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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7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복수]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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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혜

[복수]

부산에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두기봉 영화와의 만남이었다. 특유의 긴장과 리듬으로 직조된 두기봉의 영화들은 멋진 액션이 스펙타클에 있지 않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인물의 움직임이 그리는 선과 리듬에 대한 매혹, 시․공간이 추상화된 운명론적 세계, 플롯이나 캐릭터보다 장르 그 자체에 의해 작동되어가는 방식 등은, 그의 영화를 동시기의 다른 영화들에 비교했을 때 특별한 위치에 놓이게 만든다. 두기봉의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다고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특유의 유희적 측면이다. 인물들은 뚜렷한 명분이나 목적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행동을 유희적 액션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미 실패 혹은 죽음이 분명해 보이는 순간에도 인물들은 목적 없는 모험이 주는 오로지 순수한 만족을 위해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이는 그의 신작 <복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은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전문킬러들을 고용하지만 그는 이미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그가 고용한 킬러들과 복수의 대상에 대한 기억마저 잃고 만다. 기억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복수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관객이 고민을 하게 될 즈음, 인물들은 ‘이미 선을 넘었다’ 정도의 말만 내뱉을 뿐 어떤 고민도 없이 다음 액션으로 이어간다. <익사일>이나 <복수>의 인물들은 고도의 전문킬러이면서 동시에 아이 같은 어떤 천진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천진함은 행위를 그저 순수한 놀이 혹은 모험으로 여기는 것과 연결된다. 따라서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은 복수에 대한 어떤 성찰을 위해 존재한다기보다 더 이상 질문을 던질 수도 그럴 필요도 없어진 하나의 상태로 주어지는 것이다. 질문이 삭제된 자리에 장르적 움직임을 채워 넣는 두기봉의 영화는 관객에게 형상적 쾌감을 선물한다. 인물들이 쏘아대는 총에 의해 움직이는 자전거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음에도 총알과 바퀴의 움직임이 맞물려 자전거는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인물들의 장난스러움을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두기봉 영화들이 담고 있는 장르적 유희성에 대한 귀여운 농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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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엘리아 슐레이만의 <팔레스타인>과의 만남은 조금은 낯선 경험이었다. 은연 중에 익숙한 타자로 여기고 있던 팔레스타인에서 날아온 기이한 유머와 현실 감각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그동안 갖고 있던 단편적 이미지들이 그야말로 단편이었음을 새삼 일깨웠다. 언제나 이스라엘의 거울 이미지로서만 존재하는 팔레스타인은 그 자체로는 여전히 부재하는 시간 속에 놓여있다(영화가 시작되면 제목과 함께 ‘부재하는 시간의 연대기’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가 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탄다. 밤길을 달리던 택시는 곧 안개 속에 갇히게 되고 멈춰선 차 안에서 운전기사는 ‘여기가 대체 어디인지’ 갈피를 못잡고 중얼거린다. 이후 영화는 1948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을 연대기처럼 담아낸다. 슐레이만은 역사라는 거대 담론이 아닌 가족의 기억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역사가 만들어 낸 일상의 페이소스를 차가운 유머와 함께 그려낸다. 이를테면 레지스탕스였던 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상당부분 일상에서 주변 인물들과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들로 채워진다. 영화의 침묵 속 단단한 고독과 슬픔은 슐레이만 자신이 장대로 가자지구의 벽을 뛰어넘는 장면, 조용히 창틀너머로 바라보는 노모의 모습과 함께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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