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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4 [사랑] 자기 연민의 처절한 과거

[사랑] 자기 연민의 처절한 과거

필진 리뷰 2007.09.24 11:49 Posted by woodyh98
2007.09.23


곽경택의 [사랑]은 전작의 자장안에 있는 영화이다. [친구]를 넘어서고 싶은 감독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사랑]은 [친구]의 변주이면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서사구조를 곽경택식으로 고스란히 껴안는 영화이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일관적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감독이 흔하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사랑]은 신파 멜로라는 특성상 루즈할 수 있지만 흥미로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곽경택의 과거는 ‘자기 연민’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연민의 첫 출발은 ‘부재’에서 시작한다. [친구]의 경우 부재한 아버지(들)을 친구에게서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사랑]은 아버지의 부재를 친구에서 찾지 못하자 사회의 권력 관계안에서 찾고 있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아버지가 부재하며, 어머니를 경멸의 상대와 애증의 상대로 그리고 있다. 어머니가 없을 경우에는 그 자리에 여자 친구가 나타나 유렁처럼 어머니의 빈 자리를 채우고 근친상간이 일어난다. 남자는 아버지를 질투하고 어머니를 탐하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비극은 어머니와 동반자살하거나 어머니를 부정하고(혹은 여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기 눈을 찌르는 오이디푸스처럼 자멸하게 된다. 세상은 눈뜨고 태양을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비참한 곳이었다.

‘자기연민’의 두 번째는 자기삶의 부정이다. 곽경택의 과거는 얼핏 보기에는 향수로 느껴진다. [친구]에는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이나, 의상, 자갈치 시장, 재개봉관의 아스라한 추억들에 시대의 증거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반면 [사랑]에서는 그 코드들이 최대한 절제되면서 과거를 새롭게 재편성한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그 시대의 상징물은 ‘켄터키 치킨’정도? 곽경택의 과거는 보편적인 과거가 아니라 사적 소유물이라고 보는게 더 편할 듯 하다.

특히나 [사랑]은 인호를 중심으로 미주와 함께 했던 과거만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과거는 향수이기 이전에 사적인 소유물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인호가 미주를 처음 만났던 시간과 공간이 영화안에 남고, 다시 점핑했을 때 인호가 미주를 위해서 한 몸을 불살랐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곽경택의 과거는 찬란하지 않고 비루하다. 친구는 창녀처럼 살아가는 어머니를 껴안고 집에 불을 질러 동반자살을 기도한다. 인호가 사랑하던 미주는 부모가 남기고 간 빚 때문에 깡패들에게 겁탈당한다. 인호는 그 과거가 차마 지울 수 없는 상처다. 그래서 스스로 연민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불쌍해 한다.

특이한 건, 이 영화안의 주체는 인호이지만 정작 인호 자신만의 과거는 없다는 점. 이 영화에서 인호의 성장담은 고스란힌 담기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호와 미주의 과거나 인호와 상우의 과거는 존재하지만 인호의 가정사나 인호의 성장담은 제대로 들을 수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 건, 그 시대를 살았던 인호는 자기 시간을 시대에 차압당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인호는 자기 몸을 추스릴 여유도 없이 시간에 끌려다니고, 암묵적으로 시대가 강요하는 체제와 질서속에서 반항아적으로 살아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곽경택은 과거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건 인호의 역사다. 인호가 한 말 “지랄같네 ...사람인연”, 왜 지랄같은 시대에 이들은 살아야만 했고, 지랄같은 인연이 괴롭혔던 것일까? 풀 수도 없는 풀기도 싫은 숙제일 뿐.

[사랑]은 너무나 신파적이다. 또한 너무나 과거에 얽매있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결말에서 인호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건 이상하게도 실존주의적인 태도다. 자기 삶을 한 번도 산 적이 없었던 인호가 스스로 절벽아래로 떨어지는 모습. 곽경택은 그 장면을 엔딩으로 택했고, 정지된 화면으로 오랫동안 보여준다. 곽경택의 마초이즘은 화려함을 위장하지만 한번도 화려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묵직하고 절제되어왔던 게 아닐까 싶다.

사시미가 육체를 짓이기고, 폐쇄된 공간(가장 자주 등장하는 건, 얼음창고인데 [친구]나 [사랑]모두에서 그 만의 공간 활용이 인상적이다.)에는 오리털이(오리털 점퍼에서 삐져나와 휘날리던 오리털은 이상하게도 홍콩 느와르의 변종처럼 보인다.) 휘날린다. 곽경택이 달라진 점이라면 빈번한 칼부림에서 절제된 단 한 번의 칼부림으로 수위를 낯추었다는 점이다. 그만의 액션은 무엇일까? 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한 영화라면 [사랑]이 더 제격일 듯 하다. 그래서 신파멜로 [사랑]을 읽기보다는 액션의 자기세계를 구축하는 곽경택의 [사랑]으로 보는 건 어떨 까? 액션에 대해서는 무지한 지라,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다른 분들이 더 잘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곽경택의 영화는 늘 기대이상은 아니었지만, 그의 세계는 늘 흥미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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