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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7 무사는 어디가고 자객만 나왔는가

무사는 어디가고 자객만 나왔는가

필진 칼럼 2009.07.17 10:44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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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중순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막을 올렸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충무로국제영화제와 시네마디지털서울2009 등 3~4개의 굵직한 영화제가 개막 준비에 한창이다. 영화애호가에게는 좋은 영화를 골라 볼 더 없이 좋은 기회일 테지만, 나는 마냥 설레지만은 않다. 영화를 둘러싼 현 시대의 문화예술정책을 점검하는 것이 시급하단 생각, 즉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라는 고민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만난 한 영화인은 작금에 상황에 대해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모든 게 흐릿하고 불투명해서 앞일을 예측하고 가늠하기 힘들다는 말일 게다. 오늘은 이 얘기를 좀 해보자.

알려졌다시피 지난해부터 (자칭)우파문화예술인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준비되고 진행되어 온 문화예술계를 향한 전복적 시도는 그 끝을 모르고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영화계에 국한시켜보더라도 ‘한예종 사태’ 이후의 집중타격 목표가 돼버린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진흥위원회 폐지’ 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고, 강한섭 위원장의 사퇴로 영화진흥위원회 수장이 공석인 상태이다. 한편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된 영화진흥위원회 보조금 수혜단체(독립영화협회와 서울아트시네마 등)의 문화체육관광부의 직접 감사 역시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 결과와 무관하게 어떤 식으로든 활동의 제약과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명약관화해 보인다. 문광부 입장에서는 10월 정기국회 이전 복잡한 현안을 정리하는 한편 우파문화예술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박차를 가할게 뻔하다. 하지만 이것은 맛배기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충무로국제영화제’ 측이 날마다 보내오는 보도 자료에 담긴 ‘대한민국 중심영화제’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기자회견에서 이덕화 집행위원장이 눈물 흘리고 낮은 자세로 영화제 지지를 호소했다지만 정작 딴 마음이 있다는 것은 여타 우파예술단체에서 발표한 일련의 성명을 통해 모두 드러난 상태 아닌가.

다수의 영화인들은 내년을 본격적인 ‘좌파적출’의 시기로 보고 있다. 현재는 이들의 전략이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업에 빗대서 말하자면, 현안분석과 원인규명에 2008년을 소비했고 올해는 구조조정 집단을 선정하여 저항 강도와 방어태세를 비롯한 위기관리능력을 파악한 후 2010년에 본격적으로 칼을 댈 것이라는 말이다. 사실 우파문화예술인의 이러한 계획은 꽤 오랫동안 차곡차곡 진행되어왔다.

현 정권의 우파문화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문화미래포럼’(대표 정용탁 前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정권에서 민예총, 문화연대 등에 대한 편파적인 지원으로 좌파 예술인들에게 문화 권력을 안겨주었으며 그 폐해는 심각하기 짝이 없다”면서 이들 단체를 “반정부 활동의 근거지”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문화 환경 또한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불만을 드러내는 대목에 이르면 문화예술의 발전이 아닌 적군 색출하기라는 이들의 목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또한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영화제를 비롯해 서울영상위원회, 경기영상위원회 등 각종 단체들에 대한 평가에서, 이 단체의 상당수가 “좌파 영화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을 변혁시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우파영화인의 비판과 주장이 정교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지만 지난 정권 동안에도 한국영화가 성취한 양적 질적 변화와 발전에 대하여는 소위 보수매체들 또한 한 목소리로 상찬해왔으니 논리적 반박은 나중에 해도 될 듯하다. 게다가 그들은 지난 10년간 스스로 소외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설움을 삭이고 와신상담 했을 테니 그러려니 하자.


정권이 바뀌면 어떤 식으로든 환경과 제도와 사람이 바뀌기 마련이다. 그때 마다 나팔수를 자청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둥지를 트려는 인물은 언제나 있어왔으니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자신이 가진 영화적 자산으로 진검승부의 펼쳐 한국영화발전에 기여할 의사가 있다가 보다는 권력의 힘을 빌려 한 세월 가탁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평론가든 학자든 감독이든 문화행정가를 막론하고 자신의 초식과 내공으로 진검승부를 펼쳐 자신이 주장하는 지난 10년의 이데올로기적 퇴보를 바로잡을 능력이 있기는 하냐는 말이다.

때문에 정작 선두에서 확성기를 쥔 자를 보고 있노라면 武道를 익힌 무사가 아니라 일개 자객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하기야 그들 무리 중에 제대로 된 무사가 있기나 할라고). 본시 자객의 칼에 무슨 명분과 대의가 있던가. 부리는 자의 뜻대로 움직일 따름인 것을. 그래서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말이다. 무사와는 멋지게 한 판 겨루고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만 자객과의 싸움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문화정책과 일부 문화예술인의 좌파척결의지를 앞세운 슬로건이 위험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들이 목적하는 바가 문화예술창달이 아닌 지배이데올로기 고양에 있기 때문이다. 우파건 좌파건 아니면 중도건 권력을 쥔 자의 칼끝이 가리키는 곳은 문화예술의 계승발전을 통한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이어야 하고, 이와 배치될 때 그 명분은 퇴색되고 목적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지키는 버팀목은 상식과 높은 문화적 식견과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안목이다. 그러니 기억하라! 권력은 짧고 예술은 길다.

작금의 상황은 오직 정권의 목적과 이념에 충실하도록 급조된 집단과 인물들이 벌이는 살풀이 굿 판에 다름 아니라는 것. 선무당이 사람 잡는 다는 속담은 꼭 지금의 한국영화판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독자에게 그 길을 묻는다. 독자가 힘이고 눈귀 밝은 관객만이 희망이다.



(추신) 오래 전, 조희문 교수를 향해 쓴 글의 한 대목을 덧붙인다.

<너는 누구냐?> 어느 하루, 그림자에게 물었다.

<나는 너의 양심이다> 그림자가 대답했다.

<그런데 왜 남의 담벼락에 서 있느냐, 내 안에 있지 않고>

<언제나 나를 보게 할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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