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푸른 강은 흘러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4.01 [인디포럼 월례비행] 아이들과 하나가 된 아름다운 시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민영

지난 3월 24일 인디포럼 월례상영의 두 번째 비행이 시작되던 날 저녁, 극장은 유난히도 소란스러웠다. 상영시간인 8시가 가까워지자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번 최진성 감독의 <뻑큐멘터리-박통진리교> 상영과 비슷한 풍경이었지만, 특이한 것은 관객석을 채우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한 손에는 팝콘, 다른 손에는 콜라를 들고 앉아 조잘거리며 수다를 늘어놓는 수많은 아이들의 얼굴은 극장이 아닌 학교 교실을 연상시켰던 것이다. 아이들이 단체로 독립영화 전용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푸른 강은 흘러라>의 상영은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의아한 시선이 뒤섞인 가운데 진행되었다.


푸르름은 랑만이야.
푸르름은 광대무변이지.
그것은 숙원의 약속이고,
그것은 옥 같은 고백이야.

<푸른 강은 흘러라>의 상영이 시작되자마자 관객석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옆 친구와의 대화를 멈추며 스크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란스럽던 상영관은 아이들의 팝콘 씹는 소리와 콜라를 들이키는 소리만 남겨둔 채 잠잠해졌다. 철이가 책상 앞에 붙여놓은 초록 대지 위의 강물 그림, 그리고 숙이와 철이의 진중한 대화들에 아이들은 하나 둘 씩 속닥거리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을 찌를 듯한 푸르른 그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숙이의 올바름이 깊어질수록, 혹은 철이가 때때로 다른 곳에 눈을 돌려 숙이를 등지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극장 안의 아이들은 자신의 일인 양 탄식하며 철이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햇빛이 쏟아지는 스크린 속 인물들에게 어느 샌가 아이들은 마음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푸른 강은 흘러라>는 지난 2008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인디포럼의 월례상영 이전에 이미 관객들을 만났다. 처음으로 <푸른 강은 흘러라>가 상영되던 서울독립영화제 개막 때의 풍경이, 인디포럼 월례상영의 풍경과 오버랩되었다. 상황도 다르고 관객층도 다르지만, 그들은-아니, ‘우리’는 똑같은 장면에서 눈물 흘리고 똑같은 장면에서 웃음 짓고 있었다. 순진한 마음으로 숙이와 철이를 걱정하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이들이 마음속에 담아 넣기엔 너무 강하고 너무 잔잔한 영화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생각은 빗나갔던 것이다. 아이들의 관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새삼 그들의 전적인 관심은 손에 들린 팝콘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심도 깊고 진심어린 눈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푸른 강은 흘러라>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영화에 집중하던 아이들은 다시 장난기 가득한 꾸러기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푸른 강은 흘러라>의 마지막, 그러니까 철이의 어머니가 죽은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을 머금은 숙이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을 맺는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한없이 푸르고 아름다운 영화가 다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영화는 그곳에서 잔인하게 ‘컷’을 외쳤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고 어른들이 의아해했던 <푸른 강은 흘러라>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되었다. 어느 때보다 진솔하고 나지막하던 강미자 감독의 목소리, 객석을 가득 채운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의 눈망울. 늦은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루어졌던 실로 ‘아름다운’ 대화의 장면 전문을 아래에 싣는다.

양해훈 : 진행을 맡은 양해훈이라고 하구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데서 어린친구들이랑 보기는 처음이에요(이 날 현장에는 일제고사로 인해 해직당한 교사 두 분과 학생들이 함께 관람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었다). (일단 패널) 소개를 좀 부탁드릴께요.


강미자 : 전 <푸른강은 흘러라> 연출한 강미자입니다.


모은영 : 전 모은영이라고 하구요. 감독님께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질문하러 왔습니다.


양해훈 : 감독님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하고 오랜만에 상영하는 걸텐데, 소회가 어떠실지. 그리고 어린친구들과 영화를 보신 느낌이 어떠지 궁금합니다.


강미자 : 일단 다양한 연령층이 이렇게 모여서 영화를 봐서 기분 좋구요. 저도 제가 만든 영화를 세 달 만에 보는건 데 많이 떨리더라구요. 아직도 이 영화를 제가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모은영 : 제가 그동안 보통 사회자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렇게 (패널로 나와)얘기하는 게 저한텐 낯선 경험인데요, 재밌게 얘기 나눴으면 좋겠구요. 영화가 볼 때마다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영화인거 같아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객층과 봐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까 상영 후에 잠깐 반응을 들어보니 어머니 잡혀갈 때 '왜 잡아가냐'는 말도 들리고, 다른 때보다 좀 더 영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양해훈 : 저도 아까 영화를 보면서 뒤에서 아이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들으면서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게 감독님도 생소한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이 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에서,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강미자 : 영화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하는 건 좀 그렇구요. 이게 연변 지역의 작가 분들이 쓰신 단편하고 중편 소설 세 개를 시나리오 쓰신 분이 각색을 해서, 완전히 새로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쓰셨어요. 제가 그 시나리오를 처음 본 게 4년 전인데, 너무 좋더라구요. 너무 좋아서 '이런 영화 내가 한번쯤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그분에게 했어요. 근데 보셨다시피 제작비를 어디서 많이 갖고 와서 만들 수 있는 성격의 영화는 아니었는데, 한 3년 만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비 지원을 받게 됐죠. 저희는 정말 생각을 못했었는데, 지원을 받아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세 달 만에 영화 보느라고 주변반응에 신경을 못썼어요. 다른 분이 얘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모은영 : 영화 속 말투에 독특함 이런 것들이 보고 나면 운율 식으로 해서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이런 어투, 운율 이런 게 영화 전체에서 만들어내는 리듬이 생소한 거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연출하실 때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강미자 : 20년 정도 됐을 것 같은데, 제가 부산 처음 갔을 때 처음 느꼈던 게 부산 분들의 말이었어요. 특히 여자 분들이 부산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몸에 와 닿으면서 '부산이란 곳에 왔구나'라는 걸 느꼈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 느낌 때문인지)한국에서 시나리오 읽었을 때부터 연변 말을 정말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연변지역 돌아다니다보면 사투리가 굉장히 다양해요. 어떤건 굉장히 쎄서 어렵기도 하고, 좀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운율을 좀 탈 수 있고 듣기 좋고... 연변 말이 예전 우리말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그런 말들을 많이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배우 캐스팅부터 현장촬영 마지막까지 말에 대해서는 굉장히 연습들을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한국에서 간 배우든, 연변 배우든  그 말이 주는 느낌을 몸으로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양해훈 : 확실히 한국 상황이 있고 연변 상황이 있으니까 거기서 나오는 간극에서 저희들이 느끼는 감흥이 남다른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달마다 월례비행을 진행하면서 특정 커뮤니티를 초청하거든요. 오늘은 해직교사 분들을 초청했어요. 해직교사 분들과 제자들, 학부모님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어떤 감흥이 있을까. 같이 연대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초대했어요). 원래 저희 인디포럼이 내빈 소개하는 집단이 아니거든요. 근데 오늘은 특별히 어렵고 귀한 걸음 해주신 길동초등학교의 최혜원 선생님하구요, 거원초등학교 박수영 선생님 두 분이 오셨습니다.


최혜원 : 저기 제자들이 보이는데요. 반갑습니다. 민망하고 아직도 적응 안되는 이름이긴 한데요. 벌써 넉 달이 되어가네요. 이번에 일제고사 반대 문제로 해직 당했던 전 길동초등학교 교사 최혜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사실 내빈이라고 생각지 않고(웃음), 워낙 독립영화를 좋아해요. 영화제 같은 거 하면 여기 서 하루 종일 영화보고 밥 먹고 하는 곳이어서. 인디스페이스 트레일러 가사 노래까지 다 외울 정도로 굉장히 광팬이구요. 그래서 인디포럼에서 초청해주셨을 때 너무 기뻤어요.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오늘 이 영화가 지금 제가 교직에 있진 않지만, 제 졸업한 제자들, 이제 막 청소년이 된 풋풋한 14살 친구들과 영화를 보게 돼서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박수영 : 이런데서 이렇게 인사드리려고 하니까 뻘쭘하고 민망합니다. 전 거원초 교사 박수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네 사실 오늘 조금 꿀꿀한 날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희 학교 저와 같이 싸워주시는 학부모님들과, 작년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앉아있긴 한데요. 작년에 6학년 9반 저희 반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핍박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중학교에 좀 찾아가서 교장선생님께 부탁드리려고 찾아갔는데 안 계셔서 만남을 연기하고 왔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박 선생님께 여쭤보니,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친구들의 명단을 작성하라고 하는 등, 6학년 9반이었던 아이들을 학교에서 구분하려고 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아까 나왔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강물에 이상은, 영화에서는 '리상'이라고 했죠. 바다라고 했잖아요.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바다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을 받아주기 때문에 바다라고 한다'고 말씀하셨었어요. 그래서 '강물의 이상은 바다다'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인간의 이상은 어떻게 되야하나, 도대체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여전히 그걸 찾아나가야 하는 상황인거 같구요. 그리고 그 인간의 이상을 찾아나가기 위해서 최 선생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교직에서 약간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인거 같습니다. 지역과, 인종과, 상황과, 경제적인 차이 이런 걸 모두 버리고 모든 사람이 보다 더 평등하게,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걸 추구하는 게 인간의 이상이 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이렇게 멋진 자리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양해훈 : 본론으로 들어가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겠습니다. 저는 제 영화 취향이 좀 피가 난무하고, 그 비명이 난무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요(웃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의 극 대척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쎈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순함과 순수함이란 뭘까. 그런 부분에서 제가 이 영화를 좀 지지하게 됐고, 더 좋아하게 된 면이 있거든요. 전 솔직히 감독님이 어떤 자리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시면서 '저희 영화 순한 영화에요' 이러실 때 일어나서 '아니에요! 이건 센 영화에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던 적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구요. 감독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미자 : 단순무식. 저 이 영화 약간 그런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돌아보지 않고 시작해서 끝나잖아요. 주변도 생각안하고. 영화 시작하면 그 단순함이 무식하게 가다 끝나는데 다른 돌아봄도 없고 그래서 그렇게 느끼셨나요. 전 영화가 여전히 순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순한데(웃음). 어떤 분이 제가 이 영화보고 '니가 생각하는 이상이 순수냐'고 기분 나쁘다는 듯이 얘기 하시더라구요. 근데 저는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좋아했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 까지도 영화에서 순수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영화도 순수는 아닌거 같아요. 순한데 그 안에 순한 걸 좀 드러낼 수 있는 그게 있다는 그거를 양 감독님이 그렇게 봐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은영 : 전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믿음에 찬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혹은 어떻게 생각하면 고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제목 자체도 푸른강은 흘러라가 될수도 있고, 흐른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영화는 '흘러라'잖아요. 뭔가 주장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순수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연변이든 한국이든 너무나 큰 변화 속에 있지만 그 변화가 영화에서는 '결국 그래도 돌아온다'고 하는 믿음을 갖고 계신거 같고. 영화가 그걸 굉장히 끝까지 밀고나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쎈 영화라고 할 수도 있는 것 같고. 착하고 선한 사람이 나와서 예쁜 이야기를 하지만, 영화는 큰 주장이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감독님이 주장을 갖고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갈 수 있고, 옳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믿음이라고 해야하나, 신념이 있으신 거 같아요. 그게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구요.


강미자 : 이미 영화는 보여진거고, 그 영화를 보시고 생각하고, 반응하고, 받아들이는 감정들은 다 다른거겠죠. 저는 돌아가야 한다거나, 돌아올 거라든가 그런 다짐을 영화에서 얘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전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안하구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시나리오에서 정말 좋았던 건 주장하고 이런 걸 떠나서 '내가 정말 힘들 때 나를 살게 했던 힘은 뭐였나'였던 거 같아요. 제가 10대, 20대, 30대 지나면서 그런 질문을 가끔 했거든요. 나를 살게 했던 힘이 뭘까. 근데 나보다 좀 더 힘들고, 복잡해지고,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야 하는 학생들도 있고... 저도 비슷하게 겪어나가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뭘까, 나한테는 뭐였는데, 그런거였어요. 시나리오가 좋았던 건 그거였어요. 주장, 즉 흘러라 내지는 돌아가야 한다는 거하고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저의 영화는요. 돌아갈 수는 없는거죠. 계속 나아가야 하는데 어떤 힘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나도 그렇고 그리고 더 그런 힘들을 가려내기가 어려워지고, 약해지고, 복잡해지는데 뭘 하나를 잡고 가야 한다면 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거죠.


모은영 : 궁금함이 더 증폭되는데요. 배경이라고 하는 부분이 어떤 분들은 한국의 80년대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전 그렇게 생각지는 않는데요. 연변이라고 하는 곳, 한국 밖에 있는 곳이지만 이 장소를 통해서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 공간을 선택하셨던 이유들이 궁금했습니다.


강미자 : 영화 보면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 제가 멋진 대답을 할 수 없는 게 제가 연변 사회를 보고 고민한 게 아니고, 제 친구가 쓴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던거죠. 그래서 내가 만들어보고 싶었던거고. 그리고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드는 게 정해지고 나서 시나리오 어느 부분을 살려서 만들건지 연변도 가보고 그 때부터 시작됐어요. 물론 그 시나리오 쓰신 분은 고민이 있겠죠. 그 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연변에 간 건 아니고, 급격하게 변하는 연변 사회를 느끼고 싶어서 연변에서 가서 체류를 하면서 연변을 보고, 연변문학에 실린 작가들의 글도 읽으면서, 그 분이 느낀 걸 시나리오로 구성하신 거거든요. 그분에겐 그게 있었겠죠. 그걸 제가 좀 갖고 온거구요.


양해훈 : 영화 안에서 선생님 두 분이 나오는데 저로서는 놀랄 정도의 캐릭터를 가진 선생님들이었거든요. 저런 선생님들이 존재할까. 거의 뭐 이상적인 선생님의 상처럼 보이는 게 연변을 바라보는 우리 타자의 입장에서 그리니까 저렇게 하는 게 아닐까 했는데, 알고 보면 원작이 있잖아요. 원작가들은 연변에 계신 분들이고. 영화화 되기까지 과정을 말해주세요.


강미자 : 학교 교실 장면은 담배 피우는 설정 제외하고는 시나리오를 거의 다 새로 쓴거죠. 교실장면들, 우돌이, 왕선생님 등 기초상황은 있었지만 씬은 저희가 만들었는데. 소설을 쓰신 량춘식, 김남현 선생님이 연변에서 활동하는 작가세요. 그분들이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들인데, 이 분들이 써서 연변문학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시나리오 쓰신 분이 시나리오로 재구성하신거고. 그 시나리오를 들고 연변에 찾아가서 연변의 학교와, 학생들과, 선생님들, 살고계신 분들 만나면서 처음에 연변에 갈 때는 연변의 모습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고민했어요. 저희 시나리오를 읽었던 많은 분들이 다큐 같은 영화, 굉장히 사실성의 특징이 강한 영화를 많이 상상하셨는데, 저는 애초부터 그렇게 안 느꼈고. 특히 연변에 가서 보고 실체, 겉모습의 일부를 재현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거기서 몇 달을 살면서 그 상황을 어떤 지점을 완전히 재현할 수 있다면 모르겠는데, 애초에 접근자체가 그렇지가 않았고. 그렇게 수정했다면 제가 시나리오에서 좋았던 부분들을 상당히 살리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각색해서 다른 시나리오가 나왔거든요. 근데 제가 그 시나리오를 보고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연변에서 본 느낌, 그 에너지만 영화에 많이 불어넣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양해훈 : 관객 분들도 궁금한 사항이 많을텐데요. 관객분과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영화 보고 궁금한 점이나 소감 같은 걸 편안하게 말씀해주세요.


관객 1 : 전체적으로 영화 정말 잘 봤구요. 영화 보면서 선생님들이 궁금했어요. 전에 <우리학교>에서도 학생과 선생님들의 관계가 돈독하고 달랐거든요. 이 영화도 그런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저는 그게 특수성이라기보다 조선족이고 재일교포잖아요. 그걸 제 시선으로 봐서 그런건지, 그 상황의 특수성으로 그런 느낌이 나는건지... 지금 우리 현실에서 봤을 때 학교 이야기는 굉장히 영화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강미자 : 말씀드린 것처럼 교실을 완전히 재현한건 아니었고, 물론 어떤 부분은 그렇구요. 어떤 부분은 빠르게 지나가버린 모습이기도 한 거 같아요. 연변에도 한족이 다니는 학교가 있고 조선족이 다니는 학교로 나눠져 있는데, 조선족 학생들이 비교적 그래요. 칠판에 '이상'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쓰더라구요. 훈춘지역을 처음 가서 칠판을 보고 좀 놀랐어요. 거기 보면 말을 정확히 재현할 수 없는데, '지금 힘들어도 이상을 향해 어떻게 하자'는 걸 칠판 가득히 적어놨더라구요. 그걸 교무실에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그때그때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적더라구요. '우리에게는 코매디와 티비와 뭐가 있으니 여름방학이 즐겁다' 이런 것도 자연스럽게 써있구요. 그런 모습도 있고 한편으로는 연변에서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학생들이 부모들이 벌어주는 돈으로 '어떻게든 공부해서 좀 사회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다지고 온 학생들이에요.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다 다른 데로 빠져나갔죠. 고등학교 다니는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있죠. 그런 반면에 굉장히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많이 보는데 굉장히 재밌데요. 근데 왕따 같은 것들은 그쪽친구들은 이해가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도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관객 2(최혜원 선생님) : 저는 영상이 너무 좋았어요. 빨리빨리 지나가는 요즘 영화들, 눈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게 아니라 자연의 색이라던 가 이런 게 영상으로 그리는 시 같이 느껴졌어요. 말도 흐르는 노래처럼 들렸고. 무엇보다 마음을 사로잡은 게 색이었어요. 엄마의 옷, 숙이의 초록색 옷, 오토바이, 푸른 강, 산 이런 것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다른 건 모르겠는데 두만강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까 제목을 말씀하셨는데 흐른다가 아니라 흘러라는 약간 뭔가 안 맞는듯 한 말, 제목을 붙인 이유가 뭘까 라는 생각을 해봤구요. 순한 영화라고 했지만 마냥 순하지 않은 현실이잖아요. 방황하는 청소년의 모습들 이런 걸 보면서 제가 여행다닌 지역 중에 티벳, 라오스의 청년들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티벳 같은 경우에는 넘어오지 못한 부모들이 보내준 돈을 갖고 자기 혼자만 히말라야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 라오스는 이제 막 관광지가 되면서 콜라텍이 생기고 물드는 청년들을 봤는데, 보면서 마냥 순수하고 순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구요. 특히 마지막 부분에 엄마가 돌아오지 못하고, 숙이가 엄마와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찾아와서 눈물을 흘리잖아요. 이후에 철이와 숙이의 삶은 어떻게 될까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면서 흐르는 감정이라든가, 청소년을 그려내면서 감정의 기복이라든가, 앞으로의 철이와 숙이 인생에 대한 예상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강미자 : 뭐에 초점을 맞춰서 대답을 해야 할까요. 어...

양해훈 : 일단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웃음)


강미자 : 전 굳이 영화 주인공을 따지면, 철이가 아니라 애초에 시나리오 읽었을 때부터 숙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친구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제가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이 숙이가 백두산에 가잖아요. 철이랑. 근데 철이가 저기 앉아있는데, 가서 철이야 만나서 좋아하는게 아니라 철이를 보고 자기 혼자 산을 올라간단 말이죠. 자기만의 산을 올라가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좋아하거든요. 그 친구들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어머니 돌아가신 거처럼. 그 친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또 자기 만의 산을 오르느냐, 아니냐, 느끼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 정도밖에 얘기를 못하겠고. 앞으로 어떻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제가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겠죠.


관객 2 (최혜원 교사) :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궁금했었구요. 자기만의 산, 네 오르겠습니다. (웃음)


강미자 : 조금 보태보면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이거는 어떻게들 느끼셨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살아오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에 많이 기대서 살아온 거 같아요. 저라는 사람이. 근데 그 슬픔이 삶에 힘이 되는거죠. 그리움이나 슬픔이나. 언제나 행복해야지, 즐거워야지, 기뻐야지... 삶을 그렇게 추구한 게 아니라 주로 슬프고 아픈 일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힘이 됐고, 그런 거에 기대서 사는거죠. 그러면서 어떤 순간의 건강함과 맞물려서 서로 힘이 되는 경험들을 했던 거 같아요. 후천적인거죠. 원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슬픔이 건강함을 껴안는다고 해야하나. 진짜 슬프거나 진짜 건강하거나 이런 것들을 온전하게 한 번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느낄 수 있으면, 그런 것들이 조금씩 힘이 돼 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좀 했었어요. 시나리오 보면서.


관객 3 : 영화 잘 봤구요. 영화 보면서 영어 자막을 조금씩 보게 됐는데, 대사 중에 철이 엄마를 hero라고 표현했거든요. 숙이가 철이의 어머니에게 히어로라고 했는데 그 부분이 어떤 의미에서 표현했는지 궁금했어요.


강미자 : 아, 영어자막 보시는군요. 자막이 좀 문제가 있어서 볼 때마다 안타까웠어요. 원래 대사에 '아, 나의 우상 수연아제' 이런 게 있어요. 근데 그거는 제가 수연이(철이엄마)에게 노란 옷을 입혔던 걸 받아서 나중에 숙이한테 노란 옷을 입히고 싶었던 것과 맥락이 닿는 거 같아요. 두만강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구요. 그런 면에서 히어로라기보다는 내 앞에서 나에게 어떤 걸 보여줬던, 어떤 걸 몸으로 먼저 앞서 간 사람인거죠.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히어로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네요.


모은영 : 우리의 과거에 관한 향수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는 거 같은데. 근데 그거 보다는 완전히 다른 체제, 변화하는 삶의 모습들 이런 걸 많이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게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해야할까요. 거기도 여기도 마찬가지로 다 잃어버리고 있는 거고, 그걸 다른 형식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는 생각을 하구요. 드는 생각이 이곳에 있는 감독들은 청춘을 이야기할 때 키워드가 회색이잖아요. 우울함이라든가. 좌절, 절망 이런 식의 청춘을 풀어가는 데, 이 영화에서는 청춘을 얘기할 때 푸름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이제 이상적이기도 했구요. 그게 감독님의 중심을 두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양해훈 : 저도 사실은 청춘영화를 만들었는데. 정반대였거든요. 피가 난무하고. 잘 수습하려고 제 얘기 하는거구요. 다음 질문 받겠어요. 아이들도 떠들다가 '질문있습니까' 하면 조용해지네요. (웃음)


관객 4 : 영화 속에서 '강의 이상은 바다다'를 여러 번 강조하신 거 같은데요. 연변학교 학생들이 피씨방 같은 데 빠지거나, 자기네들이 받았던 체제에서 변화된 환경들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들이 제가 느끼기에는 조금 설명이 부족하다 싶었어요. 감독님이 그냥 부분적인 것만 보여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집을 나간 아이들이나, 다시 돌아왔을 때의 설명이라든가, 주인공이 갑자기 바이크를 사고 싶다는 욕구를 일으킨 것과, 바이크를 타면서 그동안 숙이에 대한 마음이 처음에 보여줬던 마음과 상관없이 다른 여자친구를 사귄다거나... 이런 것들이 그동안 제가 관객에서 친절히 설명하는 영화를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감정의 변화를 너무 제3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았나, 관객에게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강미자 : 영화에서 내러티브를 끌고 가는 방식은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 말씀하신 부분을 고민을 안한 건 아니에요. 근데 그런 식으로 어떤 관계나 감정의 결을 만들고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제가 철이면 철이, 숙이면 숙이 이렇게 한 사람의 시점으로 감정을 깊게 들어가 영화를 만들고자 했으면, 제가 그 시나리오에서 봤던, 정말 저에게 중요했던 것들을 담아내기에 그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 수정 작업할 때는 말씀하셨던 부분을 염두에 둬서 좀 더 내러티브의 결을 만들고, 관계를 만들고, 에피소드들을 현실과 주인공들의 주관적인 것들을 드러내는 쪽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다가, 아 이러면 내가 정말 시나리오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이 담아내지 않겠다, 다른 영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가지 않았어요. 아마 말씀하신 부분들을 제가 영화에서 끌어안으려고 했다면 다른 영화가 됐을 것 같아요. 전 아주 단순함을 드러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관객 5 : 아까 어떤 질문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지금 연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연변에서 느낀 에너지를 저 영화 속에 담기를 원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에너지를 느꼈는지.


강미자 : 부정보다는 긍정을, 물론 그걸 조장하는 건 아닌데(웃음) 긍정이 몸이나 생활 속에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 친구들도 돈과 좋은 옷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데, 그런 와중에서 인간과의 관계를 맺을 때나 이런 게 부정보다는 긍정이, 아직은 그게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좀 남아있어요. 전 그런 것들이었고. 좀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는데, 일단 영화가 시작하고 끝나는 그 속에서 실제 연변을 그대로, 다큐적으로 재현하는 게 아니어도 영화가 충족하고 감당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면 될꺼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 보시고 연변사회에 대한 궁금함과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렇습니다. 여기 숙이과 철이가 둘이 자전거를 타잖아요. 집에 가면서. 거기보면 제가 소리지르는 게 들어가 있어요. '웃어~~~~~~~~!!!' 철이와 숙이가 자전거를 타는데 그냥 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전거를 어떤 느낌으로 타는지가 중요했어요. 진짜 달려보세요. 이런 데 말고, 고개 돌리면 나무도 있고 물도 있고 이런데서 자전거를 몸으로 타보세요. 몸으로 느끼고 겪어내는 것들이 나를 그렇게(웃게) 만들 때가 있거든요. 제가 그래서 웃으라고 소리 질렀는 데 거리소음에 묻혔어요. 그냥 안 뺐어요. 영화 속에 잘 들으면 나와요. 몸으로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친구들을.


관객 6 : 감독님께서 중국 연변에 가서 받은 에너지를 표현했다고 했는데, 학생들에게서 관념적이거나 상징적이거나 비유적인 걸 많이 느꼈어요. 왜냐면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그거였어요. 푸른강? 자체는 블루하고 우울하고, 영화 제목도 그렇고. 근데 영화는 순수하게 처음부터 끌고 나가지만 아빠 이야기와 엮으면서 어쩔 수 없는 고통이랄까,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같은 게 밑바탕에 흐른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상도 그렇고, 바다도 그렇고, 푸른강도 그렇고... 굉장히 상징적이에요. 그래서 과연 감독님이 중국에 갔을 때 학생들한테도 그런 걸 느꼈는지. 제가 중국에서 왔거든요. 강미자 : 아, 아닙니다. 남자주인공 철이가 저희가 백두산 찍으러 갔을 때, 사는 곳에서 백두산이 멀지 않은데 처음 가봤다고 하더라구요. 실제 백두산에 그렇게 많이 가지 않아요. 우리에게 백두산이 동경이고 이상이고 잊어버린 무엇인데, 그 친구들한테는 마음만 먹으면 한 두 세시간 차 타고 가면 갈 수 있거든요. 근데 한 번도 안가봤다는 거에요. 그래서 여기가 그렇게 좋다고, 자기 여자친구하고 나중에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니까 백두산이나 두만강 같은 상징들은 그 학생들에게서 따 온 건 아니에요.


관객 6 : 저는 중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유학중인데요,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이상을 크게 얘기안했거든요. 중국은 80년대부터 시장경제가 시작됐기 때문에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 많이 희석됐다고 할 수 있거든요. 영화 속 철이랑 숙이랑 채팅하는 거나, 철이 집이 어려워 보이는데도 컴퓨터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하는 거보면 분명 2005년 전후일 것 같아요. 그리고 철이 어머니가 위장결혼이 아니고 밀항을 통해서 한국에 왔잖아요. 그걸 보면 시간이 꽤 오래 지난 거 같은데요. 두 서사가 시간상에 잘 안맞는 거 같아요. 제 느낌에. 철이랑 숙이랑은 2005년 시점인가, 2000년 이후의 시점이고 아빠 이야기는 그 전인거 같아요. 제가 너무 사실적으로 얘기하는 거 같은데, 어머니가 마지막에는 잡히고 그런 게 나오잖아요. 죽게 돼는. 근데 2005년부터는 한국의 정책이 많이 풀렸어요. 불법체류 문제에 있어서요. 두 서사가 시간 상 엇갈리는 게 아닌가 하는 면도 있고. 그리고 지금 철이 이야기는 순수한 풋풋한 첫사랑 얘긴데, 아빠 얘기는 무거우면서도 인생의 무거움이나 어쩔 수 없음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 같아요.


강미자 : 일단은 수연이 부분 아버지 세대 부분하고 철이 숙이 세대 부분이 시간 상으로 안맞는다는 지적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들은 이미 2002년에 나온 소설이었고, 이걸 저희가 2008년에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2002년을 재현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런 시간 상의 문제가 있는데, 저는 애초에 출발부터 그게 시간 상의 문제라고 생각을 안한거죠. 연변사회를 시사적인, 현실적인 문제들을 짚고 들어가려고 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만약 이 시나리오가 연변이 아니라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별로 다르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저희가 중국에서 계속 촬영허가가 안나와서 그럼 한국에서 다 찍어버리자는 말까지 했거든요. 찍으려고 하면 찍을 수 있겠더라구요. 그 얘기는 제가 시나리오에서 중요하게 욕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 연변 사회는 아니었던거죠. 그리고 어머니와 철이의 두 이야기의 현실적 시간 차가 있을지 몰라도 어느 시대나 수연부부와 철이, 숙이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 10년 후에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시간 상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안했던거죠. 그리고 그것이 두 개가 둘 중의 하나가 빠지고 나머지 하나로 남는 영화였다면, 그건 그냥 이야기였을 뿐이었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철이와 숙이의 연애얘기거나, 아버지와 수연이의 아픈 얘기거나 두 가지가 서로 따로 떨어진 독립적인 이야기였다면 나름대로 이야기가 꾸며지겠지만, 우리가 지금 사는 공간이 얽혀 있기 때문에 그걸 다른 이야기로 분류할 수는 없었어요.


양해훈 : 현실이나 시사적인 얘기를 적나라하게 하는 건 다른 데서도 만들 수 있을 거고, 강미자 감독님은 아마 감성을 표현하고자 한 거 같아요.

강미자 : 저를 보호내지는 지지해주시는 거죠?(웃음) 저는 세 달만에 영화를 보면서 어떨까, 세달 전 그 때와 오늘이... 그리고 좀 두렵더라구요. 내가 만든 영화를 본다는 게. 근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도 굉장히 많고, 소설도 많고, 노래도 많고, 보고 즐길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제가 만든 영화를 100명이 봐서 굉장히 다 '너무 좋아'하면 좋겠지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지점이 있는 거 같아요. 여기 모인 분 중에 제 영화와 누군가가 만났다면 서로가 필요해서 만난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과 영화는 서로 필요했던거고, 저는 그게 부정적임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약간의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것이 제가 이 영화에 바란 것이고. 이 영화가 저에게 준 것도 그랬고. 영화 한 편 만들어놓고 사람들이 보고 이야기를 하니 참, 제가 앞으로 저한테 다른 영화적인 가능성과 내게 남아있는 시간이라는 것들이 좀 다르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관객 7 : 연변 사람들이 두만강에 대해 끊임없이 그걸 이상으로 삼고, 두만강을 닮아가고자 하는 모습에 대해서 연변에 가서 보신 감독님의 느낌이 궁금하구요. 영화를 보면서 강한 여자, 강한 모성을 느꼈어요. 학교에서도 여자선생님이 학생들을 찾으러 다니고, 철이 어머니가 떠나실 때 아버지께서 철이를 다독이면서 어머니는 강한 여자라고 하잖아요. 숙이도 어머니를 히어로라고 했구요. 그것도 연변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궁금해요.


강미자 : 첫 질문은 두만강은 조선족 중에서도 연배 있으신 분들에게는 비슷한 정서로 남아있는 상징적인 것 같아요. 실제 두만강에 대한 이상 부분은 소설에 나와 있는 부분을 영화적으로 갖고 온거. 두만강이나 백두산이 주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 느끼고 그리는 것과 많이 닮아있는 거 같구요. 두 번째는 여성, 모성보다는... 지극정성이라고 했을 때, 저는 어머니가 떠오르거든요. 그런 것과 맞닿아서.


모은영 : 감독님께서 10년 만에 연출 하신 거잖아요. <현빈>에서도 여성에 관한 부분, 정체성을 강하게 얘기하셨던 거 같은데. 그런 부분들도 궁금해요. 여성 감독으로서 주인공 역시 여성으로 생각했다고 하시고. 10년 만에 하신거긴 하지만, 이 영화에도 여성에 관한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강미자 : 제가 여성성과 관련된 것들을 소리 높여 얘기하자면 일단 부담스럽구요. 제가 10년 전에 16mm로 <현빈>이란 20분짜리를 영화를 만들게 된 게, 일 년동안 제 꿈을 계속 기록했습니다. 영화를 한 편 만들고 싶어서. 전 항상 꿈에 민감한 편이었기 때문에 기록을 했는데. 어느 날 이건 제 실제 경험인데. 저희 아버님이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 어머님이 오랫동안 혼자 사셨는데. 제가 그렇게 착한 딸이 아니었던거죠. 만날 술 먹고 밤늦게 들어가고. 근데 어느 날 새벽에 집에 들어갔는데 불이 다 꺼져있어요. 근데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어머니가 혼 자 방안에서 울고 계신거죠. 그 어둠속에서 엄마 혼자 울고 있는데 제가 그 순간 엄마 옆에 가서 누웠어요. 누워서 엄마를 안고 엄마 몸을 계속 쓰다듬어 줬거든요. 근데 아무 말도 안했는데 그 순간 제가 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고, 나의 손짓 때문에 엄마가 위로 받고 있다는 걸 실제로 느낀거죠. 실제 저의 경험과 꿈의 이미지가 만나더라구요. 그걸 갖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게 여성성,모성과 연관된 부분이었어요. 그게 제 경험에서 나왔던 건데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이 영화에 묻어있을 것 같구요. 그리고 숙이가 산에 갈 때 치마를 입고 가잖아요. 그래서 어떤 분들이 그러는거에요. '너는 왜 여자라고 치마를 입혀서 산에 가냐'고. 우리 연출부들도 여자가 산에 갈 때 치마를 입어야 하냐는 거예요. 근데 저는 내가 치마를 입는 게 좋고 내 배우가 치마를 입는 게 보기 좋은거죠. 저는 나이 마흔 될 때 까지는 상가 집에 가든 결혼식에 가든 만날 옷이 티셔츠하고 청바지밖에 없었어요. 근데 제가 마흔이 되면서 뭘 할까 생각 하다가 어느 날 귀를 뚫어버렸어요. 귀에서 귀걸이가 찰랑대는데 기분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어느 날 인사동에 갔다가 치마들을 세일하길래 우연히 산거에요. 사서 입어보니 치마가 너무 기분이 좋아. 만날 청바지에 티셔츠 입다가 어느 날 검은색 치마를 입으니 보라색 치마를 입고 싶어지고, 보라색 치마를 입으니 분홍색 윗도리를 찾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색과 디자인을 찾게 되더라구요. 저한테는 그게 또 저를 느끼는 경험이었죠. 주로 저렴한 소비를 하는 편이긴 한데. 그 전에는 누가 청바지 주면 입었는데, 지금은 제가 스커트를 사는거죠. 전 그걸 잘 몰랐어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게 알게 모르게 엄마하고 연결이 되더라구요. 어느 날 엄마 꿈꾸고 나서 엄마가 그렇게 수박색을 좋아했지, 엄마가 좋아하는 수박색은 어떤거였지 생각하고 있는데 길을 지나가는 데 수박색 치마가 보이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엄마 생각이 나서 그걸 사는거죠. 비쌌으면 못샀겠죠. 그게 제가 특별히 여성이라기보다, 제 삶에서 제가 여성이고, 어떤 나만의 어떤 경험이나 이런 것들이 제 영화고. 계속 찾아가지는 거 같아요. 저는 그걸 좋아해요. 좋더라구요. 그런 식으로 내가 깨어나고 나아가는 것들이. 제가 얘기하니까 사람들이 다 가네요. 재미없었나봐. 미안합니다. (웃음)


양해훈 : 아이들이어서 장시간 동안 얘기하는게... 저도 어렸을 때 뭐. 질문 하실 분 또 있으세요?


관객 8 : 원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어떤거고, 관객들하고 어떤 부분을 공유하고 싶으신지.


강미자 : 두 번째 질문은 제가 말하기는 어려운 거 같고, 첫 번째 질문은 저는 숙이를 굉장히 사랑했어요. 영화에서. 아직까지도 영화 속 숙이를 보면서 웃고 있는데... 하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인물 중에서는 지영 선생에 대해 애정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표현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지영 선생 에피소드 상황을 많이 애정을 갖고 촬영했고 인물은 숙이를 좋아했어요.



양해훈 : 영화를 보면서 전진하기에는 어떤 장애물이 많잖아요. 물론 연변도 그렇고. 그걸 우리에게 대입했을 때 정치하는 사이코패스도 많고. 어떤 마음을 갖고 전진을 하려고 해도 장애물이 있는데, 영화 안에도 그런 장애물이 있을 거 같거든요. 건강함 같은 에너지를 가로막는 것들이 영화 안에 표현됐다고 생각하는 데, 그게 어떤 건지 말해주세요. 혼탁함에 빠지는 그런 점들이요.


강미자 : 대신 말씀해주신 거 같아요.(웃음) 너무 많다 그래야 하나. 우리 현재 삶을 규정하는 아주 많은 부분들이 긍정보다는 부정이 더 많잖아요. 그냥 저는 좀 생활적으로 얘기하면 저 아는 사람이 김밥천국에서 일하는데 하루 12시간 일하고 한 달에 두 번 쉬어요. 도착해서 일할 준비하고 12시간 일해야죠, 그거 마무리하고 집에 오면 자기한테 하루 남는 시간이 9시간인데, 왔다 갔다하고 다른 거 없어요. 그냥 먹고 자는 거예요. 그렇게 한 달 30일 중에 28일을 일하는데 그게 완전히 일상이죠. 그런 것이 문제처럼 생겨지지도 않지만. 아주 단순한 옌데 그게 우리 사회의 모습인거 같아요. 아주 정말 작지만. 그래서 제가 게으른 편이라서 신문을 안보고 지냈거든요. 근데 푸른강 끝나고 나서 신문을 구독해서 보고 있습니다. 제가 혼자산지 20년이 넘었는데 신문 구독해서 본건 처음이에요. 만날 비슷비슷한 얘기지하고 덮지 않고 그래도 꼼꼼하겐 아니어도 신문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모은영 : 한 얘기의 반복이겠지만, 영화가 그런 힘을 주는 거 같아요. 혼탁함에서도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과, 그 힘을 받고 공감한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 쪽이나 지금 우리 사는 곳이나 정말 얼마나 지금 힘들고 그렇습니까. 우리 삶을 혼탁함으로 만드는 것에 가득 차 있는데 그럼에도 계속 나가야 한다고 하시는데.


강미자 : 제가 좀 더 말씀드리면. 혼탁함에서 벗어나야하고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제가 영화에서 부족했던 면이겠죠. 현실보다 그걸 감싸안을 수 있는 게 뭔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내가 느낀 걸 표현하고 싶었던 건데. 영화를 보고 영화가 보여주는 구체적인 현실을 많이 얘기들을 하세요. 어쩔 수 없이 제 얘기기도 하지만 좀 더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과 다른 부분을 많이 보시는가 싶기도 하고... 저는 영화적인 표현이라고 여러 곳에서 해놨는데, 그런 표현보다는 내용을 많이 생각하시고... 그래서 조금 영화를 좀 더 편하게 보셔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모은영 : 약간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말씀과 관련해서 한국으로 넘어왔을 때 부분인데요. 영화 안에서 불협화음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는데요. 극명하게 대조가 되죠. 연변과 한국에서가. 카메라의 움직임 같은 것도. 그 부분이 영화에 반드시 들어가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영화 안에서 이 부분이 충돌한다는 점이 의미를 만들어내는 충돌이 아니라 다른 식의. 그 부분이 들어가서 과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미자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국장면과 연변장면이 만나서 의미를 만들어내지 않지만, 삶을 형성하죠. 저는 그래서 있어야 했던거죠.


양해훈 : 일단 오늘 시간이 다 돼서 대담은 끝마칩니다.


기사: 강민영
녹취: 장일호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689
  • 53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