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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09 당신들의 대한민국
  2. 2008.05.28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권하는 몇 편의 영화들 (8)

당신들의 대한민국

필진 칼럼 2008.06.09 06:24 Posted by woodyh98
강민영(편집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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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며칠간 무섭게 쏟아지는 빗줄기. 아이러니하게도 빗줄기는 뜨거운 낮 시간을 피해 차가운 밤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이렇게 시원히 비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아마 이틀째일 것이다. 이틀 동안 하필이면 퇴근시간, 하필이면 하루를 마감하려고 준비하는 바로 그 시간에 비가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펼치고 우비를 입고 종종걸음을 한다. 광화문 앞 사거리는 폭우를 피해 빌딩으로 잠시 들어갔다가 집으로 갈지 아니면 남아있을지를 고민하는 발걸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런 복잡함과 더불어 빗소리에 숨어 세종로를 가로지른다. 그리고 나의 조그마한 발자국 소리는 작은 영화제가 한창인 인디스페이스 앞에서 멈춘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부상자를 내고 가장 긴장감 넘치는 대치 상황을 보였던 지난 주말, 나는 애인과 함께 시청으로 향했다. 집회는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많은 사람들은 새벽이 지나도록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시청에서 모여 작은 공연을 나누던 인파는 여느 때처럼 소공동을 돌아 광화문으로 향했다. 시민들은 경찰차로 막혀있는 광화문에서 빠져나와 안국동 쪽으로 향했다. 물론 그곳도 차단되어 있었지만 더 이상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밤이 깊어갈 수록 차들은 뜸해지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서있는 곳을 지키고 서있었다. 모두가 피곤한 눈빛으로, 혹은 감정적인 욕설을 토해내며 진남색 경찰복을 반짝이는 앳된 얼굴의 전경들과 마주하고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주말이 끝나갈 때 즈음에야 집으로 돌아온 나를 어머니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불러 세웠다. 그날 저녁, 그날 새벽의 일은 어머니도 이미 알고 계셨을 거라 생각했다. 물에 젖고 배터리도 없어서 근 하루를 잠만 자야했던 내 핸드폰을 켜자 다급한 어머니의 목소리로 녹음된 음성 메시지가 가득히 쌓여있었다. 그리고 힘든 월요일이 밝았다.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정신없는 강의 행진에 몸을 맡겼다. 지난 주말은 ‘어쩌면’ 잊혀 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기분이 묘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일순간 공중에 떠버린 나의 일상을 굳건히 잡아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은 2일자 한겨레신문이었다. 입을 틀어막고 고통스러워하는 애인과 나의 모습이 지면에 여과 없이 실린 사진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날 아침, 신문을 보았던 지인들은 하나같이 ‘다치지 않았느냐’라는 말을 쏟아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그렇게 힘들고 쓰라렸냐는 물음에 갑자기 사라진 나의 주말이 생각났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 전에 낯익은 얼굴들과 대화, 혹은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다. 조금씩 파리해진 얼굴들. 그들의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젖어있었다.

수업을 마치면 시간표를 확인한 뒤 극장으로 향한다. 대부분의 수업은 다섯 시를 전후해서 끝나기 때문에 내가 선호하는 극장 어디를 가도 대충 상영시간은 맞는 편이었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배창호 특별전’이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이제 막 ‘인디포럼’이 편대비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멀티플렉스에 들러 블록버스터 영화를 한 편 보았던 나는 다음 날인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배창호의 <길>을 보지 못했기에 서울아트시네마에 들러야 했고, 인디포럼의 국내 신작들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되어 <길> 이후의 시간을 인디포럼에 가는 것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늘 그렇듯 안정적인 일요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잠시 산책을 하거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거나 데면데면 인사를 하는, 그런 평소의 일요일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혹 광화문에서 새벽까지 가두행진을 하더라도, 영화를 볼 여력은 충분히 남아있을 것이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월을 시작하는 새벽, 촛불 집회에 참석한 이후 다음 날은 한참을 일어날 수 없었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이 든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을 뿐이다. 물론 현장에 늦게까지 있던 애인도 마찬가지였다. 정오가 넘도록 베개를 부여잡고 방구석을 뒹굴다가 이따금씩 뉴스와 인터넷을 뒤지며 지난밤의 상황을 되새김질 했다. 그리고 또다시 잠이 들었다. 도저히 극장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감기는 눈꺼풀을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다시 일어난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이미 인디포럼의 상영이 한창일 시간이었다.

난생처음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에 정지 페달을 밟았다. 궁금한 영화들을 보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할 일이 많았는데, 담고 싶은 것들도 마음속에 가득히 차 있었는데 그것을 풀어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5월의 마지막 날 저녁, 세종로 앞에서 눈물을 떨구던 친구가 생각났다. 6월의 첫 날 새벽, 오타 가득한 문자로 다급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던 극장 친구와의 대화, 조심하라던 친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제대로 보내졌는지 조차 확인할 정신이 없었던 복닥거리는 문자함의 텍스트들을 가만히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말로 표현하기 조차 힘든 폭력과 감정의 곡선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지난 새벽,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눴던가. 시청 앞에서 하얀 온기를 내뿜던 친구는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 같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영화를 떠올리는 것은 웃기지?’라고 묻는 그녀에게, 나는 어색한 말투로 ‘그것도 투쟁, 그것도 대화’라고 말을 건넸다. 클로즈업으로 잡힌 사람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지나간다. 스산해진 나는 재빨리 뒤를 돌아본다. 그들은 멀어진지 오래다. 그리고 나도 그 곳을 지나온 지 오래다.

월요일, 연일 퍼붓는 비로 인해 몸을 숨기고 가까스로 찾아간 인디스페이스에서 <국내 신작> 부분 섹션을 보며 눈을 찌푸리기도 하고 노영석 감독의 <낮술>을 보며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도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았다. 두 번의 관람 기회를 놓친 <낮술>을 기분 좋게 바라보고 극장을 나섰을 때, 나는 또 한 번 엄청난 괴리감을 느껴야 했다.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방패를 들기 싫다던 그 아이, 그 아이의 목소리가 문득 생각났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을지로 3가의 중앙차선을 가로질러 가는 경찰차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저기 어딘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서로 복귀하는 그 아이의 눈빛이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고 있던 치마에 한가득 물을 머금으며, 그리고 발이 진흙탕에 빠지는 것도 모른 채 멀어져가는 경찰차를 바라보았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나는 <낮술>의 감독에게 서투른 문자를 보냈다. 기다리던 영화를 드디어 보았다는 행복감에 젖어 보낼 수 있는 당연한 문자가 어쩌면 이리도 멀게 느껴질까. 한없이 쏟아지는 빗소리가 야속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몸을 숨기며 극장에 가고, 영화를 본 이후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와 오늘도 어김없이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에 발걸음을 멈춘다. 최근에 완고를 마친 시나리오 속 한 장면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나는 얼마나 비겁한 인간인가. 하지만 현실이 영화와 중첩되기를 갈망하는 나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흥건히 젖은 차도가 아직도 마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계속, 나와 친구들은 물기 가득한 이 차도를 밟고 광화문을 바라봐야만 한다. 어제에는 옳았던 영화가, 어째서 오늘에는 보장되지 못하는 걸까. 시청과 집 앞으로 이어지는 2호선의 간극,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허하기만 하다. 잠이 들기 전이면 자꾸만 그 곳에 무언가를 놔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목이 마르다. 입 안이 텁텁하다. 어쩌면 그 곳에 나의 영화, 그리고 우리들의 대한민국을 두고 온 것만 같아 자꾸만 가방 안을 열어 확인한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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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이런 시국에 예술이니 영화니 논하는 건 솔직히 진이 빠지는 일이다. 그래도 1년 365일, 24시간 촛불을 들고 있을 수는 없을 터. 일도 하고 재충전의 시간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보다야 시의 적절한 영화 한 편 씩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인디 존스’ 박사는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장년층 관객들까지 몽땅 흡수하는 분위기다. 추억에 젖게 해 줄 존스 박사와 만났다면 현실을 환기시킬 영화들도 필요할 터.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야 지금 대통령이 봐줬으면 하는 옛날 영화 혹은 대통령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말이다.

장르를 구분해 봐도 블랙코미디, 정치스릴러, 블록버스터, 사회드라마, 호러까지 다채롭기 그지없다.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예술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소망과 열망을 담고 있을 지도 모를 영화들이다. 그리고 덤으로 연일 왜곡과 과장을 일삼고 있는 보수 언론도 봐주면 감사할 영화들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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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라더’를 뚫어 낸 시민 혁명 <브이 포 벤데타>

27일 공안대책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2년 만에 긴급 소집된 이 자리에서 나온 대책이라곤  ‘불법시위’, ‘엄정대처’, ‘전원사법처리’ 등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뿐이란다. 바야흐로 생뚱맞은 공안정국이다.

<한겨레21>이 보도한 문화부 홍보지원국의 교육 자료는 더 가관이다.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라 멍청한 대중은 세뇌와 조작이 가능하단다. 이해찬 세대가 생각도, 원칙도 없다거나, 인터넷이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는 고급한(?) 발상은 정부가 포털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들로 인해 사실임이 입증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언론들과는 ‘프레스 프랜들리’하고 열린 인터넷과는 조기대응반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 액션 블록버스터 <브이 포 벤데타>에도 매스미디어를 장악하려는 파시즘 정권이 등장한다. 그래픽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가 묘사하는 2040년 제3차 세계대전 후 영국 정권의 폭압과 언론 통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속 ‘빅 브라더’에 버금간다.

완벽한 픽션인 이 작품은 그러나 400년 전 실존했던 인물 가이 포크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1605년 11월 5일 영국의 제임스 1세 정부의 독재에 맞서기 위해 화약을 숨겨 의회 지하에 화약을 숨겨 잠입하려다 체포된 인물. 주인공 V(휴고 위빙)는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며, 폭압적인 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해 2040년 11월 5일 ‘화약 음모 사건’의 날에 시민들을 집결시키려 노력한다.

꽤나 정치적이고 암울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브이 포 벤데타>는 평범한 아가씨 이비(나탈리 포트만)이 V에 의해 변화하는 궤적을 조명한다. V의 영웅적 면모를 과시하는 것으로 잔재미를 주면서도 CCTV로 국민들을 감시하고 매스미디어를 통제하는 감시 체제를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어마어마한 군중들이 가이 포크스의 가면과 두건을 그대로 착용하고 광장에 나서는 라스트 신이다. 군인들의 총 앞에서도 굳건히 땅을 딛고 선 시민들의 무리가 무언의 한 목소리를 내며 승리를 일궈내는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결코 세뇌와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신념”을 성취해 낸 시민 혁명을 그리고 있다.

꽤나 불편하시다? 대한민국은 절대 영화 속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니냐고? 그런 분들에게는 만화 원작의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로 즐기시길 권장한다. 이비와 청계천에서 촛불을 든 10대 여학생들이 크게 달라보이진 않을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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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정치 <맨 오브 더 이어>

이제 겨우 3개월인데 대통령 지지율이 20% 대란다. 혹자들은 그것도 높다고 아우성이다. ‘이명박 OUT’이라는 피켓이 촛불문화제 현장에 등장한지는 이미 오래다. 그래서 소개한다. 국내 개봉은 못 했지만 작금의 정서라면 지지를 받고도 남을 미국산 정치 블랙코미디 <맨 오브 더 이어>의 대통령은 대통령 직을 과감히 벗어 던진다.

내용은 다소 황당하다. 시작은 “정치계에 실망했어요. 대통령 선거에 직접 출마해 보시면 어때요”라는 젊은 여성 방청객의 한마디였다. 인기 절정의 정치 풍자 토크쇼 진행자 톰 돕스(로빈 윌리엄스)가 대선에 뛰어들게 된 것은. 돕스는 그날 정치인과의 대화에서 이 얘기를 꺼낸 뒤 3시간 만에 400백만 통, 그 다음주 몇 번 더 언급한 뒤로 8백만이 넘는 출마 권유 이메일을 받게된다.

그리고는?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인터넷의 힘과 서민의 사랑”에 힘입어 돕스는 출마를 결심하고 기적적으로,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대선에 당선된다. 물론 영화는 지극히 ‘영화’답게 이 결과가 새롭게 도입된 전자 투, 개표 시스템의 오류임이 한 프로그래머 엘로너(로라 리니)에 의해 밝혀 놓고 시작한다. 시스템을 개발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본 회사 측은 사실은 은폐하려 들고 엘로너는 이를 돕스에게 알리려 백방으로 뛰어 다닌다.

사실 이 영화가 대단히 완성도를 높은 작품은 아니다. 정치인의 부패와 정체, 부당한 전쟁, 서민들의 빈곤한 삶과 같은 미국 현실에 대한 자기비판은 수박 겉핥기다. 또 엘로너에게 마약을 부지불식간에 투여한 회사의 음모가 폭로되는지라 살짝 스릴러 형식도 가져온다. “정치인들은 기저귀와 같습니다. 자꾸 바꿔줘야 하니까요”나 “국방장관은 브루스 스프링스턴” 따위의 농담이나 현실에서는 없을 짜릿한 TV 토론이 미소를 짓게 하지만 어떠한 성찰을 이끌어내긴 역부족이다. 

<굿모닝 베트남>의 ‘짝패’ 로빈 윌리엄스와 다시 만난 <레인맨>의 베리 레빈슨 감독은 <웩 더 독>과 같은 정치 풍자 영화를 만든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주창하는 주제는 이번에도 보편적이기 그지없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통령과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 영화 속 돕스가 지지를 얻는 이유는 국민을 동일한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 소통가능한 눈높이 정치를 약속했다는 데 있다.

영화 속 돕스는 결국 양심선언을 하고 당선 3주 만에 “정세를 뒤 흔들 뿐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 현실 속 대한민국에서는 그러나 손석희 교수가 대선 출마를 즉흥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이나 현실이나 국민들은 다만 상식적이고 소통 가능한 대통령을 보고 싶을 뿐이다. <개그콘서트>를 직접 보실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반매카시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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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방송된 MBC <PD수첩>이 보수 언론의 이중적 행태와 편파 보도를 꼬집었다. 대통령이 광우병 사태에 대한 민심을 ‘괴담’ 수준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광우병 검역과 관련해 ‘눈 가리고 아웅’식의 말 바꾸기를 자행하고 있는 걸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신뢰를 잃은 언론의 미래야 눈에 선한 것이지만,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작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참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가 마무리 멘트였다. 드라마 <스포트라이트>가 조명하고 있는 방송사와 언론간의 세 다툼으로 치부하기엔 곤란한 상황이다. 드라마 보듯 뒷짐 지고 감상할 때가 아니다. 지금 소개할 두 편은 대통령과 ‘프레스 프렌들리’할 언론인들에게 ‘강추’하는 작품이다.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 미 대통령 닉슨의 재선을 위해 활동한 스파이들이 미 워싱턴의 민주당 당사를 도청했던 사건을 발굴,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들 이름이다. 먼저 닉슨 대통령을 현직에서 낙마하게 만든,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스캔들로 비화된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명한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단순한 절도 사건을 취재하던 두 기자가 거대한 음모에 맞서 진실을 폭로한다는 내용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특종으로 불리는 역사적 현실 그대로다. 그 실화 자체를 건조하게 따라가는 영화는 그 자체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절대 권력자의 부정과 정권 차원의 압박, 공화당 지지자들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편집권을 사수했던 두 기자와 워싱턴포스트지의 자세는 미 언론인들이 자랑할 만한 언론의 정도 그 자체라 할 만하다.

“오늘날 개인과 국가 사이의 관계에 있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들 자신의 책임이다.”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See It Now’의 진행자였던 언론인 에드워드 R. 머로우의 말이다. 그는 1950년대 중반 미 전역을 냉전의 광기로 몰아넣었던 J.R. 매카시 상원의원과 맞섰던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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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알고, 말하며, 생각하는 권리야말로 천부의 고결한 인권”임을 강조했던 이 머로우와 그의 방송팀이 매카시즘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린 <굿 나잇 앤 굿럭>. 할리우드의 섹시스타이자 좌파 지성인 감독 조지 클루니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미국을 충격에 빠지게 한 “미 국무부에 205명의 공산당원이 있고 그 명단을 가지고 있다”는 맥카시 의원이 주장이 허구였음을 반박하는 보도를 줄기차게 내보냈던 머로우의 곧은 자세를 영화는 흑백화면으로 담담하게 조명한다.

비록 시청률과 자본에 끝내 무릎을 꿇고 몇 년 뒤 방송은 종영된다. 그러나 그건 패배가 아니다. 머로우 같은 선배가 있었기에 훗날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도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CBS와 워싱턴포스트와 같이 메이저 언론이었다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의견을 대변하는 미디어는 ‘언론의 정도’ 운운할 가치가 없다. 그것이 좌우를 불문하고 친정권, 친재벌일 때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자기 할 말을 다 하기 전에 먼저 거리로 나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지금 무엇보다 요구된다. 대통령과 언론인들이 손 맞잡고 함께 관람해야 할 영화가 바로 이 두 편이다.

그리고 분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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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영화들 보다 무언가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영국산 좀비 영화 <28일후...>를 추천한다. 침팬지의 피와 침으로 유래된 ‘분노 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은 멸망하고 생존자들이 좀비가 된 사람들을 피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과 저예산에 빠른 편집, 흔들리는 화면과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좀비가 던져주는 시각적 충격과 현실적 공포가 백미인 작품이다.

물론 침팬지가 전한 바이러스라는 설정만으로 광우병을 연상하는 건 지극히 순진한 해석이다. 염두에 둘 것은 바로 ‘분노’ 바이러스다. 영화 속에서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데모 장면을 보며 분노를 키워 온 침팬지가 퍼트린 치명적 바이러스는 인류의 재앙이 어디서 기인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되어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분노다. 왜 이 영국 호러 영화에서 한국의 데모 장면을 목격해야 하는 거에 대한 증거는 좁게는 가두시위에서의 연행 과정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왜 거리로 나간 시민들이 분노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걸 불러 온 세력이 누구인지, 그 가두시위의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 말이다.

이밖에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한도 끝도 없다. 9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공권력의 제도화된 폭력을 다분화된 인종과 계급적 시각으로 고발하는 <증오>도 그 중 하나다. 아일랜드판 <화려한 휴가>로 불러도 무방할 <블러드 선데이>도 준비되어 있다. 아이템이 민초들의 봉기라 한다면 동학혁명을 다룬 <개벽>부터 프랑스산 <제르미날>까지 차고도 넘친다.

그럼에도 단 한 편을 ‘강추’하라면 단연코 김풀빵의 패러디무비 <뼈의 최후통첩>일 것이다.  상영 시간도 9분 11초로 짧다. 대통령이 <본 얼티메이텀>을 봤을 리 만무하니 안성맞춤이다. 긴박감 넘치는 화면에 액션까지 곁들었으니 재미 만점이요, 외국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기막히게 패러디해 낸다. 게다가 공짜 아닌가.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행여 그 전까지 꽉 막힌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왔다면 이런 대중 영화들에서라도 보고 배워야 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만 보지 말고 <뼈의 최후통첩>도, 의료보험 민영화 제고를 위해 <식코>도 꼭 챙겨보시길 권한다. 이런 영화들 보며 여가도 즐기고 국민들과 직접 소통도 하란 말이다. 제발 <무한도전>에 출연해 타고난 개그 본능 뽐낼 생각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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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lan9.co.kr/tt2 BlogIcon 주성치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08.05.28 10:56
    • Favicon of http://license119.com/newki BlogIcon 자격증무료자료받기  수정/삭제

      이해찬 신매카시즘글 잘 보았습니다.. 아래 자격증관련 정보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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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05 14:37
  2. 김혜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해상도와 관련이 있나요?
    처음엔 글씨가 작게 로딩되어 줄간격도 이상하네요..잘 읽고 싶언데요ㅠㅠ

    2008.05.28 12:59
  3.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5.28 13:12
  4. 좋은 글입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브이 포 벤데타 요거케이블에서 많이하길래 봤는데
    잘만든 영화더군요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의 상황과도 맞아떨어지고요..

    2008.05.28 19:42
  5.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수정/삭제  댓글쓰기

    브이 포 벤데타 이거 극장에서 봤었는데....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장관이죠.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할까요.
    아무튼 요즘 생각이 많이 나는 작품입니다.
    사상영화로는 최고죠!

    2008.05.28 20:13
  6. Favicon of http://www.mayspider.com BlogIcon 메이스파이더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비평글 잘 읽었습니다. 영화와 지금의 상황에 빗댄 님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작짝 영화를 좋아하는 외출검색 메이스파이더도 호프만과 레드포드가 나온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을 감명깊게 보았는데 여기서 그 영화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네요..정의가 아름다운건 그것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는 말도 있듯이 정의가 흔한 사회가 되어 그것이 당연한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합니다.

    2008.05.28 22:33
  7. Favicon of https://nowatlast.tistory.com BlogIcon finicky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어요 :) DVD 를 사다가 청와대로 부쳐야 겠어요 ㅋ

    2008.05.28 22: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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