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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7 뒤늦게 본 [궁녀]와 ‘미스 호러’
  2. 2007.08.22 [므이]와 [1408], 호러 영화의 공간

뒤늦게 본 [궁녀]와 ‘미스 호러’

필진 칼럼 2007.11.07 12:35 Posted by woodyh98
2007.11.07

요즘 들어 영화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안도감이 생긴다. 무슨 얘기냐면, 기자시사회를 포기하고 편한 시간에 극장을 찾아가 관람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는 것인데, 솔직히 말하면 시사회의 경우 몰입도가 떨어지고 영화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은 적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하반기 한국영화 개봉예정작 중에서 개인적으로 기대한 작품은, 이준익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김미정의 감독 데뷔작 [궁녀]와 이명세의 [M]과 원신연의 [세븐 데이즈] 윤성호의 [은하해방전선] 정도였다. 이중 두 편을 제외하고는 이미 개봉한 영화들인데, 시사회를 놓쳤고 개봉 후에도 차일피일 미루던 [궁녀]를 뒤늦게 보았다. 이왕 늦은 거 호젓하게 볼 심산으로 극장을 찾았는데, 새로운 개봉작의 파괴력이 적은 탓인지 개봉한지 3주차임에도 많은 관객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3주차에 접어든 영화가 100만을 갓 넘겼고 그런데도 아직 관객이 많이 들다니. 사극바람 탓일까. 입소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코미디는 이력이 났는데 생각이 복잡해지는 영화는 싫은 때문일까. 그만큼 볼 만한 영화도 적고 한국영화 라인업이 부실하다는 증거일 테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일 리 만무하지만, 영화판을 지배하는 신이라도 따로 있는 것인지, 아무리 뒤집어 봐도 헤아릴 길이 없음이다. [궁녀]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거론할 수밖에 없는 ‘비밀은 욕망을 먹고 자라난다. 개별적 욕망은 비밀의 메커니즘을 통해 분화하고 조직화 된다.’는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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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감춰진 속살을 여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이 또 있을까? 그 장소가 여인의 욕망이 이글거리는 궁궐이고 대상이 궁녀라면 이보다 흥분되는 일도 드물 것이다. 다만,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시작하여 공포로 변질되었다는 이유로 실망스럽다는 세간의 평판이 머리 한구석에서 맴도는 가운데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영화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소재의 참신함과 억눌린 욕망을 공간화한 여성캐릭터의 창조 가능성을 통해 감독의 재능을 발견했다는 점은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드물게 여성캐릭터로 완성된 영화에서 김성령, 김미경, 추귀정의 밀도 있는 연기는 보기 드문 품질을 보여주고 있는데, 일부 언론에서 페미니즘과 결부지어 얘기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 턱 없이 무지하고 영화문법조차 이해 못했음을 공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궁녀]는 궁중여인잔혹사를 잉태한 모방욕망이 남성가부장 즉, 원자책봉과 왕위계승에서 발원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그러므로 욕망이 욕망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남성이 가진 권력 자체이다. 결국 궁녀들의 소망인 승은의 결과물에서 발로된 모성애와 그것의 최종귀착점을 향한 암투와 음모의 피비린내가 거침없는 욕망과 합쳐질 때, 그것이야말로 거대한 공포라는 것을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욕망을 이루기 위한 간계와 사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에 개입된 스릴러와 공포가 변질되기를 반복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당대 여성의 권력이라는 것이 뫼비우스 띠처럼 영겁 순환하는 숙명을 타고난 사생아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감독이 후반부를 공포로 덧칠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폐쇄된 공간에서 피어나는 비밀과 욕망의 서사 위에 긴장감을 쌓아가던 영화가 후반으로 갈 수 록 힘이 떨어지고, 미스터리 스릴러로 출발해 공포로 변질된 것은 분명 감독 스스로 복기해볼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미정 감독의 재능을 감퇴시킬 정도는 아니다. 몇 마디 덧붙여, 김지운이 [달콤한 인생]을 만들면서 ‘우아한 느와르’라는 의미로 ‘우아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면, 나는 미스테리 스릴러에서 출발하여 호러가 되어버린 [궁녀]와 월령 역의 서영희를 ‘미스 호러’라 명명하고 싶다. 무슨 해괴한 요설이냐고? 영화 후반 ‘쥐부리글려’ 시퀀스에서 신참 궁녀들 속에 나타난 서영희의 미소는 근래 드물게 소름끼쳤으니, 여기에 [스승의 은혜]에서 동창을 몰살하는 엽기적 살인행각을 감안한다면 가히 ‘미스 호러’라 불릴 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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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이]와 [1408], 호러 영화의 공간

필진 리뷰 2007.08.22 15:55 Posted by woodyh98

호러, 스릴러 영화에 있어 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샤이닝]의 을씨년스러운 호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의 외떨어진 텍사스 시골 마을, [알 포인트]의 군인 잡는 대저택 ‘로미오 포인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고립된 시골과 도시, [주온]의 저주받은 흉가까지. 도시 괴담이든 스플래터 무비든, 사다코가 나오든 좀비가 나오든 잘만든 호러와 스릴러 영화의 공간은 살아 숨쉬는 유기체로 기능한다. 비명 꽤나 질렀던 영화들을 되짚어 보라. 폐쇄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법한 생생한 영화 속 공간이 먼저 떠오를 테니.

이건 물리적 제약이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보다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손 치더라도 심리적 거리를 옥죄이며 인간 내면으로 침잠할 것이냐, 반대로 좁아터진 공간에서 사회 전체의 무의식과도 같은 신경증을 포착해낼 것이냐. 문제는 감독이 선택한 바로 그 공간에서 어떠한 일관된 정서를 유지할 것이냐가 관건이란 말씀. J호러만 단순 비교해도 핸드폰을 옮겨 다지는 저주를 통해 도쿄 전체를 대상으로 삼은 [착신아리]가 전자라면, 컴퓨터 모니터 화면, 혹은 한 개인의 살인으로 출발해 현대 사회의 우울을 포착해내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리라.

그런 점에서 베트남의 풍광과 한 호텔방을 주요 모티브로 삼은 [므이]와 [1408]은 호러 영화 속 공간의 중요함을 비교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어준다. 차예련, 조안 주연, 김태경 감독의 [므이]는 베트남에 전해 내려오는 괴담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져온 반면, [1408]은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뉴욕 돌핀 호텔 ‘1408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거칠게 대비하자면 베트남이라는 이국성과 귀신들린 호텔방이라는 폐쇄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두 편은 베트남과 뉴욕의 거리만큼이나 상이한 방식의 전개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공간을 사유하고 재단하는 방식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베트남의 패션화, [므이]의 경우

베트남이야 말로 무릇 역사, 사회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선은 고리타분하다. 철저하게 여름 기획 영화인 [므이]가 심각해져야 한다고 훈계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므이] 속 베트남이 우려스러운 것은 패션화된 오리엔탈리즘의 발로, 즉 제3세계가 제3세계를 타자화 시키는 시선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전경화 하는 대표적 예는 전설을 설명하는 플래쉬백과 므이 전설을 취재한 다큐 화면이다. 서연의 나레이션을 바탕으로 진술되는 므이 전설은 하층 계급의 여인 므이이 부잣집 도련님과의 비극적인 사랑, 약혼녀의 질투로 망가진 뒤 자살, 원귀가 되었지만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초상화에 봉인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저주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므이는 2차 세계 대전 중 봉인을 깨뜨린 일본군 장교에 의해 깨어나 보름달이 뜨는 매달 15일에 저주를 퍼트리게 된다.

김태경 감독은 소설가 윤희(조안)의 취재 과정 속에 전설을 몇 개의 플래쉬백 시퀀스로 포갠다. 윤희의 시점에서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서연(차예련)과 므이를 동일화시키기까지의 과정. 서연의 사연이 밝혀지기 전까지 의구심에서 출발, 클라이맥스에서 공포를 극대화하는 교과서적인 플롯 구성인 셈이다. 다만 영화의 전반을 아우르는 베트남에서 윤희 심리의 묘사와 서연과의 관계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는가 하는 점은 의문 부호로 남는다.

주목할 것은 00북도 00군 00읍 00리에서도 전해 내려올 법한 ‘전설의 고향’스러운 이야기를 왜 굳이 베트남에서 끌어왔는가 하는 점이다. 후반부 서연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자명해지지만 므이와 서연은 여성인 동시에 사랑하는 이 앞에서 물리적인 폭력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런 폭력이 물론 베트남의 역사적인 맥락으로 알레고리화되지 못했다는 점은 차치하도록 하자. 그 보다 저주의 씨앗을 베트남이라는 공간에서 찾으려 한다는 점이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므이]가 베트남이란 공간을 필요로 했던 이유는 전설을 취재한 김교수의 다큐 화면으로 대변된다. ‘비과학=저개발=베트남=저주의 근원’이란 기이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이야 말로 [므이]가 공포스러운 이유다.

일견 공간만 놓고 본다면 일본의 한 섬에서 자란 사다코를 찾아가는 [링]의 변주로도 보이며, [링]의 일주일의 시한을 연상시키는 D-DAY 자막도 유사하다. 하지만 여성과 타국을 타자화 시키는, 저주의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된다는 설정이야 말로 [링]과 출발선부터 다르며 유쾌하지도 않다. 사다코가 진정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근원은 아버지일지 모르는 박사에 의해 우물에서 죽어갔다는 그 원한이었다. 반면 친절한 플래쉬백으로 밝혀지는 서연의 사연은 이에 비해 ‘전설의 고향’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식상함을 던져준다. 오죽하면 어떤 여기자는 ‘한국은 정녕 강간의 왕국이란 말인가’란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므이]를 평했으랴.

정리하면 베트남식 ‘전설의 고향’이 필요했던 이유는 이국적인 풍광과 아오자이를 입은 조안과 차예련, 두 주인공의 차별화된 비주얼, 그리고 이식된 저주라는 이 세 가지 차별성 때문이다. 물론 베트남 시내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 듯한 외곽 풍경을 담은 기능적인 롱 숏은 분명 색다른 풍경을 제공한다. 아오자이를 입은 두 주인공을 나란히 잡은 투 숏도 남성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여전히 화면보다 먼저 놀래 키는 음향이 귀에 거슬리지만 사다코의 관절꺾기가 나오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딘가. 저주의 완성을 담은 클라이맥스가 공포의 지속이라는 관점에서 일정정도의 성취를 보여준 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다시 공간으로 돌아가 보자. 실존하는 대저택 하나로 기막히게 베트남의 굴곡적 역사를 알레고리화 해내며 폐쇄적인 공포를 극대화했던 [알포인트]는 [므이]의 단순한 기능성에 비교한다면 걸작 수준이다. 동일하게 윤희와 서연의 긴장 관계가 구체화되는 장소인 서연의 저택이 [장화, 홍련]의 2층집 세트만큼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 또한 유감이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이 모든 것이 이국적인 눈요기를 위함이었다손 치더라도 철저하게 타자를 분리시키고자 하는 내러티브 구조에 녹아있다는 점이리라. 도대체 왜 서연은 자기희생은 물론 친구까지 망쳐가며 낯선 베트남 땅에서 복수를 시작해야 했을까.

폐쇄적인 공간의 경제적인 활용, [1408]의 경우

단도직입적으로 [1408]은 지극히 경제적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공포 소설가 마이크 엔슬린(존 쿠삭)과 호텔 지배인 제랄드 올린(사무엘 L. 잭슨), 그리고 엔슬린의 부인 릴리(메리 맥코막)이 전부. 사실상 존 쿠삭의 원맨쇼다. 공간? 마이크가 1408호에 입성해 불을 지르고 빠져 나오기 까지가 한 시간. 러닝타임의 3분의 2가 호텔방에서만 진행된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세트 촬영이니 제작비 절감은 물론 원톱의 원맨쇼니 저렴한 출연료까지. 예산이 2,500만 달러라니 외형적인 면만 본다면 저예산 스릴러의 모범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귀신의 집에서의 열흘 밤’ 같은 호러물로 인기를 끈 마이크는 하나 뿐인 딸을 병으로 잃고 아내와 별거 중인 상태. 데카르트의 후예다운 면모를 과시하는 소설가 마이크는 귀신의 흔적을 계량화할 수 있는 기계들을 이용하면서 공포 체험을 글로 옮긴다. ‘뭐, 별거 없잖아?’, 항상 이런 식이지만 글만큼은 을씨년스럽게. 그러던 중 “Don’t enter 1408”이라고 적힌 엽서를 받은 뒤 마이크는 95년간 투숙객들이 1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죽어나간 뉴욕 돌핀 호텔 1408호로 향한다. 지배인 제럴드의 간곡한 회유와 경고를 무시한 채.

스티븐 킹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1408]은 서스펜스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지만 효과만큼은 여느 호러 영화 못지않다. 음향을 동반한 쇼크 기법은 물론이요, 마이크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주하는 유령들, 심리 상태와 각각의 상황에 맞게 변주되는 조명, 끝날 것 같지 않은 두려움의 지속이라는 라스트까지. 요란하게 변죽을 울리는 엉성한 호러 영화보다 깔끔한 공포를 선사한다. 이런 심리를 관객이 공유할 수 있는 전제로 스티븐 킹의 힘과 사무엘 L. 잭슨의 호연이 빛을 발하는 호텔 지배인과의 팽팽한 심리적 대결도 훌륭하다. 흑백 사진으로 제공되는 피해자들의 흔적들, 그걸 보고도 이성의 힘을 외치며 기어코 입성을 바라마지 않는 마이크의 자신감. 주인공이 자신만만할수록 관객들의 공포는 배가되기 마련이다.

이 중심에는 마이크의 심리를 ‘쥐었다 놨다’하는 공간, ‘1408호’가 있다. 생존의 제한 시간인 60분으로 맞춰져 있는 타이머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도로 건너편 창에서는 또 다른 자신이 섬뜩하게 쳐다보고 있고, 측정기로 바라 본 호텔방에는 이유 없이 죽어나간 자들이 고스란히 누워 있는 미스테리의 연속.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없다”던 이성적인 소설가를 단번에 광기로 몰아넣는 것은 무엇보다 공간과 결합한 고립감이다. 공간 자체의 공포에서 심리적인 공포로의 이동. 자신만만했던 이 소설가가 물리적인 폭력을 동반한 수상한 기운들이 감지되면서 예상보다 빨리 이성을 잃고 SOS를 구하지만 되돌아오는 건 고립에서 오는 죽음에의 공포뿐이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봐도, 화상 채팅으로 아내에게 구조를 요청해도 돌아오는 건 절대자 혹은 호텔 주인의 앙갚음뿐이다.

고립감이 가져다준 심리적 외상의 근저에는 ‘아버지 되기’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휠체어에 앉아 초라해진 노년의 아버지가 “너도 나처럼 될 거다”라는 저주 아닌 저주를 내린 뒤 절망하는 마이크 앞에 나타나는 이는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린 어린 딸.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딸에게 근거 없는 희망을 뇌까릴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버지 마이크. 지극히 한정된 공간 속에서 마주해야 하는 것은 결국 내면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죄의식에 기반한 공포다.

물론 이 모든 장점이 스티븐 킹이라는 당대 최고의 스릴러 작가의 공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작가주의 영화와 블록버스터를 오가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존 쿠삭의 내공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클라이브 오웬,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디레일드]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스웨덴 출신 미카엘 하프스트롬 감독의 장르 세공술은 무시하지 못할 법하다. 극장에서 영화가 어서 빨리 끝났으면 하는 감정을 느꼈다면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허우적대는 주인공의 공포에 이입을 했거나, 내면으로 파고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 한정된 공간이 지겹게 느껴졌거나.

따지고 보면 공간의 중요성을 굳이 호러나 스릴러 장르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공간이란 외피는 요리사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밥이 달라지는 재료일 뿐이다. 올 여름 호러의 승자로 점쳐지고 있는 [기담]이 병원을 중심으로 하되 멜로드라마의 궤적을 따랐듯이. 하지만 공간의 크기에 상관없이 그 공간의 특성을 어떠한 감정선과 연결시키느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베트남을 이국적인 타자로 국한시키는 [므이]와 한정된 호텔방을 죄의식과 대면시키는 [1408]의 예처럼 말이다. 부디 우리 영화가 이색적인 공간을 찾아 나서기보다 익숙한 공간을 정공법으로 다루는 영민함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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