 : 물론 두어 달 지나면 사라지는 욕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카이브를 보고, 영화에 대해서 격앙된 감정을 보이는 모습이 요즘 신입생들에게는 선배들에 비해서 덜 한 것 같다. 아카이브뿐만 아니라 폐간된 잡지들이 창간호부터 있는데도, 그런 자료를 보고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나보다. 거의 가구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자료가 놓여 있는 상태다. 사실 아카이브나 잡지, 책들이 쌓여서 시떼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그러는 가운데 정서적으로도 쌓이는 게 있을 텐데.

박유미 : 정서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세대 간의 차이일 수도 있다. 우리 학번 같은 경우는 <키노>가 발간되고 폐간될 때 시떼에 있었다. 지금 들어오는 신입생들 중에는 <키노>를 직접 접하지 못한 아이들도 많은 거다. 외부문화의 단절이 학번간의 차이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도훈 : 시떼에 있는 잡지나 선배들이 기증한 책들이 모두 세미나 자료로 활용되는가?

송혜민 : 세계 영화사 세미나는 절대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한다.


이도훈 : 세미나 이야기를 해보자. 싸이월드에 있는 이화시네마떼끄 클럽에서 시떼 소개글을 읽어보니 한 해 12번의 세미나가 진행된다고 하더라.

송혜민 : 세미나는 한 학기당 6개정도를 진행한다. 시떼에 들어온 사람은 3학년 1학기까지 활동해야 한다. 그래서 활동기간이 끝날 때 까지 총 2번의 세계 영화사 세미나를 하게 된다. 한 번은 자기 바로 위 학번이랑 하고, 두 번째는 바로 아래 후배들과 세미나를 한다.

박유미 : 두 번은 배우고, 두 번은 가르치는 격이다.

송혜민 : 세계 영화사 세미나 외에도 학기별로 주제를 정해서 상영회를 하거나, 감독전 같은 기획 상영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네 개 정도의 세미나가 학기별로 진행된다.


이도훈 : 세미나가 상영으로 직결되는가.

박유미 : 그렇다. 2학기 예로 들자면, 여름방학 전에 기획회의를 한다. 회의에서 세미나 주제들을 선정하고, 세미나 팀을 나눈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세미나를 해서 상영할 영화 목록을 추려낸다.


이도훈 : 설마 12개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세미나에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하는 건가? 그러면 너무 벅차지 않나.

송혜민 : 아니다. 세계 영화사는 모두가 참여하지만, 그 외 기획 상영회를 위한 세미나는 한 사람당 두 개씩 참여한다. 자기가 참여하지 않는 세미나인데, 영화 목록이 마음에 들 경우에는 그냥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한다.

박유미 : 서로 남의 세미나를 탐내기도 하고, 자기 세미나를 싫어할 때도 있다.(웃음)


이도훈 : 세미나 참여주제는 자발적인 것 아닌가. 근데 왜 남의 세미나를 탐내는 건지.(갸우뚱)

송혜민 : 아니...(웃음) 자기가 참여했던 세미나라고 해서, 꼭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어디로 나갈지 모르는 거다. 영화목록이랑 세미나 타이틀만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던 것도, 개관을 쓰고 리플렛을 쓰려고 하면 암울해지기 시작한다.

박유미 : 대략 98%는 처음 방향과 어긋난다. 세미나 제목만 들어서는 재미있어 보이기 짝이 없는 ‘사랑속의 권력구조’ 같은 거.(웃음) 제목만 보고 쌈박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세미나라는 게 결론이 나오고 답을 찾아야 하는데, 종종 길을 잃기도 하고 미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싸우고.


이도훈 : 다른 팀이 잘 되면 배가 아플 때도 있나?

송혜민 : 아니, 다른 팀이라고 해서 썩 잘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웃음)

박유미 : 사실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서로 앓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냥 같이 술이나 마시고 말지.


이도훈 : 올해 1학기에 계획했던 세미나는 모두 끝났겠다.

송혜민 : 1학기 상영은 다음 주로 끝이 나고, 세미나는 한참 전에 끝났다. 이제 방학시작하자마자 기획회의를 해서 2학기 세미나의 계획을 잡아야 한다.


이도훈 : 방학 때 모든 세미나를 다 끝마치는가?

송혜민 : 팀 별로 구성원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나 개인사정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학 때 열심히 한 팀은 학기초반이면 세미나가 완료된다. 그러면 먼저 끝난 세니마를 중심으로 상영을 한다.


이도훈 :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세미나가 있다면?

송혜민 : 나에게는 모든 세미나가 애증의 대상이었다. 1학년 때는 세미나라는 문화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그 때는 선배들이 좋은 말을 해주면 듣는 식이었지. 1학년 때 한 세미나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메타 영화’ 세미나였다. 세미나가 주제별로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감독전 같은 걸 하는 경우는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감독전을 준비할 경우에는 공부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고 세미나를 하지만, 메타 영화라는 주제로 세니마를 할 때는 그 전에 했던 세미나와는 조금 달랐다. 특히 다른 세미나에 비해서 다양한 영화 이론을 공부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2학년이 되어서는 06학번들끼리만 세미나를 해야 됐다. 학번 세미나라는 게 있는데, 해마다 2학년이 되는 학번들로만 진행되는 세미나를 말한다. 1학년 때까지는 선배들이랑 세미나를 하지만, 2학년 때는 선배들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해보는 거다.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1학년 때는 선배들이랑 세미나를 하기 때문에 내가 잘 몰라도 결국 답은 나오더라. 그 때는 영화 이론에 대해서 잘 몰라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학번 세미나를 하면서 그 때서야 처음으로 스스로 세미나 개관을 쓰고 영화제 리플렛을 만든다. 동기들끼리 모든 걸 해서 그런지 몰라도, 학번 세미나가 기억에 남는다.

박유미 : 모든 세미나에 애절한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번 세미나는 제일 처음으로 모든 걸 다 떠맡아서 하는 거라서 의미가 다르다. 선배들이 끄는 방향으로 갔었다면 학번 세미나 때는 앞에서 끄는 사람이나 줄이 없었다. 동기들이 병렬로 나란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학번 세미나가 진짜 힘들었던 게, 책임감이 생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도훈 : 그 때 어떤 세미나를 했나

박유미 : ‘그리고 여자’라는 제목의 세미나였다.

송혜민 : 인간의 성을 떠나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여성적’으로 어떻게 푸는가를 함께 고민해보았다. ‘여성적’이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 오해를 해명하는 세미나였다고 할까?


이도훈 : 세미나 결정된 상영목록에 어떤 영화들이 있었나.

송혜민 : <고양이를 부탁해>, 장만옥이 출연한 <클린>, 그리고 <파니 핑크>, <디아워즈> 같은 영화를 틀었다.


이도훈 : 유미 씨는 어떤 세미나가 기억에 남는지

박유미 : 제일 힘들었을 때는 혜민이와 나, 그리고 후배 한 명이서 ‘사랑속의 권력 구조’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할 때다. 그 세미나가 참, 영화 목록도 안 나오고 되게 좌절을 많이 했던 세미나다. 모든 세미나가 어렵긴 매 한가지지만. 사실, 지금까지 해왔던 세미나 중에 답이 나오지 않았던 적은 딱히 없었다. 그런데 이 세미나는 답이 보이지 않는 거다. 영화도 많이 보면서 갖은 애를 썼다. 마지막에 정리를 할 때는 다섯 시간 동안 회의를 해도 정리가 안 되더라.

송혜민 : 목록도 맘에 들지 않는다.


이도훈 : ‘사랑 속의 권력 구조’라는 세미나는 자치문화제때 했던 거라고 알고 있다. 다른 상영회는 기획 상영회라고 분류되던데 자치문화제는 어떤 것인가

송혜민 : 이화여대 내 다섯 개의 자치단위가 모여서 같은 주제로 문화제를 연다. 자치단위에는 이화시네마떼끄, 생활도서관, 여성위원회, ‘틀린 그림 찾기’라고 하는 인권단체,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라는 레즈비언 인권단체가 있다. 평소 자치단위들이 개별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위별로 폐쇄성이 짙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걸 해소할 방법을 찾던 중에 나온 기획이 자치 문화제다.


이도훈 : 연대가 목적인가? 작년 자치문화제때 시떼는 켄 로치 감독전을 한 걸로 기억한다.

박유미 : 작년 같은 경우에는 주제가 ‘노동’이었는데, 켄 로치 감독전을 기획하기 전에 자치문화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우리가 기획회의를 하고 켄 로치를 준비했었는데, 자치문화제가 생기고 주제가 ‘노동’으로 결정되더라. 묻어간다는 생각으로, 그렇다면 켄 로치! 했던거지.


이도훈 : 그럼, 올해 자치문화제는 주제가 권력이었나?

송혜민 : 엄청 모호하고 뜬금없게 들리겠지만 ‘연애’였다. 우리도 엄청 당혹스러웠다. 연석회의에서 ‘연애’라는 주제가 결정되고, 시떼는 주제에 맞추어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도훈 : 나는 자치문화제가 정치적인 발언을 위한 기획인 줄 알았다.(웃음)

송혜민 : 물론 그럴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건, 각자 단위에서 판단할 일이다. 자치문화제의 성격자체가 연대의 목적이 더 강하다고 봐야한다.

박유미 : 사실, 연애자체도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자치문화제 안에서도 사회적이면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생각은 있다.


이도훈 : 자치문화제로 다 같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보자는 건가.

박유미 : 하나의 목소리는 아니고, 하나의 주제로 각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에 가깝다. 나는 지금 상태처럼 한 가지 주제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자치단위별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시선도 다르다고 본다.

송혜민 : 하나의 목소리를 모으자는 느낌이다. 이 문화제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체성 확립이 미흡한 상태다. 그리고 자치단위의 성격상 이미 사회적인 이슈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훈 씨는 연애라는 주제가 사회적인 이야기랑 조금 분리된다고 보는 듯한데, 연애라는 주제를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다룰 경우 장애인의 사랑과 인권이라는 이야기로 접근할 수 있다. 레즈비언 인권단체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섣부르게 판단해서 연애라는 소재만으로 사회적이냐 아니냐를 따질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도훈 : ‘사랑 속의 권력’이라는 주제는 섹시하다. 연애라는 소재 때문에 대중적인 공감도 얻었을 것 같고. 그래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송혜민 : 섹시하다니, 조금 독특하군.(웃음) 보통 시떼에서 하는 세미나는 소재만 던지고 시작하지 않는다. 최초 기획자가 어느 정도의 아웃라인을 그려오고, 그걸 들어보고 주제를 결정해서 세미나가 진행된다. 자치문화제에서 연애라는 주제가 나왔고, 시떼에서는 그 막연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주제를 뽑아내야했다. 일종의 이중 작업을 한 거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특별히 우리가 연애 속에서 권력이라 소주제를 뽑아낸 이유는, 오늘날 연애라는 걸 떠올렸을 때 섹시한 이미지로만 굳어지는데 영화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 속의 권력구조가 작동하는 것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영화들을 보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할 말 있을 줄 알았는데, 할 말이 없었다는 거.

박유미 : 진짜 할 말 없었다는 거. 열심히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영화 상영작을 결정할 때는 거수였다. 하지만 연애 안에서 권력 구조를 이야기해 보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연애라는 게 결국 개인사고, 개인별로 연애에 대해서 느끼는 것도 다르지 않나. 하나의 답을 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어떤 영화를 볼 때는 ‘왜 이런 연애 이야기를 굳이 영화로 표현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글로써도 될 이야기들을 영화로 볼 때는 영화자체의 특성을 발견하는 게 더 힘들었다. 텍스트를 읽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큰 소득은 없더라.


이도훈 : 보통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몇 편의 영화를 보는가?

송혜민 : 보통 15편 정도고, 많으면 20편정도.


이도훈 : 그 중에서 상영작을 추리는 건가

박유미 : 8-9편 정도를 상영한다.

송혜민 : 영화를 선정하는 방식도 팀별로 다르다. 세미나 주제에 맞추어서 영화를 고르는 팀이 있다면, 좀 더 자유롭게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에 따라서 틀고 싶은 영화들을 선정할 때도 있다.


이도훈 : 팀원들끼리 의견충돌이 일어나면, 결국은 다수결로 하지 않나.

송혜민 : 그럴 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웃음)

박유미 : 이기고 볼 일이다. 그럴 때는 고학번의 목소리가 크다.


이도훈 : 다른 세미나 이야기를 좀 해보자. 올해 했던 세계영화사 상영회를 보면 각 사조별로 대표작을 한 편씩 상영하더라. 누벨바그에서 <쥴 앤 짐>, 프랑스 시적리얼리즘으로 <위대한 환상>, 이탈리아 모더니즘으로 <블로우 업>, 대만 뉴웨이브로 <비정성시>를 포함하여 8편을 상영했던데, 그 목록들을 보면서 한 우물만 팠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를 들어 누벨바그 영화들만 상영하거나, 뉴 저먼 시네마 영화들만 상영하는 방식으로.

송혜민 : 우리가 들어왔을 때 세계영화사 세미나가 세계 영화사를 개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도훈 씨가 말한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기획 상영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세계영화사 세미나는 개괄적으로 영화사에 접근한다. 보통 상영회를 할 대 배제되는 영화들이 발생한다. 사실, 우리가 모르는 영화들이 너무 많지 않나. 이점을 고려해본다면 개괄적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우리중에 누군가가 누벨바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획 상영회로 제안한다면 하나의 세미나 주제가 되고 상영할 수 있을 거다.


이도훈 : 세미나를 하면 스터디를 하고, 그러면 그 결과물을 공개할 생각은 없나. 예를 들어서 공개 세미나를 여는 것은 어떨까?

송혜민 : 그런데, 관객조차 많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을 더 크게 벌일 필요가 있을까.

박유미 : 만약 관객의 요청이 들어온다면 하겠지만.

송혜민 : 굳이 요청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시떼에 관객들이 많이 오고, 시떼라는 공간자체가 관객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면 새로운 방법이나 시떼의 활성화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시떼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이도훈 : 민감한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평소 관객은 어느 정도로 오는가.

박유미 : 한 주 평균 30~40명. 하루에 두 번 상영을 해서 일주일에 총 8번의 상영이 있다.


이도훈 : 관객 수가 적을 때는 기분이 착잡하겠다.

송혜민 : 지금은 어느 정도 초월한 것 같다.

박유미 : 나는 중립적인가?


이도훈 : 상영회를 하면서 희열을 느낄 때가 있는지 궁금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 명의 관객 때문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2004년 한양대 영화 동아리 회장을 할 때,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프랑수와 오종 특별전을 동시에 했다. 두 개 강의실을 잡아서 매일 상영회를 했는데, 한 관객이 매일같이 와서는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보는 거다. 그 분 때문에 상영회의 맛을 알았다.

송혜민 : 그 말에 공감을 하지만 나는 도리어 안타깝다. 상영회를 자주 찾아주는 관객에게는 고맙다. 하지만 그처럼 한 두 명의 관객을 위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여건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오는 사람만 오는 상황에서 상영회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게 가능한 일인가. 왜 이렇게 올 사람만 오는 걸까.

박유미 : 사실 시떼가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은 탓도 있다.

송혜민 :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미 시떼의 상영 목록은 지극히 대중적이다. 어쩔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인가.


이도훈 : 상영목록이 약간 대중적이라는 말을 했는데.

박유미 : 작년 11월경에 <원스>를 틀었을 때 대박이 났었다. 음악 하는 친구들 불러서 ‘음악과 함께 하는 밤’이라는 타이틀로 <원스>를 같이 상영했다. 관객은 60명 정도 왔다. 물론 우리가 시떼의 활성화를 위해서 일부러 대중적인 영화를 고른 것은 아니었다.

송혜민 : 우리 머릿속에 있는 영화목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웃음) 세미나를 준비할 때 고민을 특히 많이 한다. 고전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해야한다면 내가 보지 못했던 영화를 발견해서 관객에게 소개할 것인지, 관객들도 익히 알고 있는 대중적인 영화를 상영할 것인지가 늘 고민이다. 상영회에 찾아오지 않는 관객을 탓할 수는 없다. 시떼 내부에서도 늘 고민을 한다. 나는 영화라는 게 유희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뭐 대단한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다가, 나는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사람인 동시에 대중적인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다. 내 스스로 어떤 영화가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할 능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에게 대뜸, “왜 영화 안 보세요?”라고 묻고 성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 같다. 지금은 영화를 보여주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반성이 필요한 것 같다. 시떼를 하면서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에 대해서 많이 고민한다. 상영회를 하고, 세미나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얻고 잃는가, 내 자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은 지금 내게 너무 벅차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스스로 뭔가 정립되지 않은 사춘기적인 상태인 것 같다.

박유미 : 영화는 혼자 껴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들면 세상에 내놓게 되는 거고, 세상에 나온 영화는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자는 거다. 그래서 나는 예술영화든 상업영화든 대중적이든 아니든 관객과의 소통을 원하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다른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기 마련이다. 소통이 잘되고 안되고, 매끄럽고 거칠지의 여부는 차후의 문제다. 관객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세미나에서도 영화를 선정할 때 개개인의 주관이 개입하게 된다. 사실 별거 있나 그냥 고민할 것 없이 좋은 영화 트는 거다.


이도훈 : 시떼가 영화와 관개사이의 매개자로서 기능했으면 한다. 여기서 잠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 특별히 고전 영화중에서 좋아하는 작품이나 사조, 감독이 있는가.

송혜민 : 나는 뉴 저먼 시네마?

박유미 : 나같은 경우는 대만 뉴웨이브라고 말해야겠다. 내가 리플렛을 썼으니까. (웃음) 사실 이렇게 말하면 교양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대만 뉴웨이브 영화가 느리고, 따분하지 않나. 그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딱히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말초신경을 자극할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들이 아니다. 그래도 지겹게 봤음에도, 어? 잘하네, 이거! 하는 게 있더라. 그럴 때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송혜민 : 세계 영화사나 감독전을 준비하면 늘 느끼는 것이 있다. 영화들이 재미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음에도 그 영화들을 보면 거장다운 면모를 느낄 수가 있다. 포스가 작렬하는 거지.


이도훈 :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들을 좋아하나

송혜민: 나도 내가 리플렛을 쓴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를 말해야겠다. 그리고 트뤼포의 영화는 전부 재미있는 것 같다. 특히 <아메리카의 밤>을 좋아한다. 단어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고전적인 낭만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서 트뤼포나 에릭 로메르의 영화, 그리고 빌리 와일더의 영화들 말이다.

박유미 : 트뤼포는 약간 산만하지만, 그래도 매력적이다. 나는 고전은 아닌데 짐 자무쉬의 영화를 좋아한다. 깔깔깔 웃기진 않지만, 그의 영화에는 사람을 묘하게 즐겁게 만드는 위트들이 있어서 좋다. 대만 뉴웨이브에서는 허우샤오시엔의 <비정성시>를 좋아한다. 감독의 확고한 자기세계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건 취향의 문제인데, 나는 한국영화들 중 역사를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조금 꺼린다. 최근에 나온 영화중에 <화려한 휴가>가 같은 영화들. <화려한 휴가>와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은 역사를 강요한다. 그런 비강제적인 강요가 있는 영화들이 싫다. 관객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고, 관객에게 역사적 사명감이 부족하지 않은지 채근하는 것 태도가 있다. 그런 영화들을 보고 나면 반성하라는 메시지를 받는 것 같다. 반대로 대만 뉴웨이브 영화들은 역사를 보여줄 뿐이지 평가를 내리고,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지켜보는데, 그런 태도를 볼 때마다 이들은 진짜 역사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송혜민 :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에는 독립영화가 심하게 가벼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판타스틱 자살 대소동>처럼.


이도훈 : 현대 영화들은 어떤 걸 좋아하나. 최근 영화 블로거들의 글을 읽다가 든 생각인데, 주로 여성들이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같은 말랑말랑한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

송혜민 : <수면의 과학>이나 <원스>같은 영화들이 한 때 붐을 이루었던 것 같다.

박유미 : 미셸 공드리의 작품이 사회현상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수면의 과학>은 ‘나 홀로 족’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쿨 한척 할 수 있는 영화다. 또, 세상일이나 개인의 문제를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영화다. <수면의 과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실례지만, 영화가 사회적인 현상과 잘 맞아떨어져서 붐이 일었던 것 같다.


이도훈 : 최근 관심가지고 있는 영화가 있다면?

송혜민 : 먼저 듣고 싶다.


이도훈 : 최근에는 헐리우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아이언 맨>이나 <스피드 레이서>는 오락적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약간의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영화라면, 한국독립영화가 있다.

송혜민 : 독립영화 중에서는 어떤 감독을 좋아하나.


이도훈 : 질문의 방향이 바뀐 거 아닌가?(웃음) 윤성호, 양해훈 감독을 좋아한다. 두 사람은 계급을 말하는 대신, 세대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전주국제 영화제 폐막작 <시선 1318>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언어를 구사하려고 하는 순간 영화가 망한다는 거. 방은진과 이현승의 영화는 최악이었던 것 같다. 방은진은 ‘뽀뽀뽀’나 ‘하나 둘 셋’ 같은 어린이프로에 적합한 수준의 영화, 이현승은 그냥 영화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두 어른이 자신의 시선으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한 것 같다. 두 영화가 정말 10대들의 생각을 고려했는지 의문스럽다. 반면 윤성호 감독의 <청소년드라마의 이해와 실제>는 30명의 청소년을 인터뷰해서 대사를 썼다는 것부터가 맘에 들었다. 최근 독립영화의 성장영화라고 하는 틀의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타자화 된 시선으로 10대 20대를 이해하려고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너무 많다. <나의 노래는>의 안슬기 감독도 선생님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지그시 바라보는데, 그 걱정하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0대 나 20대 때는 자기가 주인공이고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10대나 20내는 자기 판단으로 자신들은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한다. 요즘 성장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바라보는 ‘아이’로만 그리고 있어서 조금 아쉽다. 반면 <도다리>라는 영화는 26살의 고민을 풀어내고 그들이 쓰는 언어를 잘 살렸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최근에는 노영석 감독이나 정병길 감독의 영화처럼 희극적인 요소가 있는 독립영화도 좋더라.

송혜민 : 물론 말씀하신 그런 요소들이 독립영화에 많다. 하지만 확장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독립영화가 너무 폐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를 말한다고 했는데, 관객이 감독이 세대를 말한다는 걸 간파하고, 독립영화가 그 세대를 말할 수 있는 걸 뛰어넘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이도훈 : 대부분의 감독은 자신이 잘 아는 이야기,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트뤼포나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봐도 그들의 관심이 연애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다르의 영화를 봐도 그의 관심사가 영화 속에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고다르는 관심사가 너무 복잡하고, 또 깊어서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프지(웃음) 최근 만들어지는 독립영화 대부분이 성장영화인데, 그건 20대 감독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감독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 감독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영화로 옮겨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창작자 중심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 아닐까.

박유미 :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주변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송혜민 :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주제의 영화들이 일색인 독립영화 시장 내에서 한 편의 영화가 얼마나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건 내가 관객의 입장에서 말하는 거다. 나는 관객 그 이상도 아니다. 아주 훌륭하고 재미있게 본 영화가 나온다고 해도 잘 만들었네, 이거지.


이도훈 : 기대심리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후회하지 않아>를 보고 좋으면 다른 사람도 많이 보길 기대해 보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다른 사람도 같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 같은 거.

송혜민 : 같은 주제로 비슷한 영화들이 많으면 영화 한편을 보기 전에도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두 편의 영화가 있다고 치자. 두 영화가 조금 더 잘 만들고, 조금 더 못 만든 차이가 있을 뿐이라면, 이 상황에서 관객이 독립영화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래서 조금 전에 지속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거다.


이도훈 : 나는 독립영화를 지역성의 문제로 풀어보려고 한다. 이를테면 지아장커가 중국에서 산샤 댐을 찍은 것은 지아장커를 둘러싼 환경이 끼친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핏차풍 위라세타쿤의 영화나 가와세 나오미, 차이밍량의 영화도 그 감독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찍힌 영화며, 그 영화들에는 감독이 생각하는 현실의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동시에 지역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이처럼 한 편의 영화는 지역성과 현재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남한사회를 고민하는 영화, 우리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영화가 기대해 볼 수 있는 곳이 독립영화라는 곳이다. 아니, 지금 우리 이야기가 왜 독립영화로 빠졌을까?

박유미 : 결국은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건가? 이야기 잘 들었다.(웃음)



이도훈 : ECC(Ewha Campus Complex:이화캠퍼스 복합단지)에 영화관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CC에 스타벅스가 들어서서 한동안 진통을 겪었는데, 최근 영화인들의 관심은 이화여대 내 씨네큐브 분점이 들어선다는 거다. 씨네큐브 분점이 이화여대내로 들어온다면 시떼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송혜민 : 아직 영화관이 들어오지 않아서 말하기 힘들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별 상관없다. 두 영화관 자체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본다. 씨네큐브가 아무리 예술영화관, 예술영화를 배급하는 곳이라고 해도 극장은 극장이다. 씨네큐브 때문에 시떼의 정체성인 자치단위의 의미가 더 부각될지도 모른다. 물론 관객이 전혀 안 올수도 있다. 그 문제는 나중에 대처해야할 일이다. 시떼는 모든 부분에서 씨네큐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떼의 관객들이 예술영화가 보고 싶어서, 예술영화가 볼 곳이 없어서 시떼로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종로만 나가도 예술영화관은 많지 않은가.

박유미 : 결과적으로 자치단위의 특성이 더 부각될 것 같다. 극장은 영리단체고,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시떼와 같은 자치단위에는 이화인을 위한 정신이 기본바탕으로 깔려 있다.




 

이도훈 : 외국의 사례를 보면 대학 안에 극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 내 극장들은 운영 목적이 영리추구와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시네마테크를 운영하고, 학교가 이를 지원하는 식이라고 들었다. 학내 시네마테크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된다고 한다. CGV같은 멀티플렉스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학교에 상업영화관이 들어오는 것은 스타벅스가 학교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송혜민 : ECC 내부의 상업화를 반대하는 움직임에 동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떼의 공간이 침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부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씨네큐브가 제공해주는 영화를 동시간대에 시떼에서 제공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우스개 소리지만 씨네큐브 들어오면 관객은 시떼 운영진과 시떼 관객들이 아닐까.(웃음)


이도훈 : 시간이 많이 지나서, 슬슬 정리를 해볼까 한다. 두 분 모두 시떼에서 만은 시간을 보냈는데, 각자에게 시떼는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았는지 궁금하다

송혜민 : 영화를 떠나서, 시떼는 대학생활에서 얻은 내 모든 감정 형성에 80%정도 영향을 준 곳이다. 물론 모든 감정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아주 작은 감정에서부터 큰 감정에 이르기까지 내 감정의 과잉상태를 자주 야기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도훈 : 애증의 관계라는 말인가?

송혜민 : 그렇다. 증이 많은 애증이다. 시떼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영화에 대한 애증도 엄청 증폭이 되었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애증은 말한 것도 없다. 특이한 건, 시떼는 사람을 폐쇄시키지만 결속력과 유대가 강해서 사회생활에서나 경험할 많은 것들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박유민 : 시떼는 폐쇄적면이 있다. 이곳에는 우리가 원하는 결속력보다 시떼가 요구하는 결속력이 더 강하다. 그래서 시떼에서 생활하다보면 남는 건 사람이다.


이도훈 : 이제 곧 임기가 끝날 텐데,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송혜민 : 우리 두 사람의 임기는 이번학기 까지다. 심지어 다음 주에 관장 선거를 한다. 앞으로도 시떼가 잘 살았으면 한다. 내가 시떼에서 얻고 잃은 만큼, 후배들도 시떼에서 많이 잃고 얻어갔으면 한다. 후배들이 나보다 조금 잃으면 억울할 것 같다.(웃음) 잃는 것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았으면 한다.

박유미 : 시떼는 무언가를 잃을 때 잃고부터가 시작이다. 당하는 게 있어야 얻는 것도 있을 거다.(웃음)





 

진행: 이도훈
참석: 송혜민, 박유미
정리: 강민영, 이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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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대졸업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01학번인데, 이 글 읽으니 학교 다니던 때가 생각나네요. 저 다닐 때에는 1천원인가 2천원 내고 봤었는데. 어린신부도 보고, 아이다호도 보고... 관객이 많은 편이 시떼입장으로선 좋겠지만, 관객이었던 저로서는 극장 내에 사람이 적어서 참 좋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발전이 있는 시떼가 되길 바랍니다. 블로그쥔장님께는 인터뷰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2008.05.27 16:21
  2. 저도 졸업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97학번이에요. 학교 시절 혼자서 시네마떼끄에서 영화를 봤었죠. 그때도 사람 참 없었는데 지금도 그렇겠죠?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도- 끝까지 남아주세요. 화이팅.

    2008.05.28 01:06
  3. Favicon of http://www.codistory.net BlogIcon 사춘기 소년  수정/삭제  댓글쓰기

    훗. 언제나 좋은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대 시네마떼끄엔 지인들이 있어서 감회가 새롭네요. 예전엔 정말 영화를 구할 수 있는 통로가 떼끄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그런 메리트가 사라졌지요. 시네마클럽에서 p2p 영화클럽로 이양 됐다고 할까요.. 추억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사실 아쉽기도 하지만, 또 전혀 나쁘게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2008.05.28 01:26 신고
  4. 저두 졸업생이에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네마떼끄에서 인도영화 상영해주고 그랬던 거 기억나네요.
    거기서 영화 한번인가 봤던 기억이 나요.
    전 99학번인데 학교가 참 많이 변했더라구요.
    그냥 반가워서 함 놀러와봤어요.^^

    2008.05.28 04:33
  5. 음..역시...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위 분들 말씀 들어보면 항상 한산한 씨떼였던것 같은데....
    관객이 200-300이었다는 전 선배의 말은, 역시 기억의 재구성인듯 ;;^^

    2008.07.25 09:31
  6. 前 운영위원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객이 2-3백 들었다는 얘기는 적어도, 90년대 중후반 시절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매번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요..)

    2009.11.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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