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이도훈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수하고, 얼큰한 영화다. 잘 끓인 된장국처럼 농도가 짙고, 해장술처럼 얼큰해서 보고나면 엔돌핀이 팍팍 도는 영화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관객을 배꼽 잡게 만들고, 한껏 영화에 취하게 만든다. 독립영화 장편치고 이렇게 웃긴 영화를 만난 건 실로 오랜 만이다. 1000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노영석 감독의 첫 작품인 <낮술>은 대박예감이 팍팍 든다. 예감은 관객 반응을 보고 직감 할 수 있었다. <낮술>은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째로 관객과 만났다. 상영이 있던 날 극장 안에는 웃음이 해일이 되어 관객을 쉴 새 없이 덮쳤다. <낮술>이 만들어 놓은 웃음바다에 푹 빠진 관객들은 몸과 마음이 흠뻑 젖었을 게다.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올해의 독립영화 한 편, 노영석 감독의 <낮술>이다.

<낮술>은 반가운 영화다. 그간 우울한 몽상가라도 되는 양 독립영화가 장편 영화들은 청춘들의 성장통, 비정규직, 탈북자, 노숙자,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의 쓰라림을 노래하였다. 대부분이 그랬다. 누구하나 웃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고, 웃기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이상한 불문율이었다. 현실이 심각하다고 영화마저 심각하다면, 우리는 극장에서도 눈물을 흘려야 한다. 한두 편이면 괜찮지만 나오는 영화마다 심각하고, 영화가 두통을 만들어내는 장본인들이었다니. 참 독립영화 볼 맛이 안 났다. 가뜩이나 FTA다 '미친소'다 해서 세상이 아수라장 같은데. 세상이 우리를 속여도 영화는 우리를 속이지 말고 응원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관객은 우울한 현실을 극장에서 보기 싫었는지 독립영화 극 장편을 도외시 했었다. 아닌가? 반면, <낮술>은 익숙한 이야기를 능글맞게 하는 영화다. <낮술>은 명랑 그 자체다.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인 텍스트도 없으며, 세상에 대한 저항이나 반항 혹은 고민이 등장하지 않는다. 되려, 그 고민들을 일상의 저편으로 날려버리고 우리만 남은 일상의 이편에서 한 바탕 축제를 벌인다. <낮술>은 웃음의 카니발이다.

일상이 영화가 된다. 이 영화에는 남자의 욕망, 여행, 여자, 술, 담배와 같은 일상적인 것으로 가득하다. 남자의 로망은 여자가 남자를 낚을 때 쓰는 미끼가 되기도 한다. <낮술>에는 여자를 욕망하는 남자의 소극적인 심리와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의 적극적인 심리묘사가 공존한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혁진. 혁진의 친구들은 혁진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 정선으로 여행을 가자고 한다. 다음 날 정선에는 혁진 혼자 도착하고, 여기서 부터 <낮술>의 목적지 없는 로드무비는 시작된다. <낮술>은 욕망과 일상에 관한 영화이다. 혁진은 혼자 머무르던 펜션에서 혼자 놀러 온 여자를 만나고, 그녀에게 작업을 걸어볼까 생각한다. '옆방여자'는 한번 보고 눈길이 머무르는 여자다. 흰색 스웨터를 걸치고, "저기요~ 담배 한 대만 빌려주세요." 혹은 "저기요~ 저 술 한 잔만 사주세요."라고 접근해오는 여자다. 남자라면 누구나 이런 여자에 살살 녹기마련. 거기다가 장소는 한적한 산골의 펜션이다. 별로 할 일도 없고, 방에만 있으려니 별별 생각이 다 난다. 하지만 영화는 혁진의 욕망이 보기 좋게 배반당하는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간다. 노영석의 웃음코드는 욕망과 배반이라는 말로 정리된다. 기대하던 상황이 어긋나면서 주인공 혁진은 비참하게 무너지고, 관객은 그 상황을 즐긴다. 옆방여자는 알고 보니 팜므파탈이었고, 버스터미널서 만난 이상한 여자는 하이쿠를 읊는 자기 멋에 취한 사람이다. 혹시나 꿈에 나타날까봐 무서운 여자. 안 되는 사람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혁진은 게이에게 겁탈당할 뻔도 하고. 참 되는 게 없는 여행이다. 여행 중 혁진은 매일 술을 먹고, 술을 먹다가 정신을 놓기도 한다. 술을 먹으면 개가 되고, 개가 된 취객을 감상하는 우리들은 그 덕에 즐거울 수도 있다. 또는 함께 술을 먹으면서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다. 노영석 감독의 <낮술>은 전자와 후자를 모두 포함하는 영화다. 실로 영화를 쥐고 흔들면 알코올이 뚝뚝 떨어 질만한 영화다. 영화에 취하고 싶은 자는 <낮술>을 보라. 그리하면 술에 취한 듯 웃다가 자지러질 것이다.

<낮술>은 폼 잡으면서 진지한 척하는 영화가 아니라, 스스로 웃으면서 함께 웃자고 제안하는 영화다. 여기에는 일상이 있고, 일상에서 오는 소박함이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솔직하고 소탈하며 거짓을 모른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오래두고 가까이 만나는 친구를 대하는 편안함이 생긴다. <낮술>은 다가오는 인디포럼에서도 상영된다고 하니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아마도, 가볍게 웃고 오랫동안 미소 지을 것이다. <낮술> 때문에.




1,000만원으로도 영화 만들 수 있다!


첫 상영 때 관객 반응이 폭발적이던데, 느낌이 어떤가?

표가 없어서 관객과 함께 보지는 못했다. 나중에 지인들에게 듣고서야 관객 반응을 알게 되었다. 관객들과 같이 보고 싶었는데, 보고 나면 GV때 떨릴 것 같아서 보지 않았다. 관개들이 많이 웃어줬다니 기분이 되게 좋다.


서울대 공예학과를 졸업하고 음악을 하다가 영화를 하게 되었다. 이력이 참 다양한데.

중학교 때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도 좋아하게 되었다. 미술보다 더 오래 했던 건 음악이었다. 미대를 갔던 건, 음대를 갈 실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음악 다음으로 좋아했던 게 미술이라서 망설임 없이 미대를 지원할 수 있었다. 미술이나 음악이나 단지 표현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직접적이지만 그림을 보면 좀 더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볼 수 있다. 두 가지가 합쳐지면 영화로 표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표현 방식이 너무 좋아서 영화를 택하게 된 것 같다. 고등학교 때 "32살이 되면 영화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음악적 꿈은 못 이뤘지만 계획 했던 대로 되어서 너무 좋다.


한겨레 영화 학교 출신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을 만든 손재곤 감독도 한겨레 출신인데, 어떤 과정을 공부했고, 동기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나.

연출 공부를 하겠다는 욕심보다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길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한겨레에서 <낮술>에 배우로 출연한 이란희 씨도 만날 수 있었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준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결과적으로 <낮술>을 만드는데 기여를 한 것 같다.


란희 역할로 출연한 이란희 씨는 김곡,김선 감독의 <뇌절개술>에 출연하신 분이다. 이 영화에서는 조감독으로도 참여하셨는데.

많은 부분에 도움을 주셨다. 척 보면, 굉장히 기가 드세 보이는 얼굴이지만 여성적이고 세심한 부분이 많으신 분이다. 조감독 하면서 스크립터도 그분이 해주셨고, 연극을 하신 분이라 배우들 캐스팅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게이로 출연한 분이 남편분이시다.(웃음) 또, 편한 누나라서 개인적인 고민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배우와 전 스텝들이 모두 술을 먹고 영화 촬영을 했다고?

그거는...(머뭇) 나중에 홍보를 하게 되면 특별히 내세울게 없을 것 같아서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가, "전 스텝이 술을 먹은 영화"라고 컨셉트를 잡았다. 그래서 아예 작정하고 스텝들에게 먹이기도 했다.(웃음) 배우들에게 술을 먹였던 건, 짧은 시간 안에 자연스러운 연기를 뽑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술 먹은 상태를 찍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극 중 '옆방 여자'를 연기한 배우는 나랑 아침까지 술 마시다가 촬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영화 속에 감독님의 경험이 섞여 있는 것 같던데.

경험적인 게 섞여 있지만 조금 과장된 게 있다.(웃음) 영화 속 주인공인 혁진이 정선의 한 펜션에 머무르는데, 나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 정선의 펜션에 간 적이 있다. 돈을 써야 그게 아까워서라도 무언가를 할 것 같았다. 눈이 엄청 오던 날이었는데, 정선을 가기위해서 기차를 탔다. 흔히들 남자라면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나. 진짜로 누가 앉긴 했는데 조금 애매한 분이었다. 얼굴이 예쁘기는 한데 나이든 유부녀. 나는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데, 그리고 그걸 즐기고 있는데. 자꾸 말을 거는 거다. 그 분은 자기가 서울에 살았다는 걸 강조하면서 내게 인지를 시키려고 하더라. 나는 머쓱해 하면서 "내 알겠습니다" 했지. 그 분의 캐릭터가 극중 란희 캐릭터에 약간 투영되었다. 진평역에 내려서 펜션까지 걸어간 것도 영화 속 혁진의 모습과 같다. 걸어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길이 너무 적막해서 그런지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 이런 날 산짐승이 나와서 날 죽이면 아무도 모를 건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영화 속에는 '호랑이 사건'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펜션에 묵을 때 옆방 여자에 대한 캐릭터를 구상하게 되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여관이나 펜션에서 혼자 있다 보면 옆방에 소리가 들리면 궁금해 하는 거.(웃음) 영화 속 많은 이야기들이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거다. 혁진이 게이에게 당하는 에피소드도 약간의 경험담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오마쥬가 많이 보인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서 힌트를 얻었다. <생활의 발견>을 볼 때 깔깔대면서 봤는데. '아! 이런 걸로도 영화를 찍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예지원씨가 한국무용하고, 살사 춤을 추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엉뚱하면서도 생뚱맞은 상황들을 너무 좋아한다. <낮술>을 만들면서 홍상수 감독을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아마도 무의식중에 홍상수 감독에 대한 내 애정이 묻어나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봄날은 간다>는 아직 보지 못했다. <구타유발자>는 낮술을 너무 좋아해서 들어간 것 같다. <구타유발자>에서 강을 끼고 삼겹살 먹는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영화를 보는 데 완전 죽겠더라. 이문식이 교수님에게 생 삼겹살 권하는데, 난 그것도 먹고 싶더라.(웃음) 사실 구타유발자는 인연 아닌 인연이다. 예전에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시를 한 적이 있다. 발표가 나던 날 확인해보니, 내 이름이 장려상에 올라와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붙은 줄 알았지. 헌데 작품을 보니 내 작품이랑 이름이 달라. 알고 봤더니 동명이인인 거다.(웃음) 그리고 나서 그럼 1등은 뭘까 하고 봤더니 <구타유발자>였다. 내가 떨어질 정도였으니 이 작품은 죽이겠구나 싶었지. 물론 나중에 영화를 봤더니 '야~이래서 뽑혔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감독님이 횟집 주인 역할로 잠깐 등장한다. 히치콕처럼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고 싶었나?

그거는 의도 한 거다.(웃음) 연기를 너무 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혁진 역할을 하려고 했었는데, 연출하면서 연기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힘들 것 같아서 '옆방 남자' 역할을 하려고 삭발까지 했었는데, 그 역할도 연출이랑 병행하기에는 힘들 것 같더라. 아, 연기는 정말 해보고 싶더라.(웃음)


여성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옆방여자'는 남성을 유혹할 만한 캐릭터이다. 혁진에게 상처를 주기는 하지만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꼬시기만 하는 여자. 요즘 표현을 빌리면 "남자를 어항 안에 가두는 여자". 쉽게 말하면 남자들이 자기를 짝사랑하게 만들어놓고는 나 몰라라 하는 여자다. 예를 들어서 남자가 혼자 짝사랑하다가 마음을 접으려고 하는데 딱, 그 때 전화해서는 남자 마음을 흔드는 여자. 미워도 미워할 수가 없는 여자들이 있다. 그런 캐릭터를 한 번 그려 보고 싶었다. 영화에서 옆방 여자가 혁진에게 다가와 술 사달라고 조르는데, 혁진의 다리까지 만진다. 그러면 남자들은 "이 여자가 날 좋아하나?" 하고 착각하기 마련이다. 순진한 남자를 혹하게 하는 여자!


버스 정류장에 있는 슈퍼마켓 사장님은 현장 캐스팅인가? 할머니의 대사 리듬감이 매우 특이하다.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와 이영애에게 밥을 주시던 할머니가 생각 날 정도로 구수하고 좋더라.

허름한 슈퍼를 알아보다가 스텝들이 찾은 장소다. 처음에는 스텝이 사장님께 부탁을 하니 거절 하시는 거다. 그래서 직접 찾아갔더니 화장을 곱게 하고, 촬영할 준비를 다 하고 계시더라. 촬영하면서 너무 즐거워하셨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할머니 연기가 어색하다. 근데, 오히려 그런 정색하는 연기가 영화에 기여를 한 것 같다. 표정하나 건조한 말투로 "호랑이도 나와"라고 하는 대사가 관객에게 제대로 먹혔던 것 같다. 할머니께 너무 감사드리고, 나중에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


영화 속에서 텅빈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장날인줄 알고 갔는데, 시장이 텅 비어 거나, 겨울 바다의 썰렁한 풍경들이 주인공을 처량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그런 풍경을 좋아한다. 영화적으로도 공간감을 표현하기에도 좋은 것 같다. 적막함이라고 할까. 텅빈 공간을 통해서 주인공의 외로움이나 쓸쓸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낮술>은 1000만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다. 제작비를 어머님께서 지원했다고 하던데.

지금까지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어머니는 내가 하는 걸 늘 믿어주셨다. 영화한다고 했을 때도 외려 내게 위로를 해주시면서 천천히 하라고 하셨다. 늘 내게 위로를 주시는 분이다. 참 감사드린다.


<낮술>은 독립영화 답지 않게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이 풍부해서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독립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독립영화하면 우울한 이야기거나 생각이 많이 들어간 영화라는 느낌을 받는다. <낮술>을 통해서 독립영화도 가볍고, 웃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들이 안 웃어줬으면 큰일 났었을 텐데. 그나마 참 다행이다.(웃음) 또, 이 돈(1000만원)가지고도 장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맘고생도 심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www.whatsgoingon.co.kr BlogIcon 본디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고 싶어지네요.
    부산에선 이 영화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2008.05.09 12:32 신고
  2. ㅇㅇ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립영화면 조건없이 빨아주고 그걸 안목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도

    이제는 좀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2008.05.09 12:48
    • ㄴㄴ  수정/삭제

      뭔소리를 하는건가요?

      2008.05.09 13:11
    • KjY  수정/삭제

      벌써 광우병 걸렸냐?

      2008.05.09 19:32
    • 미친소척살  수정/삭제

      진지하게 묻는다. 최근에 싼 값에 쇠고기 먹은 일 있지?

      2008.05.10 03:50
    • 하하하  수정/삭제

      ..

      내용 좀 읽고 댓글 달던지-_-

      기존 독립영화들을 완곡히 비판하면서 이 독립영화의 독특한 매력을 적었는데-_-

      2008.05.10 10:38
  3. 보고 싶어지는 기사네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 찾아가서 보고 할 입장이 못되는데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

    2008.05.09 13:21
  4. Favicon of http://noopy.tistory.com BlogIcon 누피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다보니,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낮술의 팬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생활의 발견', '구타유발자들', '봄날은 간다'가 언급되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꼭 챙겨보고 싶네요.

    2008.05.09 14:37
  5. 오늘 낮술 좀 해야겠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주영화제에서 이 영화 봤습니다. 새로운 감독의 발견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인디포럼에도 찾아가 다시 볼 예정입니다. 차기작이 벌써 부터 기다려집니다.

    2008.05.09 15:55
  6. Favicon of http://blog.daum.net/jan4700 BlogIcon 터미네이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에서 잘보고갑니다.. 보고싶네요.ㅎ
    저는 유치찬란한 신데렐라 출연했어요..조연급으로.. 제주도 놀러옵써예...ㅎ

    2008.05.09 20:13
  7. Favicon of http://yisrael.tistory.com BlogIcon yisrael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글만봐도 영화를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독립영화라고 하면 어렵고 낯설었는데.. 왠지 재밌을것같아요!

    2008.05.09 23:01
  8. man kim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보고싶은데 여긴 미국이라서....힘들겠죠.....

    2008.05.10 11:07
  9. Favicon of http://cyworld.com/gollum BlogIcon 골룸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주영화제에서 고른 영화중에서 참 잘골랐다고 생각한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일단 재미있더라구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속에서 의외로 악의도 보이지 않았고 반전도 일품이었습니다.

    2008.05.13 00:13



5월 5일 어린이날이 지남과 동시에 영화제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지난 3일부터 이어지던 기나긴 휴일에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은 부모들, 그리고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봄을 만끽하는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주말을 이용해 영화제에 다녀간 수많은 게스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출근, 혹은 등교를 위해 전주를 비운다. 전주영화제의 열기가 절정에 이르렀고, 일정의 반을 훌쩍 넘기는 중간 지점에 위치했던 지난 주말은 그야말로 북적거리는 두터운 열기가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다소 뜸해진 전주는 여전히 영화제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 주를 시작으로 매진에 매진 행렬을 거듭하던 상영관 사정은 꿀 같은 휴일이 끝나며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길거리는 다시 노란색 옷을 맞춰입은 지프지기들로 뒤덮였다.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일찍 상영관을 기웃거리는 영화광들의 모습은 어제도 오늘도 변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로 뒤섞여진 주말에는 볼 수 없었던 반가운 얼굴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떤 영화가 재밌었더라, 이건 끝내주는 걸작이다, 이 영화는 전작보다 못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각자가 보았던 영화에 대한 간평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문득 전주가 슬슬 아쉬워진다. 거리에서 안면이 있는 분들을 만나 커피라도 나눠마시며 막 보고 나온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서울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언제나 이런 순간이 소중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가슴이 뛴다. 매년 느낄 수 있는 열기지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열기는 아니다. 평소 말을 걸어보고 싶었던 사람들 옆에 가만히 앉아서 한 두 마디를 건네보기도 한다. 그들과 이야기 나누고 영화를 보는 하루는 24시간만으로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지난 4월 제 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이 발표되기 한참 전, 이미 굵직한 줄기는 홈페이지의 메인에 올려져 있었다. 해마다 전주영화제가 열리는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의례적으로 회고전과 특별전의 감독이 누구인지부터 펼쳐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물론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으므로, 거의 아무 정보도 열려있지 않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를 열심히 새로고침해가며 눌러댔던 나날이 얼마나 되었던지. 그러던 와중에 벨라 타르의 이름을 읽은 것이다.

벨라 타르는, 거스 반 산트가 오마주를 바친 감독으로 이미 동시대의 수많은 감독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는 영화인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첫 번째 선을 보일 때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를 상영했었고, 당시 심야상영이었던 영화에 대한 호평은 끊이지 않았다. 물론 2000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내가 <사탄 탱고>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말로만 듣던 전주의 소식을 뒤로하고 고등학교에 올라와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러닝타임 7시간'을 자랑하는 <사탄 탱고>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잠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어줍잖게 만났던 <사탄 탱고>는 결과적으로 내게 갈증만 더해준 꼴이 되었다. 그때 나는 <사탄 탱고>를 스크린으로 보지 않으면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못을 깊게 박았다.

때문에 이번 전주영화제에 벨라 타르의 주요 작품들을 포함한 거대한 상영에 <사탄 탱고>가 들어있었으니,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이 앞섰다. <사탄 탱고>의 상영 시간동안 서 너 개의 영화를 챙겨볼 수 있었겠지만, <사탄 탱고>가 상영되는 단 하루, 5월 6일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 영화를 다시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난생 처음 접하는 벨라 타르의 다섯 편의 영화에 그토록 시끌벅적했던 어린이날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5일 저녁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를 관람하고 상영 후 조촐한 술자리에 참석하고 나서인 화요일 아침, 멍멍한 머리를 가라앉히고 '결전의 날'이 왔음을 실감했다.

<사탄 탱고>의 상영시간은 약 7시간 정도로, 영화 상영 도중 두 번의 휴식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다. <사탄 탱고>의 상영을 몇 분 앞둔 전주 CGV 앞 휴식공간에는 벌써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탄 탱고> 하나만을 보기 위하여 서울에서 전주까지 달려온 영화의 동지들도 적지 않았다. 모두가 상기된 얼굴로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렸다. 긴 상영시간에 대비해 눈을 부릅뜨며 쓴 커피를 홀짝이는 친구도 있었다. 혹 영화를 보다가 졸지는 않을지, 뛰쳐나가고 싶지는 않을지에 대한 농담을 주고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상영관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의 소망은 딱 하나, <사탄 탱고>의 상영에서 살아남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벨라 타르는 흑백을 사랑해 언제나 영화에 색을 입히는 것을 꺼리는 감독이다. 벨라 타르의 이런 개인적인 기호는 <사탄 탱고>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은 색과 흰 색의 대비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내야만 하는 신비스러운 흑백필름의 미학을 감독은 꿰뚫고 있었다. <사탄 탱고>는 분명히 원작이 존재하는 영화였으나, 원작만큼의 내러티브를 기대하기는 힘든 작품이었다. 여러 가지의 챕터로 구성되어 등장인물들의 순환을 바꿔가는 영화에서 주된 내용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쉽게 말하자면 <사탄 탱고>는 인과응보, 혹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인 틀 만을 바라보았을 때 나올 수 있는 너무나도 간단한 이야기다. 영화는 식상한 표현을 앞세워 말하자면, '인간의 인생은 복잡하다'라는 식의 화두를 던져놓고 꼬인 상태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나의 현상이 던져지고, 그것을 둘러싼 마을 주민들의 일상은 장조에서 단조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마치 오래된 헛간의 거미줄이 솎아내기 힘들 정도로 얽혀있듯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을 창조해낸다. 그들은 '주점'이라는 공간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며 천천히 리듬 속으로 몸을 던진다. 탱고의 12스텝을 토대로 6스텝은 앞으로, 6스텝은 뒤로 발걸음을 옮기며 인간이 보여 줄 수 있는 극한의 공간을 노래한다. 말하자면 '사탄 탱고'는 잿빛 아코디언과 검은 색 피아노가 노래하는 세상의 끝, 인류의 바닥을 달리는 변주곡이다.

상영 시간이 긴 영화들은 대부분 많은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그러나 소문을 통해 물리적인 시간성만으로 알려진 영화들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러닝 타임이 극에 달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긴 시간 만큼 허점이 보인다는 평을 얻고 있지만, <사탄 탱고>는 이런 영화들과 별개다. 두 번의 휴식시간, 그리고 한정적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비참한 아름다움은 단 한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마법의 시간을 선사한다. <사탄 탱고>의 엔딩 직후 감독과의 대화에서 쏟아지는 질문의 홍수에 동참하며, 같은 마음으로 <사탄 탱고>를 기다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확신은 '영화 완주'의 쾌감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었다. 오후 두 시에 시작한 영화는 휴식시간과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포함해 11시가 넘어서야 가까스로 막을 내렸다. 하루 종일 상영관에 틀어박혀 벨라 타르 특유의 어두운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대하는 바깥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선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mooworx.egloos.com BlogIcon moonworx  수정/삭제  댓글쓰기

    DVD를 구하는 것조차도 힘든 벨라 타르의 작품들. 이제 다시 <사탄탱고>를 대형 스크린으로 접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까요?

    2008.05.13 11:37

 


*상황에 따른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목구멍이 타들어간다.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손에 땀이 줄줄 흐른다. 성적표를 기다리는 고등학교 수험생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상영 시간에 늦을까봐 마음 졸이는 처량한 영화애호가의 이야기다.

3일 저녁, 오후 일곱 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좀체 앞으로 나아갈 줄 몰랐다. 6일까지 징검다리마냥 놓여있는 휴일 아닌 휴일에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일까, 버스는 서울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정차에 정차를 거듭한다. 저녁이 깊어만 갈수록 타는 듯한 긴장감은 속력을 늦출 줄 모른다.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미리 도착한 친구들의 문자와 전화가 줄을 이룬다. “너 어디야? 영화 시작하기 직전이야!”, “나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논산을 아까 지났어.”, “이래가지고 너 정시에 도착할 수 있겠어?”, 조금 망설인 나의 횡설수설한 대답, “내가 정시에 도착할 수 있다면 조지 로메로에게 혼이라도 팔겠어!”

잠시 숨을 가라앉히고 식상한 이야기를 꺼내보자. 전작의 파격과 성공에 대한 기대치는 언제나 후작에 영향을 준다는 정석은 이 세상 어떤 감독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절대 진리다. 조지 로메로의 신작과 윌리엄 프레드킨의 신작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날에 볼 수 있다는 것은 호러영화의 골수팬들, 그리고 나에게 엄청난 전율을 선사하기에 마땅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두 전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엑소시스트>를 망라하는 (꽤 오래된) 후작을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을 그 누구라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기차는 달리고 버스는 날랐다. 전주 톨게이트를 지나기 한참 전부터 졸린 눈을 부릅뜨고 두 손에 짐을 꼭 쥔 채 버스에서 내려 뛰어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가까스로’ 정시에 도착해 친구가 발권해준 티켓을 받아들고 상영관으로 축지법을 구사하듯 뛰어 들어갔다. 로메로와 프레드킨의 '시간적 조우'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3.47배 뒤떨어진,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일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이야기하기 전에, <살아있는 빵들의 밤>이라는 패러디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조지 로메로에 향수를 묻고 지내는 서정적 영화팬. <빵들의 밤>이라는 저예산 패러디 영화가 돌발 상영되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가장 큰 이유는 로메로의 원작 때문이라는 것, 이 정도는 물론 기본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0년 전 좀비영화의 획을 제법 굵직하게 그어주신 우리의 대부 조지 로메로의 대표작 중 대표작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오마주를 바친 수많은 공포영화들을 열거하기조차 힘든 만큼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입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만큼 실망도 큰 법. 세상과 '너무' 타협하신 로메로의 신작 <시체들의 일기> 되시겠다.

<시체들의 일기>는 기본 모토를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두고 있다. 다만 <시체들의 일기>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비해 너무 편해졌다는 것이다. <블레어 위치>를 연상케 하는 초반부와 중반부는 관객들을 좀 더 편안한 좀비의 세계로 인도하기에 적합하다. 핸드 헬드와 정형 컷을 오가는 영화의 미장센은 불쾌함, 혹은 메스꺼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촘촘히 짜여 있다. <시체들의 일기>는 적재적소에서 치고 빠지는 로메로의 유머가 여전히 존재하는 영화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좀비를 묘사하기 위해 풀 샷과 미들 샷을 번갈아 썼다면 <시체들의 일기>에서 그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클로즈업을 남발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사람의 가족과 형제를 피하지 않고 설정해 인간적인 살인을 구사하는 연출력도 여전하다. 그러나 <시체들의 밤>은 앞서 말한 대로 외부와의 공유를 너무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싶어 한다. 재밌는 것 하나, 이 영화에는 정치적 의미의 '반전 시위'를 촉구하는 메세지가 포함되어있다. 인간과 기계, 혹은 인간과 세균간의 학살이 넘쳐나고 그 속에서 인류가 인류를 죽여야만 하는 슬픈 서정의 드라마가 종종 눈에 들어온다. 영화 속 작위적 드라마는 로메로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있어 당연히 술술 넘어가는 영화적 장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처음 만나 숨죽이고 스크린에 집중하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비극 중 비극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위는 낮아졌고 메세지는 너무 넘쳐난다. 노장의 욕심일까. 각종 미디어의 오버랩은 결국 영화를 망치는 지름길로 작용한다.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영원한 평화를 꾀하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좀비영화는 이런 것이 아니잖은가.



<버그>로 돌아온 '나이 드신' 윌리엄 프레드킨

이제 두 번째 불평을 해보자. <엑소시스트>의 공포는 로메로의 좀비 영화와 전혀 다른 입장을 고수하며 호러 팬들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엑소시스트> 또한 수많은 후작을 낳으며 승승장구했던 종교색채를 가득 담은 호러 중의 호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되면 당신은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2008년 현재, 로메로와 프레드킨을 쌍벽을 이루며 급격하게 떨어지는 나이 겨루기를 몸소 체험하고 계시니 어찌 아니 슬플 수 있겠는가.

<버그>는 결코 실존하는 벌레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의 모토로 존재하는 ‘벌레’는 인간이 만들어낸 편집증적 시각을 기반으로 한 환상에 불과하다. 두 남녀는 이런 강박관념에서 만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연민의 벽을 쌓아가면서 결국 ‘세상의 끝’을 보고 만다. 그들이 삶과 과거의 아픔에 대한 압박감을 통해 이룩해내는 최악의 경지는 실로 경이롭다. 두 남녀는 자신들이 뿜어낼 수 있는 최상의 소재가 과거를 기억해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바로 여기서 잘못된 잣대를 이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이것은 분명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전선에서의 창작 행위이며, 또한 그로 인해 인간은 세계 전쟁보다 더 거대한 ‘스스로의’ 파멸을 맞는다. 평범한 미색 일상에서 날이 시퍼렇게 서 앞뒤를 판가름 할 수 없는 총천연색 일상으로 삶이 전환될 때,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불만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존 카펜더처럼 프레드킨은 극적이고 위험한 수위 분출을 통해 ‘종말’을 예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버그>는 실험이 아닌 안정적인 연출을 택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려는 남자의 입은 결국 변명 아닌 변명을 낳게 된다. 남자와 여자가 공유하는 것이 과거라면, 굳이 그들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아도 날카로운 소음을 내고도 모자랄 것이 없었으련만 남녀는 절대 과거에서 벗어나 상황을 바라보지 않는다. 영화는 연극에 기반으로 한 원작을 토대로 촬영되었다. 연극에 뿌리를 둔 많은 영화들이 상황연출에 중점을 두었던 것처럼 <버그> 또한 영화 자체가 연극을 바탕으로 설정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는 바로 그 곳에서 발전하지 못한다. 연극적 미장센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서 남는 것은 배우들의 신랄한 연기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핏빛 결말일 뿐이다.



이런 게 바로 ‘심야상영’이다, 폴 앤드류 윌리엄스의 <오두막>

첫 번째, 두 번째를 지나 심야 상영, 특히나 ‘호러의 밤’에서 꽃 중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연 말미를 장식할 세 번째 작품이다. 나의 슬래셔 무비에 대한 갈증은 벌써 4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당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카니발! 뮤지컬>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는 마음껏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으며 소리쳤다. “슬래셔 무비란 바로 이런 것이지!” 그로부터 4년이 지나도록 나는 정통 슬래셔는 고사하고 매년 몇 차례씩 있는 공포영화 심야 상영에서도 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니 DVD로 조차 구하기 힘든 <카니발! 뮤지컬>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두 말 하면 입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다시 2008년으로 돌아와서 지친 몸을 이끌고 눈을 부릅떠 심야상영을 강행했을 때, 나는 ‘불면의 밤’ 섹션의 마지막 상영이 핏빛 낭자하나 웃음을 잃지 않는 펑키 호러무비이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체력이 남아있는 한, 웃기 위해 기도라도 해야 했었다. 내가 피를 말려가며 공포 영화 한 편을 위해 ‘매혈기’를 쓰고 있던 바로 이 시간, 마지막 상영의 기대는 실패했을까? 다행스럽게도 나는 구원을 받았다.

<오두막>은 제목부터 날이 서린 히치콕을 연상케 하는 코믹 슬래셔 무비다. 모두가 웃고 떠들어야 할 본질을 ‘영화’에서 찾는다면, 썩 잘 들어맞을 정도로 <오두막>은 재치가 넘친다. 덜 떨어진 등장인물들의 행위를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장담컨대 관객을 제법 만족시킬 정도로 ‘사람 썰기’를 강행했던 영화의 미장센은 연달은 상영으로 지친 분위기를 마음껏 띄워주고도 남았으리라. <오두막>의 재미가 중반을 넘어서도 급감하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은 다치지 않아’의 법칙을 말끔하게 도려내기 때문이다. 어리버리한 주인공들 중 멀쩡한 신체를 가지고 뜀박질을 해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들은 신체 일부가 잘려나감에도 불구하고 불타는 투지로 살인마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지만, ‘사람 죽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머리가 잘려나가고 팔이 두 동강날 때 관객이 배를 잡고 폭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노력에 뻔히 보이는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원스레 갈라주는 슬래셔 영화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축복을 누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무엇보다 <오두막>은 적재적소에서 사람을 놀래키는 진면목을 발휘하는 힘도 가지고 계시니, 이쯤 되면 나의 넘버 원 슬래셔 무비인 <카니발! 뮤지컬>에 필적할 만도 하다. 잊지 말고 챙겨 넣어야 할 것은 앤디 서키스의 명연기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시간은 다섯 시 반이 훌쩍 넘었다. 지난 밤 혼자 <스피드 레이서>를 찍으며 재빨리 달려올 때 만 육천 원짜리 버스 뒤편을 비춰주던 달빛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눈을 찡그리고, 숨을 죽이고, 배를 잡고 깔깔거리고 나와 보니 해가 어느 샌가 뽀얗게 걸려있는 것이다. 밝아오는 아침을 미적지근한 기분으로 누리며 중얼거린다. ‘나는 비로소 전주에 온 것이로구나!’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오고 피곤에 졸여진 머리와 마음이 심야상영 무사관람을 마친 나를 압박한다. 그러나 축제는 지금부터가 아닌가! 지친 몸을 추스르고 다시 한 번 눈을 부릅뜬다. 전주의 새벽을 만끽하며, 다섯 시간 뒤에 있을 또 다른 영화를 보기 위하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5.05 13:47
  2. 허허...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이 생각나네요...
    졸음을 못참는 저였지만 불면의 밤 섹션을 보자 왠지 구미가 당겼더랬지요.
    하지만 결국 전 영화 세 편 중 한 편을 본 후엔 내리 고개를 무릎에 쳐박았지요...
    그리고도 피곤에 쩔어 조금이라도 쉴 곳을 찾으며 다음엔 불면의 밤은 보지 않으리... 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다시 보고 싶어지는데요? 자학적근성..ㅋㅋ
    잘 읽었습니다^ ^

    2008.05.06 00:06

전주국제영화제에 관한 잡문

필진 칼럼 2008.04.30 14:29 Posted by woodyh98
매년 4월 말이면 영화판에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다. 용건의 대부분이 “이번에 전주 가십니까? 언제가고, 얼마나 머무십니까?”라는 질문이다. 다름 아닌 5월 초에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참석여부를 묻는 것이다. 나 역시 만나는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기 일쑤이고 상투적이긴 해도 이런 과정을 통해 전주영화제 일정의 윤곽을 잡고 동선을 그리게 된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상대방도 그러하듯이)영화제 기간 중 밤 스케줄을 짜기 위해서이다.

필자처럼 영화 글을 쓰는 사람의 경우 영화만 보기 위해 영화제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영화인들과 평론가와 기자들이 각기 분야에서 서로 잊고 지냈던 이들의 안부를 묻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또는 다른 일거를 얻거나 사업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영화제에 모여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골목마다 술집마다 영화인들과 영화광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을 새우는 것은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의 밤 어디서나 목격되는 장면 중 하나이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주 무대였던 해운대 횟집의 한산한 모습 위로 한국영화의 불황이 오버랩 되었던 것도 다 이런 까닭이다. 결국 짧은 체류기간 동안 영화도 보고 사람과의 만남도 소홀하지 않기 위해서는, 영화제 기간 동안 효율적인 시간 사용을 위해서는 상대의 스케줄을 사전에 아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아울러 고백하자면 매년 5월이면 습관적으로 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으면서도 어떤 영화를 보겠다고 사전에 계획 세워 본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다고 질책하지 마시라.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영화 보는 것만큼이나 사람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분명히 그렇다.

사실 영화제의 열혈 관람객과 비교하면 필자의 경우는 일정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즉, 일반 관람객일수록 영화에 대한 집착도가 높을수록 일단위 시간단위로 빼곡하게 잡힌 일정과 카탈로그를 손에 쥐고 영화관 순례에 나서기 마련인데,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길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내가 아는 몇몇 영화광만 하더라도 하루에 3~4편은 기본이고 심야관람까지 도무지 눈이 쉴 틈을 주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그러다 아침이면 퀭한 눈으로 다시금 영화관을 찾아 들어가는 그 놀라운 열정이라니! 게다가 바지런한 관객이라면 하루 일정을 마치기 무섭게 숙소에서 영화리뷰를 작성하거나 인상 깊게 본 영화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며 데워진 가슴을 유지하려 애쓸 것이다.

5월 전주의 밤하늘을 보기 위해 ‘영화의 거리’로 나가면, 영화관에서 보았던 낯익은 얼굴을 다시 만나는 묘한 설렘도 맛볼 수 있거니와 소위 각종 영화제를 통해 낯을 익힌 영화제페인들(영화제를 위해 돈을 모아 영화제 기간 내내 체류하면서 영화제를 즐기는 영화광들)끼리 조우하여 술잔을 나누는 일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전주영화제의 경우, 상영관이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몰려있는 탓에 이동이 편하거니와 직선으로 뻗은 도로 안에서 움직이다보면 아는 얼굴을 부지기수로 만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인사치레로 약속을 해놓고는 지키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요, 청한 사람이 오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는 것도 영화제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밤에 한 잔 해야죠?”라는 빤한 말이 인사를 대신한다고 할지라도, 다음날 미처 만나지 못한 이들과 멋쩍은 재회의 눈인사를 나눌지라도 그리 흠되지 않는 것도 영화제가 선사하는 너그러움 중 하나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영화제에 영화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비단 필자 같은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제 아무리 영화가 좋다고 해도 먹을 것 먹고 즐겨야 하는 것은 기본 일 터. 어디에서 무엇을 먹어도 만족할 만한 음식이 지천에 널렸다는 것 또한 전주국제영화제가 방문객들에게 허락한 축복일 것이다. 특정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추억과 경험이 사람마다 제 각각일지라도, 그곳에 가는 목적이 천차만별이라 해도 향토의 맛 앞에서는 거의 한 목소리를 내기 마련인 것은, 몸으로 기억한 것은 쉽사리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 아니겠는가. 많은 이들이 전주하면 어김없이 전주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을 떠올릴 터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은 너무 알려져 있는데다 방방곡곡 원조를 표방한 음식점이 산재해있다 보니 전주의 맛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전주에 갈 때마다 찾는 곳은, 도청 근처의 ‘반야 돌솥밥집’과 성심여고 앞에 있는 ‘베테랑 분식’이다. 주머니 가벼운 영화제 관람객에게 이만한 먹거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니 9년을 변치 않고 이용해온, 정확하게는 1년에 한 번 먹어서 더욱 맛있는 칼국수 집이다. 절대로 홍보성 글이 아니다. 비단 전주 사람이 아니라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널리 알려진 집이라는 말이다. 물론 삼백집의 콩나물국밥 또한 기어이 한 술은 뜨고 와야 영화제를 무사히 마친 기분일 정도니 전주의 맛이 가진 매혹은 해운대의 펄떡거리는 횟감을 능가하고도 남지 않을까?

전주국제영화제가 첫발을 뗀지 아홉 해가 되었다. 디지털 영상시대를 예비하며 미래지향적 영화제를 표방했던 게 엊그제 일이다. 난생처음 전주를 방문하게 된 것도 영화제 때문이었다. 무수한 영화제를 다니면서도 유독 전주영화제에 마음이 가는 것은, 알찬 프로그래밍과 맛깔스런 음식과 너무 복잡스럽지도 너무 황량하지도 않은 전주의 모습에 기인한다. 혹자는 영화제가 너무 영화관객 위주로 움직인다고 하지만,(물론 맞는 측면도 있다)이미 한국에서의 영화제는 하나의 문화고 현상이며 축제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형형색색 장식된 거리를 메운 인파들 속에서, 좋은 영화를 관람한 흥분된 얼굴에서, 힘들게 구한 영화표를 쥔 관객의 환희에 찬 얼굴에서 영화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다. 불면의 밤을 보낸 피곤함에도 아랑곳 않고 영화관으로 달려가는 영화광의 발걸음에서 영화제의 미래를 본다. 이 땅의 모든 영화제가 그렇듯이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영화광들의 신나는 한판 놀이마당이다. 그러니 어찌 동참하여 놀아주지 않을 것인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강민영(편집스탭)







해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전주는 성장통을 겪는다. 하지만 아픔이 가득 배인 성장통의 본 의미는 전주에서만큼은 예외다.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며 전주국제영화제는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 한국의 수많은 영화제 중 전주국제영화제의 의미는 영화 매니아들에게 단 비와도 같은 존재다. 주목받는 신작들의 뜨겁고 터질듯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큰 규모의 영화제들과는 달리, 전주영화제는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며 지지층을 넓혀갔다. 아담하지만 쾌적하게 뻗은 영화의 거리를 사이로 극장들이 즐비한 전주의 시내로 화사한 옷을 갖춰입은 씨네필들은 잠간동안 목을 축인다. 이제 두 자리의 숫자를 향해 달려가기 바로 직전인 아홉돌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일부터 9일까지의 9일간의 감칠맛 나는 만찬을 준비중이다.

제 9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 4월 1일 오후 5시,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 에서 열렸다. 송하진 조직위원장, 민병록 집행위원장, 강성률 비평위원, 그리고 전주의 기둥인 정수완과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은 활기를 더해갔다.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송하진 조직위원장의 간단한 인사말을 시작으로 깊게 숨어있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알맹이가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작년보다 169편이 더해진 1204편을 상영작으로 추렸으며, 이것은 지금까지의 전주국제영화제 중 가장 많은 작품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계속해서 고수하는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 상영작이 대폭 증가했으며, 이 중 다큐멘터리의 비중이 상당히 증가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방향을 꾀했다'라고 말하며 역대 최다 작품수를 선보이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인디비전'이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되던 국제경쟁섹션의 공식 명칭이 '국제경쟁'부문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적인 위상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굳히기 위해 'Daum 심사위원 특별상'을 신설했으며, 작년부터 신설된 '비평가 주간'의 'KT&G 상상마당상'과 아시아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넷팩상'에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을 밝혔다.

개막작 <입맞춤>전주의 얼굴을 빛낼 개,폐막작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만다 쿠니토시 감독의 <입맞춤>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국내 옴니버스 영화 <시선 1318>이 각각 선정되었다. <입맞춤>의 만다 쿠니토시 감독은 2001년 <언 러브드>로 칸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2004년 <터널>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정식 초청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감독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일상을 토대로 잔잔하지만 치명적인 변화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왔던 쿠니토시의 발견에 새로운 시선을 던진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시선 1318>은 국내 다섯 감독의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행하는 '투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이야기를 던지는 이현승 감독(<릴레이>), 배우로 데뷔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방은진 감독(<진주는 공부중>), 2006년 <삼거리 극장>으로 영화 매니아들을 열광케 했던 전계수 감독(<유 앤 미>),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받는 독립영화계의 재치꾼 윤성호 감독(<청소년 드리마의 이해와 실제>)과 스타 감독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김태용 감독(<달리는 차은>)등 서로 다른 시선으로 채워줄 따듯하고 직설적인 대화법으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말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연 주목할 섹션은 바로 회고전이다. 대륙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재발견해왔던 전주국제영화제 회고전 올해의 선택은 독일감독 알렉산더 클루게와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로 선정되었다. <서커스단의 예술가들>을 통해 독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확고한 입지를 보여준 클루게의 <독일의 가을>, <감정의 힘>을 포함한 8편의 장편과 7편의 단편을 관객에세 선보일 예정이다. 벨라 타르 감독회고전의 메인을 장식할 벨라 타르는 헝가리가 낳은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힌다. 수많은 평론가들이 벨라 타르의 이름을 훑어내리며 그를 위대한 시네아스트라 칭해왔으나 우리에게 벨라 타르의 작품을 맛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특히 전주영화제가 막 걸음마를 떼었을 때 상영했던 <사탄 탱고>는, 7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으나 이것이 무색할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인 벨라 타르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다. <사탄 탱고>를 포함해 총 12편의 영화를 들고 '직접' 전주를 방문할 예정인 벨라 타르의 미학은 오래 전 부터 수없이 재발견되었던 것으로, 이번 회고전을 통해 벌써부터 많은 시네필들을 전주로 불러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반가운 이름들도 눈에 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대폭 증가시킨 '시네마 스케이프' 섹션을 통해 전 세계 거장들의 최근작, 그리고 신인 감독들의 발굴에 힘을 쏟았다. 에릭 로메르의 <로맨스>,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알렉산드라>를 시작으로 수오 마사유키의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라울 루이즈의 <렉타 프로빈시아>,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수수께끼>를 포함해 이름을 나열하기도 숨이 찬 따끈한 영화들을 차려놓고 대기중이다. '시네마 스케이프' 부문의 다큐멘터리 작품들 또한 작년보다 다양하게 마련되었다. 지아 장커의 신작 두 편과 함께 새롭게 발굴된 동남아시아들의 주목작들이 상영된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특별전'에서는, 지난 5년간 비서구 지역의 영화를 발굴해왔던 전주영화제만의 독특한 소통을 계속 이어간다. 올해는 중앙아시아 5개국에 중점을 두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기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영화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시네마 스케이프'의 다큐멘터리 섹션을 토대로 국내 다큐멘터리 또한 활개를 칠 준비를 한다. 한국영화 쇼케이스를 통해 김동원 감독의 신작 <끝나지 않은 전쟁>을 서두로 2007년 서울독립영화제가 선택한 작품들과, 막 극장에서 발을 뗀 신작들에 주목한다. 또한 강석률 비평위원은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을 통해 610편의 지원작 중 19편을 선정하여 전주국제영화제가 보여준 것 중 최고의 다양성을 확립할 것임을 밝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야심찬 한국단편들은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선정되었다. 이번 '비평가 주간'은 '현실, 비현실, 새로운 시도'라는 주제 아래 엄선되었으며, 현재의 한국에서 발생되는 비정규직, 취업, 노인 문제등 소화하기 거북한 문제들, 그리고 이것들과 상반되는 종교, 신화적 색채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바라보자는 취지하에 준비되었다.

봄이 오는 것을 날씨보다 습관적으로 먼저 알게 해주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주국제영화제다. 하루종일 열거해도 모자랄 영화들은 먹거리, 사람내음이 풍만한 전주로 매년 모여든다. 늘 복닥거리지만 어수선하지 않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매력은 바로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들에게 아담한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단돈 오천원에 한 상 가득하게 차려나오는 따듯한 밥상과, 그 밥상의 인심을 훌쩍 뛰어넘는 다채로운 영화들의 향연을 맛보러 습관적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작년과 다른 올해, 올해와 다를 내년이 기대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봄내음을 흠뻑 받으며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기 알맞은 피서지다. 지금까지 미뤄왔던 온전한 영화로의 사색을 올해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다만 전주의 맛과 향, 그리고 영화들에 취해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질 것이 분명하니, 전주로의 '불멸의 향수병'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628
  • 29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