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인디포럼 작가회의 월례비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6.09 [인디포럼 월례비행] 보아라! 이것이 우리의 세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산을 통해 읽어 본 한국사회의 자기 모순


‘파산’과 ‘기술’ 이 두 단어의 오묘한 조합은 꽤나 역설적이다. 파산의 ‘고통’ 혹은 성공의 ‘기술’ 쯤이 어울릴 법한 어구(語句)가 짝을 이루게 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산은 말 그대로 더 이상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음을 뜻하며, 기술은 무엇을 만들어 내거나 성취하는 방법이라고 뜻풀이 한다. 따라서 파산은 실패의 낙인이며, 기술은 성공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두 단어가 마주 붙어 이 영화의 제목을 이룰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성공뿐 아니라, 파산에도 엄연히 기술은 필요하다.

지금 우리 현실을 둘러보자. 채무 지급 능력이 없는 파산 상태에 이른 이들이 얼마나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도 갚아야 할 돈의 끝도 없다. 결국 집안에 압류 딱지라도 붙게 되는 날이면,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는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뿐이랴, 어떻게든 막아볼 생각에 사채 빚이라도 끌어 쓰는 날이면, 엄청난 대출 이자의 늪에 빠져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젊은 여성은 유흥업소에 팔려가게 될지도 모르고, 남성은 극심한 폭력에 시달리거나 결국 장기 적출까지 당하는 끔찍한 사태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사람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파산이라는 하나의 경제적 실패는 한국 사회에서 처참한 한 인간의 인생 실패로 이어진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실패의 과정을 겪는가의 문제도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 사실 이 영화가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니까 한국 사회의 진정한 문제는 보통 서민들을 모조리 파산시켜 버리는 이 취약한 구조에 있다. <파산의 기술>이라는 제목보다 <파산의 구조>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변성찬 평론가의 지적은 그래서 매우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IMF 경제 위기에 봉착한 당시 대한민국은 상당량의 구조 조정으로 인하여, 기업 자본은 상당히 위축되고 내수 경기는 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를 해결할 타개책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가계 대출 장려’(대출 이자를 낮추는 방법)와 ‘신용 카드 발급 확대 정책’이였다. 얼어붙은 기업 자금과 위험성이 큰 기업 대출보다는 회수가 손쉬운 개인 대출을 통하여, 시장에 자본을 풀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는 곧 대대적인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였고, 금융 기업의 배를 불리게 하면서 동시에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서민가정경제를 타판의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과 비정규직의 확대를 통하여, 또 한미 FTA라는 신자유주의식 경제정책을 가속하면서 한국 사회의 빈부 격차는 점차 확대되었고, 결국 극심한 양극화를 낳았다는 것이 진보정당 쪽에서 바라보는 소위 자유 민주 정권의 지난 10년간의 행적이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정말 무서워진다. 한국 사회는 대부분의 서민들을 파산하게 만드는 이상한 구조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 경제적인 실패를 철저한 인생의 실패로 직결시킨다. (돈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그 인생이 실패했다고 예단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산’은 일종의 사형선고인 셈이다. 혹자는 그래서 이를 ‘사회적 타살’이라고 표현했다. 아주 촘촘하게 짜인 자본의 구조 속에서 자칫 발을 잘못 디뎌 조금 이탈이라도 하게 되면, 이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게 현재 우리 사회이다. 이 사회의 문제점은 이 두 가지 잔인한 구조가 맞물리면서 아주 처참한 결과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아주 뚜렷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영화에 첨부된 인터뷰 곳곳에서 아주 잘 보인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동안 겪어온 수 없이 많은 고통을 토로하면서도, (만성화된 고통 때문인지) 현재 지금 이 상태에 만족한다는 인터뷰어 전원의 이야기와 파산 때문에 결국 아이들을 돌보지도 못하고, 노래방 도우미를 나가야 하는 어느 유부녀의 고백도 결국에는 끝끝내 어떻게든 카드빚을 갚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첨부하며 보는 이를 다소 씁쓸하게 만든다. 요는 이렇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의 문제이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친 들 이 끔찍한 거대 구조에서 살아남기는 희박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그 돈을 꼬박고박 가져다 받히는 일 뿐이다. 결국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정치의 과제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아직 민주주의 국가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 모두가 빈부의 격차와 상관없이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소중한 한 표씩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영화가 아무리 뛰어난 선전성을 가지고 있다 한 들, 지금 저들을 감화시킬 리 만무하다. 이 영화는 지금 이를 보고 있는 우리를 설득시키기 위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동적인 성격 없이, 보는 이의 가슴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은 따뜻하지 않은 차갑고 날카로운 비수에 가깝다.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큼, 지금 영화 속에서 보여 주는 현실은 무겁고 암담하다. 그럼으로써 영화가 우리에게 주지시키는 것은 이제 현실로 나가서 직접 행동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난 이 영화를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읽히고 소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지점은 영화의 미학적인 성취가 아닌, 관객에 대한 일종의 호소와 다름없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송희일 : 진행을 맡은 이송희일 입니다. 반갑습니다. 저희 월례비행은 올해부터 시작 했고요. 5월 월례비행이 네 번째입니다. 공지엔 없던 사항인데 저희가 월례비행 때 매번 관련된 단체들을 초청해서 함께 그 영화를 보고, 영화가 함의하고 있는 문제들을 같이 고민하고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5월 월례비행 <파산의 기술>에서는 아무래도 주제가 파산이다 보니, 민생연대란 단체를 모셨습니다. 민생연대와 진보신당 분들을 초청해서 함께 이 자리에 계시고요. 공지에 나와 있지 않았지만 민생연대 대표를 맡고 계신 이선근 대표님을 즉석에서 섭외해서 함께 앉게 됐습니다. 돌아 가면서 각자 소개를 하겠습니다.

이강현 : 영화 만든 이강현이라고 합니다.

이선근 :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이선근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변성찬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영화 평론가 변성찬 입니다.



이송희일 : 아까 영화 끝나고 잠깐 이선근 대표님께 "영화 재밌으셨어요?" 물었는데, 워낭소리 같은 거 기대하고 오셨나 봐요. "상당히 실험적인 다큐군요" 라고 답변을 해주셨는데(웃음). 감독님 이 영화가 2년 전 영화죠? 그 이야기의 의도와, 영화를 통해 어떤 걸 담고 싶었는지 말씀 들어보고, 변성찬 평론가님과 이선근 대표님의 소회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강현 : 2006년도 말에 완성 된 영화고요. 처음 기획했던건 2003년도였어요. 제 기억에 파산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2002년도 경 부터였던 거 같은데요. 뉴스 같은 데서 본격적으로 기사화 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파산이었던 부분이 있었던 거 같고요. 그런 사안을 접하면서 영화를 만들려고 했을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두 가지 였어요. 첫째는 파산이라는 소재도 소재지만, 항상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잖아요. 위기가 항상 있는데 그 위기가 출발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항상 누구의 핏 값으로 극복되는가 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위기의 양태나 이런 건 조금씩 달라져 왔던 거 같은데, 그게 2000년도 이후에 기타 등등 여러 이유로 개별인들이 책임을 져야 했죠. 이전에는 그런 얘기 들었던 거 같아요. 7,80년대에는 사회복지가 거의 없었는데 유일하게 복지 역할을 했던 것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율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변화의 양상을 달리했던 거 같습니다.


두 번째는, 당시에 자유주의 정권이라 불리는 세력이 두 번째 집권기를 맞이하는 시절이었는데 당시의 분위기라는 게 그것이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사람들한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주류적인 시대정신. 물론 거기에 대한 많은 다른 이야기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특히 노무현 당선이라는 것을 계기로 해서 사회적으로 형성됐던 분위기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저는 좀 낯설고 이상했던 면이 있었던 거 같아요. 어떤 가치를 어떤 세력이 자기의 것으로 참칭하는 거죠. 자기의 것으로 참칭하는데 그것이 구체적인 사람들의 첫 번 째 이유(위기의 이유)는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게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송희일 : 시작하기 전에 만났을 때 감독님이 자기는 얘기를 너무 못하니까, 가끔 백지 상태가 돼서 중간 중간 멍해 있으면 개입해달라고 하셨어요. 근데 청산유수로 말씀을 잘하시는 거 같아요(웃음). 다음에 변성찬 평론가님은 어떻게 영화를 보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변성찬 : 예, 사실 전에 한 번 봤었는데요. 오늘 유난히 100% 공감하면서 영화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사정이 있어서 저녁을 못 먹고 영화를 봤는데, 공복 속에 보니까 영화를 더 공감할 수 있었던 점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웃음). 영화 자체에 대한 소감을 얘기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가족사에 파산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 점에서도 착잡 했고요.


영화의 제목이 <파산의 기술>이었는데 사실 다들 그렇게 느끼셨을 꺼라는 생각이 드는데, 단순한 기술(記述), 즉 디스크립션(description), 스케치(sketch)라기 보다는 저는 오히려 파산의 구조(structure)가 더 걸 맞는 제목이 아닐까 싶을 만큼, 파산이라는 작은 소재라기보다는 그것이 발생하게 된 그 사회적이거나 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영화적 태도나 접근방식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고요. 부분적으로는 지속적인 대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와 이미지가 서로 잘 융합되지 않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충돌 되는 화법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개인의 파산을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보려고 하는 집요한 그 질문 또는 응시의 태도들이 이런 영화를 낳았던 거 같고요. 그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송희일 : 변성찬 평론가도 파산의 경험을 겪으셨지만 저 같은 경우도 '저한테 왜 이 영화의 진행을 맡기셨을까' 생각해봤는데, 제가 '신용불량 2번 걸려서 15년 동안 너무 힘든 삶을 살았는데, 그 때문이지 않을까'(웃음). 파산의 구조라고 말씀하셨으니, 이 대담도 구조적으로 접근하자 해서 이선근 대표님을 초청했는데, 영화 보신 후 든 생각들을 말씀해 주세요.

이선근 : 우리나라에서 이제 몇 년 전부터 한해 파산신청자가 12만 명을 육박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살자도 세계 1위라는 것은 몇 년째 굳어있는 상황이고, 그게 개선될 여지는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죠.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동안 60년 동안 참 열심히 일 해왔고, 이제 조금 허리를 펴고 살만한 시점이었던 97년에 IMF가 왔는데, 그 IMF를 계기로 해서 우리나라에 승냥이보다 더 무서운 세력들이 우리나라를 장악했습니다. 탐욕의 이름으로 많이 불리고 있는데, 고리대라는 것이 우리 사회를 덮쳤고. 또 한편으로는 노동의 유연화라든가 이런 게 들어오면서 이 나라가 사회적 동란(動亂)이 지금 거의 10년째 전개되고 있는 겁니다. 수 십 년의 경제개발 도중에, 화면에서 중간 중간 도중에 나오는 경제개발 속에서 나타나는 소외된 계층들의 이야기도 나오긴 합니다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발전 속에서 운이 나빴다는 것이 97년 미국에서 20년 동안 형성된 탐욕의 무더기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영화에서는 월드이코노믹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상징적으로 보여줬는데, 특히 머리가 맨들맨들하게 반짝이는 두 사람을 집중하시면서 그들의 탐욕이 저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대머리와 같은 모습을 잘 보여주신 거 같아요(웃음). 저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독재를 통해 민주화로 넘어온 도중에 형성된 민주화 세력이라는 것이 도대체 국민들이 이젠 좀 즐기고자 하는 것에 어떻게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하는가를 영화에서 분명히 봤습니다. 그 기록에서 그걸 기술이라는 담담한 것을 보여주신건데, 말하자면 국민들이 일자리 없고, 돈 없고, 배고프다고 얘기할 때, 새로이 등장하는 문민정부들이 가졌던 철학이라는 게, 민생에 대한 관념이라는 것이 너무나 추상적이죠. 그럴 때 무엇을 줬는가 하면 마리앙투아네트가 '배고프면 과자먹지' 하듯이 신용카드를 던지고 사채를 던져준 이런 상황이 더욱더 이 나라를 동란의 상태로 넣었는데, 거기에 관여했던 경제 관료들의 모습은 안 보여줬던 것이 아쉬웠던 거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고리대는 이 나라에서 융성하고 있고, 신용카드도 여전히 돌려막기 하시면서 추체험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웃음).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고, 아직도 많은 정치가들은 파산을 둘러싼 민생문제가 정치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는 데 대해 아직도 동의하지 않고, 그분들(파산자들)을 돈 떼어 먹는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강고하게 남아있습니다. 이강현 감독님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정치권, 금융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항의의 의사를 보여주시는 것이고,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어려운 화면을 많이 모으셨고, 증언하는 분들이 자기의 바닥까지 내려간 삶을 보여주게 설득하신 부분들은 이강현 감독님이 너무 열심히 하셨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고 그렇게 봤습니다.




 

이송희일 : 작품의 도움을 주셨다고, 많은 칭찬을 해주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프리뷰를 엊그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에 봤는데. 엔딩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386콘서트가 한 축에서 열리고 있고, 담요로 싸서 돌아가신 분이 화면에 보였잖아요. 자막이나 설명이 없어서 감독님께 물어봤더니 김주익 열사(당시 한진중공업에서 129일간 고공 크레인 농성을 하다가 03년 10월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음)라고 하시더라고요. 고 말씀 좀 여쭤보려고요. 그게 교차가 되는 장면에 우리가 이렇게 '민주화, 민주화' 해서 한 쪽에서는 386을 외치고, 한 쪽에서는 죽어서 울고 있는 것이 이런 장면들이 있었죠.

현재 이명박 정권에 의해 시청광장이 접수됐잖아요.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인데. 과연 '우리는 저 광장을 되찾기 위해 뭘 해야 할까' 하는 이런 고민이 굉장히 현재적으로 와 닿아서 저 필름이 2~3년 전 영화인 거 같은데 여전히 논쟁적인 어떤 걸 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 게 영화를 찍었을 때 느낌, 통시적으로 흐르고 있는 시간을 두고, 그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답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적으로 고민할 부분이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이강현 : 며칠 전에 공교로운 일이 있어서 날짜 상으로. 참 고민스럽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며칠 전에 그 일이 있었을 때만 해도 하루에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던 거 같아요. 뭐냐면 특별히 용건 있는 전화도 아니고, 평소에 자주 전화하는 사람들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그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 때 열심히 데모질 하던 사람들이었는데. 뭔가 말할 수 없었던 감정을 토로를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누군가와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고. 현재도 열심히 나름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근데 왜 주변사람들과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얘기를 못하고 저한테 했는가가 궁금했어요. 제가 제일 만만한 날라리 같아서 그랬을 거 같기도 해요. 무슨 얘길 해도 부담이 없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셨지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원래 영화를 만들 때 상황이라는 것이 이렇게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 며칠 전 사건과 현재 정권의 조건에서 이게 또 한 번 더 굴절이 되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이 누구도 쉽게 나오지 않는 상황인 거 같아요. 사실 오늘 오면서도 이 질문 나올까봐 고민이 됐어요. 제가 드릴 말씀이 없고, 저도 잘 모르겠고.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전염되는, 슬픔이 전염되듯이, 이런 상황은 나름의 맥락이 있는 거겠죠.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치인 노무현이 갖고 있는, 이전의 다른 정치인의 경우에 사실 사람의 종이라고 보이지 않잖아요(웃음). 그나마 사람의 종으로 보였던 유일한 정치인이었던 것이 정서적으로 사람에게 주는 효과가 컸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계속해서 제 의도는 과도하게 일반화를 시키고, 과도하게 무리하게 어떤 일반화를 시켜가는 과정인 거 같아요. 파산이라는 소재에서 계속 벗어나려고 했던 거 같고.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들이 그 사이에서 착시나 서로 유폐된 효과들이 현재는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런 의도였는데, 제가 그 전에 영화를 만들어 본 게 아니라 이게 첫 번째로 만든거라서 충분히 잘 되진 않았지만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안됐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송희일 : 열려진 얘긴 거 같아요. 오늘 아침에 제 홈페이지에 다큐를 만드는 어떤 분인데 두 번 정도 이 영화를 보셨대요. 근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하고 나서 이 영화가 현재적으로 질문을 받아야 하지 않냐, 는 글을 남기셔서 나랑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변성찬 평론가님도 그 엔딩 시퀀스나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현재적 상황에서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요.


변성찬 : 글쎄요, 뭘 의미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영화를 보는 게 한층 더 착잡한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영화가 함축하는 것 중 하나가 경제적 파산, 개인 파산자의 구조 증가와 386의 정치적 파산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진단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또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까 가족사의 파산의 경험도 있고, 저도 이제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거의 돌려막기 해야 하는 이런 경계에 있으면서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요. 아까 대부업에 종사하시는 과장님이 친절히 설명해 주기 이전에는 IMF 이후의 전체적 구조조정 과정에 의해서, 기업대출 보다는 개인 대출이 더 확실히 회수율도 좋고 이러면서 그랬었다는 걸 영화를 보고 처음 깨달았었는데요.


영화가 던지고 있는 그 질문, 즉 개인 파산의 구조적 증가와 386의 정치적 파산은 분명히 맞물려 있다는 진단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불호를 떠나서 참 묘하게도 이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IMF 이후 사실 영화 속에서 죽죽 거론되는 비정규직 문제라든지 이런 모든 것들이,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공리주의에 기반해 철학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었고. 그런 점에서 분명히 관련이 있었던 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이강현 : 제가 당일 날(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돈 벌러 가는 일이 있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웹서핑을 했는데요. 저는 심지어는 인터넷에 노무현 대통령을 칠레의 아옌데와 동일시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건 아까 말씀드렸듯이, 상징과 정서와 실제 내용들이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이었던 거 같아요. 참 극단적인 게 많은 사람이 그 때도 죽었었고 그랬는데, 그런 거 아느냐고 지금 물어보는 것도 지금 참 의문인 거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튼 그렇습니다(웃음).


이송희일 : 이선근 대표님도 지금 하실 말씀이 많으실 거 같아요. 어쨌든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87년 체제의 끝이면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헷갈려서 답을 좀 듣고 싶습니다.

이선근 : 저는 이강현 감독을 처음 만난게 2006년인데, 그 때 제가 모 정당에서 파산학교를 토요일마다 열어서 파산을 해야 할 분들에게 혼자서 파산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 50회 째 하고 있을 때 찾아왔어요. 그래서 이제 파산 부분에 대해서 영화를 찍는다 해서 '이게 어떻게 영화가 될 수 있는건지 난 도저히 모르겠는데'(웃음) 했죠. 하여튼 와서 서베이(survey) 하고 가시라고, 소개도 해주고 했습니다만.


오늘 그로부터 3년이 흘렀죠. 처음 영화를 보게 됐는데, 이 자리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나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하는, 투신했다는 그 뉴스를 듣고 마음이 참 찹작 했습니다. 여기서는 개인의 파산과 386의 파산까지 두 분께서(이송희일‧변성찬) 얘기를 하시니까 들어있다고 가정하고(웃음), 얘기하자면 저는 중국 고전에서 말하는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배고픔이 해결돼야 선한 본성이 드러난다)이라는 말을 정치철학에서 중심으로 갖고 가면, 바로 그 정신이 민생정책의 기본이라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근데 이제 97년도부터 제가 진보정당 움직임에 참여하면서 당시에 이자제한법이 철폐되고, 신용카드 남발되고 하면서 이건 분명히 사회적 대란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민생문제로 발전될 것이다 해서 그 부분을 추적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이제 386세대라는 사람들의 정치적 실천이 10년 동안 있었던 것이 좋은 선의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회를 극보수화 시켜 나가면서 정치세력의 중심적인 인물이었던 분의 서거로 갈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 바로 이 문제에서 있다고 보는 겁니다. 항산을 지켜줄 수 없는 정치세력은 아무리 '참여하자', '함께하자'고 해도 싸늘한 냉소로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과거의 세력을 더욱 더 부추겨서 확대해나가는, 그 10년의 과정을 가져왔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의 끝부분을 설명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송희일 : 횡설수설했던 모든 내용들을 엑기스를 확 뽑아주신 것 같네요. 지금까지 두 가지 정도 총론을 얘기했다면 영화 각론으로 들어가서 디테일하게 얘기해보겠습니다.

변성찬 : 제가 진짜 궁금한 거 두 가지만 여쭤 볼께요. 한 가지는 감독님께 분명히 드리는 질문인데, 한 가지는 이선근 선생님이 답변을 더 잘해주실 거 같기도 해요. 질문하기 전에 파산학교 말씀하시니까, 저는 처음에 이 영화 <파산의 기술>이라고 들었을 때 기술(description)을 테크닉(technique)으로 생각해서, '모양새 있게 파산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나' 그런 영화로 잠시 착각했었습니다(웃음).


일단 그 영화에서 인터뷰 묶음이 세 번 나오잖아요. 계약직 노동자와, 대출업에 종사하는 과장님과, 그다음에 진짜 이 영화의 주인공인, 파산 지경에 있는 아주머니 세 분 인터뷰가 있는데. 나머지들은 이런저런 이질적 자료들이고. 근데 세 묶음의 인터뷰할 때, 화면구도나 설계가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특별히 그렇게 했던 이유가 있었는지. 특히 첫 번째 부분 계속 모니터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방식으로 카메라를 잡는데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고요.


또 한 가지는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게 마지막 부분에 아이에게 병원도 못 데리고 갈 지경이면서 "끝까지 신용카드 빚을 갚겠다"고 결연히 말하는 아주머니의 태도, 이게 뭘까 궁금했어요. 이건 제 가족사 경험이기도 한데 아버님이 조그만 사업을 하시는데 늘 그렇죠. 받을 돈도 있고 줄 돈도 있는데, 받을 돈이 안 나오니까 줄 돈을 못 갚고... 이런 와중에 아버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셨어요. 후에 어머님이 형제를 모아놓고 상속포기신청을 빨리해라, 그래서 어머님 코치대로 빨리 했어요. 흔히 하는 말로 빚잔치가 근데 다 정리되고 어머님이 마지막으로 하시는 말씀이 "그래도 얼마 안남은 은행 빚은 네가 꼭 갚아다오"라고 하셨거든요(웃음). 영화에서도 공식적인 신용카드 회사 같은 거 같은데, 다른 무엇보다 꼭 갚아야 한다고 하는 무한책임의 의식, 이것의 정체가 뭔가. 그 때는 어머니 말씀을 들어서 꼬박꼬박 갚긴 했지만, 굉장히 궁금해지거든요. 그 매커니즘 같은 것들이.



이강현 : 아까 잠깐 밖에서 말씀 하셨던 게 TV 모니터 화면, 인터뷰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그렇게 한 것이 어떻게 그렇게 된거냐, 고 하셨는데. TV는 보는거 잖아요. TV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데. 이건 지배적인 가치관을 내장하고 있는거고. 당시에 386이나 그런 개혁세력이 시대정신이라는 게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고요.


인터뷰 경우에는 참고로 말씀드리면, 구체적인 파산자들이 얼굴에 전체가 안 나오고 일부만 나왔던 것은 그분들의 신원을 위해서는 아니었어요. 그분들은 얼굴 공개해도 된다고 승낙했었는데, 근데 제가 못 그랬고. 당시의 저 같은 경우는 차마 그렇게 찍을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대부업 과장 인터뷰 경우에는 그 사람의 역할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이 영화에서 흔치 않게) 설명해주는 역할이거든요. 지식을 제공해주는 역할인거죠. 그렇게 됐을 때 일반적인 전문가, 이 영화에서는 전문가 인터뷰라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안보이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고요.


이거랑 비슷하기도 하고 다른 맥락이기도 한데 앞부분 인터뷰의 경우에 왜 그렇게 배치를 했냐면, 저는 사실 다큐를 만든다고 하고 있는데, 다큐에서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인터뷰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축이고 핵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저한테는 이상하게도 다큐를 만든다고 하는 사람인데 인터뷰가 저한텐 낯설고, 인터뷰 행위도 그렇고. 지금 와서 그렇게 생각 드는데. 당시에는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독립다큐 진영에서 대상과 친구가 되고 가까워지는, 관계 맺기 이런 부분들이 저한테는 좀 어울리지 않는 옷 같았고. 어떤 인터뷰의 부분에서는 대상의 것들을 배신하는 부분도 있었던 거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생각은 제가 나쁜 놈이어서 그런 건 아닌데, 정말 그 인터뷰 대상자들 개개인의 분들에게 파산이라는 주제가, '그 분들이 처한 상황에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되는 게 뭘까'라고 생각해봤어요. 근데 제 영화가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도움이 되는 건 옆에 계신 이선근 선생님 같은 전문가 분들이죠. 그분들의 활동을 통해서 어떻게 도움 받을 수 있는지, 상세한 설명을 받을 수 있는 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이상한 인터뷰를 어떻게 해서든지 저는 막 찍고 싶었어요. 잘 찍는 게 아니라 그냥 막 찍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한참 동안 멍해 있는 이강현 감독에게 이송희일 감독이 "바로 이런 게 백지상태 되신 건가요"라고 묻는다. 관객들 웃음)

이선근 : 왜 사람들이 카드빚을 안 갚으면 죽을 거 같이 생각하는가 하면 영화에 나와 있어요. 어떻게 나와 있냐면 죽어도 나는 카드빚 갚을꺼야, 하는데. 한쪽에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프로그램 들어가서 "한 달에 80여만 원씩 내시면 괜찮습니다" 했을 때, 답변하는 그 목소리로 봐서는 100만원도 못 벌 목소린데, 80여만 원을 갚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다시는 이런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에요. 이 사회가 그 분들에게 그걸 죄의식을 갖도록 만들어 왔다는거죠. 재소자가 인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듯이, 신용불량자도 인권이 제한받아도 상관없다는 의식을, 말하자면 우리나라 97년에 대통령 당선된 분의 인권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가지신 분 하에서 그런 의식이 국민들한테 배태가 된거죠.


그러다보니까 빚을 안 갚는 건 사적인 관곕니다. 형사적 관계가 아니죠. 고의적으로 사기를 친 게 아니면. 죄라는 의식을 안 가져야 하는데, 그분들은 죄라는 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사채업자가 덤벼들어서 욕하거나 때려도 경찰에 신고를 못해요. 카드 추심원이 집에 여자하고 애기하고만 있는데 들어와서 돈 안 갚으면 안 나간다고 협박하고, 자기가 마치 법원 직원인 양 딱지 붙이려고 하고, 옆집 사람들에게 저 사람들에게 빚 안 갚는 나쁜 사람이라고 친구하지 말라고 하고 다녀도 하등 인권침해가 아닌 시절이 지난 7,8년간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없어지기 시작한 게 2,3년밖에 안됐어요. 채무자나 신용불량자들에게는 이 나라에서 인권이 없었던거죠. 그걸 조장하는 정치 관료들이 하는 얘기가 그분들 구제해야 한다고 하면 도덕적 해이라고 하면서 "돈 떼 먹지마" 하는 얘기를 어느 정치인이고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던거죠.


 



이송희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궁금한 건, 계속 빚 얘기하면서 상담 받는 거 같은데요(웃음) 저도 근저당 까지 갈 정도로 쪼임을 받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전화를 받지 않는, 이러는 편인데요. 신문에 보면 살인을 저지르거나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유가 빚을 갚기 위해서, 라는 말들을 하기도 하잖아요. 죄의식이라고 말씀하시기에 사람을 죽이는 것 이상으로 죄의식을 이렇게 강제하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채권자들이 와도 '몰라', 이러고 버티는 뻔뻔한 편이었는데. 사람들에게 미치는 정신적 파급력이 대단히 강력한 것 같아요.

변성찬 : 마지막 쯤에 TV에 나온 장면, 워크아웃하고 가려놓고. 이런걸 보면서 현대판 고해성사 같은 느낌 있잖아요. 죄로 인정하고 고백함으로써 구원받고.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부분적인거지만, 이런 것이 앞의 (빚을 꼭 갚겠다는)아주머니에게 내면화된 죄의식으로 생각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송희일 : 참고로 오늘 오신 분들 서비스 개념으로 이선근 대표님께서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파산 직전의 신용불량이라던가 이럴 때 대응하는 방법을 간략하게 요약해주시죠(웃음)

이선근 : 제가 몇 년 전에 제 집사람의 대학후배의 동생이 음악계에도 인디가 있죠? 인디에 락을 하는 분인데, 카드 빚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쟤 때문에 집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해서 파산을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데려오라고 해서 도와줬죠. 지금은 굉장히 성공해서 벤츠타고 다닌다고 해요. 다행히 지금은 갚고 인디출신 중에는 잘나가는 그런 그룹이 돼 있는데. 그렇게 자신의 아이템이 이 사회에 확실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걸 매진하시는 것도, 상관없습니다마는(웃음).


그런데 요즘 노동의 유연화가 극도로 진행되다 보니까 벌어봐야 젊은 분들이 100만원 안짝으로 벌고 있습니다. 한 번 빚더미에 빠지기 시작하면 결국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걸 생각을 하셔야 하는데. 빚이라는 걸 생각을 할 때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잘못된 게 사회가 동란이 이뤄지고 있는데 전쟁이 터져서 총알이 날라 다니고 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총알을 쏘고 피하는 정도는 가르치는 사회가 기본 아닙니까? 근데 신용카드라는 칼날이 사람들 목을 막 치고 다니는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나도 안 가르치고 있다는 게 심각한 교육상황 문제죠. 이런 고리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에는 대학교재로 선택이 돼서 그 책을 가르치고 있죠.


가장 기본은 '나 죄지었다'는 의식을 안 가져야 한다는거죠. 먹고 살자고 낸 빚인데. 먹고 살기도 힘든데 왜 갚냐, 하는 생각을 일단은 가지셔야 하고(웃음). 그다음에는 그들이 돈 갚으라고 난리친다고 해서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갚으려고 노력해봐야 소용이 없다는거죠. 그래서 이제 그럴 때는 차분히 자기가 채무자로서 남에게 빚이 있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인권으로 어떤 게 있는가. 내가 행복할 권리도 있는 거고, 그다음에 남한테 괴롭힘을 당해서는 인격적으로 모독을 받거나 아니면 사생활 침해를 받는 건 아니라는 거. 그런 걸 분명히 하신다면 여러분 앞에서 누가 빚쟁이가 와서 갚으라고 악다구니하고 뺨때리고 이러는 건 모두 그 사람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그런 관계가 있다는 걸 생각을 하셔야 하고요.


그다음에 보통 젊은이들이 그렇게 되는 건 아버님 빚 혹은 피라미드 다단계 판매나 학자금 이런 쪽으로 이어져 오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어느 정도 본인은 갚을 수 없는 그런 게 있다면 민생연대 같은 상담창구로 쫓아 오셔야 해요. 사정이 다기하니까 일괄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다는 건 여기서 힘들 거 같고요. 채권자가 호랑이가 아닌데, 호랑이처럼 그들이 행세를 하지요. 우리나라속담에는 호랑이 등에 업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을 염두에 두시고 아무리 채권자가 악독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차분하게 그것을 정리할 수 있는 길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송희일 : 훌륭한 파산학교 강의 해주셨고요. 민생연대 전화번호 필요하신 분은 대담 끝나시고 뒤쪽에 줄 서 주시면 되겠습니다(웃음). 이제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이야기 일단락 했고요. 앉아계신 관객 분들 질문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감독님 <파산의 기술>같은 경우에는 무지화면이라든지,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자막이라든지, 이런 굉장히 실험적인 거리 띄우기 장치들이 많아서 각론 상 질문이 많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또 파산의 테크닉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은 이선근 대표님께 질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관객 1 :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 하나의 봄으로써 이렇게 많은 걸 배우기는 처음인 것 같은데요. 제가 궁금한 건 테크닉 쪽에서 영화 처음 부분에 시작할 때 연관 없는 영상들이랑, 일상적인 영상들이 많이 나오고. 소리도 일상적인데 이미지랑 맞지 않은 소리들도 많이 나오고. 가끔씩 소리가 나왔다가 한 부분에선 끊기기도 하고 고요한 그런 장면도 있었던 거 같은데. 소리와 이미지에 관해서 특별히 신경 쓰셨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강현 : 특별히 신경 쓰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정서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첫 영화다 보니까 많이 부족해서 그렇긴 한데. 정서를 만든다는 건 단지 정서의 문제만은 아닌 거 같아요. 아까 말씀해주신, 끝끝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기의 죄로 생각하고 갚으려고 하는 가'에 대해서, 그런 부분들이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강제되는 규율이나 상식 같은 것들. 노동자가 경제위기에 파업하면 안 되고 이런 부분들 있잖아요. 이런 건 굉장히 오랜 역사 속에서 항상 있어 왔던 것이고. 뿐만 아니라 파산자가 나온 티비 프로그램에 이산가족 찾기 울먹이는 장면이 들어가는 게 그런 부분들은 과도한 일반화, 과도하게 일관된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거 같아요. 그것이 동일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이제 보통 신파라고 하기도 할텐데, 왜 그게 내재돼 있는가 사람들에게. 그걸 드러내기 위해서였던 거 같아요. 그런 부분을 거듭 일반화 하다 보니까 하나의 정서를 만드는 게 필요했던 거 같습니다. 답변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송희일 : 관객분들이 다음 질문 생각하실 동안, 자막이라든지 집달리 경매 순간도 사운드만 들린다든지 관련해서 변성찬 평론가가 질문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변성찬 : 부분적인 건데 집달리라고 보통하죠. 와서 집행 할 때 거의 정확히 어떻게 잡은지 모르겠는데 무지화면은 아니고, 사운드는 들리는데 경매 들어가는 장면을 화면상으로 보여주지 않으셨잖아요. 그 이유는 뭐 였을까 궁금했어요.

이강현 : 명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일까 싶은데. 그 부분은 다른 식으로 얘기해보자면 일반적으로 논픽션 영화에서 어떤 사안을 다룰 때 보이스 오버나 관련그림들을 덮는게 있잖아요. 그것이 이 영화에 좀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구체적으로 사운드와 이미지가 관련 그림을 조합하는 사람들만의 방식인거 같은데. 바로 관련 그림을 줬을 때 창출하는 느낌이나 정서가, 그렇지 않을 때와 다른 거 같고. 저는 후자를 선택한 거 같습니다.

관객 1 : 관련된 질문인데요. 아까 질문 드렸던 거랑 관련된 거예요. 아까 그 장면에 아버지가 빚쟁이랑 통화할 때였나. 그 때 소리만 들리잖아요. 소리는 들리는 데 화면은 검은색이었어요. 그 다음 장면이 아빠 통화 소리 안 들리고 애들 소리만 들려서 그게 개인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의 소리도 우리가 그림을 보면서 들을 수 있고, 사실은 그 아빠가 무슨 전화를 하고 있는지 알수 있으니까, 보는 입장에서 애들의 천진난만한 소리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고, 정말 그 좋은 연출법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혹시 소리만 한 게 약간 무성영화처럼, 무성영화도 소리를 없애면 그림에 더 집중할 수 있듯이 그런 걸 생각하시고 그렇게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강현 : 무성영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요, 그 부분이 방금 말씀하신 전화통화 내용하고, 뒤에 아빠가 전화 거는 장면하고 실제 현실이 시공간이 분리돼 있거든요. 촬영할 때 관련돼 있지 않아요. 그런데 관련돼 있는 것처럼 보이죠. 이런 경우에 그것들을 직접 바로 그 화면에다 그 소리를 쓸 수도 있었겠죠. 그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왜 그랬는지...(웃음) 암튼 전 관련 그림, 자료 같은 걸 쓰는 게 여기선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머리가 하얘지고 있습니다(웃음).




이송희일 : 질문 하나 더 받을께요.

관객 2 : 마지막에 나래이션에 늑대가 살아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일까, 라고 했는데 이해를 못했어요.

이강현 : 늑대라는 것은 야성의 어떤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이고. 멸종위기에 있기도 하고. 그런 길들여지지 않은 느낌이죠. 그 나래이션이 들어갈 때 화면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어느 집회장에서 집회 하시는 분 등에 그런 글자가 써 있어요. '나의 목숨을 달라고 하면 너의 등에 칼을 꽂겠다.' 사실 영화 처음부터 만들 때 그래 이거야, 이 얘기를 하면 되겠어, 했어요. 파산 얘기기도 하고 계속 반복된 이 위기가 누구의 핏 값으로 극복되는가 했을 때... 결론적으로는 파산에 대해 제가 도움을 드릴 순 없고, 제가 영화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그거였던 거 같고요.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면 그건 제가 약간 변형해서 인용한 겁니다. 어느 영화에서.

관객 2 : 그리고 나래이션을 직접 쓰셨던데, 굉장히 문학적이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특별히 그렇게 이유가 있으신지.

이강현 : 사실은 후회가 많이 되는 부분인데. 손발이 오그라들어서(웃음). 그래서 원래는 상영회를 할 때 저는 안 봐요. 못 보겠어서. 근데 오늘은 너무 오랜만에 봤는데, 두 번째 작업하는 게 있어요. 옛날엔 어땠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싶어서, 그냥 참으면서 봤어요. 원래는 나래이션이 없었고요. 프리뷰 과정에서 모니터링 할 때 많은 분이 친절하지 않다고 해서 억지로 짜낸 부분인데 제가 지금 다시 작업한다면 저렇게 안했을 것 같습니다(웃음).


이송희일 :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지났고요. 하실 말씀들을 위해 뒷풀이를 준비하고 있으니 여기서 질문 마감하고요. 정리하기 전에 정리멘트 들어볼께요. 감독님께는 차기작 준비하는 성격이 어떤거구, 파산의 기술이 얻은 성취, 한계도 분명히 있을 것 같아서 그걸 아울러서 얘기해주시고요. 이선근 대표께서는 민생연대가 어떤 단체인지 잘 모르는 관객 분들이 있을텐데 소개해주시고요, 변성찬 평론가님께서는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함의를 강하게 지적해주세요. 이렇게 세 분 말씀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강현 : 두 번째 작업하고 있는데요, 기획안에 의학다큐라고 적었는데 나중에 결과물을 어떻게 봐주실 진 모르겠어요. 아픈 사람이 많이 나오고. 그렇습니다. 이것보다 훨씬 더 길고 지루할 것 같습니다(웃음). 그리고 지금 파산의 기술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처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제가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일단 완성하자는 게 더 컸던 거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곤란했던 거, 이제는 좀 더 진전된 답을 내놓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이선근 : 민생연대라고 소개를 드렸는데, 정식이름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입니다. 줄여서 민생연대라고 하고요. 97년도부터 민생문제가 진보정치의 핵심적인 사안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당 활동을 쭉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진보정당이 둘로 쪼개지면서 진보정치가 민생정치를 제대로 부여잡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민생사업은 계속 돼야 하기 때문에 나와서 정당 안에서 하던 민생사업을 그대로 시민단체 이름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까 얘기했던 영화와 관련된 얘기고요. 고리대 피해 막는 방법, 개인파산의 방법, 이런 것들을 하고. 그 다음에 상가 임대차 주택 임대차 등 서민들로서 생활 상 고통인 문제들을 법률적으로 상담하고, 법률적으로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고. 또 노동자들이 경영참가를 할 때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우리사주를 통해서 경영참가를 할 수 있는 방법, 민주적 운영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해야 하는가 그런 일하는 사람들, 현실적으로 부닥쳐 있는 고통들과 헤쳐나 갈 지점들에 대해서 상담 및 정책지원까지 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굉장히 문이 열려 있으니까 여기 영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특히 영화와 관련된 일을 겪을 가능성이 많으실 것 같은데(웃음) 오세요.

변성찬 : 영화가 가지고 있는 함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전에 참, (관객분이)말씀을 하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 카메라가 견지하는 시선은 굉장히 냉철하고 그런데, 나래이션이 목소리도 말랑말랑 한데다가 좋게 말해서 문학적이고 심지어는 느끼하기까지 하고, 이것도 무슨 충돌효과인가(웃음)...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건 아니라고 말씀하시니까.


저는 아까 처음에 파산의 구조라는 이름이 더 걸맞을 수 있고, 그건 다른 기술적 문제를 떠나서 영화가 갖고 있는 근본적 응시의 태도, 질문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질문은 제가 좋아해서 자주 이용하는 라이가 했던 말 있죠. 굶주리고 있는 사람이 도둑질을 왜 하는지, 그리고 핍박받는 노동자가 왜 파업을 하는지가 질문될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굶주리고 핍박받으면서도 도둑질 안하고 파업을 안할까를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고 얘기 했다고 해요. 저는 라이가 던졌던 질문과 이 영화가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이 맞닿아 있다고 느꼈고요. 그런 점에서 좋았습니다.


이송희일 : 집에서 준비하신 멘트같아요(웃음). 질문 하실 게 많이 있으실 것 같은데 뒷풀이 준비 돼 있습니다. 인디영화제다 보니 흥청망청은 없어요. 회비 갖고 오셔서 같이 얘기 나눴으면 좋겠고요. 29일 개막하는 영화제, 작년엔 촛불에 데였거든요. 올해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노 대통령 서거하셨고 개막식이 영결식 날 이더라고요. 싸우실 분들 싸우시고, 오실 분들 또 오셔서 자리 빛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파산의 학교 열어주셨던 세 분께 큰 박수 드리면서 자리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장일호
기사: 박흥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689
  • 53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