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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스크린에 불이 켜지면 한 눈에 봐도 영화 세트처럼 느껴지는 인공적인 거리가 눈길을 모은다. 순간, 화면 아래쪽으로부터 자동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등장해 거리 중앙에 위치한 작은 호텔 앞에 선다. 그리고 자동차 문을 열고 내리는 한 무리의 남자들. 시커먼 양복 차림에 총을 든 그들은 추측컨대 조직의 일원들로 보인다. 뒤이어 카메라는 이층의 거리쪽으로 난 베란다를 통해 방 내부로 이동한다. 속옷 차림의 남녀 등장. 붉은 입술에 담배를 문 도도한 여인과 엉덩이가 헐렁하게 쳐진 내복을 입고 있는 어리버리한 남자.(그 남자, 바로 한국의 젊은 여성팬들이 애지중지하는 꽃미남 청춘 스타 ‘츠마부키 사토시’ 되시겠다) 언뜻 보기에도 안 어울리는 이들의 모습에 숨죽이고 있던 관객들의 웃음보가 터지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영락없는 코미디물인 것이다.


영화 속 영화찍기

<매직 아워>는 유쾌한 스크루볼 코미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로 한국에 알려진 감독 미타니 코키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영화다. 갱 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 도입부의 장면들. 인위적인 세트 촬영과 오버하는 주인공의 익숙한 연기를 보는 순간, 이 영화가 ‘영화를 찍는 행위’-그 안에 포함된 어떤 정서와 인물들을 포함해서-에 대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추측을 안겨준다. 과연 감독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만 관객의 상투적인 연상 작용엔 과감히 ‘컷’을 외친다. 훨씬 더 기발하고 풍자적인, 황당하면서도 웃긴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내복 차림의 남자 ‘빙고’(츠마부키 사토시)는 이 지역 조직의 일원으로 성실함을 인정받아 지금의 호텔 지배인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보스의 여자인 ‘마리’(후카츠 에리)와의 밀애 현장을 들키게 되고, 화가 난 보스 테시오(니시다 토시유키)는 전설적인 킬러 ‘데라 토가시’를 데려 오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한다. 실현불가능한 임무에 머리를 쥐어뜯던 빙고는 가짜 데라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대역 전문 무명 배우 ‘무라타’(사토 고이치)를 섭외한 후 자신이 신인 감독이며 첫 영화에 무라타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라타는, 리얼한 영화를 찍기 위해 대본도 없고 카메라는 숨어서 촬영할 것이라는 빙고의 말이 의심스럽지만 첫 주연작이라는 흥분에 들떠 그를 믿게 된다.그렇게 졸지에 보스 앞에 서게 된 무라타. 빙고는 얼렁뚱땅 위기 상황을 모면하나 싶지만 문제는 뜻하지 않는 곳에서 터지고 만다. 바로 무라타의 연기가 너무 리얼했던 것. 지난 20년의 연기 생활동안 한번도 주목받지 못한 무라타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한다. 실감나는 그의 연기에 감명받은 보스는 무라타를 조직의 일원으로 영입하려 하고 일은 빙고의 의도와는 다르게 꼬여만 간다.


웃음 만발 소동극

이 비현실적인, 기막힌 소동극은 브레이크가 걸릴 듯 걸릴 듯하면서도 유연하고 재치있게 앞으로 내달린다. 적재적소에 웃음 폭탄을 설치해 놓고도 짐짓 모르는 체 덤덤한 감독의 연출력과 캐릭터에 몰입한 배우들의 익살스런 연기가 이 영화에 생기를 부여한다. 액션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보여 주겠다며 오버 액션을 하고, 망가지는 듯하면서도 배우로서의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무라타의 연기는 폭소를 유발한다. 총격전이 벌어지는데도 자신이 실제 상황에 놓인 것을 영화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한다.

<매직 아워>의 무대인 가상의 일본 항구도시 수카고는 고전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동네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현대지만, 갱 조직이 건재하며 동네 전체가 거대한 세트장같은 거리 풍경은 갱들이 주름잡던 1920년대 미국 도시를 모방한 것처럼 보인다. 미타니 감독은 속도감과 과장된 캐릭터, 음악과 세트를 통해 구축한 고전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외양에, 영화로 인해 행복했던 그 때 그 시절의 정서와 사람들의 사연을 정성스럽게 담아낸다. 무라타는 동네 어귀의 오래된 소극장에서 낡은 영화 포스터를 보고 반가움을 금치 못한다. 바로 어린 시절 액션 배우로서의 꿈을 키우게 한 전설적인 총잡이가 등장하는 영화였던 것. 추억에 젖어 영화를 보던 무라타는 품속에서 냄새나는 담요 조각 하나를 꺼내든다. 한 유명 영화 스튜디오에 있던 담요에서 잘라낸 천 조각. 유명 감독과 배우가 그 담요위에서 잤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그 천 조각은, 언젠가는 유명한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고단한 현실을 견디는 무라타에겐 더없이 귀한 보물이다.




 

영화에 대한 무한애정

이처럼 영화 <매직 아워>는 극중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영화에 대한 동경과 영화에 헌신한 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여준다. 무라타의 오랜 무명시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전히 그의 친구이자 팬임을 자랑스러워하는 훈훈한 매니저. 무라타의 부탁에 먼 길을 달려와 그의 영화에 근사한 엔딩을 선사한 늙은 폭발전문 기사와 다수의 이름없는 스태프들.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만들어낸 그림들은 더없이 따뜻하다. 미타니 감독은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의 노고에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결국, 빙고가 자신을 속였음을 알게 된 무라타. 당장 목숨이 위태롭게 된 상황보다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스크린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더 절망한다. 그런 무라타를 위해 미타니 감독은 깜짝 선물을 준비해 놓았다. 빙고가 진짜 촬영인 척 꾸미기 위해 몰래 가져온 실제 광고 촬영팀의 카메라가 돌아갔던 것. 그 짧은 두 번의 순간, 의도치 않은 실수덕분에 무라타의 열연은 그대로 필름에 담기게 된다. 빈 극장에 홀로 앉아 시름에 젖어 있던 무라타가 우연히 보게 된 광고 촬영분. 스크린 위에 자신의 얼굴이 커다랗게 등장하는 순간, 그는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무라타가 존경해마지 않는 원로 액션 배우와의 예기치 않은 만남도 잊을수 없는 순간을 선사한다. 백발이 성성한 노배우는 무라타에게 ‘매직 아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직 아워’는 해가 넘어간 직후 밤이 되기 전에 밝은 빛이 남아 있는 순간을 말한다. 하루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신비한 순간. 이미 밤인 동시에 아직 낮으로 남아 있는 순간. ‘매직 아워’는 주인공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화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마법같은 순간들

고된 현실이고 실제이면서도 허구이기도 하고 판타지인 어떤 순간. 영화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완성된 영화가 바로 그 ‘매직 아워’일 것이다. 감독은 그러한 매 순간을 즐기라고 말한다. 오늘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이 ‘매직 아워’는 또다시 찾아오기에, 내 인생에 찾아온 ‘매직 아워’를 놓쳐버렸다면? 내일을 기다리면 된다고. 무심하듯 덤덤하게 노배우는 말한다. 자신은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매직 아워’를 기다린다고.

후배에게 진심어린 격려를 전하는 노인의 혜안은 비단 무라타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평범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 최고의 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인생은 종종 우리의 기대를 무참히 배반하고 남는 것은 씁쓸함뿐이다. 그럼에도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찾아올지 모르는 ‘매직 아워’를 여전히 기다리라고,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감독은 말한다. 소박하지만 철학이 담긴 영화 <매직 아워>는, 코미디의 본분에 충실하고 영화의 판타지적인 속성을 은근히 드러내면서도 제 갈 길을 잃지 않는, 영리한 영화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즐거워하는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 엉뚱한 상상과 작은 실수가 빚어내는 유머가 귀여운 영화. <매직 아워>는 제목처럼 그렇게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마법같은 영화다.

무라타가 삶의 경구처럼 외우고 있는 노배우의 영화속 대사 한 마디. “죽음은 두렵지 않다. 단지 긍지를 잃은 채 사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멋을 잔뜩 부린 채 그 대사를 읊는 무라타에게 노배우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런 무거운 대사는 힘을 빼고 덤덤하게 말해야 그 맛이 살아난다고.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저 덤덤하게 긍지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뿐, 정답은 없다.


* 추신: <매직 아워>의 엔딩 크레딧은 끝까지 봐야 한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세트를 짓는 과정을 기초 단계부터 완성되기까지 저속촬영된 필름으로 보여준다. 마침내 눈에 익은 건물과 골목이 완성되면 갱들을 태운 자동차가 등장한다. 바로 영화 첫 장면의 반복이다. 다름아닌,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바치는 감독의 ‘흐뭇한’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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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ue0309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매직아워에 대한 코멘트 ! 멋~~진 영화평이네요.
    매직아워. 챙겨봐야겠네요.

    2009.04.28 23:24
  2. Favicon of http://kennethinsight.tistory.com BlogIcon kenneth  수정/삭제  댓글쓰기

    며칠전에 dvd로 본 영화인데,
    다시금 감동이 오네요.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언젠가 다시 올 매직 아워를 저 또한 기다려야겠네요^^

    2009.05.09 16:59



 오다기리 죠, “기무라 타쿠야, 츠마부키 사토시와 비교 말아 달라”


24일 내한한 오다기리 죠는 수입사의 대표의 입을 빌려 “한국에서 키무라 타쿠야, 츠마부키 사토시의 영화가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걸로 알다. 그 배우들과 비교하는 질문은 가급적 피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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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적인 자리의 사진 배포도 엄격하게 가리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향인지, 개성을 중시하는 오다기리 죠 개인의 성향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언론의 입맛에 딱 맞는 그 질문과 대답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어쨌거나 한국에서 세 배우가 경합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했고, 배우 본인도 신경이 쓰인다는 반증일테다.


그렇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 남자 배우 오다기리 죠, 츠마부키 사토시, 기무라 타쿠야의 최신작 세 편이 연이어 개봉한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와 <도로로>는 25일, <히어로>는 다음달 1일 선보인다.


그간 일본 영화들은 저예산 작가 영화들과 호러 영화 위주로 개봉하거나 ‘일본영화 페스티벌’ 형식으로 묶여서 소개되어 왔다. 또 1~2년 사이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대세가 되어버린 ‘일드’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에게 더 이상 일본영화와 드라마는 이제 낯설고 먼 타국의 대중문화가 아니다. 더욱이 일본문화 개봉이후 일본영화들은 블록버스터급의 대규모 개봉 전략보다 작은 규모로 개봉, 관객의 입소문과 두터운 팬 층에 힘입어 잔잔하지만 강력하게 바람몰이를 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지금 일본에서 잘 나가는 세 배우의 영화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봉해 경쟁을 벌이는 것도, 내한해 기자회견과 팬 미팅을 갖는 풍경은 90년대 초반 홍콩 스타들의 모습의 21세판이다. 일본 개봉과 시차가 가장 큰 <도로로>의 츠마부키 사토시를 제외하고, 이미 기무라 타쿠야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한국을 찾아 인기를 실감케 했고, 살인적인 공식 일정을 예고한 오다기리 죠는 기자회견과 무대인사, 방송 출연 등을 소화하고 있다.


오다기리 죠의 첫 번째 순둥이 캐릭터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오다기리 죠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간 인디펜던트에 속하는 영화들에 많이 출연해 왔는데 이 작품은 관객들이 보기에 편하고 다양한 관객층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다.” 말 그대로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일본 영화 마니아들만이 소구할 작가주의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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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트림을 거부하고 마이너리티적인 감수성을 자랑해 왔던 오다기리 죠의 그간의 이력과도 배치된다. “처음엔 이 작품에 출연하기를 거부했다. 개인적인 이유도 객관적인 이유 둘 다 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결국 작품의 힘에 이끌려 출연하게 됐다”고 말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내용은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란 원제에 함축되어 있다. 지금은 라디오 출연과 일러스트레이터, 수필가로 활동 중인 내(오다기리 죠)가 떠올리는 유년시절부터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암으로 투병중인 엄마에 대한 헌신이 주된 내용이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예술가 기질의 아버지를 무도회장에서 만난 어머니는 그 기질을 참다못해 주인공이 세 살 때부터 별거에 돌입한다. 아버지와의 만남은 방학 때가 고작이었던 ‘나’는 줄곧 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 미술고등학교 진학과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한 한 뒤부터 방탕한 나날을 보낸다. 어머니가 식당일을 하며 벌어 준 돈을 다 탕진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생활의 안정을 찾아 엄마를 도쿄로 모실 무렵 엄마는 암 선고를 받는다.


릴리 프랭키의 동명 원작은 일본에서 지난해만 210만 부를 팔아 치운 베스트셀러로 한국에서도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충무로에서도 나문희를 ‘국민 어머니’로 등극시키며 잇따라 어머니에게 헌사를 바치는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는데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어쩌면 한국인의 정서에 더 어울리는 영화다.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에 공감을 보낼 수 있다라면 그건 엄마 역의 키키 키린의 구수하고 사실적인 연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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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따온 듯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깔리는 어릴 적 회상과 현재가 교차하는 담담한 형식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소소한 일상을 묘파해내는 스타일은 역동적인 우리 정서보다는 역시 ‘A형의 세계’인 ‘일본영화답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다기리 죠의 평범한 듯 독특한 매력은 여전히 빛난다. 긴 머리에 턱수염은 그의 빛나는 외모를 가리기에 역부족이다. 청춘의 허무함을 대변하거나 성격적으로 반드시 어딘가 하나는 꼬여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간의 연기와는 다르게 여자에 빠져도, 마작이나 빠찡꼬에 돈을 탕진해도 이 친구는 분명 개과천선할거라는 믿음을 줄 정도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클로즈업을 담은 롱테이크는 오다기리식 착한 연기의 결정판이다. 이러나저러나 팬들의 열광은 마찬가지겠지만.


‘기무타쿠’의 첫 번째 한국 공략 <히어로>


지금도 일본어 통역에 매진하고 있으며 일본 연수를 다녀온 친구는 기무라 타쿠야를 가리켜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표현해줬다. ‘SMAP’이면 ‘SMAP’, 드라마면 드라마, 영화면 영화, 그가 나오는 모든 분야가 일본에서 대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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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타쿠야. 서른여섯의 나이가 무색한 전통적인 꽃미남 외모의 소유자인 기무라 타쿠야는 1987년 그룹 ‘SMAP’의 일원으로 데뷔, 아이돌을 거쳐 배우로 거듭난 케이스다. 1997년 드라마 ‘러브 제네레이션’은 국내에서도 표절 드라마를 낳을 정도로 트렌디드라마의 교본으로 불리는 작품이며, 그가 출연한 모든 드라마는 일본 시청률 1,2위를 다툴 정도다.


연기자로서 눈에 띄는 영화 출연은 왕가위 감독의 <2046>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목소리 출연이 전부였지만 2006년 <무사의 체통>이란 사극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일궈내며 일본에서 역시 ‘기무타쿠’란 평가를 받아냈다. 그리고 역대 시청률 평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드라마 <히어로>의 극장판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무라 타쿠야의 최근 드라마의 패턴은 선하지만 자기만의 세계를 고수하는 주인공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과정을 그린다. <엔진>의 카레이싱, <프라이드>의 아이스하키, <굿럭!>의 여객기 조종사, 그리고 그 시작인 <히어로>의 고헤이 검사가 모두 그러하다.


<히어로>는 홈쇼핑 중독에 청바지를 고수하는 고헤이 검사와 도쿄지방검찰청 조사이(城西) 지부의 활약을 담아 낸다. 고헤이 검사가 동료에게 넘겨받은 단순 상해치사사건이 고위 정치인의 뇌물수수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한국을 넘나들며 동분서주 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다.


고헤이 검사와 사무관 마이코(마츠 다카코)와의 애정 줄다리기, 개성 넘치는 조연들의 감초 연기, 드라마의 오프닝을 그대로 가져온 친숙함, 낯익은 공간인 부산에서 활약하며 ‘청국장’을 연호하는 기무라 타쿠야와 어설픈 한국어 발음으로 열심히 연기하는 마츠 다카코의 모습등은 드라마의 열혈 팬이라면 스크린으로 접하는 그들의 활약이 마냥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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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클라이막스에서 보여주는 고헤이 검사의 법정 진술은 일본 영화 특유의 계몽주의와 인정주의의 가감 없는 복습이다. 조직과의 갈등을 파헤치기보다 성실한 개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일본 주류 대중문화의 특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히어로> 또한 동료 검사와 사무관들 한명 한명에게도 시선을 고루고루 분산시키며 조직의 중요성을 세삼 일깨운다.


하지만 사전정보 없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130분이란 러닝타임동안 다소 늘어지는 전개, 드라마의 스타일을 고수한 듯 추리극과 로맨스, 코미디와 감동코드를 한데 뒤섞은 모양새에 만족을 표시할지는 미지수다. 역시 인기 드라마의 극장판이자 일본 실사 영화 최고 흥행작인 <춤추는 대수사선>과 같은 흥행 성적표를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진정한 히어로는 자신을 알고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기무라 타쿠야의 매력은 오롯이 빛을 발한다. 카메오로 딱 두 신 등장하는 이병헌을 무색케 할 정도로.


데즈카 오사무의 불가능한 프로젝트의 영화화, 사토시의 <도로로>


<도로로>의 키포인트는 대략 2가지다.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숨겨진 걸작인 <도로로>를 가능케 한 컴퓨터그래픽과 뉴질랜드 로케이션의 볼거리, 그리고 거리의 무법자이자 왈가닥 도로로와 48개의 마물들에게 장기를 바치고 태어난 검객 하쿠키마루로 변신한 시바사키 코우와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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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츠마부키 사토시는 1980년 생으로 세 배우 중 가장 젊다. 스무 살부터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했으니 작품 수는 만만치 않지만 그가 얼굴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드라마 <런치의 여왕>부터. 이후 드라마에서는 성격 좋은 연하남 캐릭터로, 영화에서는 작가영화를 거쳐 메인스트림의 멜로와 전쟁영화를 거치며 흥행 스타로 거듭났다. 국내에서의 인기야 세 명 중 가장 먼저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이병헌과의 오픈토크를 진행했고, 기무라 타쿠야에 이어 20대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남자배우로 선정됐으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도로로>의 장르는 판타지 액션 사극이다. 배경은 전국시대의 과거 일본으로 보이지만 미래라고 우겨도 할 말 없는 모호한 시대. 하쿠키마루는 전쟁으로 점철된 난세를 타개하기 위해 괴물들에게 아들을 팔아 군주가 된 아버지 다이고의 아들. 전쟁으로 죽은 아이들의 껍데기 육체를 주가이란 의사에게 이식받은 뒤 검객으로 성장한다.


20년 뒤, 아버지를 찾아 또 48개의 괴물들이 가져간 장기를 되돌려 받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하쿠키마루. 다이고에게 작은 마을의 영주였던 아버지를 잃은 도둑 도로로와 함께 괴물들을 처단해 나가고 결국 가족들과의 비극적 결말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실 <도로로> 자체만 놓고 보면 일본인들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직도 팬이 건재한 데즈카 오사무 원작,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츠마부키 사토시와 시바사키 코우라는 스타들의 앙상블, 일본 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컴퓨터 그래픽의 향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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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론 굉장히 기이하고 독특한 200억 짜리 블록버스터라 부를 만 하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난세를 표현하기 위한 뉴질랜드의 풍광은 꽤나 이국적이다. 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CG와 과거 심형래 감독의 괴수물을 떠올리게 하는 괴물들의 형상은 한 쪽 눈만큼은 질끈 감아주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지 모른다. 또 90년대 초반 유행했던 홍콩 무협물을 보는 듯한 액션신의 편집은 왜 해외에서 김지운이나 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인정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준다.


그럼에도 할리우드가 <도로로>의 리메이크를 결정한 이유를 굳이 꼽으라면 데즈카 오사무의 뛰어난 원작 덕택이리라.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비극적 운명의 소유자인 하쿠키마루는 오이디푸스 신화의 일본판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 그걸 시치미 떼고 우기는 영화의 내러티브를 보고 있자면 일본 만화가 가진 풍성함에 다시금 무릎을 치게 된다. 그리고 <봄의 눈>이후 가장 마초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츠마부키 사토시의 변신은 매력적인 캐릭터 덕이기도 하지만 이 젊은 배우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게 해 준다.


2007년의 흥행 영화, 한국에서의 성적은?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올해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위에 등극한 작품들이다. <도로로>는 올 1월 개봉, 4주 연속 1위를 고수했고, 오다기리 죠의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오다기리죠의 도쿄타워> 역시 올 4월 첫 주 1위로 데뷔한 바 있다. 두말 할 필요 없는 <히어로>는 23일 현재 7주간 1위를 고수하며 73억엔의 기록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오다기리 죠가 ‘비교불가’를 외칠만해 보인다.


더욱이 ‘일드’와 일본 영화 팬이라면 반가운 얼굴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 또한 세 작품의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도로로>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에이타와 <불량공주 모모코>의 츠치야 안나가,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의 이토 아유미와 <나나>의 미야자키 아오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나카무라 토오루가, <히어로>는 오츠카 네네, 아베 히로시 등 드라마의 주요 인물들은 물론이요 특별판에 등장했던 이야세 하루카와 <우레루>의 카가와 테루유카도 얼굴을 비친다. 세 작품 공히 일본의 메인스트림 작품임을 증명하는 초호화 캐스팅이다. 하나 더, 남성 관객들이라면 오다기리 죠와 기무라 타쿠야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마츠 타카코의 상반된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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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만화와 소설, 드라마를 원작으로 삼은 일본 메인스트림 영화의 현재형을 확인하는 동시에 꽃미남 배우의 최신작을 확인해 보시길. 더불어 영화적인 재미를 떠나 세 꽃미남 배우의 국내 흥행 결과를 지켜보는 일 또한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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