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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3 존중받을 지혜로운 고양이들, 뮤지컬 [캣츠]

민용준



일단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면 당신은 뮤지컬 <캣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군요. 물론 그건 T.S.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읽었기 때문이야! 라고 반박할 수 있는 사안일 수 있겠지만 이미 원작보다 유명해져 버린 뮤지컬을 먼저 염두에 둔다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겠죠?

 

사실 (인터미션 20분을 제한) 2시간 20분의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다고 해도 저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아요. 젤리클 고양이를 아냐고 객석을 향해 묻던 고양이들은 긴 시간 동안 젤리클 고양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젤리클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지는 몰라도 고양이란 동물에 대한 호감 정도는 생길 거에요. 그리고 사실 젤리클 고양이가 뭘까, 라는 고민 따 따위 중요하지도 않죠. 공연을 보고 나서 굳이 저 물음표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어쩌면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되묻는 것이 결국 내 이름의 연유를 묻는 자문처럼 부질없는 까닭이기도 하죠. 젤리클 고양이는 말 그대로 젤리클 고양이일 뿐이거든요. 2시간 20분 동안 당신이 주목하는 무대 위의 고양이들이 바로 그들이고요.

 

젤리클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고양이의 모든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그들은 사람이에요. <캣츠>의 묘미는 그 지점에 있는 것이고요. 고양이 분장을 하고, 꼬리를 달고, 고양이의 네발처럼 무릎과 팔로 바닥을 기어 다니고 심지어 고양이처럼 눈을 비비거나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죠. 그 모습은 정말 고양이처럼 앙증맞거나 때론 도도하고 우아해서 놀라운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거에요. 그들은 철저하게 고양이처럼 행동합니다. <캣츠>의 가장 큰 묘미는 그 지점이라 할 수 있죠. 게다가 그들은 무대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단 말이죠! 공연이 시작할 때쯤, 무대 위로 슬금슬금 모여들던 고양이들에 집중하다 어느 순간 옆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거에요. 그들은 무대 뒤에서 등장하거나 심지어 무대 위에서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을 쳐다보며 노래를 하기도 하죠. 심지어 당신이 운이 좋은 관객이라면 자신을 선택한 고양이와 객석을 거닐게 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을 거에요. 물론 본인에게 모든 관객의 시선이 모이는 것쯤은 감안해야죠. 하지만 그 눈길의 대부분이 분명 부러움의 시선으로 채워질 것을 염두에 둔다면 결코 나쁜 경험이라 할 수 없겠죠? 게다가 <캣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넘버, ‘Memory’의 한 소절을 한국어로 부르는 팬서비스는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하죠.

 

현대무용에 기초한 군무와 독무는 절제된 세련미와 함께 화려한 동선을 자랑하는 것이라 눈이 즐겁기도 하죠. <캣츠>는 연극적인 이야기 흐름보다는 화려한 안무와 흥겹고 때론 구슬픈 음악, 즉 가무로써 증명되는 뮤지컬의 묘미를 철저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니까요. 사실 중심인물의 교체와 함께 단막적인 형식으로 치고 빠지는 <캣츠>의 내러티브 구조는 관객에게 친절한 것이 아니에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에 따라 집중하는 관객이라면 이 뮤지컬에 집중하기 힘들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죠. 하지만 <캣츠>는 결코 허술한 뮤지컬이 아니에요. 앞에서 말했지만 사실 <캣츠>의 이야기 구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되는 건 T.S.엘리엇의 시집에서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이란 사실과 무관하진 않거든요. 시집을 하나의 뮤지컬 형태로 완성함에 있어서 <캣츠>는 그 개별성의 방식을 이야기 구조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그것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스물아홉 마리 고양이들의 사연을 다채롭게 전달할 수 있는 온전한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무대 위를 누비는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개성이 넘쳐요. 당신이 평소에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그 취향을 다시 한번 재고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게다가 그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들은 각각 무대 앞에 서서 관객들을 향해 자신들의 사연을 노래하곤 하죠. 그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저마다 제 성격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 와중에 갈등과 충돌도 발생하지만 사랑과 우정을 나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대장정의 궁극적인 주제는 고양이를 존중해달라는 정중한 부탁이에요. 이렇게 매력적인 고양이가 존중 받을만하지 않나요? 라고 묻는 그들은 용감한 낭만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온화하며, 사나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앙증맞은 그런 고양이라고요. 뮤지컬 <캣츠>는 당신에게 지혜로운 고양이를 만나기 위한 안내서임에 틀림없어요. 평소 고양이 울음소리가 재수없다, 라는 편견을 지닌 당신이라면 한번쯤 그들을 만나볼 필요가 있어요. 적어도 이 젤리클 고양이들은 당신에게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동물인지 새삼스럽게 각인시켜주는 지혜로운 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젤리클 고양이란 바로 그들이에요. 존중 받을만한 지혜로운 고양이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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