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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과 에필로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은 (영화 속) 핸드볼 큰잔치로 시작해서 (실제의) 아테네 올림픽으로 끝맺는다. 이 두 공간에는 세 명의 감독이 있다. 실업팀 송감독, 당시 대표팀 임영철 감독, 그리고 이 영화의 연출자 임순례 감독. 나는 이 영화에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보는 것이, 그리고 거기에 있는 세 명의 감독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생순]은 임순례 감독의 전작과는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아니 이 영화에서 임 감독의 스타일은 많은 부분 휘발되었다. 그래서 위의 두 장면은 묘하게 기억에 남는다. 두 감독의 표정과 이 두 감독을 바라보는 한 감독의 시선.

핸드볼 큰잔치가 벌어지는 국내 어느 체육관. 듬성듬성 관중을 비춰주던 카메라는 벤치로 시선을 향한다. 후보선수들은 달아오른 표정과 목소리로 코트 위 선수들을 향해 기운을 내뿜는다. 그 사이에서 무표정한, 얼핏 보기에 어떤 상념에 잠긴 듯한 송 감독의 모습이 눈에 띤다. 송감독은 우승이라는 짜릿한 ‘순간’ 만큼은 선수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지만, 그 순간 너머 찾아오는 해체라는 명약관화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에필로그. 결승전이 끝난 후 당시 대표팀 임영철 감독의 인터뷰. 선수들과 국민들께 감사하고, 하지만 임 감독은 준우승의 짜릿한 순간 너머, 저 멀리 한국땅에서 이미 벌어졌고, 앞으로도 벌어질 명명백백한 현실에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 크래딧이 올라간다.

이 두 감독의 '체념' 혹은 '말 줄임표'가 그 동안의 임순례 영화였다. [세친구] 는 세 청춘의 암흑같은 미래에 대해 체념에 가까운 목소리를 전달한다. 과연 그들이 앞으로 나갈 수 있기나 한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폭행으로 의가사 제대를 한 후 쓸쓸히 거리를 걷는 무소속을 비추는 부감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에서는 어떠한 희망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 지난 해 보았던 [행복]의 영수와 [세친구]의 무소속. 이 두 영화의 마지막은 비슷한 장면으로 끝맺는데, 과연 누가 더 절망적일까. 그러니까 영화가 끝나고 앤딩 크래딧이 오를 때 새로 만드는 이야기, 혹은 시나리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반복이다. 그들은 밤무대에서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한다. 다른 대안이 어디 있겠느냐... 라며 와이키키밴드의 무대를 역시 부감으로 잡으며 영화는 끝맺는다. 그렇게 그동안의 임순례 영화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생애 최악의 순간이라 할만한 장면을 처절하게 보여주는데 공을 들였다.




순간 혹은 순간 너머

그랬기에, 7년만에 돌아온 임순례 영화의 제목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처음 접했을 때 이질적인 느낌을 받은 건 당연했다. 흔히들 쓰는 반어의 수사인가. 임순례가 어떤 방식으로 최고의 순간을 그렸을지 궁금했다. 다소 위험한 대중관객 반응에 대한 가정. 관객들은 가공된 판타지로써의 상황. 장르적으로 말하자면 공포나 스릴러의 최악의 상황은 맘을 열어 즐기는 것 같다. 왜냐하면 2시간동안 그러한 최악의 대리경험으로 쾌락을 누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관 바깥에서 늘 존재하는 어떤 불편한 순간을 영화관에서조차 보려하는 관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임순례 감독은 [우생순]의 전략으로 이전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최악의 순간들을- 이 영화에서 말하자면, 이혼, 불임, 소녀가장, 자살기도 등 - 단지 말로만 전달하거나 간단한 설명 혹은 장면으로 대체한다. 이전 영화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야하지 않겠느냐. 의 과정은 대폭 간소화하고, 그 결과도 영화 바깥으로 지연시킨다.

우리가 정란과 수희 때문에 웃고, 올림픽 은메달의 환희와 안타까움을 함께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온전히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없는 까닭은, 그들이 아테네를 떠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를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그런 상상을 떠올리는 건 관객의 자유다. 선택이란 말이다. 이전의 임순례 영화에서는 이건 선택이 아니었다. 어떤 불가피함이 있었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며 그들이 직면해야 할 현실을 상상해야만 했다.

하지만 [우생순]의 무게는 태릉과 아테네 라는 두 공간 속 ‘순간’ 을 생애 최고로 만들기 위한 여정에 실렸다. [세친구] 는 지독한 영화였다. 이 영화에는 이런 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쩌면 그들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는 학창시절을 졸업하고 스무살 성인이 된다. (영화는 졸업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 셋은 끝도 없이 방황하고, 상처받고, 하여튼 그렇게 남겨진다. 관객은 이 처절한 경험을 함께해야만 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에는 그래도 그런 '순간'이 회상 혹은 환타지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건 희망이 아니라 현실의 남루함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쓰인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낭만주의자의 꿈) 에 관한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 부분을 옮겨보자.

장면 하나. 충고보이스 시절, 그들은 동해바다를 저 멀리 와이키키 해변으로 대신 바라볼 거침없는 권리를 갖고 있다. 드넓은 와이키키 해변에, 하얀색 보트가 지나가고, 야자수 나무 아래로 금발의 비키니 미녀들이 보이고... 그렇게 ‘충고 보이스’ 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개명한다. 대여섯 위의 대학생들과 맞장 뜰 정도로 함께 있으면 두려울 것 없었던 그들은 거리낌 없이 벌거벗고 바다로 뛰어간다. 다시 카메라는 시선을 돌려 노래방 기기 화면에는 비키니를 입은 금발의 여인을 비춰준다. 10년도 한참 지나 해후상봉한 친구들, 금발의 여인 위로 지나는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른다. 장면 둘. 밴드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의 죽음으로 심각한 쇼크를 받은 성우, 그는 노래주점에서 성고문에 가까운 일을 겪는다. 나체쇼를 즐기던 사장님들은 성우에게도 옷을 벗을 것을 요구하고 성우는 결국 나체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방 기기 속의 비키니 차림의 금발의 미녀는 해변에서 달리고 있다. 이때, 바로 위에서 언급한 충고보이스 시절, 그 때 그 장면이 디졸브된다. 플레시백 효과를 쓴 이 대비되는 두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플레시백’ 을 단순한 과거 사실의 나열, 혹은 그들의 회상이 아니라 그들의 ‘환상’이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산이 한번 바뀐 후에 겨우 만나게 된 옛 친구들은 , 으레 학창시절 모임이 그렇듯이 옛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현실에서 일탈하여 과거로의 행복했다고 믿는 그 순간들을 지속하려 한다. 자, 여기서 다시 두 번째 장면으로 넘어갈 때, 우리는 환상을 바라보는 주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환상의 공간에 쉽게 동화되어 주체적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보던 성우는 영화 종반부의 대비되는 장면 속에서 환상 속 그들과 동화될 수 없는 타자로 거리를 유지한 채 그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장면에서 ‘비키니 아가씨’와 ‘청년 브라더스들’ 과 그것을 바라보는 ‘장년 브라더스들’ 은 추억을 매개삼아 삼중 인화로 ‘심리적 디졸브’로 엮어질 수 있다. 하지만 두번째 장면에서 ‘비키니 아가씨’ 와 ‘청년 브라더스들’ 과 그것을 바라보는 성우는 ‘심리적 디졸브’ 로 엮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브라더스 중 한명이 죽었기 때문이다. 성우는 지금 이곳, 발개벗은 사장님 옆에 있다. 그가 서있는 곳은 여기지(수안보) 거기가(환상 속 학창시절) 아니다.

이처럼 [세친구]와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아예 ‘거기’ 라는 공간을 없애버리거나, '거기'보다 '여기'에 주목한다. 하지만 [우생순]의 전략은 여기보다 ‘거기’에 방점을 찍는데 있다. 이런 식으로 어떤 영화의 상업적 전략에 대해 논하는 건 매우 재미없는 일이다. 다만 혹자가 말하는 임순례의 영화가 점점 희망적으로 변한다. 에는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세친구]에서 [우생순]까지 영화는 점점 희망 혹은 꿈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영화에는 일관되게 어찌할 수 없는 체념의 정서가 흐르고 있다. 한 가지 무모한 가정. 당신이 지금의 현실에서 어느 실업팀의 핸드볼 감독, 혹은 대표팀 감독이 된다고 해보자. 희망을 쉽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 영화에서 그들의 연대, 화합, 우애 등을 통해 희망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그들이 아테네를 떠나, 태릉을 떠나 이미 영화관 밖으로 나와 버린 우리를 뒤로 하고 살아가고 있다면? 임순례 감독의 최종 질문은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오프닝과 에필로그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다.



승부 던지기, 대면의 순간

우리가 이 영화에서 그녀들의 움직임, 그 역동적인 몸짓에 반했다고 하는 건 어떤 스펙타클 차원의 스포츠로써 느끼는 감상이 아니다. [우생순]보다 더 역동적인고 실제에 가까운 몸짓을 보여준 스포츠 영화는 무수히 많다. 그런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액션의 쾌감이 이 영화에는 부족하다. 다만 우리가 그들의 코트 바깥에서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몸짓이 우리의 가슴에 맺힌 것이다. 그래서 [우생순]의 승부던지기는 - 비록 실제를 바탕으로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찍어야만 했겠지만, 그보다는 - 필연적인 선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승부차기에서 오는 그 압박감이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다. 고독한 실존. 혹은 실존의 위기. 존재 대 존재의 맞섬. 이것은 어느 낭떠러지에 서 있는 인간 실존의 위태로움과 닮아있다.(실제로 초등학교 축구대회 결승에서는 선수보호 차원에서 승부차기가 아닌 추첨의 방식으로 승부 방식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나는 한미숙의 마지막 승부던지기가 실패로 끝났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치고 알았다. 승부던지기가 실패로 끝나고, '아, 금메달은 날아갔다.' 이건 당시 티비를 지켜보았던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느낀 공통된 사실, 반작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실패를 전제로 한 영화다. 즉 우리가 이 장면을 통해 느끼는 정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중계의 반복이 될 수 없다. 미숙에게 승부던지기의 실패는, (가상의) 승부의 끝. 다시 코트 밖의 진짜 승부와 대면해야 한다는 그런 끔찍한 자각을 가장 먼저 불러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이 영화를 아줌마들의 영화라고 많이 얘기한다. 그들의 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영화라고 한다. 물론 백프로 동의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이 빌어먹을 대한민국 사회는, 아줌마들의 악착같은 생명력으로만 돌파가능한 것인가. 그렇게 항상 정신 바짝 차리고 기합 들어간 삶을 살아야만 하여튼 버틸 수 있는 것인가. 아, 나같이 비리비리한 남자에겐 그들이 위대해보이고, 한편으론 든든하지만, 그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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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돌아왔다. 한겨울 혹한속에 눈과 바람을 뚫고 누나가 돌아왔다.


"누나! 역시 누나는 멋있어! 이 겨울을 이겨내다니 말이야."
"넌 틀렸어. 내가 이겨낸 건 이까짓 겨울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이야."
몇 년만에 돌아온 누나는, '지긋지긋한 외로움'을 이기고 돌아온 누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형들은 다 어디간거야? "
누나는 내 말에 잠깐, 하지만 골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형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졌어.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지독히 외로웠어."
"그래도 난 상관없어. 어짜피 보고싶었던 건 누나였으니까..."
그리곤 내게 아줌마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 사람들 때문에 지난 여름동안 난 행복했었고, 지금 여기에 올 수 있었던거야."
"하여튼 누나가 다시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해. 정말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임순례 감독이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그 긴 시간의 기다림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으로 보답했다. 데뷔작 <세친구>부터 <와이키키 브라더스>,<여섯개의 시선>과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미소>까지 한번도 흥행의 맛을 보지 못했던 그녀는 이번에는 대중에게도 반드시 통할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제 그녀의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못봐서 입소문을 내고 재상영을 요청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확신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씁쓸하다. 나만 좋아해야 하는 사람을 꼭 누군가에게도 허락해야 하는 것처럼.

실업계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취업도 하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세친구>(1996)는 김기덕, 홍상수의 데뷔작만큼 특별하고도 주목해야할 작품이다. 적어도 내게는. 난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기껏해야 1년에 한두편의 영화를 보는 아직 영화에 눈을 뜨지 못했던 소년이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이 된 난 우연한 기회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주류에 편입하지 못한채 막막한 인생을 살아가는 세명의 소년의 이야기였는데, 난 그들의 연대를 보며 무수히도 많이 울었던것 같다. 특히 선임병의 폭력으로 고질적으로 문제가 있던 귀를 다쳐 의가제대를 하고 다시 돌아온 무소속, 그를 반갑게 마주하고 큰소리치며 달려가는 삼겹과 섬세.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무소속의 표정을 보며 미용사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정체성으로 인한 마음의 병을 앓고 고민하던 섬세의 방에 나타나 '나 머리 자를때 되지 않았냐?"하며 그를 위로하는 무소속. 그 두 장면뿐 아니라 이 영화에는 신파도 아닌데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다. 아무것도 잘하지 못했던 스무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일까 볼때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특히나 군 입대를 앞두고 이 영화를 보았는데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그리고 5년이 지난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를 서울 시내의 한 극장에서 보았다. 역시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였고, 전작처럼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다. <세친구>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또한 굉장히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다시는 영화를 찍지 않을것처럼 보였던 임순례의 복귀작인데다, 현실은 너무나도 힘들지만 그 힘든 현실 속에서 가끔은 배신하고 떠나가기도 하지만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노래 또한 울림이 컸다. 엔딩에서 인희가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르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면 '마리아'를 부르는 한나보다 더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단편 <그녀의 무게>(2003)을 거처 <우생순>(2007)으로 자신의 주특기인 소중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 놓았다. 그녀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솔직히 전적으로 이번 새작품에 대해서 만족할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해 영화를 풀어놓기 전에 집고 넘어가고 싶다. <우생순>은 충무로 상업작가인 나현이 시나리오를 썼다. 그 시나리오를 보고 마치 내가 쓴 것과같은 느낌을 감독은 받았다고 했지만 이상하게 영화는 상업적 냄새가 짙게 난다. 전개는 드라마틱하며 중간중간 재치있는 유머와 맛깔스러운 대사가 빛을 발하지만 이 작품이 임순례의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왠지 어색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예전 작품보다 임순례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맹점이다.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뿐 아니라 신예 민지까지 모든 연기자들의 캐릭터가 분명하고 황기석의 촬영 또한 좋지만 임순례 특유의 뭔가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까지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아쉬웠던 점. 하지만 그래도 난 이 영화를 옹호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아쉬워하는 점보다 훨씬 많지만 몇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비주류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

우선 그녀가 항시 이야기했던 '비주류'애 대한 끊임없는 동경'이다. 이것은 일반 상업영화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소재이고 인물이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궁상떠는 영화를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순례는 데뷔작부터 계속 그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실업계를 졸업한 아이들(<세친구>,<그녀의 무게>), 밤무대를 전전하는 무명 밴드<와이키키 브라더스>과 올림픽에서는 환영받지만 평소 실업팀 경기에는 관중조차 구경하기 힘든 여자 핸드볼 선수들<우생순>의 이야기까지 한결같았다. 꾸준히 이야기 면에서 한우물을 팔 수 있다는 것은 감독 자신에게 자신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를 계속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이유이다. 단편이나 독립영화에서 보았던 인물들이 실제적으로는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될 수 있음을 임순례는 알고 있는듯하다.



여성에 의한 여성에 관한 영화

더불어 여성감독이 버티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는 한국영화계에서 임순례는 벌써 세번째 장편을 만들어냈다. 이정향, 정재은, 방은진, 박찬옥 등 인상적인 데뷔작을 만들어낸 감독이 어려명 되지만 세편을 만든 감독은 드물다. 물론 이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임순례는 현재 이 시점에서 여성감독의 대모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무게>에서부터 여주인공을 전적으로 내세워 여성의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갑작스럽긴 했지만 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엔딩을 보며 임순례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햇었다. 인희의 노래하는 모습은 그녀가 주인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그녀를 주인공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우생순>에선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 진실되고 솔직한 모습들이 영화 곳곳에 나타나 있다. 남자감독이 생각하지 못하는 여선수의 생리부분이라든지, 아이키우기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생생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세 여주인공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감독의 연출력이 인상적이었고, 그만큼 감독의 기대에 부흥한 말이 필요없는 배우들의 연기도 발군이다. 그래서인지 감독이나 그외 다른 남성연기자들의 캐릭터가 전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동안 영화속에서 잘 볼수 없었던 여성들의 진솔한 모습, 특히 비주류 핸드볼 선수들, 거기다 아줌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최고의 순간을 담은 카메라


결론적으로 최고를 이루지는 못하지만 카메라는 그녀들의 생생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담아낸다. 은메달을 따고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면 관심에서 벗어날 그들이지만 그런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흘리는 땀한방울과 외치는 화이팅 소리는 심금을 우리게 한다. 이때 카메라는 다른 스포츠영화처럼 역동적으로 다가서려하지 않는다. 그 점이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 부분인데 오히려 카메라는 인물들을 가까이 접근해서 잠깐 멈추어 버린다. 이것은 결과야 어떻게 되었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그들에게 있어서나, 보는 우리에게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생순>에서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이 촬영부분인지도 모른다.



네가 기다린 사람은 나였잖아

이제 나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내 놓아야 할 임순례에 대한 사랑은 괴롭지만 그래도 슬프지 않다. 대중의 사랑을 안고 얼마뒤면 다시 우리 곁을 떠나겠지만 그를 보내고 난 후의 다시 올때까지의 또다른 긴기다림이 때로는 즐거울 수도 있다느 것을 알게 해줄 것이다. 더불어 이제는 당당히 자신이 왔다고 말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네가 기다린 사람은 형들도, 누나들도 아닌 나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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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ㅎ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글씨체가?? 이쁜 글씨체네요 :)

    2008.01.10 22:00
  2. Favicon of http://blog.daum.net/truewriter BlogIcon 말씀하시면.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이 리뷰 임순례감독이 보시면 매우 기분좋아하실것 같아요 ㅎㅎ
    네오이마쥬는 항상 눈팅을 했는데 앞으로 자주오겠습니다..ㅎㅎ (홈페이지는 neoimage.com인가요??)

    2008.01.16 01:18
    • Favicon of https://neoimages.tistory.com BlogIcon woodyh98  수정/삭제

      저희 홈페이지는 neoimages.co.kr 입니다. 이 공식블로그 보다 더 많은 글이 있으니 종종 뵙도록 해요. 좋은 글 있으면 올려주시고요...^^

      2008.01.16 11:54 신고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자회견
2007.12.27




“변두리에서 일어나는 불륜과 사랑을 다룬 영화다. 1990년 당시 봤을 때 이렇게 사실적으로 인물을 그릴 수 있나 싶더라.”
(감독 김태용, <우묵배미의 사랑>)


“6년 전에 봤는데 내가 6년 동안 살아온 청춘을 돌아보고 또 얼마 남지 않은 내 청춘을 느껴보고 싶었다.” (배우 류승범, <아이다호>)


“아주 오래전에 봤는데 아직도 영상이 머리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가 대개 그렇지만 리얼리즘과 판타즘이 섞여있는 형식도 좋고 재미와 감동, 비장미가 뒤섞여 있다.” (감독 임순례, <집시의 시간>)



사람들의 ‘내 인생의 영화’를 엿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영화 한편으로 한 사람을 단정 짓기는 무리지만 그가 꼽은 단 한 편의 영화를 알게 되는 순간 그 사람의 전부 혹은 일부를 알게 된 것 같은 뿌듯함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동경해마지 않던 감독과 배우, 평론가의 선택이라면 그 호기심은 배가될 것이리다. 2008년 1월 8일부터 2월 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바로 그런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소통과 놀이의 장이다.



2008년으로 3회를 맞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자회견이 27일 오후 3시 서울아트시네마 인근에 위치한 ‘카페씬’에서 열렸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대표를 맡고 있는 박찬욱 감독과 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로 자청하고 나선 최동훈 감독이 자리를 함께 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특한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기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2007년 열린 특별전의 게스트로 참석했던 <큐어>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현역 감독들이 이렇게 활발히 참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영화제. “시네마테크가 필요한 공간이다라는 인식을 공감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최동훈 감독의 호소를 실현시키고자 모두 16명의 ‘친구들’이 나섰다.


 


‘친구들’이 추천하는 영화는 그야말로 다.채.롭.다. 1회부터 함께해 온 박찬욱, 오승욱, 김지운, 홍상수 감독과 정성일, 김영진 평론가는 순서대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순응자>, 이두용의 <최후의 증인>,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 배창호의 <꿈>, 장 비고의 <라탈탕트>, 마츠모토 토시오의 <수라 修羅>, 배창호의 <꿈>을 함께 보고 관객과의 이야기를 나눌 계획.

새롭게 참여한 이명세, 김태용, 임순례, 장준환 감독과 배우 류승범, 그리고 최동훈 감독과 함께할 김혜수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로마>, 장선우의 <우묵배미의 사랑>,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 우디 알렌의 <애니홀>, 구스 반 산트의 <아이다호>, 존 카사베츠의 <글로리아>를 추천했다.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선택으로 <쥘 앤 짐>을 비롯한 ‘누벨바그’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프랑스와 트뤼포 감독의 작품 5편이, 관객들의 선택으로 자크 리베트 감독의 <셀린느와 줄리 배타러 가다>가 상영된다.

나머지 두 ‘친구’는 특별전으로 초대된 이두용과 아벨 페라라 감독. 1969년 문희, 신성일 주연의 멜로 <잃어버린 면사포>로 데뷔, 70~80년대를 거치며 다양한 장르 영화에서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했던 이두용 감독의 특별전으로 <피막> <내시> 등 총 5편이 상영된다. 특히 배창호 감독이 <흑수선>으로 리메이크했던 <최후의 증인>은 “시대정신과 영화적인 하드보일드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복원된 158분 완전판이 상영돼 기대를 더하고 있다. “생존해 있는 감독님을 직접 모셔오는 회고전이 역시 좋은 것 같다”는 박찬욱 감독의 바람처럼 이두용 감독이 직접 관객과의 대화에 나서는 뜻 깊은 시간이 마련된다.

90년대 영화광들에게 ‘B급 영화의 기린아’로 칭송받았던 아벨 페라라 감독의 작품은 모두 6편 선보인다. <복수의 립스틱>, <킹 뉴욕>, <악질 경찰>, <퓨너럴>, <블랙 아웃>, 가 그 면면. 특히 영화제 기간인 1월 10일부터 15일까지 아벨 페라라 감독이 아시아에 처음으로 방한, 관객과의 대화와 마스터클래스 행사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복수의 립스틱>과 <악질경찰>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박찬욱 감독이 “터부가 없이 끝까지 가보는 문제아”라고 칭한 아벨 페라라를 직접 만나본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 영화광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에 관한 야심 찬 프로젝트도 발표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적극적인 노력 하에 서울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미디액트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양성 복합 상영관’ 프로젝트는 2008년부터 향후 2년간 총 313억원을 들인다는 계획. 올 해만 1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서울시와 문화광광부의 협조가 관건인데 아직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다. 3~4년 안에 완공을 목표로 올 해부터 다양한 홍보활동과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네마테크측은 고전명작 필름 라이브러리 구축, 대중적 영화 교육의 확대, 문화적 연대활동의 강화 등을 올해 사업계획으로 꼽았다.

시네마테크는 그 나라 영화 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가 봤는데, 너무 부러웠다”는 최동훈 감독이 “앵벌이 같지만, 시네마테크의 필요성을 여러 기관에 역설하고 설득해야 한다. 시네마테크도 흥행이 잘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은 마니아를 비롯한 영화 선수들만을 위한 격려와 충고가 아니다. 고전의 향기와 위대함을 습득하고 감동했을 때 점점 시시해져만 가고 있는 요즘 영화들을 판별해 내고 영화 예술의 진정한 위대함을 체득할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지만, 영화도 실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네마테크는 이 실물들을 볼 수 있는 한국의 대영박물관이다”라는 박찬욱 감독의 호소가 그저 하나의 구호로 받아들여질지 모르는 지금. ‘시네마테크와 친구들 영화제’는 분명 일반 관객과 고전과의 간극을 줄이고 DVD 세대에게 옛날 영화와 극장체험의 ‘진맛’을 일깨울 장이 되어 줄 것이다. 자, 슬슬 입질이 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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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오이마주가 무야 ? 아름다운 한글 놔두고.... 여기도 한심한...쯧쯧

    2008.07.16 17:25
  2. 똥준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네가 아름다운 한글로 하나 지어보던지.
    아그야 방학했니? 하야간 대한민국 초중딩보면 암담하다.

    2008.07.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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