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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룸] 연속된 아이러니와 냉소

필진 리뷰 2007.08.26 21:04 Posted by woodyh98
2007.08.26



이 방에 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오히려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쫓는 자가 쫓지 않고 오히려 밖으로 쫓기는 자를 끌어내고 있다. 시간이 흘러 오히려 쫓는 자가 방안에 갇히고 쫓기는 자가 쫓는 자들을 없애려 한다. 폐쇄된 공간 안에 더욱 폐쇄된 공간이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영화, 이것이 데이빗 핀처의 [패닉 룸]이다.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뉴욕 맨하탄 가의 고풍스런 집, 벽돌로 지어진 오래 된 집에 두 모녀가 새로 이사를 온다. 이 집은 집밖과 비교해 어둡고 음침한 공간이다. 밝은 외부에서 어둡고 음침한 공간으로 들어온 주인공 모녀. 그러나 이들이 이 집에 머무르게 되는 것도 잠시, 그들은 뜻하지 않은 삼인조 강도의 침입에 이른바 '패닉 룸'이라는 공간으로 피하게 된다. 이 패닉 룸은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이미지에 -패닉 룸이 집 안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 심장하다- 지극히 밀폐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진다. 이 방은 외부에서는 절대 침입할 수 없는 그리고 이 방안에서는 집안의 모든 곳을 지켜 볼 수 있는 모니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집에서 가장 밀폐된 공간이 오히려 가장 확장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러니는 바로 이런 이미지에서 발생한다.

좀 더 이 아이러니에 대해 살펴보자. 삼인조 강도가 처음 집으로 들어 왔을 때 버냄(포레스트 휘태커)은 잠든 딸과 주인공 멕(조디 포스터)을 본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버냄의 기대는 이 때 물거품이 되고 이 순간 멕과 딸, 그리고 강도들은 모두 집안이라는 공통된 공간에 위치한다. 두 그룹이 공통된 공간에 있을 때는 아직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강도들이 자신들의 계획에 대해 가벼운 말다툼을 하고 난 후 강도들의 침입을 눈치 챈 멕과 딸은 가까스로 패닉 룸으로 피신한다. 한 공간 안에 있던 두 그룹, 아직 쫓고 쫓기는 것이 아닌 상태에서 이제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두 그룹으로 갈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여기서 상황은 묘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쫓는 자들이 오히려 쫓기는 자들을 자기 쪽으로 불러내려 하는 것이다. 여기서 패닉 룸이라는 이미지가 등장한다. 가장 안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밀폐되면서 확장적이 되는 공간, 모든 것을 지켜 볼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쫓는 자들이 감히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는 뒷받침 해 줄 수 잇는 증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멕이 핸드폰으로 이혼한 전 남편에게 연락하려던 순간이다. 후에, 이 일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단초가 되는데 여기서 한가지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만약 멕이 남편과 통화를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강도들은 별다른 수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패닉 룸이 불가침의 공간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가정이기도 하다- 이 가정은 결국 집보다는 패닉룸이 더욱 확장적인 공간이라는 아이러니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neoimage핀처의 영화에서 이런 밀폐된 공간과 아이러니는 흔히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멕의, 새로 이사온 집은 [에일리언3]의 감옥 행성과 맞닿아있고 거기에 [세븐]의 이름 모를 도시, [더 게임]의 주인공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덫과 같은 게임과 같다. 이런 밀폐된 공간은 영화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얽히게 되는 단초가 된다. 핀처가 자신의 영화에서 주된 설정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한정된 공간으로 밀려진 인물들이 거기서 어떻게 해쳐 나오나 하는 것이다. 이들을 서로 구원받거나 얽혀 있게 만드는 것은 모성애([에일리언3])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 꿈같은 게임일수도 있고([더 게임]) 선과 악의 뫼비우스의 띠 같은 알레고리([세븐]) 일 수도 있다. 그리고 결코 인물들이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 없고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파이트 클럽]에서 주인공의 이중인격은 이런 아이러니의 대변이다)

핀처는 이렇게 자신의 영화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아이러니를 아우르는 힘을 놀랍게도 내러티브나 혹은 사건의 리듬에서 찾지 않는다. 바로 카메라에서 찾는다. 한 프레임 속의 미쟝센을 뜻하는 게 아니다. [패닉 룸]에서의 카메라는 도무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파이트 클럽]의 첫 장면을 기억한다면 [패닉 룸]에서의 카메라는 [파이트 클럽]의 버전 업으로 느껴진다. 카메라가 강도들이 처음 집으로 침입을 시도 할 때 종횡 무진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영화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샷의 각도를 보여 주는 듯 하다. 거기에 카메라는 장애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구 뚫고 지나간다. 방과 방 사이, 부엌의 의자 사이, 창살 사이, 조그만 구멍 사이에서도 카메라는 질주한다. 패닉 룸과 안방(혹은 집 전체)의 경계, 바로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되는 그 기묘한 시점에서 카메라는 양방향을 마구 넘나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는 이러한 카메라에 의해 그 스스로 아이러니의 해결을 보고자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이런 아이러니들이 영화의 내러티브가 된다.

아무튼 이런 아이러니를 아우르는 속에서 인물들은 방과 방 사이에서 각각의 성격대로 아이러니를 해소하려 한다. 버냄은 자신의 양심에 때라 행동하고, 주니어는 그 스스로의 약한 성격이 그대로 도출되며 라울은 자신의 포악한 면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이 해소의 차원에서 이 삼인조 강도 중에 미묘한 위치에 걸쳐있던 버냄만 살아 남는 다는 사실은 자신의 아이러니가 곧 패닉 룸과 집과의 아이러니의 충실히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 결국 [패닉 룸]은 연속되는 아이러니의 결과물이며 이는 핀처가 그 동안 보여주었던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하나의 가치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세븐]에서 보여주었던 절망적인 대도시의 풍경을 뉴욕이라는 그리고 뉴욕에 있는 한 고풍스런 아파트로 옮겨와 더욱 세밀하고 축소 시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연속되는 아이러니들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안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테러는 [패닉 룸]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 보인다. 아무런 이해 관계에 얽혀있지 않은 주인공과 딸은 갑작스런 테러에 패닉 룸으로 피신하지만 결국 그들은 테러를 온전하게 피해 가지는 못한다. 그들은 이 테러를 이기기 위해 나름대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고 여기에 덧붙여 이혼이라는, 가정의 분열 또한 극복하지 못한다. 즉,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는 패닉 룸조차 모든 것을 피해 갈 수는 없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거야말로 정말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세븐]에서 끝없는 악의 구렁텅이와 한없는 도시의 절망을 보여주었던 감독은 결국 [패닉 룸]을 통하여 감독은 세상에 대해, 또 지금의 미국 사회에 대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라는 끝없는 냉소를 던지고 있으며 또한 [세븐]에서 시작하여 [파이트 클럽]에서 심화된 이런 냉소는 마침내 현실 사회와 현실의 인간들에게로 안착한다. 결국 그렇지 않은가? 숨을 곳 하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정말 지독하고 절망적인 냉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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