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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4 [24시티] 지아장커의 성숙한 윤리와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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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하


<24시티>는 <소무> <플랫폼> <세계> <스틸라이프> 등을 만든 지아장커의, 다큐멘터리 형식을 띤 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를 작년 시네마 디지털 서울 영화제에서 처음 관람했다. 이쯤에서 고백할 것 한가지. 나는 지아장커의 영화들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며, 그가 각종 비평에서 받는 대단한 찬사들에도 크게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24시티>는......보고 나서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솔직해지자면 좀 지루했다.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유명한 배우들을 마치 청두의 노동자들처럼 연기시켜 인터뷰를 한 작업에 대한 놀라움은 있었지만, 그래서 무엇을 위해 앞서 말한 작업들을 한 거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찜찜한 마음을 영화에 갖고 있던 중 다시 영화를 보았다. 두 번째 관람 후 나는 '아, 두 번 봐야 할 영화였구나.' 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했다. 여전히 모호했고, 그러나 감동적이었다. 영화는 과거 찬란했던 때 청두에 몸담고 노동했던 다수의 노동자들과, 그들의 자식으로 태어나 현재의 중국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사람을 인터뷰한다. 이 중엔 진짜 노동자도 있고 (<색, 계>의)조안 첸, (지아장커의 전작 대부분에 나온)자오타오와 같은 배우들도 있다. 이 지점에서 다큐와 극영화는 기묘하게 서로의 몸을 합친다. 그리고 그 몸에 내러티브의 전개에 분열을 내고 모호함을 더하는 장면들까지 겹쳐진다. 노동자들은 쑥스런 얼굴로 카메라와 눈을 맞추며 오래도록 서 있고, 어릴 적부터 여기서 컸다는 어린 여자아이는 밤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탄다. 조용히 응시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말을 뱉어내는 인터뷰이들과 아련함을 자아내는 시들과 또 다른 영상들이 합쳐질 때, 영화는 그만의 리듬감을 갖고 움직인다.

하지만 지아장커는 '영화적 형식'을 혁신하는 데서 멈추는 감독이 아니다. 그에게는 영화만큼 윤리와 예의가 중요하다. 24시티는 우리가 쉽게, 혹은 함부로 영화 속 대상들에게 감정이입하게 하지 않는다. 나는 현실을 담는 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진정한 자세는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은 참을성 있게 그들의 쉼없이 이어지는 말을 들어야 하고, 때론 흐름을 깨는 여러 장면들에 몸을 맡겨야 한다. 인내심 없는 관객이었던 나는, 첫 관람 때 아마 '듣기'에 실패했을 것이다.

또 하나 인상 깊게 느꼈던 것은, 과거를 노스탤지어의 감정(만)으로 바라보지 않는 영화의 시선이었다. 과거를 떠올려 재구성하고 추억하는 영화들은 필연적으로 그 시간에게 향수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병을 앓고 그를 불러내어 오는 것은 예술가의 숙명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 그 병은 영화가 더 나아가지 못하는 독이 된다. 영화가 존재하는 시점은 '지금 여기', 즉 현재다. 무턱대고 과거를 그리워하고 현재를 지탄할 때 그 영화는 자기부정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지아장커는, 분명 과거를 생각하나 '그래. 그 때가 좋았어.' 식의 단순한 노스탤지어적인 생각으로 끝맺지 않는다. 다만 그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노동이 그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던 시대를, 시간을 추억하고,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한다. 그리고 이제 과거와는 다른,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을 중립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세대는 "저는 노동자의 딸이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청두를 허물고 들어서는 최신식 단지 24시티에 부모님을 모실 거라 말하는 세대다. 영화는 이 앞뒤 모호한 발언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청두의 노동자들을 찍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조용히 응시한다. 영화의 시선은 현재진행형의 시선임과 동시에, 스러져 가는 과거의 시간들을 찬란한 생명의 시간으로 되돌려 기억하는 성숙한 향수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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