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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진보신당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배우 김부선을 만나다


모든 실천은 분노에서 출발한다. 부당한 사회 현실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 진보신당 홍보대사로 위촉돼 이번 총선에서 발로 뛴 배우 김부선도 다르지 않다. 그녀가 대마초 비범죄화를 부르짖고, 한미 FTA 반대 시위에 발 벗고 나섰던 것도 순전히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 탓이다.

이제는 '정치적'이란 수식이 낯설지 않은, '진보신당' 홍보대사였던 김부선을 총선 직후 만났다. 진보신당과 정치권, 방송사에 대해 논리정연하지는 않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분위기에서 왜 그녀가 진보신당 홍보대사직을 수락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체력이 달렸고, 돈이 달렸다... 돈, 정말 필요하더라"

섹시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부각되어 온 김부선은 의외로 인터뷰 내내 비정규직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마' 배우란 주홍글씨가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수차례나 캐스팅이 좌절되며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이제 '정치적'이란 수사를 거부하지 않는 김부선.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한국사회의 피해자임을 역설하고 있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벗어난 배우 김부선의 투쟁은 분명히 현재진행형이다.

다음은 김부선씨와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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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뒤풀이는 잘했나요.

"중앙당 갔다가 12시에 빠져나왔어요. 안 가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가보니까 아무도 없더라고요. 멋있게 우아하게 웃음 잃지않고 있다가 막판에 기자들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XX, 진보신당 노회찬 보좌관 나와서 무릎 꿇으라 그래' 그랬어요(웃음). 그랬더니 나한테 맞겠다 싶었는지 기자들이 카메라도 철수해서 가버리는 거예요(웃음). 너무 성질이 나는 거예요. 정말 전국으로 열심히 뛰었고 순수한 자원봉사였는데…."

- 자원봉사였어도 분명히 정당 활동이니까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요.

"상처요? 그보다 우선 체력이 달렸고, 돈이 달렸어요. 돈은 정말 필요하더라고. 마음 같아서는 빌릴 수만 있다면 500만원 정도만 있었으면 싶더라고요. 돈 하고 체력도 달리고….



거기다가 영화는 많은 스태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줄 알잖아요. 그런데 너무 늦게 시작한 신생 정당이다 보니까, 솔직히 조직이 과소평가도 되는 거예요. 애기들이 하는 일이 미숙하고 그런 것처럼, (진보신당이) 아마추어처럼 보이니까, 아주 이기적인 생각으로 난 아직도 가입을 안 했어요. 우리 연예인 자체가 열정적이고 일단 뛰어들면 퐁당 한다고, 순수하게…."

- 총선을 준비하며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총선 시작하면서 모든 걸 다 끊고 정치에 중독돼서 뉴스하고 인터넷 검색만 했어요. 그러니까 쏠쏠 알아오는 동시에 분노가 같이 와요. 시대의 부름 같고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으니까 두려운 거예요. 마치 종교에 빠진 광신도처럼. 정치가 그런 중독이 있는 거 같아요. 또 유일한 공통점이 함성에 '뻑'이 간다는 거,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니까 맛이 간 정치인들이 많은 거 같고, 현실을 모르고 환각에 사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표 깎아먹지 않을까 하는 피해망상에 젖어 울기도 했다"

- 진보신당 홍보대사 직을 수락한 건 노회찬 의원과의 친분 때문이었나요.

"당연히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어요. '도와주실 거죠?', 그래서 '저 감방 갔다 나오면서 말했잖아요'라고 답하면서 흔쾌히 수락을 했죠. 그게 고마웠던 게 결정적이지만 평소 노회찬 의원 활동이 두드러졌어요.

항상 거리에서 추울 때 (노 의원을) 만났었죠. FTA 문제나 스크린쿼터 축소 때요. 다른 국회의원들은 정당 눈치 보고 대중들 눈치 볼 때, 그 때 민노당 사람들하고 심상정·노회찬 의원은 거리에서 보이더라고요. 아, 좀 미안하잖아요. 그 때 영화인들이 밥그릇 문제 되니까 농민들에게까지 관심 갖는 건 당연해요. 저도 2년째 비정규직이고 거리로 뛰쳐나가니까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해가 되고 뭉쳐지는 거죠."

- 홍보 대사 활동을 자체 평가한다면?

"(진보신당 내에서도) 아직은 보수적인 사고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김부선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숨어있는 유권자들이 있거든요. 그 숨은 표를 꺼내야 했는데. 미혼모,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 약물 중독자 같은 소수자들 말이에요. 한 집 건너 한 집 연결 안 되어 있는 집이 없을 거예요. 내 친구 딸·아들일 수도 있고. 근데 김부선이가 표를 깎아 먹지는 않을까 하는 엄청난 피해망상에 젖어서 이틀을 울기도 했어요. 결과가 좋다면야 상관없었겠지만. 끔찍한 것이…, 둘(노회찬·심상정 의원) 중 하나는 (당선될 줄) 알았거든요."

- 지방으로도 유세를 많이 다녔더라고요. 힘들진 않았나요?

"전 노회찬 의원밖에 모르고 시작한 거거든요. 또 사실 좀 전에 돈 얘기는, 비례대표 후보들조차 8일까지 명함이 없었대요. 조직 시스템 자체가 체계적이지 못했던 거죠. 제가 부산에서 그날 바로 제주도, 거기서 청주·광주까지 갔다 왔거든요. 이 사람들이 경험이 없으니까 여기 가라면 여기 가고, 저기 가라면 저기 가고…. 난 그저 노원에서 노회찬씨 얼굴마담이나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런 게 좀 힘들었어요. 저만 느끼는 정서나 외로움이 있었죠."

- 아무래도 좀 더 스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환경 탓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서운하지는 않았나요?

"그럼요. 저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고 유치하기 그지없고…. 그 쌈마이 4류 정치인 못지않은 5류더라고요. 의도하지 않게 문소리씨랑 함께 유세를 한 적 있어요. 처음이었거든요. 그리고 대중들이 그렇게 많은 자리에 (내가) 갈 기회도 없었고요. 시위 현장에 나가는 것이 꼭 무슨 거창한 정치의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외롭고, 제가 요구하는 이슈랑 맞으면 식구 같고 내 편 같고, 그런 게 있잖아요. 일정보다 일찍 가서 시장통에 숨어서 무슨 얘기하나 보고 있는데 심상정 의원이 불러요. (그 때) 문소리씨를 처음 봤는데…, 그 친구도 망설이다가 유세장에 나온 거에요.

(그 이후) 일말의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대한민국 배우들, 정치적인 사안에서 몸 납작하게 엎드리는 배우들을 밖으로 끌어들이고 싶어요. 그게 건강해지는 사회 아니겠어요?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죽어도 금기였잖아요. 자기랑 의견이 맞는 당에 가서 활발하게 알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수잔 서랜든, 얼마나 멋있어요. 제 모델이에요."

- '진보신당' 이름을 걸고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의견과 배치가 되는 건 없었나요? 

"정치인들이 항상 반 박자가 늦어요. 감각이 이렇게 대중들보다 늦어서 되겠느냐 싶었죠. 제가 전북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와 만나서 홍보대사들끼리만이라도 만나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변영주·박찬욱 감독, 진중권 교수 등등 있잖아요. 근데 또 그런 여지가 없었었는데 이해해야죠. 시간이 불과 열흘밖에 없었잖아요. 그들이 우리를 잘 이용하지 못한 거죠. 판을 깔아주고 우리 길만 터주면 올인 했을 텐데. 그래서 상처받는 연예인들 많았을 거예요. (두 의원이) 떨어져서…(웃음)."

- 이렇게 정치적인 활동에 열심히 뛰어들게 된 계기는 뭔가요?

"헌법재판관 9명이 전원일치로 합헌 판결을 냈을 때, 전투력이 상승됐죠(김부선은 지난 2005년 대마초 관련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낸 바 있다). 어떻게 재판관이 모두가 똑같은 의견을 낼 수가 있어요, 공산당도 아니고. 제가 20년 동안 공권력에 억압과 감시를 받고 있는데. 기가 막힌 거죠. 사람들은 여기는 한국이다, 외국 가서 펴라고 하는데…. 그럼 전 여긴 지구다, 우린 지구인이다, 말하고 싶어요."

- 요즘 문화계 돌아가는 분위기는 어떻게 느끼세요?

"유인촌 장관이 자기네가 만들어 놓은 법은 안 지키고 문화예술인들 나가라고 할 게 아니에요. 자기 취향에 맞지 않다고 근거 없이 자르는, 그런 웃분들을 속아내는 게, 이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한나라당 잡고 있는 감독협회 사람들이 다시 한몫해 보겠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죠."

"진짜 '쌈마이' 국회의원 역할 잘할 자신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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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작품 얘기를 해 보죠. 그간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유가 드라마 촬영 직전까지 갔다가 퇴출당했다고 들었는데요.

"오늘날 한예슬을 탄생시킨 드라마 <환상의 커플>, 제가 희극 연기에 자신이 있어서 캐스팅이 된 뒤로 준비도 많이 했는데 윗선에서 잘랐대요. 대마초 피우는 배우라 이미지가 안 좋다는 거죠.

시청자들이 왜 저런 여자를 썼느냐는 말에 총대 메기 싫으니까 다른 방송국 가서 한 작품만 하고 오면 자기가 써주겠다고 했데요.

사실 <달자의 봄>이 치명적이었어요. 근데 웃기는 건 KBS에서는 <드라마 시티>에 출연해서 연기상 단막극 연기상 후보에도 올랐거든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감독들은 김부선 연기 좋다고 후보에도 올려줘도 높은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대마초 핑계로 대는 거죠."

- 드라마는 막힌 상태라 영화 쪽만 바라보고 있는 건가요?

"아니죠. 한두 달 전에 MBC에서 또 연락이 왔어요. 시즌제 드라마에 출연해 달라고. 이번에도 출연결정까지 다 했다가, 기획한 국장이 저번 그 국장이라, 제가 죄송하다고 안 한다고 했어요. 그 사람 때문에 제가 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고, 그 사람이 기획한 드라마 할 수 없다고 했죠. 당장 아쉬워도 그게 저예요. 계산을 못 하겠어요. 잠깐 숙이면 되는데…. 그건 옳지 않잖아요. 뭐 제가 <히트>에도 잠깐 나가고, <별순검>도 케이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 나왔거든요. 절망했다가 이제 분발해야겠다는 희망을 가졌어요."

- 그런 아픔을 이제는 연기로 풀어야 할 텐데요.

"조만간 영화인들의 창작 욕구가 불타오를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 진중권씨가 하는 것처럼 개그 소재를 너무 많이 주기 때문에…. 정치 영화나 블랙 코미디가 많이 나올 거라고요. 그러면 진짜 '쌈마이' 국회의원 역할 잘할 자신이 있어요(웃음)."

- <별순검> 같이 좋은 작품으로 많이 활동해야겠어요.

"그게…, 우리는 '비정규직'이고 (생활이) 불안해요. 일이 없으니까 자꾸 불안한 거죠. 일만 계속 있으면 우울증 증세도 없어질 텐데…. 웃분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전 대본 하나 받으면 산 속에 들어가서 대사 하나하나 파고들어요. 다 직업병이죠.

우리 딸이 뭐라고 하냐면, 완전 밑바닥 아줌마나 처량하고 한 많은 여인네를 연기해야 되는데 매번 마담이나 들어온다니까 '엄마가 섹시하고 예쁘니까 그렇지' 그래요. '엄마가 학교에 갔다오고 나서 과 선배들이 엄마가 몸매가 더 예쁘다 한다고, '엄마 대한민국 꽃미남 청춘스타 다 만나봤잖아' 그러면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비록 영화 속이지만 제가 추레하면 같이 붙이질 않잖아요. 어떻게든 살아날 거예요. 작품은 또 때가 되면 할 수 있으니 초조하지 않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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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eodaran.com BlogIcon 커서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부선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엔 지역구 한번 나오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합니다. 진심입니다. 연예인들 확실히 달려든다면 진보정당의 브랜드 상승효과도 상당히 클 거라 봅니다. 물론 김부선님 자체도 정치적 자질이 대단하시고요. ^^

    2008.04.26 22:37 신고
  2. 뭉치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부선님의 연기를 자주 보고 싶네요~
    언젠가 그렇게 될거라 믿어요 ^^

    2008.04.27 00:36
  3.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_top_blogtop=go2myblog BlogIcon 실비단안개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2008.04.27 08:27
  4. 노회찬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부선 하리수가 떨어뜨린거나 마찬가집니다.

    2008.04.27 09:51
  5. 근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개 지금 뭐하는 거야 ㅋㅋ

    2008.04.27 10:54
  6. 길상초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수고하셨습니다.한 1년만 지나도 김부선씨 찾는 영화감독들 많을 겁니다. MB하는 걸로 봐서는 2,3년도 안걸릴 거 같아요. 지지율이 30% 밑으로 가는 게요... 항상 행복하시길.
    그리고, 소수자의 아픔과 희망을 같이 하지 못하는 자는 지구인으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는 거고 그걸 알아야만 비로소 밥먹을 자격이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2008.04.27 11:47
  7. Favicon of https://lahappy.tistory.com BlogIcon smokybear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2011.03.02 15:56 신고

하성태

한 영화 기자의 각 당 총선 홍보영상물 관람기

도무지 답이 없었다. 사실 선거에 관련된 정치 영화를 소개코자 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러 한가, 현실이 영화를 뛰어넘는 초현실주의의 시대아닌가. 안 그래도 정치혐오증에 걸린 이들이 한 둘이 아닌데, 정치 영화를 보다가는 투표소로 가는 이들의 발길을 끊어 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싶었다. 

시골 보이스카웃 단장이 워싱턴 정가에 진출한다는 내용의 고전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는 철지난 감동 연설극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고, 2년 전 작고한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밥 로버츠>는 국회의원들을 모두 협잡꾼 모리배로 보이게 한다. 청량리 윤락녀가 총선에 승리한다는 내용의 우리 영화 <대한민국 헌법 1조>는 그 만듦새가 꼭 우리 정치판처럼 허접하고, 미 고등학교 회장 선거를 배경으로 한 <일렉션>은 선거, 투표 행위 자체를 양육강식과도 같은 세상에 대한 알레고리로 만들어 놓았다.

예술과 정치가 원래부터 평행선을 달리기 마련이라지만, 4월 9일 투표일까지 정치 영화는 되도록 보지 말 것을 권한다.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관건인 시대니 만큼 정치 영화 대신에 차라리 다큐멘터리 <식코>를 권한다.

그래서 그래서 영화 대신 각 당의 총선용 홍보영상물을 둘러봤다. 기존 정당의 정책과 반하는 이미지로 승부하고, 구구절절이 변명을 늘어놓는 영상물들도 보인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표현 전략이 비슷한 것도 흥미롭다. 모든 영상을 보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홍보 영상을 보면 그 당의 이데올로기가 보인다.

명약관화한 보수화 전략, 한나라당의 경우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친절하게 정당정책비교프로그램을 마련해 놨더라.  ‘정당별 입장보기’에 이름을 올린 정당은 모두 6개.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친박연대, 그리고 진보신당의 홈페이지에 들러 각 홍보 동영상을 찾아봤다.

먼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밥 영상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한나라당의 키워드는 ‘경제’와 ‘서민’이다. “한나라당이 서민의 장바구니를 든든히 채워내겠습니다”라는 ‘고등어’ 편은 시장에서 고등어를 사러 장에 간 주부의 사연이다. 대통령에 이어 어김없이 재래시장을 찾았다. 대통령이나 우아해 보이는 그 주부가 일상에서 재래시장을 얼마나 이용할지는 의문이지만.

한나라당 홍보영상

고등어 한 마리밖에 살 돈이 없다는 주부에게 <라디오 스타>에서 고스톱을 치던 단역 배우 할머니는 실랑이 끝에 3천원에 한 마리, 그리고 덤으로 한 마리를 더 안긴다. “서민에겐 고등어가 경제입니다. 경제부터 살려내겠습니다”라는 여성 성우의 목소리가 짠하다.

짝패인 ‘남편의 노래’와 ‘아내의 노래’는 각기 삶에 찌든 배우자에게 노래 한 자락을 불러주는 부부의 이야기다. 작아져 버린 아이들 옷 때문에 걱정하는 부인, 퇴근 후 피곤해 하는 남편을 걱정하며 “서민의 웃음을 되살리겠다”는 다짐을 하는 CF다.

한나라당 3종 세트는 박근혜를 내세워 “진정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읍소했던 지난 총선과 이명박 후보가 욕쟁이 할머니의 국밥을 말아먹던 지난 대선 영상의 중간 지점을 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화두인 ‘경제’에 집중하면서 ‘서민’을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의도적으로 조명을 무척이나 어둡게 찍었고 성우의 나레이션은 무척이나 가라 앉아 있다.

정권을 잡았으니 특정 정치인을 내세우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건 알겠는데, 이 60초 짜리 이야기식 공익광고 콘셉은 잔뜩 찌뿌린 서민경제를 반영하는 듯 하다. 비관주의를 퍼트려 유권자를 보수화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비관적 정조로 승부하는 이 영상에는 어떠한 비전이나 정책도 없다. 그저 오매불망 ‘경제’란 화두에 매달리는 척 하면서 서민들을 인질로 삼는다.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데 개혁, 정치적 이슈가 무슨 필요냐고 항변하는 이 무시무시한 보수 이데올로기. 흑백에 가까운 이 화면들을 마주하면 기이하게도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낄 것이다. 한마디로 편집의 승리요, 보수정당답다.

할 말 많은 통합민주당의 변명

통합민주당의 홍보영상은 가장 할 말이 많아 보인다. 4분 45초 동안 고소영, 강부자 내각의 한 달 반가량의 실정, 열린우리당 시절의 실정,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까지를 모두 담고 있다. <반지의 제왕>이 괜히 긴 것이 아니다. 보여줄게 많으니 당연히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통합민주당이 가장 확실히 자각하고 있는 건 자신들이 야당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국회 과반수 확보가 불확실한 벼랑 끝에 매달린 야당. 영어몰입교육이나 대운하와 같은 한나라당의 ‘닭짓’에 대한 반대로 시작해 자기반성을 거쳐, 지지를 호소하는 이 홍보 영상은 그러나 감동도, 진실함도 없어 보인다.

통합민주당 홍보영상

한나라당의 2분짜리 정책 동영상에 비해 통합민주당의 영상은 힘이 없다. 주연이 지난 총선만 해도 한나라당에서 활약했던 손학규 대표라서가 아니다. 그건 자기성찰과 여당비판, 확연히 다른 두 장르 사이에서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경제 살리기란 허황된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일갈하지만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 자임하는 그들도 내세울 건 반대밖에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국민이 민주개혁세력에 등을 돌린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지만 국민의 뜻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자기 비전이 없으니 전통적인 편집과 음악이지만 중심 스토리가 부재해 보인다.




강금실 의원을 내세운 영상은 더더욱 의문이다. 한마디로 스타가 없는 걸까? 유시민도 없고, 정몽준에 밀리는 정동영도 약발이 떨어지고, 손학규와 박상천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게 분명하다. 강금실 의원의 목소리를 1인칭 자막으로 담고, 양희은의 <상록수>를 배경음악으로 깔은 이 홍보영상이야말로 현 통합민주당의 안쓰러운 처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자기 성찰의 극치다.

영상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민노당과 박근혜, 문국현 1인 정당들

50~60대 유권자를 노리를 정당답게 홍보영상 하나 없는 자유선진당을 지나쳐. 민주노당당 홈페이지를 가 보니 3개의 영상이 대문을 차지하고 있다. ‘마징가 Z’를 닮은 민노맨을 내세운 플래쉬 애니메이션이 눈에 띈다. ‘노동자 서민의 대표정당’을 표방한 이 동영상은 그냥 특색이 없다. 전국정당의 홍보동영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없어 보인다’고 할까.

민주노동당 홍보영상

그러나 환경미화원 홍기덕 비례대표 후보와 농민 문경식 비례대표 후보의 클로즈업과 일하는 모습을 담은 2번째 영상은 짧지만 강력한 정서를 환기시킨다. 별다른 배경 음악 없이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하고 있음을 호소하는 이 영상은 다큐멘터리가 줄 수 있는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선천선 면역결핍증 환자인 열 살 원경이와 엄마를 주인공으로 삼은 ‘인간극장’류의 영상 또한 60초 만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할 정도다.

종북주의에 시달린 정당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노동자’, ‘서민’에 포커스를 잘 맞췄다. 플래쉬 애니메이션 하나로 일관했던 지난 총선에 비교한다면 진일보 그 자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싸워야 할 적은 역시나 내부가 아닐까? 여전히 노동자, 서민의 정당이지만 지난 5년간 진정 그리했냐고 반문한다면 그들은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

창조한국당 홍보영상

창조한국당은 지난 총선의 민주노동당의 전철을 밟고 있다. 그 중 창조한국당에 1억원을 기부했다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플레시 애니메이션이 눈에 띄는데 “니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와야 할 텐데. 난 니들한테 믿음을 산 겨”라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내용의 전부다. 그 믿음이 무엇인지, 또 지난 대선을 거치며 그 믿음이 남아 있는지도 사실 의문이다. 결정적으로 창조한국당 영상은 ‘문국현당’이라는 당의 의미지를 쇄신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물론 그것이 의도한 결과라면 할 말 없지만.

친박연대 홍보영상

최고의 압권은 친박연대다. 박근혜의 연설과 치적을 담은 영상 위로 “결국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 권력이 모든 것을 정당화 할 수는 없습니다, 정의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라는 박근혜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이건 차라리 하나의 패러디자 코미디다. “원칙과 정의가 무너졌습니다”지만 ‘박근혜’만이 그들의 원칙이요, 정의라는데 이르러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진보신당과 4월 9일

진보신당 홍보영상

각본을 놓고 봤을 때, 그리고 형식으로 봤을 때 그나마 짜임새 있는 영상은 아무래도 진보신당의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아닙니다’는 메시지는 ‘종북주의’ 뉴스 보도와 맞물려 선명하게 다가온다. 노회찬, 심상정이란 스타를 내세우는 동시에 비례대표 박영희, 이남신 후보를 내세운 것도, ‘4월 9일 진보가 새로워집니다, 민생이 바뀝니다’는 슬로건 아래 13번을 강조한 것도 나름 효과적이다. 영화인들이 지지하는 정당인만큼 편집 감각이 돋보인다.

이제 ‘D-2’다. 어떤 정당은 자신들의 색깔을 공고히 하고, 어떤 정당은 그 흔한 홍보영상 하나 없다. 또한 이 영상들이 얼마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짧은 영상들을 분석해 보면 각 정당의 색깔과 이념만큼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 정치와 관련된 영화들은 이틀 동안 잠시 끊으시라. 그리고 열심히 뉴스도 보고, 각 정당의 정책도 비교 해 보시라(물론 정책으로 승부하는 선거가 아니란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리고 나서 9일 투표소로 향하시라. 볼 만한, 희망적인 정치영화를 만들게 하는 힘, 영화보다 더한 현실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건 모두 유권자의 힘에 달려 있다. 사표는 18대 총선의 '공공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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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inbo.in BlogIcon 진보신당 홍보팀입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2008.04.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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