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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5.13 나의 후배, 나의 동지 그리고 나의 친구 (4)
  2. 2007.10.20 이제라도, 사랑해주면 안 되겠니?
(미리 고백하건대 이 글은 작심하고 어느 영화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쓰여 졌다.)

전주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나는 시나리오 한 편을 꺼내들었다. 작년에 일찌감치 초고가 완성된 바 있는 신동일 감독의 신작 시나리오다. 몇 차례 고쳐 쓰기를 거듭한 끝에 완성된 최종본이다.

서울을 출발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내 눈은 엔딩 크레딧 지점에 머물고 있었다. 부족한 잠 때문에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를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예상대로 이전보다 밀도감이 더해졌고 무엇보다 극적 재미가 배가되었다. 여전히 무거운 소재를 바탕으로 동시대를 겨냥하는 이야기지만 파고 들어갈수록 사람 냄새 또한 그득했다. 휴게소를 거치면서 한 번을 더 읽었다.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저녁에, 신동일 감독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어떻게 느낌을 전달할 지를 걱정한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는 더 없이 좋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투자를 받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그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것이며, 이 영화가 완성되었을 때 얼마나 멋질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 그러니까 힘이 될 만한 이야기를 준비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신동일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단편 [신성가족]으로 2001년 칸 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초청받았고 2006년에 장편 데뷔작 [방문자]로 시애틀 국제영화제 뉴-디렉터스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을 만큼 외국영화계가 먼저 인정해준 감독이다. 두 번째 장편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후 유수의 해외영화제에서 호평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식개봉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기업과의 합병이후 완성된 이 작품은 원래의 제작자가 여러 사정으로 회사를 떠난 후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 아직 정식개봉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솔직히 말해서 (신동일 자신도 잘 알고 있듯이) 신동일의 영화는 일반관객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화려한 비주얼과 말랑말랑한 로맨스와 거리를 두고 있어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를 들고 나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는 점에서, 계급과 자본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때론 감상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또 때론 상처를 후벼 파는 아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영화로 이야기하는 것들은 분명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한 번쯤 겪을 만한 일들이고 한없이 가벼워져만 가는 시대에 던져진 가족과 인간 본성에의 탐색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동일의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때문인지 외국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국내에서 홀대받는 감독들 중 하나로 신동일을 꼽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물론 이 부류의 대표주자는 단연 김기덕 감독이다.)
 
2008년에 들어서 그의 발걸음은 분주해졌다. 두 번째 장편을 기필코 개봉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글로 힘을 보태준 덕인지 몰라도 지난 2월말 서울의 모 극장에서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의 개봉을 위한 ‘모니터 시사회’가 열리기도 했다. 호응도 높은 설문결과에 고무돼 신동일은 개봉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고 마침내 책임자로부터 9월 개봉 약속을 받아냈다. 실로 완성된 지 2년 만에 개봉하는 감격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약속이 뒤집히는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하였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무기한 개봉연기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적인 호소와 설득의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신동일은 빠지게 되었다.

정말로 운 나쁘게도 그의 영화는 영화상업주의의 첨병 노릇을 하는 제작자가 둥지를 튼 투자사에서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영화를 오로지 흥행만을 목적으로 제작, 투자하는 이들의 계속된 잘못이 애꿎은 작품하나를 자칫 매장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단골처럼 호명되는 ‘미 개봉 영화들’ 중에서 신동일의 영화가 가장 늦게 개봉한다고 해도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 그의 영화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4월말 인사동에서 다시 만난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연내 개봉을 위해 분투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판권을 가져갈 뜻있는 투자자를 구할 생각까지 밝혔다. 미 개봉 영화도 개봉해야 하고 신작도 찍어야 하니 맘 쓸 일이 이만저만 아닐 그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 가득하나, 따지고 보면 이 땅에서 영화를 찍는 감독치고 돈 걱정, 개봉걱정 없이 작품에만 집중하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지금의 고난을 어쩌면 진정한 작가의 반열에 올라 천박한 제작자들 수하에 휘둘리지 않는 그 날을 위한 자양분으로 여기자고 다독였다.
 
이런 와중에 다행스러운 것은 신동일 감독의 [방문자]가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다름 아닌 서울아트시네마의 5월 작가를 만나다(5월 17일, 토) 편에 초대 상영되고 열성 팬들 성원에 힘입어 DVD도 곧 출시된다는 것이다. 또 문제의 영화 [나의 친구, 그의 아내]도 인디포럼에 초청되어 이달 31일에 관객과 한시적이나마 만나게 되었으니 아쉬운 가운데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영화와 영화감독에 관한 글을 써오면서, 영화감독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의 애환을 들으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너무도 많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고백하건대 자신의 영화가 개봉되지 못하는 것이 감독에게 얼마나 고통스런 일인지를 이토록 절실하게 지근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신동일 감독의 덕분이리라.
 
전주에 도착한 날 저녁, 예정대로 고사동의 어느 극장 앞에서 신동일 감독을 만났다. 잔뜩 굳은 얼굴로 다가온 그에게 나는 다짜고짜 “이거 너무 좋아!” “그런데 딱 한 가지, 엔딩 크레딧에 소리를 넣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말로 그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렸다. 그제야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안도하는 것 같았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그리고 또 다른 자리에서도 나는 신동일과 그의 영화이야기를 해댔다. 그는 나의 후배이고 영화적 동지이며 무엇보다 좋은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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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방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적인 글이네요. 그 감독님 말고도 이 사회에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을 위해서라도 꼭 개봉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진심으로 !

    2008.05.13 18:53
  2. 하얀말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자의 감독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글이네요. 신동일 감독의 작품이 조만간 꼭 개봉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힘을 모아요~!

    2008.05.14 11:22
  3. 박정철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한국사회 정말 뭐가 정답이고 누가 옳은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지금 이 글을 읽고 잠을 이룰수도 없고 생각할수도 없다.
    그저 눈을 뜨고 있다.
    그저 이렇게...

    2008.05.15 01:32
  4. 누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영화속의 이야기는, 그의 영화가 개봉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계의 현실과 다름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쉽지만) 우리나라 예술문화의 수준이기도 하다. 날마다 심각할 수 없듯이 날마다 가볍기도 어려운것이 인생인데, 가끔은 이렇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그러나 그 질문의 근원은 우리삶의 가까운 곳에서 존재하는) 영화도 보고싶다.

    2008.05.15 11:54

이제라도, 사랑해주면 안 되겠니?

필진 칼럼 2007.10.20 16:58 Posted by woodyh98


그날 밤, 나는 경북 칠곡의 어느 한적한 소읍을 향하고 있었다. 연고하나 없는 지방으로의 주거이동이 주는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감정을 추스르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도대체 서울에서 이곳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이곳에 문화 편의시설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의문 속에서 지도를 펼치는 일이었는데, 황당하게도 아무것도 없는 등고선과 지형도를 봤을 때의 허망함이라니. 정확하게 말해서 2003년 10월의 마지막 날의 일이었다. 이후 2년 여 동안 주말이면 어김없이 동명과 칠곡을 거쳐 대구 시내로 향하곤 했는데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서야 가능했으니, 숨 막히는 시골을 떠나 동성로 일원에 즐비한 극장들을 순례하며 영화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던 시절이었다. 서울과는 달리 예술영화나 단관개봉작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역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마주친 동성아트홀은 내게는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서 만나는 작은 매표구, 첨단 시스템으로 좌석을 지정해주는 상냥한 안내원의 미소 가득한 멀티플렉스가 창궐하는 시대에 그 옛날 동네극장에서나 볼 수 있는 또는 시골의 시외버스 정류장의 매표소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이라니. 20여 년 전 쯤 극장에서나 볼 수 있는 좌석은 물론이고 허름한 매점을 지키는 맘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까지. 분명 21세기 극장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였다. 어쨌든 놀라움과 신기함에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연신 주위를 둘러보다 나온 것이 내가 만난 동성아트홀에 대한 첫 기억이다. 혹자는 ‘동성아트홀을 지원사격하려는 것이냐’고 물을 런지 모르겠다. 그렇다! 나는 지금 4년 전 동성아트홀과의 첫 대면을 떠올리면서, 진즉에 그랬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음을 고백하려는 것이다. 또한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표명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예술(작은)영화전용관을 살려야 하고, 독립영화를 육성해야 하며, 작은 영화를 보호해야 하고, 한국영화도 지켜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계획과 정책만 난무할 뿐 정작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꼭 1년 전 2006년 10월 발표된 '영화산업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예술영화전용관을 70개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관객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한 양적 증가만으로 영화강국을 만들겠다는 것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전시행정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아직 예술영화전용관이 없는 지자체가 114개에 이른다는 점은 문화정책입안자들의 사고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비록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아트플러스의 예술영화전용관에 관한 선정, 지원책이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의심할 나위 없이 예술영화전용관은 아직도 더 많이 필요하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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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예술영화전용관들이 홈페이지 외에도 인터넷 카페나 클럽, 공식 블로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여건상 대규모 마케팅을 펼칠 수 도 없거니와 시장의 규모가 빤하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예술영화전용관들은 인터넷을 통한 회원 모집과 관리 등 나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멀티플렉스의 숲을 뚫고 오늘까지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들이다. 특히 몇몇 극장의 공식 커뮤니티는 일반극장의 그것들과 비교해 역동적이면서 멤버의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행사와 상영일정과 이벤트가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며 극장주와 관객회원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모 극장의 공식카페의 실망스러운 운영방식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마치 그곳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영화인 양, 작은영화전용관이 대단히 숭고한 장소인양, 남들 안 하는 사업에 뛰어든 모험적 선각자인양 관객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운영주체의 사고가 이렇다 보니 비판적 관객의 언로를 봉쇄함으로써 극장운영방침에 맞도록 길들이려는 시대착오적 발상도 횡횡하는 지경이다. 세상에나! 바로 여기가 아니면 절대로 볼 수 없는 영화라는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관객이 극장의 눈치를 보고 마치 공짜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상찬일변의 태도를 요구받다니. 게다가 기회 있을 때마다 특별전 형식으로 몇 번 씩이나 우려먹는 프로그래밍을 무조건 반겨야 할까? (물론 명분은 좋다. ‘놓친 영화를 다시 한 번!’)

이렇듯 노출된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씨네큐브와 동성아트홀 등의 예술영화전용관이 보여준 회원모집과 극장운영 및 관리방식은 벤치마킹 대상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결국 카페나 유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화마니아들이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며 추억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관객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극장운영자의 겸허한 태도와 배려가 더해질 때 예술영화전용관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양의 눈이 대구에 내린 2004년 크리스마스 전야를 기억한다. 도무지 차가 다닐 수 없는 산길을 걸어 내려와서야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갈 수 있었는데,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동성아트홀로 찾아들어가는 일이었다. 대구를 떠나 서울로 복귀한 지 벌써 2년이 넘어선 지금에도 대구 시절을 생각하면 동성아트홀 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누군가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로 영화 두 번 보기를 말했다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 작은 영화와 내 지역의 작은영화전용관을 사랑하는 것도 반드시 그중에 포함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 사랑은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에 앞서, 극장을 찾아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니 그 작은 극장에 정부지원이라는 단비가 내려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 영화를 볼 일이다. 혹여 멀티플렉스의 화려함이 없다고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고, 조악한 매표구가 의심스러워 발길을 돌렸다면 이제는 웃으면서 표를 받고 오래된 상영관 속에 예술영화 속에 자신을 맡겨보자. 정말로 작은 영화관의 존재를 고맙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자. 왜 그래야 하는가? 그곳에 가면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영화’가 있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로 가득하며 한국영화의 미래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사랑해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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