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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0 [허스] 세상위에 우뚝선 여인의 지독한 아름다움
2007.09.08


지독히도 외로운 겨울이었다.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지도 모르는 큰 시험을 치르고 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은 '시험'이라는 동굴을 통과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이 살아가는 공간인것처럼 하늘은 끝없이 잿빛으로 보였고, 난 어김없이 우울했다.그랬기에 먼 거리를 아무런 계획도 목적도 없이 찾아갔다. 꿈틀거리는 영화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서....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라고 외치는 <허스>

떠도는 구름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우리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던지. 그냥 그대로 그녀 '지나'를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삶은 나이가 먹듯이 수직으로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얼마나 넓고 멀리 흩어져 나가는지 '지나'를 보며 생각하고 생각했다. 내 삶은 작던지 크던지 그것이 행복인지 불행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숨쉴만한 공간이라는 걸 '지나'의 삶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각기 다른 동명의 '지나'는 마치 한 사람이 흘러 흘러 한국에서 로스엔젤레스, 라스베가스로 그리고 알래스카로 끊임없이 흘러간다. 이국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쉽게 정착해 살아갈 수 없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슬픔을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하는 '그녀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지만 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들을 보는 순간 나도 막막했다. 혹시 내가 저렇게 숨죽여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세상은 충분히 넓고 볼 것이 많은데 좁게 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건 아닌지. 도대체 저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은 있을 수 있을까?

 



그래도 영화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끝에 '희망'이라는 길을 열어준다. '그래도 삶은 아름답고 살아갈만 하다는'누구나 알고 있는 명제를 깨닫게 해 준다. 길죽이 늘어서 있는 가로수를 걷는 지나 병에 꽃을 꽂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지나, 차디찬 알래스카의 얼음물 속을 걷는 지나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바로 그런 거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그리고 무덤덤히 극장을 나왔다. 지독히도 추운 겨울공기는 참을 수 없을만큼 강렬했다. 알래스카 얼음 바위 위에 서서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던 늙은 지나가 그리웠다. 겉모습은 이제 볼품없지만 세상 위에서서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그녀, 내가 가장 바라던 모습이 아닌가! 그 어떤 여인의 모습보다 아름다웠던 지나, 그리고 그녀가 있던 공간 위에 나도 서 보고 싶다고 그때, 그 추운 겨울날 생각했다.

8월 개봉한 <허스>는 같은 날 개봉했던 <기담>처럼 장기 상영되지 못했다. 이제 그 누구도 다시 찾지 않는다. 난 그것이 이 영화 자체를 본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재평가 해주길 바랐는데, 이제 누구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솔직히 작년 12월에 이 영화를 보고 '대단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조용하게 묻혀지는 것이 그때의 내 마음처럼 슬프고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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