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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2 신명나는 축제를 대비하는,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강민영(편집스탭)







해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전주는 성장통을 겪는다. 하지만 아픔이 가득 배인 성장통의 본 의미는 전주에서만큼은 예외다.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며 전주국제영화제는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 한국의 수많은 영화제 중 전주국제영화제의 의미는 영화 매니아들에게 단 비와도 같은 존재다. 주목받는 신작들의 뜨겁고 터질듯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큰 규모의 영화제들과는 달리, 전주영화제는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며 지지층을 넓혀갔다. 아담하지만 쾌적하게 뻗은 영화의 거리를 사이로 극장들이 즐비한 전주의 시내로 화사한 옷을 갖춰입은 씨네필들은 잠간동안 목을 축인다. 이제 두 자리의 숫자를 향해 달려가기 바로 직전인 아홉돌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일부터 9일까지의 9일간의 감칠맛 나는 만찬을 준비중이다.

제 9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 4월 1일 오후 5시,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 에서 열렸다. 송하진 조직위원장, 민병록 집행위원장, 강성률 비평위원, 그리고 전주의 기둥인 정수완과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은 활기를 더해갔다.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송하진 조직위원장의 간단한 인사말을 시작으로 깊게 숨어있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알맹이가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작년보다 169편이 더해진 1204편을 상영작으로 추렸으며, 이것은 지금까지의 전주국제영화제 중 가장 많은 작품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계속해서 고수하는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 상영작이 대폭 증가했으며, 이 중 다큐멘터리의 비중이 상당히 증가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방향을 꾀했다'라고 말하며 역대 최다 작품수를 선보이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인디비전'이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되던 국제경쟁섹션의 공식 명칭이 '국제경쟁'부문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적인 위상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굳히기 위해 'Daum 심사위원 특별상'을 신설했으며, 작년부터 신설된 '비평가 주간'의 'KT&G 상상마당상'과 아시아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넷팩상'에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을 밝혔다.

개막작 <입맞춤>전주의 얼굴을 빛낼 개,폐막작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만다 쿠니토시 감독의 <입맞춤>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국내 옴니버스 영화 <시선 1318>이 각각 선정되었다. <입맞춤>의 만다 쿠니토시 감독은 2001년 <언 러브드>로 칸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2004년 <터널>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정식 초청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감독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일상을 토대로 잔잔하지만 치명적인 변화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왔던 쿠니토시의 발견에 새로운 시선을 던진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시선 1318>은 국내 다섯 감독의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행하는 '투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이야기를 던지는 이현승 감독(<릴레이>), 배우로 데뷔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방은진 감독(<진주는 공부중>), 2006년 <삼거리 극장>으로 영화 매니아들을 열광케 했던 전계수 감독(<유 앤 미>),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받는 독립영화계의 재치꾼 윤성호 감독(<청소년 드리마의 이해와 실제>)과 스타 감독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김태용 감독(<달리는 차은>)등 서로 다른 시선으로 채워줄 따듯하고 직설적인 대화법으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말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연 주목할 섹션은 바로 회고전이다. 대륙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재발견해왔던 전주국제영화제 회고전 올해의 선택은 독일감독 알렉산더 클루게와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로 선정되었다. <서커스단의 예술가들>을 통해 독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확고한 입지를 보여준 클루게의 <독일의 가을>, <감정의 힘>을 포함한 8편의 장편과 7편의 단편을 관객에세 선보일 예정이다. 벨라 타르 감독회고전의 메인을 장식할 벨라 타르는 헝가리가 낳은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힌다. 수많은 평론가들이 벨라 타르의 이름을 훑어내리며 그를 위대한 시네아스트라 칭해왔으나 우리에게 벨라 타르의 작품을 맛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특히 전주영화제가 막 걸음마를 떼었을 때 상영했던 <사탄 탱고>는, 7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으나 이것이 무색할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인 벨라 타르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다. <사탄 탱고>를 포함해 총 12편의 영화를 들고 '직접' 전주를 방문할 예정인 벨라 타르의 미학은 오래 전 부터 수없이 재발견되었던 것으로, 이번 회고전을 통해 벌써부터 많은 시네필들을 전주로 불러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반가운 이름들도 눈에 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대폭 증가시킨 '시네마 스케이프' 섹션을 통해 전 세계 거장들의 최근작, 그리고 신인 감독들의 발굴에 힘을 쏟았다. 에릭 로메르의 <로맨스>,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알렉산드라>를 시작으로 수오 마사유키의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라울 루이즈의 <렉타 프로빈시아>,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수수께끼>를 포함해 이름을 나열하기도 숨이 찬 따끈한 영화들을 차려놓고 대기중이다. '시네마 스케이프' 부문의 다큐멘터리 작품들 또한 작년보다 다양하게 마련되었다. 지아 장커의 신작 두 편과 함께 새롭게 발굴된 동남아시아들의 주목작들이 상영된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특별전'에서는, 지난 5년간 비서구 지역의 영화를 발굴해왔던 전주영화제만의 독특한 소통을 계속 이어간다. 올해는 중앙아시아 5개국에 중점을 두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기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영화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시네마 스케이프'의 다큐멘터리 섹션을 토대로 국내 다큐멘터리 또한 활개를 칠 준비를 한다. 한국영화 쇼케이스를 통해 김동원 감독의 신작 <끝나지 않은 전쟁>을 서두로 2007년 서울독립영화제가 선택한 작품들과, 막 극장에서 발을 뗀 신작들에 주목한다. 또한 강석률 비평위원은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을 통해 610편의 지원작 중 19편을 선정하여 전주국제영화제가 보여준 것 중 최고의 다양성을 확립할 것임을 밝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야심찬 한국단편들은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선정되었다. 이번 '비평가 주간'은 '현실, 비현실, 새로운 시도'라는 주제 아래 엄선되었으며, 현재의 한국에서 발생되는 비정규직, 취업, 노인 문제등 소화하기 거북한 문제들, 그리고 이것들과 상반되는 종교, 신화적 색채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바라보자는 취지하에 준비되었다.

봄이 오는 것을 날씨보다 습관적으로 먼저 알게 해주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주국제영화제다. 하루종일 열거해도 모자랄 영화들은 먹거리, 사람내음이 풍만한 전주로 매년 모여든다. 늘 복닥거리지만 어수선하지 않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매력은 바로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들에게 아담한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단돈 오천원에 한 상 가득하게 차려나오는 따듯한 밥상과, 그 밥상의 인심을 훌쩍 뛰어넘는 다채로운 영화들의 향연을 맛보러 습관적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작년과 다른 올해, 올해와 다를 내년이 기대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봄내음을 흠뻑 받으며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기 알맞은 피서지다. 지금까지 미뤄왔던 온전한 영화로의 사색을 올해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다만 전주의 맛과 향, 그리고 영화들에 취해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질 것이 분명하니, 전주로의 '불멸의 향수병'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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