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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6 [조디악] 거대 진실을 규명하려 애쓰는 소시민의 고뇌
2007.08.24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밝혀지지 않은 미궁 속에 빠진 사건들. 그로 인해 가장 아파하는 것은 피해자들 혹은 그의 가족들이지만 사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우리 역시 그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쉽게 잊으려고 한다. 그래서 때로는 사건들이 방치되고 숨겨지기도 한다.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는 항상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꼭’ 미궁의 사건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조디악>은 얼핏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 한다. 음흉했던 시기, 갑작스레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유 없이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형사들은 허둥되기만 한다. 범인은 보이지 않는다. 안개 속 연기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범인은 주인공들의 내면을 괴롭게 한다. 그래도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범죄자의 뒤를 쫒는다. 비슷하게 보이는 두 영화지만 차이점이 존재한다. 두 영화의 결정적 차이점은 <살인의 추억>이 피해자 중 살아남은 자를 추적해 나갔다면, <조디악>은 철저하게 용의자와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따라갈 뿐 마지막까지 사건의 가장 핵심을 가지고 있는 ‘살아남은 자’를 만나지 않는 것이다. 관객은 오히려 그 ‘살아남은 자’의 기억을 듣고 싶어 하지만 영화는 그의 한마디조차 드러내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관객은 끝까지 숨죽이며 사건을 바라보아야 한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냐?’라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과연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 사람이 존재할 것인가?’일 것이다. ‘조디악’사건 해결의 일련에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물러나고 이제 오로지 남은 것은 삽화가 그레이스미스. 그는 신문사의 삽화를 그리며 가족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시민이지만, ‘조디악’사건에 대해서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가 포기하는 이 사건에 대해서 그는 끊임없이 파고든다. 무식하리만치 사건에 달려드는 그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경찰과 형사들과 같은 전문가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 사건에 대해서 그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소시민이 죽기 살기로 달려드니 말이다.

ⓒParamount Pictures and Warner Bros. Pictures Present이것은 ‘진실’에 대해서 데이비드 핀처가 바라보는 은유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형사들과 그 공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신문사. 그 누구도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 오히려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그 ‘진실’ 규명을 목전에 두고 방관하거나 다른 길로 간다. 하지만 그레이스미스는 자신의 일도 아닌 그 ‘진실’ 규명을 위해서 자신의 직업과 가족마저 뒤로 한 채 몸을 던진다. 그러니 어쩌면 ‘그레이스미스’라는 인물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내적 심리의 최대한의 적극적 표현인 것이다. 해결하지 못한 지나간 사건들은 그저 ‘사건’일뿐 다른 말로 명명할 수 없다. 그것은 ‘진실’ 혹은 ‘거짓’으로 이야기될 수 있겠지만 그 누구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사건을 해결했을 경우에는 우리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임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그 정체를 분명하게 밝히려는 마음가짐을 소시민에 불과한 그레이스미스를 통해서 핀처는 드러내려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번도 피해자의 진술을 듣지 않았던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조디악’ 사건에서 살아남은 자가 실제 범인을 지목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소시민의 무모하리만치 적극적인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더욱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들고 온 핀처의 <조디악>은 그의 전작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끔 한다. 더불어 무수히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그저그러한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조디악>과 같은 가치 있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의 범죄 앞에서 속수무책인 우리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대한 윤리적인 대응에 대한 교훈은 보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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