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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알리는 DJ, <톡 투 미>

필진 칼럼 2008.06.04 12:25 Posted by woodyh98
요즘 영화관련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한국영화 침체와 여름시즌을 대비한 영화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를테면 5월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맥을 못 추던 한국영화를 부활시킬 기대작들이 대기중기라는 것이다. 솔직히 한국영화가 죽은 것도 아니요 망한 것도 아닌 마당에 부활 운운하고 빤한 이야기를 중언부언하는 해묵은 기사에 짜증이 날 지경이지만 어쩌랴! 관객 대중이 볼 만한 한국영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데스크가 그런 기사를 생산해내라)는 데야. 사정이 이렇다보니 박스오피스를 봐도 블록버스터요 한국영화를 살려낼 구원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영화들도 하나같이 대형 영화들이니, 볼 만한 작은 영화는 극장은 물론이고 언론매체에서 정보나 평가를 찾아보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결국 문화다양성이나 관객의 볼 권리 따위는 한국영화의 부활이란 대명제 앞에서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따름이라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소리 소문 없이 개봉하고는 서울의 단 2개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신랄한 입담을 과시하며 교도소 내 방송 DJ로 활약하다 가석방 된 이후 라디오 방송국 DJ로 흑인사회의 크나큰 영향을 끼쳐 라디오 대통령으로까지 불린 실제 인물 랄프 왈도 피티 그린 주니어 Ralph Waldo Petey Greene Jr.(1931-1984)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톡 투 미 Talk To Me>이다.

1966년 버지니아 주 로튼 교도소에서 시작되어 방송국 DJ로 성공하고 연예계로 진출하는 과정 동안 방송인으로서의 피티 그린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는 영화에서, 우격다짐 좌충우돌의 무모함과 배짱하나만으로 방송국 DJ자리를 얻게 된 피티 그린은 입버릇처럼 “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진실을 말할 것이다” “Wake Up!”이라는 말을 던진다.

방송국에 전화를 건 청취자에게 건네던 피티 그린의 말에서 가져온 영화 제목 ‘톡 투 미’에는 단순히 당신의 말을 듣겠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그 이상이 있다. 즉, 전과자일 따름인 나도 이렇게 할 말을 하는데, 당신들은 왜 말 못하느냐는 것, 피부 검은 백인이 되려 하지 말고 일어나! 흑인의 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것이다. 이처럼 피티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은 흑인사회의 영향력을 고려해 감히 거론치 못하던 모타운 레코드 사장을 비판하거나 흑인의 현실을 외면하는 방송국의 구태를 신랄하게 고발함으로써 흑인사회의 폭넓은 지지층을 얻기는 동력이 된다.

이 영화를 보기 이전에는 피티 그린에 대한 정보도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아련한 라디오시대의 추억을 불러일으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물론 시대적 배경에 걸맞게 제임스 브라운의 블루스 앤 소울이 넘실대고 수다스럽기 짝이 없는 피티 그린과 그의 애인 버넬의 행동거지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터질 정도이니 그 점에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지금 이 영화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까닭은 단지 추억을 회고하거나 노스탤지어를 상품화 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절묘하게 조응한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피티 그린이 방송국 DJ가 되어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1968년 4월 4일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이 벌어진 날 밤. 지도자를 잃은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당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던 그는 “목사님은 거인이셨습니다. 만약 그런 분을 죽일 수 있다면 여러분도 서슴치 않고 죽일 수 있다는 걸 아셔야”한다며 또 “사람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그가 편안하고 편리한 순간에 있을 때가 아니라 도전과 논쟁의 순간에 서 있을 때 내려진다.”던 킹 목사의 명언을 인용하면서 폭력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한다. 동족에 대한 진한 애정에서 발로한 피티 그린의 진심어린 호소는 공적 위치에 올라선, 누군가를 선동하고 영향 끼칠 위치에 있는 인물이 가져야할 덕목과 자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방송국 밖으로 나와 불타는 도시를, 그러나 다행히도 흑인이 모두 돌아가 더 큰 사태를 피하게 된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숙연하고 장엄한 그 무엇을 체험했다.

작금의 우리사회 상황을 보자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재협상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는 하나 숨 가쁘게 진행된 지난 며칠 동안, 한 치 양보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 정부의 고집은 일부 불법행동에 당위성마저 심어주었을 정도이니 마주보고 달려오는 폭주기관차를 보는 아슬아슬함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리 될 일을 왜 좀 더 일찍 결단하지 못했을까?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마음이 있다면 이들을 설득하여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을 텐데 말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제 아무리 깊기로 흑백 인종갈등만 할까?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킹 목사의 암살 당시임을 감안한다면, 그럼에도 방송국 DJ로 인해 폭동이 평화롭게 진정되었을 정도라면 도대체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엄밀히 보자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잊지말아야할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어떤 경우에도 폭력진압은 없어야 한다. 또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서도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선동적인 목소리를 경계해야 할 것이고 이성적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무수한 담론과 이념의 속박되어 분열된 사회모습을 보아왔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체스추어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은 이 땅의 계층적 질서의 골이 얼마나 깊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의 다름 아니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미관계와 한미 FTA의 체결 등등 현 정부의 고민을 우리국민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받아들이기 곤란하지만 무턱대고 우리주장만 고집하며 외면하기 힘든 것이 한미관계가 아니던가. “반미면 어떠냐?”던 노무현 정부에서조차 대미관계를 속 시원하게 풀지 못한 전력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기보다는 정부차원에서 내기 곤란한 목소리를 국민이 대신 외쳐주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깊은 울림을 주던 영화의 한 장면, 파트너십을 이루던 듀이는 피디 그린에게 말한다. “내가 망설이는 걸 대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해. 어쩌면 너도 두려움이 앞서는 일을 하는 데 내가 필요할 거야”

진실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정자도 국민도, 진보도 보수도 하다못해 수구꼴통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현장소식과 ‘무차별 폭력 동영상’ 수천 개가 인터넷을 떠돌던 날, 빗속에서도 촛불이 타오르던 밤, 나는 <톡 투 미>를 보았다. 피티 그린의 목소리를 듣고 마틴 루터 킹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에게 피티 그린의 진실 되고 용기 있는 목소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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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codistory.net BlogIcon 사춘기 소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사춘기 소년입니다. 우선 <톡 투 미> 와 같은 쉽게 묻힐 수 있는 영화를 깊이 있게 다루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시겠지만, 네오이마쥬의 위치는 그래서 상당히 중요하지요.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의 논조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데요. 필자이신 백건영님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무엇인가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소 수입 반대인가요, 아니면 그저 사회적 안정인가요. 문단에서 "무엇보다 선동적인 목소리를 경계해야 할 것이고 이성적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자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단지 평화는 소중하고, 사회적인 안정은 중요하니까?

    "이번 사태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기보다는 정부차원에서 내기 곤란한 목소리를 국민이 대신 외쳐주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라고도 말씀하셨는데요. 이렇게 순진한 생각이 또 어디 있습니까. 현 정부는 아시겠지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FTA 를 체결하는 것이고, 그래서 광우병 소도 수입하는 거 아닙니까. 자신이 내기 곤란한 목소리를 내는 국민을 그렇게 폭력적으로 진압할 수 있을까요?

    제가 걱정스러운 건, 다른 게 아니라 백건영씨입니다. 정치적인 생각이 있다면, 영화를 소개하며 에둘러 발언하지 마시고, 그냥 솔직하게 현 시국에 대해서 말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영화를 보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며, 읽는 사람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요?

    2008.06.04 21:08 신고
  2. 인사이더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생각엔 사춘기 소년님의 논쟁 방식이 더 걱정스럽다. 글쓴이가 자제를 요구한 것이 문제라면 님의 생각은 자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님 말대로라면 닥치고 영화만 쓰거나 아니면 정치에 집중해서 다루라는 것이며, 촛불집회자들의 주장에 동조해야 옳다는 건데. 자신의 정치적 주장은 입도 뻥긋 안 하면서 남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비겁하게 아닌지.

    걱정스러운게 글쓴이가 영화보는 사람에 대해 예의가 없어서인가, 아니면 시간을 뺏어서 인가.자신과 정치적 생각이 다르다고 여겨서가 아닌가? 에둘러 말하는 건 정작 님 같네.

    2008.06.05 07:51
  3. 진실?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이영화를 진지하게 본사람입니다.
    근데 이걸 촛불과 연관시킵니까?
    그럼 당신들이 진실됩니까?
    재미교포 모두 광우병 걸려야 맞지 않나요?
    저항? 이런말하면 수구꼴통?
    웃기지 마시요
    난 87년도 서울역앞에서 독재타도를 외친 사람이요
    과거 운동권이면 지금 촛불블어야 맞을까요?
    진실을 원하나요?
    전경차부수고 쇠파이프들고 허위사실유포하고
    염산뿌리고..........그게 진실이고 저항입니까?
    이런 감성을 당신들 사기극에 적용시키지 마시요....
    10년정부동안 무엇이 진보하고 무엇이 혁신되었는데요?
    서민인척 사기치며 노조짓하는 게으른 돼지들이 공화국?
    경제정책실패를 친일파 논쟁으로 눈가릴려는 386 정신?
    참 어이가 없소...........그대가 진정한 지성인이라면
    이런 수준높은 감성을 촛불사기극에 팔지 마시요

    2008.10.18 18:02
  4. 위엣님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편의 영화를 보며 우리가 발딛고 선 지금의 현실을 떠올리면 안되는 것입니까? 님께서 87년에 서울 역 앞에서 독재타도를 외쳤다 해서 '님이 하는 말 = 진실' 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기극? 뭐가 사기극이라는 거죠? 자신과 다르다 해서 함부로 사기극 운운하시는 님께서도 전혀 지성인 답지 못하십니다. 이런 수준 높은 감성을 본인의 편견과 아집 따위에 팔지 마시기 바랍니다.

    2008.10.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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