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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506]이란 영화가 잘 만들었다 혹은 그렇지 않다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어찌됐든 공수창 감독은 [알포인트] 그리고 [코마]의 제작 총지휘와 에피소드 두 개를 감독했던 사람이고 그런면에서만 보자면 그는 주로 장르 영화, 그것도 호러 장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감독으로 볼 수 있다. 단지 한편의 장편과 두 편의 티비 시리즈를 만들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이 가지는 임펙트가 상당했다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의 신작 [GP506]은 그렇기 때문에 호러영화의 관점으로 읽을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실제로 [GP506]이 단순히 호러영화다 라고 단정지어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그랬다면 이 글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GP506]은 장르의 장단점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동시에 장르 영화의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하는 몸짓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영화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GP506]이 보는 관점에 따라 또는 영화를 읽어 가는 데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가 갈라진다는 말이다. 요는 이거다. 공수창 감독이 전작 [알포인트]와 (만약 티비 미니시리즈의 에피소드 2개 그리고 제작 총지휘까지 포함하면) [코마] 때하고는 또 다른 것들을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비단 장르 영화에만 국한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엄격하게 말해서 [알포인트]와 [코마], 그리고 [GP506]은 장르의 법칙을 모두 충실히 따른 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그것이 노리는 효과를(또는 장르를 이용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볼 때 [GP506]은 전작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독특하다. 바로 이 점이 [GP506]을 읽어내는 주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적어도 '不歸'와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공존하는 음습한 병원의 영안실을 기억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장르의 규칙을 충실히 지킨 [GP506]

[알포인트]의 주무대는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不歸의 장소였다. 이 글자가 새겨진 비석이 나오는 순간 영화는 장르의 규칙안으로 깊숙히 들어가게 된다. 이른바 폐쇄 공포, 모든 호러 장르의 영화가 필수로 채용하고 있는 폐쇄 공포를 [알포인트]는 아주 적절하게 사용한 셈이다. 이로써 인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사지로 몰리게 되고 절대 도망칠 수 없는 그 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인해 그들은 하나씩 처절하게 죽어간다. 사실상 [GP506]은 그런 면에서 [알포인트]와 상당히 흡사해 보인다. 비단 군대를 소재로 삼아서 뿐만이 아니다. 인물들이 고립된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점, 외부의 위협에 일치 단결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인물과 인물들 간의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이 점점 커지면서 서로 간의 갈등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구조는 이미 [알포인트]에서 익히 봐왔던 그런 구조다. 어떻게 보면 호러 장르의 가장 전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셈.

가령 인물들이 보여주는 서로간의 갈등은 아주 우연적인 사건에서 시작되고 이들을 공격하는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는 절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설정은 우리 나라 호러영화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설정. 실제로 이런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전염을 적접적인 소재로 다룬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나라 만의 특수한 상황을 여기에 접목시킨 아이디어 또한 아주 신선한 편이다. 순수하게 장르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GP506]이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 공수창 감독은 전작부터 영화 속 인물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고 그들을 자극하는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안에서부터 무너져 가는 모습을 그리는데 꽤 탁월한 솜씨를 보여왔다. 그런 면에서 [GP506]은 공수창 감독이 가장 잘할 만한 것들로만 모아놓은 셈. 영화가 전체적으로 매끈하고 군더더기 없이 흘러간다는 점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정리해보자. [GP506]이 장르의 규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GP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절대 벗어 날 수 없다는 점(나중에 도착한 수색대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들을 공격하는 외부의 위협이 그들은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라는 점, 그리고 그들이 무너지는 것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그들 내부에서 일어난 갈등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이것을 기억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 왜냐하면 [GP506]이 사용하고 있는 그래서 영화 전반의 구조를 책임지고 있는 장르의 규칙이 전형적이다 라는 것과 이것이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하면 애초부터 감독은 [GP506]이 장르 영화가 되는 것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는 바꿔 말하면 [GP506]을 단순히 장르 영화로 읽어낼 경우 이 영화 안에서 장르의 규칙을 충실히 따른 영화의 구조이외에는 아무 것도 읽어낼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안 좋게 말한다면 장르와 이야기가 따로 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매끈해 보이는 [GP506]의 내면에는 이러한 균열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이 영화가 가지는 한계이자 약점이기도 할 것이다.



[GP506]이 간과한 것

우리는 공수창 감독의 전작인 [알포인트]가 작가적 의식과 장르적 재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또한 우리는 두 가지 요소를 융합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알포인트]가 어느정도 모범 사례를 보여주었다면 [GP506]은 안타깝게도 작가 의식 또는 장르적 재미 둘 중에 어느 하나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다. 이유는 이렇다.

인물들이 빠져 나올 수 없는 공간, GP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다. 인물들이 처음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비무장지대 안에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미스터리한 비무장 지대. 그러나 [GP506]에서 전염의 시작이 되었던 공간은 단지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일 뿐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상업 영화의 한계, 즉 런닝 타임이 길어지는 것 때문에 편집에서든지 아니면 최초 각본에서 배제되었을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감독이 바이러스나 전염이라는 소재에 대해 단순히 사건이 일어나는 개연성을 위해서만 필요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GP506]의 전개 과정을 보면 이 둘 중에 전자보다 후자에 무게 중심이 가는 데 영화의 전개가 바이러스의 정체나 혹은 미스터리의 땅 비무장 지대에 대한 고찰은 전혀 없으며 흡사 있더라도 간혹 나오는 전염으로 인한 인체의 변화를 단편적으로 포착하는 것(이것도 이들이 병에 걸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만 쓰였다) 정도 외엔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들의 감염과 그 피해보다는 감염된 인간들의 아비규환에 영화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화 중반에 나오는 죽어 좀비가 되는 병사의 모습은 전염의 공포를 이야기하고 있다기 보다는 GP에 머물러 있는 인물들이 살아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모두 죽을 것이라는 메타포나 암시에 가깝다. 또한 폐쇄된 공간에서의 아비규환은 [GP506]에서 같은 형태로 두 번 반복(유중위의 에피소드까지 같은 범주라고 본다면 3번) 된다는 점도 감독 스스로 이 영화를 단순한 장르 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GP506]이 사건을 풀어 가는데 혹은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을 조합해 가는 스릴러 장르의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유중위의 진술에 의한 플래시백과 노원사가 GP에 도착한 이후 수색대에 닥친 사건들을 보여주고 있다. 유중위의 진술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수색대에 닥친 사건들은 철저하게 진실이다. 다만 유중위의 거짓이라는 게 매우 한정된 시간과 공간 그러니까 노원사가 사건을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인 약 반나절 그리고 공간적으로 GP안에서만 통할 수 있는 거짓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있게 하는 단서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사건 자체가 이리저리 꼬여 있는 사건이 아닌 굉장히 쉽게 풀릴 수 있는 사건이라는 뜻이다. 영화 초반에 잠깐 언급 됐던 군 내부의 경직된 지휘 체계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건드린 수준이고 군대 안에서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하극상 또한 생존의 문제 앞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들의 몸부림뿐이지만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을 설명하기엔 이야기는 너무 급작스럽다. 질병을 숨기고 싶어하고 죽기 싫어하는 그들의 욕구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하극상을 선택하고 광기에 물들어 행동하게 하는 추진 동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이는 위에도 밝혔듯 감염과 감염으로 인한 장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약하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 이는 장르의 규칙을 표면적으로만 지킨 채 장르의 규칙이 줄 수 있는 재미와 긴장감 혹은 내러티브와 주제까지 좌우 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만 드러난 장르의 규칙만 볼 경우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던 주제는 단순한 살육극에 그치는 것이고 그렇다고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에만 치중하면 영화의 긴장감은 사라지는 것. 그러므로 [GP506]은 작가의 자의식이 치열하게 드러나 있지도, 장르 영화의 신선한 재미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GP506]은 공수창 감독이 [알포인트]와 [코마]를 만들었음에도 장르영화 전문 감독으로 남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게 한다. 이는 그가 자신의 장기를 영화의 외형에 두르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갖고 있는 작가적 의식,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그가 장르 영화를 계속 만들고자 한다면 그가 가진 자의식의 표출보다는 장르의 규칙을 더욱 가다듬고 세련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풀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단지 장르를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내는데 이용만 할 뿐 장르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공수창 감독과 [GP506]은 순수하게 장르가 주는 재미보다는 무거운 주제나 복잡한 이야기에 치우쳐 있는 우리 나라 (장르 영화 답지 않은)장르 영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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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kopi luwak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 모습은 내가 진정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확실하게 인식하지 거라고 생각하는 문제를이 특정 주제를 발견에도 불구하고 귀하의 비즈니스 프레 젠 테이션을 사용하여 간단하게 보이는가 도움이됩니다. 이것은 너무 어려운 내게로 달아 광대한 나타냅니다. 우리는 당신의 다가오는 기사에 대한 참을성이 있으며, 내가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연습을 받게하자!

    2011.11.22 21:22
  2. Favicon of http://fungames.im/games/driving/ BlogIcon Driving Games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예 그 일을 사랑

    2012.08.29 19:49

하성태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상반기 한국 장르영화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데어 윌비 블러드>의 공통점은?
 
올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답은 두 영화를 연출한 코엔 형제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모두 한때 미국 독립 영화의 기수들이었다는 점이다. 작가적 고집과 안목을 갖춘 그들이 아카데미에 입성함으로써 예술적 상업 영화 감독의 이름을 공고히 한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이러한 예는 차고도 넘친다. 이건 상업적이거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옹호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스릴러의 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과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의해 재발견됐고, <죠스>와 같은 재기발랄한 장르 영화로 시작한 스필버그는 지금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거장의 자리에 올랐다.

우리 사회 최고의 순간을 추격해보자

영화 장인들이 만든 상업영화들이든 아니든, 영화는 결코 단순한 오락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학자 수잔 헤이워드는 "장르적 관습들도 '진화'하고 경제적·기술적·소비적 이유들로 변형을 겪는다, 그것들은 역설적이지만 보수적인 동시에 진보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기술한 바 있다.

장르는 제작·마케팅·소비 과정을 통과하면 세상, 그리고 관객과 조응한다. 다시 말해, 동시대의 분위기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건 우리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1·2월 개봉해 한국 영화 흥행을 주도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는 스포츠 드라마와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를 쓰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충분히 기능한다. <바보><숙명>과 <GP 506> 또한 멜로와 느와르·공포라는 장르 안에서 의도였든 아니든 한국 사회의 무의식들을 품고 있다.

한국영화들이 점점 장르의 틀에 매달리고 있다.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산업적인 요구임을 감안하더라도 좀 더 총체적인 시각으로 읽을 필요성을 느낀다. 각기 다른 장르지만 어떤 영화는 장르성에 포획되고, 또 어떤 영화는 작가적 인장을 찍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와 대중 사이에 흐르는 어떤 공기가 포착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감안하고 올 해 개봉되어 관객들의 관심을 받은 우리 영화 5편을 거들떠보도록 하자.

<우생순> 감동의 외인구단, 지금 이 곳에 서있다

사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크랭크인 전부터 말들이 많았던 프로젝트다. 작가주의 를 표방했던 임순례 감독이 '아줌마'들을 주인공으로 핸드볼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성이 검증되지 않은 감독에, '제3의 성'이라 희화화되는 인물군으로, 비주류 종목을 영화화한다고 했으니, 촬영 종반까지 투자가 마무리되지 않아 그리스 로케이션을 짧게 끝내야 했다는 말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실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영화가 승승장구하자 이러한 약점들은 오히려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사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스포츠 드라마의 장르성을 바탕으로 '아줌마'라는 마이너리티를 보듬은 휴먼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순례 감독은 '오합지졸들이 결국 자신만의 감동적인 승리를 일궈낸다'는 스포츠영화의 공식을 지켜내면서도 그녀들을 '건강하게' 긍정한다. 경기 신에서조차 카메라를 너무 들이대지 않고 폭넓게 조망하는 동시에, 올림픽이 끝나면 또다시 빚더미와 비정규직의 비루한 삶으로 돌아가는 미숙을 응원하는 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흥행이 한국 대중들의 실화 신드롬에 기댄 측면이 다분하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임순례 감독은 분명 장르 공식을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에 발을 디디고 서서 기어이 작가적 인장을 찍어냈다.

물론 엔딩의 실제 인터뷰 화면이 '오버'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 사회 내에서 핸드볼의 위치를 감안한다면 눈물의 극대화나 현실의 환기, 두 측면 모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가치는 소재와 캐릭터들의 생생한 묘사로 장르성을 넘어서며, 전복과 연대 그리고 생생한 현실감을 성취해냈다는 데 있다. 그것도 과거나 무국적의 공간이 아닌 지금, 이 곳을 딛고 서서 말이다.

<추격자> 전력을 다해 뛰는 당신, 그냥 버티시라

500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둔 <추격자>는 "<살인의 추억> 이후 최고의 스릴러"라는 상찬을 듣는 중이다. 비슷하게 <공공의 적>이 연쇄 살인범과 '좀 덜 나쁜 놈'의 대결이란 소재를 코미디로 풀었다면, <추격자>는 초반부터 범인 영민(하정우)의 정체를 드러낸 뒤, 이를 뒤쫓는 보도방 주인 중호(김윤석)의 피로감을 뒤쫓는다.

자기가 사지로 내몰았던 보도방 여자들 중 미진(서영희)만은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 전직 경찰이지만 지금은 이른 바 '포주'인 중호가 24시간 넘게 영민을 뒤쫓는 무의식에는 이러한 자괴감과 무력감·절망이 뒤섞여 있다.

그렇다고 영화는 그가 개과천선할 여지를 마지막까지 조금도 내비치지 않는다. 한국이란 시스템이 낳은 기형적인 산물은 '사이코패스' 영민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천민자본주의 시스템에 길들여진 중호일테니.

'범인이 누구일까'보다 '범인을 중호의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냐'를 쫓아가는 <추격자>의 서스펜스는 바로 미진의 생사 여부에서 발생한다. 틈틈이 그녀의 탈출기를 관전시키던 나홍진 감독은 미진이 영민의 손으로 무참히 살해당하는 순간을 생생히 중계한다.

이전 희생자들이 죽음은 건너뛰었건만 미진만은 슬로우모션과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 흩날리는 피를 친절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관객 모두가 살기를 바랐던" 미진의 죽음은 관객들의 공분을 일으키려는 나홍진 감독의 철저한 계산인 셈이다.

현실에서 뒤이어 터진 안양 초등학생 살해범과의 비교는 너무나도 게으르고 우연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미진의 무참한 죽음을 재현하면서까지 리얼리티와 분노를 요구하는 <추격자>의 방식에서 강력범죄와 '사회적' 죽음에 부지불식간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를 본다.

많은 관객들과 글쟁이들이 그 장면의 윤리성을 제기했지만 그럼에도 500만 가까운 관객들이 <추격자>를 찾는 이유는, 그러한 강력범죄를 대리 경험하고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마치 미국 관객들이 이러저러한 영화와 드라마로 9·11 테러를 소비하는 것과 비슷하게.

<추격자>가 품은 한국 사회의 공기는 오물 세례를 받는 서울시장이나 경찰의 무능함에 있지 않다. 우리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아무리 '중호'처럼 전력을 다해 뛰는 자가 있더라도 죽고 말 거라는 절망감이 그 요체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은 관객들에게 사이코패스들은 어떤 심리적 원인도 없고 지켜줄 시스템도 낡았으니 그저 "버티시라"고 충고하려는 듯 하다. 그게 바로 미진이 죽어야했던 이유일 것이다. 

<바보> 구질구질한 뒷골목은 어디로 가고...

시작부터 <바보>는 젊은 독자들이 열광한 강풀의 동명 원작 만화와 경쟁해야 할 운명이었다. 원작 만화 <바보>는 20대 중후반 독자들이라면 동네에 한 명씩은 있었던 '바보' 형이나 친구를 아련한 추억의 시공간과 우리 동네로 불러낸 뒤, 지금은 사라져가는 가치인 그의 순수함을 본받자고 권유하는 내용이다.

그리하여 바보 승룡(차태현)이의 순수함에 감화된 첫사랑 지호(하지원)는 손을 놓았던 피아노를 치러 다시 외국으로 향하고, 뒷골목 인생이었던 친구 상수(박희순)과 애인 희영(박그리나)은 자영업자와 일자리(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는 확실치 않지만)를 얻어 새출발을 도모하고, 고등학생인 동생 지인은 장애인 오빠의 진심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바보>는 희생의 멜로드라마다. 그러나 영화에서 바보 승룡이가 첫사랑을, 동생을, 친구를 위해 희생하고 떠나가는 궤적을 그리는 동안, 원작에 등장하는, 술파는 카페 여급 희영과 상수의 이야기는 대폭 줄였다.

구질구질한 인생사가 녹아든 상수와 희영의 어두운 이야기는 얼개만을 남겨둔 채, 차태현과 하지원, 두 선남선녀가 연기한 승룡이와 지호의 애틋한 감정에 치우쳤다. 원작 <바보>가 지닌 감동의 폭이 영화 <바보> 속에서는 오히려 반 토막이 나버렸다.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 지닌 의미를 중시해 동생 지인의 감정선을 세부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어찌보면 '바보'의 희생과 죽음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었던 '바보'들의 격리와도 같은 과정으로 보인다. 원작의 애잔함과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과감히 버리고, 또 급작스런 영화적인 결말을 대신해, 오빠를 이해하는 동생과 그를 아끼는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결말을 그렸다면 영화 <바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변모했을까?

<숙명> 너무 게으른 인생투정... 꽃미남이라도 안 괜찮아



<숙명>은 송승헌과 권상우가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두 한류 스타의 출연으로 투자를 보장받았을 이 영화는 <파이란>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애, 그 참을수 없을 가벼움>을 연출했던 김해곤 감독의 작품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시대착오이다.

사실 느와르, 갱스터 장르는 사회에 기생하는 악과 그 안에서 바둥거리는 주인공들을 비장미로 버무려낸 장르다. 구조적으로 거의 신화화된 장르이면서 우리에게는 <스카페이스>보다 <영웅본색>류로 친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숙명>은 진짜 그러한 신화화되고 장르화된 길을 어설프게 밟으려고 한다.

심히 삐걱거리는 건 현실적인 대사들과 지극히 전형적인 타입의 캐릭터들이 부딪칠 때다. 김해곤 감독표 생생한 '대사빨'은 철중 역의 권상우가 욕을 입에 달고 나와도 체화되지 않은 상태이며, 오히려 돋보이는 건 무시무시한 '자학의 달인' 도완역의 조연 김인권이다.

한껏 멋을 낸 송승헌의 내레이션이 공허해 보이는 건 이 영화가 꼭 2008년이 아니어도 괜찮을 만큼 우정·배신·파멸이라는 장르의 공식을 '수박 겉핥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폭' 회사의 네 친구가 끝내 막다른 제 갈 길을 간다는 수컷들의 인정투쟁기 <숙명>은 그 만큼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나쁜놈’ 철중이 막다른 골목에 처하는 상황이 아파트 건설 건이라고 치더라도, 이건 다 <우아한 세계> <짝패> <비열한 거리> 등이 써먹은 소재다. 미안하지만 '꽃미남이지만 괜찮아'라고 하기엔 <숙명>을 보는 우리의 감수성은 훨씬 더 성숙해 있다는 걸 염두에 두시길.

<GP 506> 장르의 미로에서 길을 잃은 분단 미스테리



공수창 감독의 <알 포인트>는 가장 뛰어난 한국산 호러 영화 중 한 편이다. '손에 피를 묻힌 자,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는 경고는 베트남이란 한정된 공간과 우리 아버지들이 피를 묻혔던 공통의 원죄의식을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알 포인트>와 함께 공수창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하얀전쟁>까지 포함해 '밀리터리 3부작'이라 부를 수 있는 <GP 506>은 비무장지대의 최전방 경계초소 GP(Guard Post)를 배경으로, 공포의 동인을 귀신이 아닌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치환했다. 21명의 소대원이 죽어나간 그 자리에 당도한 또 다른 21명의 소대원들. 그들이 목도한 믿지 못할 상황이라는 점은 전작과 닮았지만 말이다.

폐쇄성과 원죄의식을 장르와 역사에 버무려냈던 전작과 달리 <GP 506>은 일단 중반까지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에 대한 미스터리 구조에 매달린다. 무리수를 둔 반전과 이중의 회상 장면은 수사 담당 노 원사(천호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이유를 대더라도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섬세한 장치들이 '분단이 낳은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빚은 참극이라는 주제의식과 조화를 이루었나 하는 대목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

그건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타자'와 그로 인한 심리적 동요가 선명했던 <알 포인트>와 달리 <GP 506>의 지향점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은유하는 바가 분단이 빚어내는 피로감과 상처들이라는 건 짐작 가능하지만 <GP 506>은 그걸 친절히 설명해 주지 않을 뿐 더러 의도적인지 편집상 실수인지 모호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중립적인 노 원사를 통해 그걸 덮어두기 위해 모두 다 희생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니까 '남북군사'문제는 어디까지나 은폐되어야 하고, 그것으로 평화를 유지해야 된다는 기이한 서사 구조. <알 포인트>의 명백한 역사와 달리 공수창 감독이 고민했을 지점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영화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GP 506>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만약 예산이 적은 B급 영화였다면 분단의 상처로 발생한 좀비들이 비무장지대를 넘어오는 전복적인 결말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같은 비극일지라도 오경필 중사만은 살려두었던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영화는 그렇게 현실은 반영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진정 행복한 순간은 궁지에 몰려 자살을 기도한 미숙의 남편이 살아남아 병상에서 눈물을 흘릴 때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미숙은 승부던지기에 실패한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리라'는 긍정과 부정의 변증법.

다소간의 판타지라고 추궁할 관객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한국영화들은 너무나도 '죽음'을 비장하게, 그리고 손쉬운 선택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걸 너무나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장르 법칙과 상관없는 문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제외하고 장르가 다른 네 편의 영화 모두 주요 인물들이 죽어나갔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비약하자면 생계형 혹은 사회적 죽음과 맞먹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일 수 있단 얘기다. 그걸 장르 영화들은 장르 법칙이란 허울에 숨어서 반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관객들은 현실을 비정하게 직시한 영화들도, 말랑말랑하기 만한 로맨틱 코미디도 외면하고 있는 중이다. 조폭코미디를 봐도 웃다가 꼭  번쯤은 울어줘야 하고, 비극적인 결말에도 적잖이 길들여져 있다.

상위 몇 퍼센트를 제외하곤 우리가 꼭 그렇게 불안정하게 혹은 감정의 진폭이 큰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영화는 그렇게 현실은 반영하는 중이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도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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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fql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생순..보면 특히 한국 여성의 삶이..잘..특히..문소리분.. 남편이 빚져서..그것 독촉 받고..빚갚으려..일하고..애 들쳐 업고 다니고..그런 분 은근히 많던데...
    추격자..는 요즘 범죄들..의 결정판..영화..

    2008.04.10 14:16
  2. 꼭 흥행이 돼야만 영화가 잘만들어 진건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보 연기자들 연기도 좋았고 원작과 많이 비슷하게
    배경도 지었고 영상미도 보였다 우생순은 그냥 그 선수들 사생활 이야기가 아닌가 보고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관객들에게 얻게해주는것은 별로 없다

    2008.04.10 18:10
  3. 아 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간히 스포일러가 보이는데; 더 많은 분들이 보시기 전에 스포일러가 있다는 말씀을 앞에 명시해주셨으면 합니다

    2008.04.1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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