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프레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0.10 영화제에서 기자는 무엇을 하는가? (3)
2007.10.09

부산국제영화제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소위 ‘중간점검’ 류의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제목을 보면 ‘부산영화제 이대로 좋은가?’ ‘별(스타) 볼일 없는 영화제, 관객 화났다’ 등 영화제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준비부족, 진행미숙, 파행 속출 이라는 간편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는 매체들은 대게 인터넷 언론과 스포츠신문이다. 물론 인터넷 매체와 스포츠신문을 싸잡아 비난할 마음은 없다. 다만,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기사의 출처가 엄연한 것을.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터넷 게시판에는 ‘영화제를 없애라’ ‘한국영화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부산영화제가 왜 필요한가?’등등의 원색적인 댓글로 가득하다. 이렇게 보면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용한 행사이며 큰 실책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개막 5일 째를 맞아 올라오는 이러한 기사들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영화제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결산평가의 형식을 빌렸으므로 영화제의 성과 자체를 호도할 수 있다는 것이고, 특정사안에 대하여 지나치게 예민한 시선을 유지했다는 점과 기자들이 내세운 문제점의 최종수혜자에 기자들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영화제에서 기자들은 무엇을 하는가.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영화제 때마다 언론이 보여준 취재행태는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제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고 영화제의 주체가 실종되었다는 식의 기사가 넘쳐나지만,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다. 매년 반복하여 써먹는 소재라는 것을 작성자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만약 모른다면 그는 신참임에 틀림없다) 매년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는 영화제만큼이나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언론의 그것 역시 하나도 변한 것이 없으니, 개막식이 끝나면 여배우의 노출수위를 논했고, 식 끝나기가 무섭게 썰물처럼 빠져나간 스타들의 무관심을 베껴 쓰듯이 일제히 보도하곤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원활하지 못했던 행사를 집어내고는 관객 몇 명의 불만을 일반화시켜 준비부족과 진행미숙이라는 간단어로 마무리해왔다는 것이다.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영화제 측에서 제공한 프레스 ID카드를 발급받게 되며 (회사경비나 또는 자비로) 현장에 도착한 후에 취재일정을 체크하고 나름의 계획을 잡을 터인데, 대체로 기자들이 몰리는 곳은, 유명스타가 출몰하는 장소나 유명감독의 GV가 예정된 상영관에 한정된다. 10년 넘는 기간동안 무수한 영화제를 다녀보았지만, 영화전문매체 기자를 제외하고는 이름 없는 감독, 생소한 영화에 기자들이 자리를 채운 예를 알지 못한다. 결국 대다수의 매체가 동일한 행사장에 집결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다. 심지어 어떤 이는 “스타를 보기 위해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의 목적”에 반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배우들의 체류기간을 문제 삼기도 한다.

물론 지근거리에서 스타를 보는 관객의 즐거움은 크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경향각지에서 부산을 방문한 이들의 목적이 스타를 보기 위함이라는 논리는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오히려 스타가 부재함으로써 곤란을 겪는 이들은 저널 종사자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기사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것이 스타에게서 나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굴욕을 당한 허이재가 해운대 밤 바닷가에서 어느 남자 팬의 위로를 안주삼아 캔 맥주라도 들이켜 주기를 바라는 것도 그들이다. 정말로 영화를 좋아하는 방문객들에게 스타를 만나는 것은 일종의 보너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터득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에 대하여 왈가왈부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오로지 스타 위주의 취재관행에서 한 치의 벗어남도 없다는 얘기다.

좀 더 예민하게 들춰보자면, 이러한 기자의 시각이란 노골적으로 말해 자신의 취재에 불편함을 느꼈거나 걸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그러니까 동종의 영역확보의 일환으로 의도된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전송되는 기사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사례와 유사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지하다시피 어느 영화제치고 영화만 상영하는 곳은 드물다. 세미나도 열리고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된다. 또한 영화제 성격에 따라 각종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이렇게 볼 때 스타가 얼굴을 드밀고 관객과 마주하는 시간은 전체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화제작의 제작발표나 해외 유명스타와의 만남도 제한적이고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매체의 기자들이 (독자들의 최대관심사일 것이란 믿음 하에)취재할 수 있는 대상은 이동이 편리하고 기사를 전송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진, 게다가 취재에 우호적인 인물로 한정된다. 작금의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기사들 대부분이 해운대 일원을 배경으로 작성되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동어반복으로 가득한 이유가 여기 있다. 엄연히 초청되어 프로그램 북에 등재된 독립영화 감독과 독립장편영화를 다루는 이도 없고, 뉴 커런츠 부문이나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예도 드물다.

물론 초창기와 비교할 때 부산국제영화제의 규모가 비대해지고 다소 권위적으로 변질된 면도 없지 않다.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만큼 초청자가 많아지다 보니 골고루 예우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게다가 남포동 시절에 비해 낭만은 찾아보기 힘든 대신 상업성으로 얼룩진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제자체가 파행운영이 된다던가, 가치 없는 행사로 전락해버린 양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떤 행사이건 불만은 터져 나올 수 있고 반감을 가진 집단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진심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른 새벽 극장 앞에서 진을 치고 영화 표를 구하는, 거의 매년 부산영화제를 찾는 관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관객도 만나고 영화를 보고 나온 이들의 소회도 새겨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영화제와 함께 해온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예기치 수확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여배우의 등짝과 쇄골과 파인 가슴에 목매는 기사 따위와는 이별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이후 웹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의 주 수입원이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고 클릭 수와 트래픽에 따른 과금에 한정되다 보니, 제목장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웹 포털에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로 넘쳐난다. 영화제에서 벌어진 (그러나 의미 없는)뉴스를 다른 매체보다 먼저 제공하는 것이 그곳에 파견된 기자의 의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매체의 기자는 (다른 매체가 이미 제공했을지라도)어쨌든 제공해야한다. 왜냐고? 다른 매체가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내용이라서가 아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데스크에 확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과 같은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특별히 자의식 강한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화장실을 찾아 옷을 내팽개치고 싶을 것이다. 이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그럼에도 누구보다 자의식 강하고 직업윤리 투철하다는 집단의 일원들은 경쟁심을 잃어버린 지 오랜 듯하다. 오히려 남이 입은 옷을 경쟁적으로 따라 입기를 자처하고 있다. 자존심을 버린 것이다. 이렇듯 남과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재탕하는 이들이 프레스 표찰을 목에 걸고 부산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희희낙락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베껴 쓰기를 거듭한다. 부끄러운 이야기다.

언론시사회 때마다 무대인사가 끝난 후 불이 꺼졌음에도 플래시를 터뜨리고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영화상영을 방해해온 이들이 누구던가. 영화자체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스타와 그들이 흘린 냄새만 쫓는 함량 미달의 기자들이여, 이제 그만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떠한가!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걱정하고 한국영화를 위하는 마음이라면 말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기인숙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정치인과 영화인의 등장에 관한 두가지 관객의 다른 반응을 다룬 보도를 보고 웃었는데...과연 무엇이 바람직할 것인가는 의문이다...정치인도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할 직업인인데...물론 권위적인 정치인만이 아닌, 문화계 인물이 주목받는 세상도 좋은 일이다...아무튼 모든 분야가 고루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인들 스스로 만든 측면도 있다...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2007.10.10 13:26
  2. ㅇㅇ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그렇네요. 부산영화제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M시사회 이후로 기자들이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으로 비판 기사가 대부분이네요. 감히 자기들 대접을 소홀히 했다고 삐진거 같습니다. 우리를 무시했으니 한번 당해봐라 식으로 기사를 쓰는 듯 ㅋㅋ

    2007.10.10 13:35
  3. Favicon of http://www.hurstvillerepaircentre.com.au BlogIcon repair ipho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글 퍼가도 될까요?

    2011.06.13 08:28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689
  • 53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