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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발견’이라지만 사실 박희순은 준비된 배우다. 극단 ‘목화’에서 12년 간 잔뼈가 굵은 대표 선수였으며 <보스상륙작전>, <가족>, <귀여워>로 3연타 속 조폭을 연기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 벌써 수년 전 일. 하지만 <세븐 데이즈>의 비리 형사 ‘성열’로 관객에게 각인되기 까지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어찌 보면 박희순은 불운의 배우다. 전혀 다른 연기를 야심차게 선보인 <남극일기>와 <러브토크>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관객들과의 접점을 잃는가 싶더니, 소통을 위해 대중성을 염두에 둔 <바보>, 신동일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연이어 개봉이 연기되면서 2006년과 2007년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인간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시나리오와 감독, 주연배우가 모두 교체되면서도 살아남아 기다린 <세븐 데이즈>가 평단과 대중들의 호응을 얻으며 ‘월드스타’ 김윤진에 버금가는 인상적인 연기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우리가 박희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을 고르는 고집이다. 비슷한 역할을 마다하는 것이야 여느 배우들의 목표와 다를 것이 없지만 그가 연기하면 조폭과 같은 악역도 인간의 숨결을 부여받는다. 평범한 소시민에서부터 소름끼치는 유괴범까지 언제나 현실감을 바탕으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박희순. 임필성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인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잔혹동화’의 ‘잔혹’ 파트를 책임지고 있다. 고집스럽게 진정성 어린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는 그는 분명 2007년이 배출해 낸, 숨겨놓은 패가 무궁무진한 영화판의 ‘타짜’다.


 



 


하성태(이하 “하”): <러브토크> 이후 2년 만에 다시 만나네요. 먼저 <세븐 데이즈> 200만 돌파 축하해요.. 요즘 여기저기 축하 전화 많이 받겠어요.


박희순(이하 “박”): 전화 오는 건 좋은데 술을 너무 마셔서요(웃음).



하: 요즘 이틀에 한 번 꼴로 술자리가 있다고 들었어요(웃음). 이제 개그맨 박휘순과 헷갈리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겠는데요. 인지도가 올라간 건 실감하나요?


박: 헷갈리는 사람 아직도 많은데요, 뭐(웃음). 인지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하: 길거리 지나다니면 많이 알아봐주지 않나요? 하긴 <세븐 데이즈>에서의 성열과 일상적인 모습과는 또 다르니까요. 지금도 안경 쓰고 있으니 <러브토크> 때 지석같이 조용한 느낌인데요.


박: 아직은 많이 못 알아봐요. 모자 안 쓰고 안경만 써도 못 알아보는 걸요. 몇 일전에 극장에서 <세븐데이즈>를 마지막으로 봤는데 그때도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웃음).



하: 축하할 일이 또 하나 생겼어요. 시나리오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발견’ 부문에 선정됐어요.


박: 그 작가들 중에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작가도 있고 연극할 때 만났던 작가도 있어요. 다 측근들이 뽑아줘서 그럴 거예요(웃음).



하: 발견이란 단어는 좀 쑥스럽지 않나요? 전작들이 일찍 개봉만 됐다면 양상이 달라졌을 텐데요.


박: 좀 그렇긴 해요. 그래도 늦게나마 발견해 주셔서 감사하죠(웃음).



하: 시나리오는 많이 들어와요? 이제 깡패 역할은 안 들어올 것 같은데요.


박: 옛날보다는 좀 덜하긴 하죠. 웃긴 게 이제 형사 역할만 들어 오네요(일동 웃음).



하: 영화판이 어찌나 획일적인지요(웃음). 형사 영화도 많겠다, 대한민국 형사 캐릭터는 다 들어오겠어요.


박: 또 그렇진 않아요. <세븐 데이즈> 때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술 먹느라 시나리오도 아직 다 보지 못했어요(웃음).



하: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부터 풀어보죠. 왜 또 이렇게 극악무도한 역할을 맡았나요.


박: 글쎄(웃음). 악역이라고 무조건 안 한다는 생각은 없고 (변집사가) 매력 있는 역할이에요.



하: 영화를 보니 왜 수락했는지는 이해가 가던데요. 그래도 <세븐데이즈>로 한참 호감 캐릭터가 됐는데 다시 악역 이미지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박: 하하, 글쎄. 근데 <세븐데이즈> 보다 먼저 개봉이 됐으면 작품 속 인물로 봤을 텐데 이제 좀 알려졌기 때문에 ‘어, 박희순이 연기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 거 겠죠.



하: 어쨌건 <가족>의 조폭과는 다른 악역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남극일기>때 인연으로 출연하게 된 건가요? 임 감독님은 어찌 그리 어려운 역할만 맡기는지 몰라요.


박: 임필성 감독은 꼭 막판에 절 캐스팅해요(웃음). 다른 역할 다 캐스팅하고 시나리오 다 돌린 후에. 그래도 친한 감독 중 제 다른 점을 발견해 주는 감독이라 참 고마워요.



하: <남극일기> 때랑 비교하면 육체적으로는 아무래도 좀 쉬웠겠어요.


박: 편하게 연기하다 클라이맥스 부분에 굉장히 힘들었죠. 에너지와 집중력을 요하는 신에서 아이들하고 붙다보니까 더 성심성의껏 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깨지니까요. 보통 때는 제 컷에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 컷에는 에너지를 아끼는데 아역배우들은 다 백지 같은 친구들이라 그럴 수 없었어요.



하: 감독님이 아무래도 아역과의 연기를 더 신경 쓰라고 하던가요?


박: 노는 꼴을 못 보죠(웃음). 어린친구들이라고 해서 봐주는 거 전혀 없고 똑같았어요. 워낙 그 친구들이 잘 하니까요.



하: 라스트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역들 연기가 좋았어요. 그래도 악역인데 시나리오 처음 받아 들었을 때 망설여지지 않았나요?


박: 음... 그 당시가 <세븐 데이즈>가 다시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였고 또 악역이 많이 들어 왔었을 때에요. <남극일기>나 <러브토크>가 흥행이 잘 안 돼서 여전히 악역이미지가 셌거든요. 근데 깡패든지 악역이든지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정도의 악역이라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는데 천편일률적이고 전형적인, 좋은 놈이 돋보이기 위한 나쁜 놈이 자꾸 보이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안 한다고 했는데 <헨젤과 그래텔>은 1인 2역이기도 했고 나이보다 위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장점도 있었어요. 대신 <세븐 데이즈>와 촬영이 겹치지 않게 해 달라는 단서를 달았죠. 근데 흔쾌히 조절할 수 있다고 해서 두 편을 동시에 찍었어요.



하: 외적인 부분도 많이 신경을 쓴 것 같아요. 머리도 희끗희끗하고 안경도 그렇고 나이가 더 들어 보여요.


박: 외형적인 부분에서 좀 더 이국적이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느낌을 갖자고 했어요. 세트나 미술도 그렇고요. 변희봉 선생처럼 나이든 배우를 쓸 수 있는데 굳이 절 쓴 이유가 조금 더 이국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것 같더라고요.



하: 발성 자체도 초반엔 연극적이었다가 후반부에야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느낌이 들던데요. ‘우리 천사들’ 이런 대사는 앙드레 김 선생이 떠오를 정도였어요(웃음).


박: 맞아요. 정체를 숨겨야 하는 설정이라 초반에는 좀 숨기는 듯한 느낌이 필요했죠. 초반에는 좀 더 여성적으로 갈까 생각도 하고 리딩 할 때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결국 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거에요.



하: 인물 해석은 임필성 감독이 생각한 이미지와 차이가 좀 있었나요? 두 번째 작업한 임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궁금해요.


박: 임필성 감독이 제시한 모델은 <달빛 사냥꾼>이란 외화에 나오는 멋있고 찬송가 흥얼거리는 목사였어요. 전 또 제 나름의 ‘가오’가 있으니까 그건 따라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전 더 꼬았고 감독은 노멀한 것이 더 무서울 수 있다고 해서 둘이 접점을 찾은 거에요. 그만큼 서로에 대한 장단점을 알고 있으니까 충돌이 거의 없었어요. 서로의 마음을 아니까 몇 마디로 정리가 다 되더라고요. 제가 장준환 감독과 친구인데 임필성 감독이 저 보고 형이라 불러요. 한 번은 ‘형! 준환이 형은 형 안 쓰잖아. 날 더 좋아해줘’ 그러더라고요(웃음).



하: 그러게 <타짜2>에 ‘아귀’ 버금가는 역할로 합류해야 될 텐데요(웃음). 처음 설정부터 1인 2역이었던 건가요? 후반부 플래쉬백 부분은 얼굴이 안 나온 것이 다행일 정도에요(웃음). 개인적으론 박희순이란 배우가 걱정돼서 몰입이 잘 안됐어요. 이 영화 대박 나도 박희순은 또 악역 이미지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박: 하하. 다들 보고나오면서 ‘나쁜 어른이다’, ‘이 변태야’ 그러던데요. 오히려 입만 보이고 (얼굴이) 좀 덜 보인 것이 다행인 것 같아요(웃음). 김지용 촬영 감독이 실루엣만 잡아 준 게 큰 도움이 됐고요. 치아도 끼는 걸로 새로 해 넣은 거에요.



하: 기존 캐릭터는 리얼리티가 돋보였는데 이번 작품은 나름 판타스틱한 분위기임에도 잘 어울렸어요. 촬영장을 오가면서 인물이 섞였을 텐데 연기할 때 힘들지는 않았나요?


박: 오히려 그래서 더 편했어요. 비슷하면 어떻게 다르게 연기할까 고민을 했을 텐데 완전히 달랐으니까. <세븐 데이즈>는 촬영 자체가 엄청 빠른 열탕이었다면 <헨젤과 그레텔>은 차분하게 누르는 냉탕이었다고 할까요?



하: 개인적으론 어떤 스타일이 연기하기 편했나요?


박: <세븐 데이즈>는 템포가 TV드라마보다 빨랐어요. 카메라도 두, 세대였고. 반면 <헨젤과 그레텔>은 너무 세심하고 꼼꼼하고 하나에 목숨을 거는 쪽이었죠. 연이어 찍었다면 답답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두 작품 같이 가니까 오히려 나를 다스리는 계기가 되어줬다고 할까요.




하: 아역배우와 제대로 호흡 맞춘 건 영화에서는 처음이었죠?


박: 이렇게 계속 붙어서 연기한 건 <가족> 때 박지빈 군 외에 처음이에요. 근데 세 친구가 다 달라요. (만복 역의) 원재 같은 경우 릴랙스하게 놀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집중하는 스타일이에요. (영희 역의) 은경이는 진짜 백지 같은 친구죠. 진짜 주는 만큼만 받아서 세게 주면 반응만큼만 오고 약하면 약한 데로 오니까 그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정순 역의) 진지희가 여우에요, 연기에 대해 서로 논의할 정도로. ‘지희야 여기서 난 이렇게 할 건데 넌 언제 대사 칠거야?’라고 하면 ‘전 두 호흡 이따 칠거니까요 세 호흡 있다 해 주세요’라고 받아 치고. 별명이 ‘진여사’ 일 정도였어요.



하: 스탭들에게는 귀여움을 넘어 무서운 존재였겠어요(웃음). 천정명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박: 정명이는 촬영하면서 ‘나른한 릴랙스’라고 불렸어요. 연기에 전혀 긴장이 없잖아요. 나른하지만 그 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하: 천정명이란 배우는 확실히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박: 자기만의 연기가 이제 구축이 된 것 같더라고요. 아, 하나 덧붙이면 제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고 예뻐해요. 근데 나쁜 놈 역할이니까 친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뻐하고 장난치면 막상 촬영 들어가서 웃음 나오고 집중을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처음 두 달은 말도 안했죠. 그랬더니 그 친구들도 절 무서워해요. 저만 혼자 꾹 참았는데 막판 가니까 그 친구들 집중력이 얼마나 좋던지(웃음). 그래서 까불어도 되겠다 싶었죠.



하: 혹시 자녀분이?


박: 저, 아직 결혼 못 했습니다. 여자 친구도 없어요.



하: (급 당황 모드) 아, 제가 왜 잘못 기억하고 있었는지 몰라요. 이런 큰 실수를. 왜 여자 친구가 없을까요? 이제 <세븐 데이즈>로 소위 떴는데 말이죠. 좋은 분 소개시켜 드려야겠어요.


박: 뜨긴 뭘 떠요(웃음).



하: 이제 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죠. <세븐 데이즈>는 배우 박희순 개인적으로 볼 때 관객 수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기점이 되어주는 ‘내 인생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박: 맞아요. 알려지고 그런 의미보다는 지금까지 우울하고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박희순이 이런 면도 있다는 걸 보여준 계기가 된 점이 가장 크죠.



하: 필모그래피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인데 참 다양한 영화를 찍었어요. 감독과 시나리오도 그렇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배우 박희순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요?


박: 삼박자가 다 맞아야겠죠. 작품이나 감독이나 배역까지요. 솔직히 말하면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선택한 것이 커요. 작품과 배우가 만나는 것 자체가 운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장르는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작품을 고르는데 고집이 있는 편이고 비슷한 역할은 배제하는 스타일이라 다양하게 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래야죠.



하: 박희순이 나온 영화를 모두 봤지만 고집이 조금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던걸요?


박: (웃음) <바보>란 작품이 아직 개봉을 안 했지만 그때부터 너무 어두운 것 말고 상업적인 것도 가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이게 딱 멈추는 바람에(웃음).



하: 말이 나와서 그런데 <바보>는 영화계 미스터리에요. 차태현, 하지원에 <동감>의 김정권 감독이고 원작이 강풀인데 왜 개봉을 못하느냐는 거죠.


박: 제작사 차원의 문제가 있었긴 해요. 그래도 3월에 개봉한다는 것 같던데요.



하: 신동일 감독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도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어요. 어찌 보면 불운의 배우기도 해요. 연달아 두 작품이나 관객들과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박: 그 작품도 언젠가는 개봉하겠죠, 단관 개봉으로라도. 그 역할이 간만에 착한 역할이었는데(웃음). 처음에 상대 배우인 장현성씨 역할 두 가지 모두 제의가 왔는데 감독님이 술 한 잔 하면서 ‘굉장히 세게 봤는데 실제로 보니 아니다’라고 하더니 역할이 결정됐어요



하: 자, <세븐 데이즈>로 돌아가보죠. 성열은 시나리오와 본인이 직접 만든 것이 좀 차이가 있었나요?


박: 말이 조금 와전된 면이 있어요. 애드립은 그렇게 많이 없었고 거의 다 감독님이 쓴 거였어요. 대본에 없는 건 감독님이 현장에서 써 준 걸 제가 플러스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협의한거고요.



하: 와전된 건 뭔가요?


박: ‘박희순이 50%를 했다’, 이렇게요(웃음). 그럼 제가 나쁜 놈이죠(웃음). 한 장면 통으로 애드립을 한 건 열쇠수리공한테 ‘직업의식이 없어’라고 말 하는 그 한 장면이에요. 그게 첫 촬영이었는데 윤진 씨와 호흡도 안 맞춰보고, 인사한 후에 리딩 30분만 하고 촬영에 들어간 거라 서먹하고 어색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일부러 준비를 몇 개 해 갔죠. 원래 원신연 감독은 준비 많이 해 오는 것 보다 현장에서의 날 것 그대로를 좋아하는 분인데 그 날만 준비를 많이 했던 거죠.



하: 그런 거 보면 연극할 때 장기 공연하면서 대사니 행동이니 수정해 나갔던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박: 맞아요. ‘목화’는 매 공연마다 바뀌고 심지어 그대로 있으면 혼날 정도에요. 오태석 선생님이 원래 ‘배우는 레미콘 같아야 한다’,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리면서 데생을 몇 천 장 했다’는 얘기를 매 번 하거든요.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잘 나가는 부분, 관객한테 반응이 오는 부분은 고치고 또 바꿔야 한다면서요. 그래서 대사든 호흡이든 바꿔줘요. 그러면 관객한테 반응이 오기까지 또 만들면서 노력을 해야 되고요.



하: 배우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속으로 ‘아, 짜증나’ 이러기도 했을 것 같은데.


박: 그러니까, 노는 꼴을 못 보는 거죠(웃음). 요게 딱 터지는데, 대박인데 바꾸라니까(웃음).



하: 연극판에서의 그런 훈련이 자기화 되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 아니겠어요? 근데 원신연 감독도 야박한 게 아무리 김윤진씨 스케줄이 빡빡해도 촬영 전에 밥도 먹고 그랬어야 하지 않나요?


박: 원신연 감독하고는 술도 마시고 했죠. 근데 진짜로 김윤진씨와는 시간이 안 됐어요. 윤진씨는 미국에 있었고 전 <헨젤과 그레텔> 준비 중이고. 촬영 이틀 전에 잠깐 30분 인사한 게 전부였어요(웃음). 윤진씨도 낯을 많이 가려요. ‘안녕하세요’ 한 번 인사하고 30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슛’ 사인 오면 촬영하고 그랬죠.



하: 그래도 나중에는 친해졌다면서요. 연배도 비슷하고.


박: 그렇죠. 나중에 친해지려면 들이대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하: 수줍은 희순씨가요(웃음)?


박: 그래서 제 촬영 없을 때도 촬영장에 자주 놀러 갔어요. 뭐, 별 말은 안 했지만요(웃음). 앉아만 있었더니 윤진씨가 왜 이렇게 자주 오냐고, ‘내 촬영 분량 없을 때 나도 찾아가야 되는 것 아니냐, 작작 해라.’ 그러면서 친해졌어요.



하: <세븐 데이즈>는 드라마보다 빠른 현장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워낙 컷도 많고 스피디한 화면이니 완성된 영화만 봐도 그럴 거라 짐작이 가던데.


박 초반에 카메라 두 대를 돌리는데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한 대도 부담스러운데 두 대를 들이대니(웃음). 근데 현장 편집을 봤을 때 관객들이 느낄 긴장감이 첫 촬영에서도 느껴지는 거에요. ‘와 이거 재미있네, 되겠는데’ 이러면서 신나게 연기 했죠.



하: 한 컷 찍고 카메라 바꾸는 기다림의 과정이 생략되니까 배우 입장에서는 편할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던데요.


박: 저나 윤진씨나 연극을 해 봐서 안 끊고 가는 걸 좋아해요. 근데 영화에서는 한 컷 끊고 가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한 번에 쫙 찍고 뽑아 쓰니 편하고 재미있었죠.



하: <세븐 데이즈>가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처음 <목요일의 아이>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감독과 배우가 교체되는 난산 끝에 결국 200만을 돌파한 현재의 <세븐 데이즈>의 결과를 낳았다). 김윤진이란 배우가 캐스팅되고 다시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박: 일단 대본이 바뀌어서 왔을 때 너무 좋았죠. 원래도 좋았지만 거기에 곁가지가 생기고 캐릭터가 단단해지고 가장 중요한 건 제 역할이 많이 늘어났고요(웃음). 연출도 좋게 본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인데다 윤진씨까지 캐스팅돼서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랄까요.



하: 김윤진씨는 ‘월드스타’의 면모가 묻어나던가요?


박: 솔직히 그런 건 딱히 없었죠. 대신 배우로서, 여자로서 그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가 드물잖아요. 카리스마를 가진데다 자연스럽고 편한 연기까지. 그리고 호흡도 잘 맞았어요.



하: 관객들 사이에선 ‘김윤진 보러 갔다 박희순 발견했다’는 말 들이 많던걸요.


박: 그건 윤진씨는 워낙 유명한 배우고 또 잘하는 배우인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에 비해 저는 홍보도 안 됐고 아무것도 없다 튀어나왔으니까 ‘얘는 누구야’ 하는 심정이었을 거에요. 또 성열이란 캐릭터 자체가 어떤 배우가 했더라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역할이고요.



하: 연기력이 뒷받침 됐기에 호응을 얻었지만 그래도 배우들은 다 ‘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박: 맞아요. 그런데 요즘 확실히 영화계가 불황인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입소문에 호응이면 몇 백만은 거뜬했을 텐데. 그래도 200만이 어딘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하: 원신연 감독 스타일과는 잘 맞는 편이었나요?


박: 그 분은 현장에서의 판단력이 정확해요. 얘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조금도 주저함이 없죠. 빨리빨리 결정해서 상황을 바꿔버리니까. 또 제가 연기를 하던 정확하게 얘기를 해 줘요. 코믹한 상황을 저지르면 이걸 더 해야 되나 자제해야 되나 얘기해주니까 전 그냥 저지르면 됐죠. 갈수록 그런 믿음이 생기니 굉장히 편했어요.



하: 반대로 생각하면 엄격하게 연기를 통제하는 연출 스타일이기도 하잖아요.


박: 전 감독님들 스타일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기 때문에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편집에서 잘리면 그만이니까요(웃음). 임필성 감독은 철두철미한 사람이라 자기 걸 정해 놓고 대입을 시키는 편이에요. 원신연 감독과는 반대 스타일인 거죠. 원신연 감독은 배우의 성향과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연출하다면 임필성 감독은 자기가 정해놓은 캐릭터에 배우가 젖어들게끔 주문을 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자유롭고 고정되는 상반된 두 가지 매력이 있으니 열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던 거였겠죠.



하: 요즘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좀 다양해 졌나요?


박: 시나리오를 원래 많이 받는 편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어요.



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영화 데뷔작인 <보스상륙작전>을 제외하고 모든 감독들이 작가주의 성향이 묻어나요. 고집이란 단어도 그래서 잘 어울리고요.


박: 그렇죠. 아무래도 자란 놀이터가 ‘목화’니까요. 오태석 선생님도 직접 쓰고 연출하기 때문에 그쪽 성향에 대해서 제가 많이 이해하고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감독님들도 그런 쪽으로 봐줘서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었고요.



하: 근데 또 ‘목화’ 출신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박희순이란 배우 개인의 성향이 많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박: 없지 않아 있었겠죠(웃음). 그러니까 상업적인 영화도 많이 하고 싶은데 폭이 너무 좁아요. 거의 악역만 들어오고요. 작품이 좋아도 제가 좋아하는 배역을 맡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까 손이 안가더라고요. 좀 어둡고 무거운 얘기라도 진정성이 있고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면 흥행과 상관없이 하고 싶으니까요. <세븐 데이즈>가 처음 중단됐을 때 돈도 다 받았고 계약기간 끝났으니 안 해도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도 굳이 기다린 이유는 한국영화에서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였기 때문이에요. 지금껏 보여줬던 무거운 면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라 1년을 기다리고도 할 수 있었던 거죠. 지금까지 모두 그런 식의 작품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깡패는 무조건 안 한다고 했었고 이후에 깡패 역할 수백 개가 들어왔어요. 하지만 아무리 작가주의고 멋있는 작품, 배역이라도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죽어도 손이 안 가요. 그런 식이다 보니 고집 있는 놈으로 낙인이 찍혔지만요(웃음).



하: <바보>와 <세븐데이즈>는 솔직히 작가 색깔은 조금 옅잖아요. 그걸 계기로 ‘고집 많이 꺾였네?’란 소문이 돌지 않을까 싶은데(웃음).


박: 그럼 좋죠. 인지도란 얘기도 이제는 가끔 하게 되는데 제가 아무리 잘 하고 좋다고 감독들이 생각을 해도 제작 쪽에서 거부를 하면 못하는 거니까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넓게 보고 고르는 중이에요.



하: 인지도에 대한 인식도 그렇고 감독, 시나리오에 대한 욕심이 슬슬 발동 걸릴 때에요.


박: 그런 욕심은 인지도 없었을 때부터 있었죠(웃음). 운 때가 안 맞아서 못한 거지 그런 욕심은 (배우라면) 다 있어요.



하: 올 해 방영된 드라마시티 <저수지>에서는 선량한 소시민 역할도 맡았는데요.


박: 그 때가 <목요일의 아이> 중단되고 한 6개월 쉴 때에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 거에요. 연극을 하고 싶은데 영화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속병 앓을 때였죠. TV 드라마는 안 한다고 했었는데 ‘할래, 대본 좀 가져와봐’ 그랬을 정도였어요. 근데 딱 마침 <저수지>의 홍석구 PD가 이전에도 여러 번 시나리오를 줬다고 하더라고요. TV 안 한다고 했으니 체념하고 있다가 이번에도 시나리오만 넣어 보자 했는데 ‘아다리’가 딱 맞은 거죠.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진짜 연기가 목마를 때 갈증을 해소해 준 작품이라 의미가 커요.



하: 그 때도 인터넷에 ‘박희순, TV 외도’ 이러고 기사는 다 떴어요. 소속사에서 보도 자료는 다 뿌렸으니까(웃음).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는 생각지도 못한 반향을 일으켜서 놀랐겠어요. 근데 또 깡패 역할이었는데요.


박: 그러니까 안 하려고 도망 다녔었어요. PD는 계속 전화오고. 제가 선균이랑 지원이랑 친하니까 이 친구들 동원해서 또 전화오고. 게다가 6회 첫 등장이라 처음엔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7, 8회 대본이 죽인다며 한 번 봐 달라 길래 읽긴 읽고 재미있긴 했는데 깡패라서 싫다고 했어요(웃음). 그랬더니 예지원이 급파돼서 술 마시며 회유하고 선균이랑 원희까지 오고. 그 친구들은 ‘형이 <가족>, 깡패한 거 아무도 몰라, 다 까먹었어. 인지도 높여야 돼 형’ 이러고요.



하: 실제로 인지도는 올라가지 않았나요?


박: 공중파의 힘이 무섭더라고요. 근데 TV에 나오는 내 얼굴은 적응을 못하겠던데요. 연기고 얼굴이고 간에 제 얼굴 보는데 적응시간이 좀 필요해요. 스크린도 초반에는 창피해서 못 봤거든요. TV 보면서 식은땀이 절절 나고 어머니랑 동생은 거실에서 보고 전 방에서 문 잠궈 놓고 보고. 9회부터인가 모니터가 좀 되더라고요. ‘각도를 이렇게 하면 좀 더’ 이러면서(웃음).



하: 그래도 PD가 결정적으로 뭐라고 하던가요. 그래도 깡패 역할인데요.


박: 멜로도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지닌 인간적인 인물이고 아픈 추억을 가진 사내였어요. 무거운 거 안 한다고 해 놓고 또 그런 게 끌려요. 고독한 남자, 우울한 남자.



하: 깡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개인적으론 <귀여워>의 전라도 깡패 ‘막내’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박: <귀여워>는 앞으로 영화 연기를 어떤 식으로 해야겠다는 지향점이 되어 준 작품이에요 정재영이란 친구한테도 많이 배웠고 김수현 감독도 그렇고요. <보스 상륙작전>이 영화 매커니즘과 현장을 느끼게 해줬다면, <귀여워>는 영화 작업과 영화 연기는 어떻게 해야겠구나하는 감을 잡을 수 있게 해 줬죠.



하: 2년 전에는 그 당시 만났던 전라도 조폭들한테 계속 연락이 온다고 했었는데요.


박: 전화는 지금도 가끔 와요(웃음). 영화 봤다고도 하고 공연도 보러오고. ‘식사 하셨습니까, 형님’ 이러면서. 그 친구들이 예전에 <가족>을 보고 그랬어요. (전라도 사투리로) ‘아, 이 사람 나쁜 사람이여. 우리도 그런 사람은 없어~’(일동 웃음)



하: 참 다양한 팬 층을 가졌네요(웃음). 원래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는데 인터뷰도 그렇고 이제 좀 적응이 돼 보여요.


박: 인터뷰를 한 30, 40개 하다보니까요(웃음). 근데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까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해요. 악의적이거나 사람을 씹기 위해서 만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 <남극일기>때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인터넷’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좀 어떤가요?(웃음)


박: 검색해야죠, 저 씹는 사람 있나 없나요(웃음). 그 때 인터넷에 흥미를 잃었다가 조금씩 찾고 있어요. 댓글 들도 찾아보고요.



하: 요즘은 다들 좋은 얘기만 있지 않나요?


박: 좋은 얘기들이 많은데 아직 ‘박휘순인 줄 알았다’, ‘문천식인 줄 알았다’도 있고요(웃음).



하: 연극 무대도 슬슬 설 때가 된 것 같아요.


박: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데 언제 어느 때 좋은 영화가 들어올지 모르는 거니까요. 어느 정도 입지가 있다면 텀을 두고 연극을 할 수 있겠는데 지금은 딱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고요.



하: <클로저>로 기억하는 젊은 관객들도 굉장히 많던데요.


박: 네, <클로저>가 마지막 연극이에요. (연극하자는) 연락이 지금도 많이 와요. 생각은 하고는 있는데 이게 또 두, 세 달이 아니라 네 달, 다섯 달이 걸리니까요. 지금 이 시점에 주가도 조금 올라갔고 좋은 작품 하고 싶은 욕심도 있으니 좀 더 참았다가요.



하: 데뷔작이 장준환 감독의 단편 <2001 이매진>이에요. 장준환 감독과는 작업할 생각 없나요?


박: 해야 되는데 써 줘야죠(웃음).



하: 그 때와 지금과 몸무게는 얼마나 늘었나 궁금해요. 그 때가 10년이 더 지났는데 그땐 눈도 퀭하고 그래서 굉장히 독특한 배우구나 싶었어요.


박: 한 5kg쯤? 몸무게 차이는 거의 없어요. 연극할 때니까 무대에서 2시간씩 뛰고 연습하고 하루 종일 그러고 살았으니 살이 찔 수가 없었죠. 왜,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던가요?



하: 그때는 사실 좀(웃음). 그 이후부터 장준환 감독과 계속 친분을 쌓아온 건가요?


박: 그때부터 친구가 되서 연극할 때 매번 오고 술도 같이 마시고요. 근데 감독과 배우 이전에 굉장히 재미있는 친구라 그 친구랑 있으면 술 마실 때도 그렇고 늘 즐거워요. 엉뚱하고 목소리도 가늘고요. (성대모사를 하며) ‘희순아’ 이런다니까요. 어제도 문소리씨와 함께 술 마셨어요.



하: 요즘 한국 영화계에 장준환 감독 같은 젊고 재능있는 감독들이 많잖아요. 개인적으로 이런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 이런 작품은 참 좋았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박: 굉장히 많죠. 이창동 감독님 작품은 다 좋고, 박찬욱 감독님도 그렇고. 근데 누구를 좋아하기 이전에 많은 감독들하고 만나보고 싶어요.



하: 배우들은 좋은 시나리오를 받기 위해 스크린 속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사석에서의 모습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박: (손을 마주하고 비벼 보이며) 이런 거요?(웃음)



하: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감독들이 봤을 때 사석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캐스팅할 때도 있지 않느냐는 거죠.


박: 제가 낯가림이 심한데다 어른들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해요. 박찬욱 감독님 앞에서도 술자리에서 한 세 마디 했나? 4~5번을 만났는데 말이죠. 예전에 (박감독님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찍기 전에 일순이 역을 사석 본 박희순의 뚱한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했다더라고요. 저랑 작품 해 본 감독님들은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해요. ‘희순인 코미디 해야 돼’ 이러면서.



하: 앞으로는 밝은 이미지로 많이들 기억할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재미있지 않나요? 처음에는 조폭, 깡패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었는데 영화 한편으로 반전을 이루는 다는 것 자체가.


박: 그러니까 말이에요. 최근에는 코미디도 몇 편 제안이 들어 왔었어요. 역할 자체에 코믹 요소가 있는 배역이요. 조금씩 다양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그래도 심사숙고 하고 있는 중이에요.



하: 배역 기다리는 일은 참 잘 할 것 같아요. <바보>도 그렇고 출연작이 개봉이 늦어져 많이 속상 했겠어요. 2006년이나 올해 가을까지도. 속이 타진 않았나요?


박: 네, 버티는 거 하난 잘해요(웃음). 물론 속은 탔죠. 제가 일을 하면서 묶여있으면 하나도 문제 될 게 없었겠죠. 근데 영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개봉이 안 되니까 미치는 줄 알았어요.



하: 그때 술 참 많이 마셨겠어요.


박: 그때는 대인기피증이 생겨서 사람을 못 만날 정도였어요. 왜냐하면 하도 주변에서 (영화 진행 상황에 대해) 물어보니까요. 근데 또 전 아는 것도 없으니까 사람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어요.



하: 어찌됐건 <세븐데이즈>가 성공해서 다행이에요. 평소에는 뭐하며 보내나요? 주량이 무척 셀 것 같은데요.


박: 저요?(웃음) 요즘은 많이 약해졌어요. 술 마시면 자요(웃음). 그렇게 여유 있게 사는 편이 아니라 여행도 못 다니고요.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지, 불안하기도 하고(웃음).



하: 그럼 스트레스는 다 술로 풀겠어요.


박: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니까요. 커피마시면서 사람 만날 일은 없지 않나요?



하: 차기작은 결정했나요?


박: 아직이요. 대부분 3월에 크랭크인을 하는 것 같아서 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하: 진짜인가요? 제가 인터뷰 다음날 바로 캐스팅 기사 나오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요(웃음).


박: 그럼요. 진짜에요(웃음).



하: 다음 인터뷰는 꼭 1년 안에 다시 했으면 좋겠어요. 차기작이 무척 기다려져요.


박: 하하. 물론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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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릴리슈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멋진 배우구나 싶네요..
    연기력은 당연 좋구요.. 성격도 멋지네요 ^^

    2008.01.03 18:45
  2. 서주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분 팬인데~..
    너무 멋있으시다는,^^

    2008.01.03 22:57
  3. voy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자주 보고싶어요 ^^

    2008.01.04 00:10
  4. 촨촨촨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와ㅠ_ㅠ완전 귀여우시고 진솔하신거긔........제발 스크린이든 연극 무대든간에 자주 많이 볼 수 있기만을 바래요!
    그래도 1:1로 대화하실 때는 낯가림이 좀 덜하신가봐요*-_-*농담도 하시고!
    우리 한테도 그런 모습을 좀 보여주시긔ㅋㅋㅋ

    2008.01.04 00:19
  5. 조아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븐데이즈보고 팬됐어요.. 인상깊은연기였어요 ㅋㅋㅋㅋㅋ 저런면도있구나..라고..

    2008.01.04 00:20
  6. 등대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면 볼수록 진짜 배우중에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퐈 이렇게 멋지셔도 됩니까아?

    2008.01.04 00:25
  7. 원래그런성격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정말 좋은 배우세요^^
    소중히 다뤄줘야겠어요~

    2008.01.04 01:58
  8. 서주우유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너무 좋아하는 분이 나오셔서, 인터뷰도 너무 잘 보았습니다. ^^
    근데 위에 저랑 똑같은 이름 가진분이 팬이라고 적어놓으셨길래, 내가 언제 이글에 댓글을 달았지? 한참 생각했다는 ㅋㅋㅋ

    2008.01.04 02:23
  9. Favicon of http://www.cyworld.com/aoiroz BlogIcon 김민정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투랄까 분위기 눈빛이 참 분위기 있어요. 개성있는 모습이
    멋져요 *^^*

    2008.01.04 02:35
  10. 이난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희순님 정말 좋아요
    드라마 흥신소도 시청률이 좀 더 나와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세븐데이즈 잘 되어 다행이에요~

    2008.01.04 06:44

하성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헨젤과 그레텔>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정공법을 자랑하고, 진중하면서도 슬프며, 비극적이지만 절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임필성 감독이 “공포스릴러가 아닌 잔혹동화”로 불러달라는 당부를 했는데 이 영화는 진정으로 <장화, 홍련>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 보다 오히려 불가능한 혹은 정체불명의 대상에 접근해 가는 감독의 전작 <남극일기>를 닮아 있으되 좀 더 대중에 다가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헨젤과 그래텔>은 마녀가 ‘과자의 집’에 잡아놓은 아이들이란 ‘그림형제’의 원안을 비틀어 놓은 듯 보인다. 비밀을 간직한 듯한 세 남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부모, 그리고 이 ‘네버랜드’에 떨어진 순수한 은수(천정명), 그리고 감춰졌던 비밀까지.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김민숙 작가와 임필성 감독이 직조해 낸 이 잔혹 동화의 세계는 아슬아슬하게 대한민국의 동시대성을 유지하면서 동화적인 그로테스크함을 창조적으로 시각화해 낸다. 세트와 미술의 공을 들인 흔적은 역력하며 또한 효과적이다. 절제와 형식미가 그럴싸하게 통제된 음악과 촬영 또한 무시 못할 임필성 감독의 연출력을 느끼게 한다.


감독의 전작 <남극일기>가 도달 불능점에 다다를수록 깨닫게 되는 최도형(송강호)의 아버지되기의 고행과 민재(유지태)의 탈소년의 과정이었다면 <헨젤과 그래텔>은 좀 더 직접적으로 아이와 어른의 대비시킨다. <오멘>의 데미안을 방불케 하는 첫째 만복이의 능력이 차근차근 전시될 때까지만 해도 증오어린 어린 악마들을 타자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뭉스러운 변집사(박희순)가 등장하고 그 정체를 드러낼 무렵부터 이 소년성과 어른들로 대비되는 세속의 세계에 대한 대비는 뚜렷해진다. 전작에서 네티즌들의 폭탄세례를 감내해야 했던 임필성 감독이 대중의 너무 의식한 것이 아니냐 싶을 정도로 우직하게. 특히 아이들이 지닌 비밀의 연원이 밝혀지는 후반부 플래쉬백은 정직하다 못해 보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파놓을 정도로 직설적이라 몽환적인 그로테스크함으로 가득 찼던 중반부와 대비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함, 그 이면에 도사린 공포와 세속에의 대비라는 주제를 구현하는 방식은 세련되고 정교하나 어딘지 모르게 갑갑하다. 그건 빠져나갈 수 없는 숲의 미로나 깔끔하게 정돈된 ‘즐거운 아이들의 집’ 세트 등 배경이나 외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감독은 은수가 떨어진 이 지옥이란 공간을 버텨나가는 시간을 친절하게 일일 단위로 구분해 놓았다. 그러나 천정명의 기존 이미지와 연기 탓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순수한 어른인 은수에게 도무지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 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호러와 스릴러의 기법을 과도하지 않게 차용, 은수가 아이들의 비밀을 캐내는 중반부까지 극의 긴장을 주기는 하나 대중 영화의 호흡이라기에는 너무나 절제되어 있다. 임필성 감독의 작가적 야심과 대중성 사이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샤이닝>이 극도의 공포를 전달하는 지점은 제대로 미쳐가는 잭 토랜스(잭 니콜슨)의 광기다. 하지만 <헨젤과 그래텔>의 천정명, 은수는 주제의 대비를 위해서인지 너무나도 선하고 아이들의 위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투입된 인물이 <세븐데이즈>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박희순. 1인 2역으로 분해 종횡무진하고 있는 박희순은 영화 데뷔 초반으로 돌아간 듯 한 신들린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이 작품이 연말 관객들을 끌어 모은다면 일등 공신은 역시 박희순이다. 한편 천진난만함과 분노, 슬픔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내는 세 아역의 연기, 특히 클라이맥스의 눈물 연기는 ‘잔혹동화’에서 눈물을 훔칠 기회를 열어 준다.


구구절절이 아이들이 납득할 만한 순수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주제를 설파하는 <헨젤과 그레텔>의 또 다른 미덕은 공포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징벌과 구원, 속죄의 정서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건 아이들은 물론 주인공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여 버리는 중인 한국 대중영화에 있어 소중한 미덕이다. 환상이든 현실이든 죽지 않고 그들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 보다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부디 소년들을 사랑하는 임필성 감독이 이 작품으로 <남극일기>의 악몽을 깨끗이 씻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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