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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2 Open Your Mind!

Open Your Mind!

필진 칼럼 2009.06.12 10:06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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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영

영화가 개봉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한마디로 불순하고 위험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사회적으로 대두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미화하고 여고생을 이주노동자의 성적대상으로 비하할 뿐 아니라 원조교제를 부추긴다고 격분한다. 상영을 못하게 막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개봉이 확정되었지만 어떻게든 전국으로의 확대상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25일 개봉 예정인 <반두비>에 관한 얘기다. 물론 이 영화에 일부 관객층과 집단에게 불쾌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장면이 없지 않다. 관람자에 따라서는 뜨악할 만한 장면과 대사가 횡횡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위험하다거나 선동적이라고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따라서 이 글은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는 사람들. 현실과 판타지를 혼동하는 사람들, 대중문화의 불온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 혹자들을 위한 것이다.

<반두비>는 정직하고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이기까지 한 영화다. 아, 여기서 환상이란 이주노동자나 중년남성의 판타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본시 영화란 기본적으로 환상(fantasy)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는 문화가 대중과의 접점을 획득하는 도구인 핍진성과 무관치 않다. 이를테면 ‘한 발만 앞서 간다’는 대중문화의 속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다. 반드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되 절대로 두 발 세발 무턱대고 앞서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 이주노동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들과 연애하거나 결혼하여 다문화가정을 이룬 예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간주할 정도는 아니다. 섣부른 일반화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이때 드러내기 힘든 사회정서를 감안해 감추거나 드러내더라도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 그러면서 대중의 욕망전선에 침투하는 것. 이것이 ‘한 발만 앞서가기’의 전략이다. 대중문화는 언제나 사회적 코드를 놓치지 않아왔다. 그것을 가장 먼저 간파하여 상품화하는 것은 드라마와 영화이다. 이때 개별 작품들은 현실을 조금 과장하고 앞서 나가면서 이를 통해 대중의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하게 된다. 다만 특정 영화나 드라마가 대책 없이 끝도 없이 현실을 앞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쓰는 말이 '막장'이다.

이렇게 볼 때, 신동일은 우리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지금 여기에 상존하는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한 발 앞서 그려냄과 동시에, 그의 짝으로 예의 정치사회적 코드의 전달자인 당찬 여고생을 내세웠을 따름이다. 요컨대 영화 속 소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감독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까지를 올곧이 품고 있는 한국사회의 알레고리다.


모름지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인물을 다룸에 있어 거침없어야 한다. 자기의 배우를 온전히 주체로 인식하되 그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동일은 적어도 자기 확신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되지도 않는 도덕심에 발목 잡혀 말더듬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다. 감독 자신이 딸 가진 아비이면서도 불온하고 당혹스러운 장면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서 (쿠르베 식으로 표현하자면) ‘세상의 근원’으로부터 막 탄생하는 새 생명의 코앞까지 카메라를 밀고 들어간 그가 아니었나. 그러니 이 영화가 이주노동자의 성범죄를 부추긴다던지, 청소년이 보게 해서는 안 된다던지 하는 식의 황당한 주장은 그만 하라. 이는 곧 “난 대중문화의 속성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요, 편협한 국수주의자”라고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일찍이 전후 독일사회에 피어오르는 ‘일상의 파시즘’을 경계했던 파스빈더 R.W. Fassbinder의 목소리가 <반두비> 개봉을 앞두고 다시 들려오게 될 줄이야. 고작 영화 한편 씹어 먹을 궁리에 불철주야 골몰하는 그대들이여. 마음을 열어, 마음을! 그래도 싫으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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