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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PIFF 5박 6일 간의 리포트

필진 칼럼 2007.10.12 07:59 Posted by woodyh98
200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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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모든 문제는 그 놈의 술 때문이다. 걱정했던 인사이동 건도 문제 없이 넘어가고 휴가도 제때 냈기에 기차표 끊어서 내려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술 때문에 가방을 분실하는 최악의 참사(?)를 겪게 되었고 그 바람에 부산을 내려가려던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되었더란 말이지. 이래저래 기분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터지는가 싶었는데 꼭 이런 식으로 태클을 걸어주신다. 이 무슨 장난의 운명, 아니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어쨌든 난 해철 형님의 샤우팅이 귓전을 울리는 듯한 환청현상에도 불구하고 부산행 열차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거고 하기로 했던 일은 해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한산했던 KTX 광명역의 풍경을 떠올리며 무리 없이 티켓을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여유 있게 매표구를 향했는데 이게 왠걸? 일반석이 모두 매진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노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어르신들께서 줄을 쫘악 서계시는거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시는건가? 그래. 기왕에 이리 된 거 태어나서 처음으로 특실이란걸 한번 타볼까 하다 7천원 더 비싼 영화관람석 티켓을 끊었다. 영화제 관람하기 전에 몸 한번 풀어주는 의미에서 김상진 감독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보았다. 덕분에 내가 기차만 타면 해주셨던 열차 맥주 시음행사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하긴, 내가 또 술타령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지. 영화 다 보고 나니 도착시간까지 한 30분 정도가 남아있다. 대략 2년만이다. 그 땐 주말에 잠깐 와서 간만 보고 가는 것이었지만 이번엔 꽤 오랫동안 부산에 체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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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긴 긴 여름. 남들 피서 다녀올 때 열심히 땜빵 해주고 참아왔던 보람이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뭐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애초부터 나란 녀석에게서 이번 영화제를 냉정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생각 따윈 자리 잡을 틈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저런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기사들을 못본 것도 아니나 굳이 나까지 거기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번 부산행은 내 휴가를 겸하고 있다. 그렇다. 난 일 하러 온게 아니라 만사 제쳐놓고 휴가를 즐기러 왔단 말이다. 그리고 기대하고 고대하던 잔치집을 향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방문객의 입장에서 본다면야 눈 앞에 놓인 음식들 챙겨 먹는 게 급하지 문제점 찾는 건 관심 밖의 일이다 이 말씀. 어차피 영화제 일정의 후반부에 속하는 시점에 부산에 내려 왔으니 연예인들 구경하는 것도 물건너 간 셈. 그런데 꼭 연예인 봐야 제맛인가? "영화제"의 메인 메뉴는 누가 뭐라 해도 영화이다. 잔치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포식하듯 영화를 보고 함께 자리한 사람들과 그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난 영화제를 찾은 것이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쿵 저러쿵 불평 늘어놓는다고 당장에 바뀌는 것도 아닐테니 본전 생각 안하려면 일단은 즐기고 볼 일 아니겠나. 영화제를 많이 안다녀 봐서 이번 상영 프로그램들이 전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본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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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풍경도 나름대로 운치 있다. 가을에 찾아도 바다는 바다였단 말이지.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무료했던 지난 여름을 보상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다만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면 해운대 바닷가에는 왜 갈매기 보다 비둘기가 더 많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참 알 수가 없다. 서울에서 줄창 보아 온 비둘기, 부산에도 참 많구나. 아무거나 잘 먹으며 아무데서나 잘 사는 비둘기. 아마 핵전쟁이 터져도 바퀴벌레와 비둘기는 살아남지 않을까? 머나먼 미래, 지구의 지배자는 비둘기와 바퀴벌레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아주 잠시동안 해보았다. 파빌리온 게스트 라운지에서 공짜 커피도 마시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설치한 DVD 판매부스가 눈에 띈다. 한국고전걸작들을 할인가로 판매하고 있다길래 김기영 감독의 [양산도]를 잽싸게 구입했다. 그리고 핑계김에 영상원 측의 담당자 분과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시도. 사진 촬영에도 친절하게 응해주시고 부연설명도 잘 해주시고 글 잘 써달라는 당부의 한마디도 잊지 않으신 한국영상자료원 디지털정보화팀 연구원 이승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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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 100선의 일환으로 다양한 작품이 출시예정이며 이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영화들인 [집 없는 천사] (1941), [지원병] (1941), [반도의 봄] (1941), [조선해협] (1943) 이 네 편이 박스세트로 발매되어 있다. 그 역사적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소장할만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승재씨의 설명에 의하면 주요 구매층이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라고 한다. 한편으론 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문화이며 우리의 역사인데 정작 우리들 본인은 무심하다는 것. 반성해야 될 일 아닐까? 물론 이런 나도 가격이 제일 싼 [양산도] DVD만 구입했다. 일단 나부터 반성하자. 반.성. 어쨌든 중요한 건 한국영화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고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는 사실이다. 11월부터는 저렴한 가격으로 VOD 서비스도 실시될 예정이라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지면을 빌어 한국영상자료원의 이승재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한국영화의 든든한 뿌리라고 할만하지 않을까? 다시금 하염 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이번엔 게스트 라운지에서 티켓 예매 업무를 맞고 있는 자원 봉사자들과 접촉을 시도해 보았다. 요즘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가 하도 문제가 되어서 사진촬영을 허락해줄까 걱정했었는데 그 분들은 너무도 쾌활하게 사진촬영에 응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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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에 젬병인 날 위해 조명까지 고려하며 포즈를 잡아주신 총무부 티켓팀의 박예순씨, 박경희씨, 장영은씨. 내가 사진 좀 찍어도 되겠느냐는 말 안했으면 되려 서운해 하셨으려나? 나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 상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은 지칠 법한 상황에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고 계셨다. 영화제와 관련하여 애정어린 비판을 부탁하는 저들 3인방에게서는 그야말로 한점 그늘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제를 빛내는 것은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도 아니다. 저들 3인방과 같은 이들의 열정이 있기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더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일터. 그들도 조금도 시간이 흐르면 젊은 날의 한 때를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게 되겠지. 혼자서 줄창 영화만 보고 다니다 모처럼 기분 좋은 수다를 듣게 되니 나 역시도 그들의 활력을 수혈 받게 된 것 같다. 부산엔 영화 보는 재미 뿐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하는 재미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박예순씨, 박경희씨, 장영은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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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편의 영화를 더 볼 예정이고 내일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일이다. 축제의 끝자락엔 늘 약간의 쓸쓸함과 허전함이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맛 난 음식을 양껏 먹은 듯한 포만감과 함께이기를 바라며 남은 일정을 마무리지어야 될 것 같다. 실은 지금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소화제가 필요할 정도로. 뭔가 냉정한 평가를 바란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지만 사적인 소감 외엔 내가 달리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난 즐기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고 즐거움이란 내가 영화를 보고 영화제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이다. 즐겁지 않다면 모를까 즐거운데 굳이 트집을 잡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제 난 또 발걸음을 옮겨보도록 해야겠다. 이곳의 풍경을 좀 더 깊숙히 새겨놓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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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최고의 인기캐릭터 꿀벌씨(꿀벌군? 꿀벌양?)와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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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PIFF 해운대 스케치

그리고... 2007.10.10 12:29 Posted by woodyh98

2007.10.09


일요일부터 시작된 비가 다행이 오늘은 잠잠해졌습니다. 아침에 구름낀 날씨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맑아지는 군요. 덕분에 그제, 어제 한산 했던 영화제가 다소 활기가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영화관 대신 해운대 바닷가로 나가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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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백사장과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저 멀리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청춘을 불살랐던 그 치열한 음주의 현장의 첫 걸음마를 디디던 횟집이 보이는 군요.(ㅎㅎ) 참, 서대원 편집장님 휘하 무비스트 기자님들은 잘 돌아가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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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으니 연인들, 친구들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입니다. 가운데 고독을 씹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어떤 분의 뒷모습에서 웬지 동질감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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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찍으려다 신발이 모두 젖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겠습니까. 영화제에 영화만 보러 온다는 건 어딘지 건조하기도 하고 이렇게 바다 구경도 하고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를 만끽하는 것도 부산 영화제에서만 줄 수 있는 큰 즐거움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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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백사장에 마련된 야외 무대입니다. 하필 행사가 없어서 그런지 좀 쓸쓸하네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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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 베어 홍보 부스에 있는 이쁜이 언니들이 테디 베어들과 포즈를 잡아 주셨습니다. 남성 분들 일제히 함성 5초간 발사!(이런 재미도 없이 어떻게 혼자 어떻게 돌아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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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라운지가 있는 피프 파빌리온 입니다. 며칠간 계속 되는 호우에 비가 새기도 했다는 군요. 저도 이 곳은 처음인지라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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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은 그닥 볼 건 없더라구요.(ㅎㅎ) 대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두 감독님, 허사오시엔 감독님과 작고하신 고 김기영 감독님의 핸드프린팅이 전시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한 컷!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오이마주]의 흔적을 남기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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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부산 영화제에 '놀러'(!)간 윤광식였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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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04.25 19:51

2007.10.09

부산국제영화제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소위 ‘중간점검’ 류의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제목을 보면 ‘부산영화제 이대로 좋은가?’ ‘별(스타) 볼일 없는 영화제, 관객 화났다’ 등 영화제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준비부족, 진행미숙, 파행 속출 이라는 간편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는 매체들은 대게 인터넷 언론과 스포츠신문이다. 물론 인터넷 매체와 스포츠신문을 싸잡아 비난할 마음은 없다. 다만,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기사의 출처가 엄연한 것을.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터넷 게시판에는 ‘영화제를 없애라’ ‘한국영화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부산영화제가 왜 필요한가?’등등의 원색적인 댓글로 가득하다. 이렇게 보면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용한 행사이며 큰 실책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개막 5일 째를 맞아 올라오는 이러한 기사들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영화제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결산평가의 형식을 빌렸으므로 영화제의 성과 자체를 호도할 수 있다는 것이고, 특정사안에 대하여 지나치게 예민한 시선을 유지했다는 점과 기자들이 내세운 문제점의 최종수혜자에 기자들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영화제에서 기자들은 무엇을 하는가.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영화제 때마다 언론이 보여준 취재행태는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제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고 영화제의 주체가 실종되었다는 식의 기사가 넘쳐나지만,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다. 매년 반복하여 써먹는 소재라는 것을 작성자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만약 모른다면 그는 신참임에 틀림없다) 매년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는 영화제만큼이나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언론의 그것 역시 하나도 변한 것이 없으니, 개막식이 끝나면 여배우의 노출수위를 논했고, 식 끝나기가 무섭게 썰물처럼 빠져나간 스타들의 무관심을 베껴 쓰듯이 일제히 보도하곤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원활하지 못했던 행사를 집어내고는 관객 몇 명의 불만을 일반화시켜 준비부족과 진행미숙이라는 간단어로 마무리해왔다는 것이다.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영화제 측에서 제공한 프레스 ID카드를 발급받게 되며 (회사경비나 또는 자비로) 현장에 도착한 후에 취재일정을 체크하고 나름의 계획을 잡을 터인데, 대체로 기자들이 몰리는 곳은, 유명스타가 출몰하는 장소나 유명감독의 GV가 예정된 상영관에 한정된다. 10년 넘는 기간동안 무수한 영화제를 다녀보았지만, 영화전문매체 기자를 제외하고는 이름 없는 감독, 생소한 영화에 기자들이 자리를 채운 예를 알지 못한다. 결국 대다수의 매체가 동일한 행사장에 집결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다. 심지어 어떤 이는 “스타를 보기 위해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의 목적”에 반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배우들의 체류기간을 문제 삼기도 한다.

물론 지근거리에서 스타를 보는 관객의 즐거움은 크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경향각지에서 부산을 방문한 이들의 목적이 스타를 보기 위함이라는 논리는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오히려 스타가 부재함으로써 곤란을 겪는 이들은 저널 종사자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기사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것이 스타에게서 나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굴욕을 당한 허이재가 해운대 밤 바닷가에서 어느 남자 팬의 위로를 안주삼아 캔 맥주라도 들이켜 주기를 바라는 것도 그들이다. 정말로 영화를 좋아하는 방문객들에게 스타를 만나는 것은 일종의 보너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터득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에 대하여 왈가왈부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오로지 스타 위주의 취재관행에서 한 치의 벗어남도 없다는 얘기다.

좀 더 예민하게 들춰보자면, 이러한 기자의 시각이란 노골적으로 말해 자신의 취재에 불편함을 느꼈거나 걸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그러니까 동종의 영역확보의 일환으로 의도된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전송되는 기사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사례와 유사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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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어느 영화제치고 영화만 상영하는 곳은 드물다. 세미나도 열리고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된다. 또한 영화제 성격에 따라 각종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이렇게 볼 때 스타가 얼굴을 드밀고 관객과 마주하는 시간은 전체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화제작의 제작발표나 해외 유명스타와의 만남도 제한적이고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매체의 기자들이 (독자들의 최대관심사일 것이란 믿음 하에)취재할 수 있는 대상은 이동이 편리하고 기사를 전송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진, 게다가 취재에 우호적인 인물로 한정된다. 작금의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기사들 대부분이 해운대 일원을 배경으로 작성되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동어반복으로 가득한 이유가 여기 있다. 엄연히 초청되어 프로그램 북에 등재된 독립영화 감독과 독립장편영화를 다루는 이도 없고, 뉴 커런츠 부문이나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예도 드물다.

물론 초창기와 비교할 때 부산국제영화제의 규모가 비대해지고 다소 권위적으로 변질된 면도 없지 않다.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만큼 초청자가 많아지다 보니 골고루 예우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게다가 남포동 시절에 비해 낭만은 찾아보기 힘든 대신 상업성으로 얼룩진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제자체가 파행운영이 된다던가, 가치 없는 행사로 전락해버린 양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떤 행사이건 불만은 터져 나올 수 있고 반감을 가진 집단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진심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른 새벽 극장 앞에서 진을 치고 영화 표를 구하는, 거의 매년 부산영화제를 찾는 관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관객도 만나고 영화를 보고 나온 이들의 소회도 새겨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영화제와 함께 해온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예기치 수확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여배우의 등짝과 쇄골과 파인 가슴에 목매는 기사 따위와는 이별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이후 웹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의 주 수입원이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고 클릭 수와 트래픽에 따른 과금에 한정되다 보니, 제목장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웹 포털에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로 넘쳐난다. 영화제에서 벌어진 (그러나 의미 없는)뉴스를 다른 매체보다 먼저 제공하는 것이 그곳에 파견된 기자의 의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매체의 기자는 (다른 매체가 이미 제공했을지라도)어쨌든 제공해야한다. 왜냐고? 다른 매체가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내용이라서가 아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데스크에 확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과 같은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특별히 자의식 강한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화장실을 찾아 옷을 내팽개치고 싶을 것이다. 이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그럼에도 누구보다 자의식 강하고 직업윤리 투철하다는 집단의 일원들은 경쟁심을 잃어버린 지 오랜 듯하다. 오히려 남이 입은 옷을 경쟁적으로 따라 입기를 자처하고 있다. 자존심을 버린 것이다. 이렇듯 남과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재탕하는 이들이 프레스 표찰을 목에 걸고 부산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희희낙락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베껴 쓰기를 거듭한다. 부끄러운 이야기다.

언론시사회 때마다 무대인사가 끝난 후 불이 꺼졌음에도 플래시를 터뜨리고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영화상영을 방해해온 이들이 누구던가. 영화자체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스타와 그들이 흘린 냄새만 쫓는 함량 미달의 기자들이여, 이제 그만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떠한가!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걱정하고 한국영화를 위하는 마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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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인숙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정치인과 영화인의 등장에 관한 두가지 관객의 다른 반응을 다룬 보도를 보고 웃었는데...과연 무엇이 바람직할 것인가는 의문이다...정치인도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할 직업인인데...물론 권위적인 정치인만이 아닌, 문화계 인물이 주목받는 세상도 좋은 일이다...아무튼 모든 분야가 고루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인들 스스로 만든 측면도 있다...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2007.10.10 13:26
  2. ㅇㅇ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그렇네요. 부산영화제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M시사회 이후로 기자들이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으로 비판 기사가 대부분이네요. 감히 자기들 대접을 소홀히 했다고 삐진거 같습니다. 우리를 무시했으니 한번 당해봐라 식으로 기사를 쓰는 듯 ㅋㅋ

    2007.10.10 13:35
  3. Favicon of http://www.hurstvillerepaircentre.com.au BlogIcon repair ipho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글 퍼가도 될까요?

    2011.06.13 08:28

2007.10.09


우선 방문기(2)가 심히 늦어진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서울 오자마자 부산 가느라 밀렸던 잡지 일 하랴, 이도훈 편집장님의 『필름에 관한 짧은 사랑』 교열 도와드리랴 좀 바빴다면 조금의 변명은 되겠지요.

사실 이번에 부산 가게 된 건 문화관광부 독립예술영화관 개관기념 이벤트에 당첨되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개막식 표랑 숙소가 공짜로 생겼고, 전 해야 될 일도 미루고 신나게 부산에 내려갔습니다. 그러면 영화제에 대한 좋은 추억으로 가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12회 부산영화제에 대해서 여러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게다가 저 혼자 내려갔고 평일이라 아는 사람들도 없어, 영화제에서 재미나게 논(?) 얘기는 할 게 없네요.

4일 부산 내려가는 기차에서부터 슬슬 불안하게 했던 흐린 하늘은 급기야 굵은 빗방울을 쏟아냈고, 전 시간대가 별로 없는 KTX 30% 스페셜 할인의 대가로 5시 반에야 부산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산역에서 야외상영장이 있는 동백역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 걸리므로 전 배우들이 입장하기 시작하는 6시 30분에야 겨우 상영장 앞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비까지 쏟아지는데다 배우들을 보러 온 사람들에 입장하려는 관객들까지 얽혀서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무슨 전우회에서 지원 나왔는지 군인모자 쓴 아저씨들은 무조건 사람들을 밀쳐냈고, 상영관까지 삥 돌아 간신히 줄을 선 후에도 입장하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게다가 비는 그치기는커녕 점점 쏟아졌고, 영화제에서 나눠주는 우비는 다 떨어졌다더군요. 비 맞은 생쥐 꼴이 된 저는 제발 레드카펫 행사 빨리 끝나고 영화 시작하기만을 바랐습니다. 사람들의 호응이나 박수도 그다지 없었는데, 엔리오 모리꼬네가 등장하니 그나마 박수가 커졌습니다. 제일 황당했던 건 마지막에 느닷없이 등장한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등이었습니다. 다들 수근대더군요. “쟤들 여기 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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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도 영화광(?)이실까요? 다행히 <집결호>가 시작되자 비가 그치더군요. 축축이 젖은 옷을 걸치고도 몰입하여 볼 만큼 좋은 영화였습니다. 중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니,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팀이 참여했느니 하고 영화의 스펙터클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사들이 많은데, 제가 보기엔 이 영화는 ‘정체성 찾기’와 ‘속죄의식’에 대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의 평이 기대됩니다. 제가 확실하게 느낀 것은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된다는 것! 야외상영장은, 특히 비가 내리는 야외상영장은 확실히 제 취향이 아닙니다.

부산 내려가기 전에 숙소가 어딜지 제일 궁금했는데―출발 하루 전에야 알려줘서―‘호텔’(그랜드호텔)이라는 말에 ‘역시 문화관광부야!’ 하며 흐뭇해했습니다. 신혼여행 때 이후로는 특급호텔에 머문 적이 결단코 없었거든요. 체크인할 때 조식권까지 줘서 더욱 흐뭇한 마음에 들어간 방은 11층의 넓은 창문이 바다로 향한, 그것도 더블침대에 싱글침대까지 딸린 널찍하고 럭셔리한 방이었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던 것도 잠시! 당연히 숙소에 치약이랑 샴푸는 있겠거니 하고 안 챙겨 왔는데 이게 웬일, ‘치약=1,000원’ ‘샴푸세트=2,500원’이라는 계산서가 눈에 잘 띄게 놓여 있더군요. 저, 치약 없이 이 닦고, 샤워젤―그나마 샤워젤은 욕실에 있더군요―로 머리 감았습니다ㅠㅠ 혹시 부산에서 호텔 이용하실 분들은(그럴 분이 거의 없겠지만) 꼭 참고하시길!!!

다음날 지난 밤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던 창문 밖 바다를 바라보니 너무나 멋있더군요. 그러나 전 10시 영화를, 그것도 대영시네마 것을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 멋진 방에서 부랴부랴 나와야 했습니다. 최대한 서둘렀는데도 대영시네마에 도착한 것은 10시 5분 전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발권기는 작동이 안 되고, 예매 표 찾는 창구는 따로 없고, 매표소에는 줄이 길게 서 있었습니다. 급한 저는 양해를 구하고 줄 앞에 섰는데, 5일 표만 뽑아달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예매한 11일 표(원래 10, 11일 갈 예정이었기에)까지 발권이 된 겁니다. 늦을까봐 마음이 급한 저는 발권 취소해달란 말과 함께 표를 창구에 놔두고 부랴부랴 극장에 들어갔는데 줄이 또 길게 서 있더군요. 줄 서고 있다 혹시나 해서 “이 줄이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 맞죠?” 물었더니 <크로우즈 제로>라는 겁니다ㅠㅠ 자원봉사자들이 안내를 한다는 게 영화 이름을 안 말하고 상영관 이름만 외쳐대니 헷갈린 거죠. 결국 2분 늦게 도착했는데, 다행히 들여보내 주더라구요. 원래 영화제에선 절대 안 늦는 주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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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제 탁월한 선택에 자화자찬하게 했습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살아 있고, 성장영화와 판타지 영화의 요소들을 골고루 갖춘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전국 개봉하거나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같은 데서 상영되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영화 끝나고 아까 창구에 팽개친 영화 표―<새총>이었습니다―생각에 창구로 가 물어보니, 아예 예매 취소를 시켜놨더라구요. 항의하자 자봉들이 처음이라 서툴렀다는 변명만… 결국 <새총>은 볼 팔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11일 아침 영화로 <먼지 속의 삶>을 다시 예매했습니다.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이 144분짜리라 바로 1시에 시작하는 <소피아와 호나스>+<나쁜 버릇>을 이어서 봤습니다. 사실 <다이빙 벨 앤 더 버터플라이>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보고 싶었으나 매진된 관계로… 하지만 <나쁜 버릇>도(<소피아와 호나스>는 단편이라) 독특한 형식이나 생각할 거리가 많은 내용의 수작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보다 보니 영화에 대해 이렇게 짤막한 단평들만 늘어놓네요.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은데 시간도, 능력도 안 되니 안타깝습니다.

해야 되는 일과 집에서 기다리는 아저씨(정말 기다렸는지는 모르겠지만)가 있는 관계로 5일 영화 2편만 보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게 한이 맺혔는지, 내일 다시 부산 가는 저는 이틀 동안 무려 6편의 영화를 예매해놓았습니다. 같이 놀 동행도, 술친구가 되어줄 이도 없는 관계로(네오이마주 분들도 대부분 돌아가셨겠죠) 그럭저럭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제 뇌 용량이 따라줄지 모르겠네요. 이 중 <말도둑>은 백 편집장님의 지대한 영향하에 예매했고―덕분에 기차 시간을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당겨야 했습니다. 1시 <야간 버스>에도 필이 꽂히는 바람에―<삶의 조건>도 ‘PIFF에서 만나는 옴니버스 영화들’ 기사 보고 예매한 거니, 이번에 네오이마주 덕을 많이 보네요. 그럼 부산 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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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8


감독인 댜오 이난은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야간 열차]는 그의 두번째 장편 영화. 영화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우울하고 어두운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감독이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선에 집요하리만치 매달리기도 하거니와 산서성의 겨울, 잿빛 날씨가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  지난 8일 저녁 8시 대연 CGV에서는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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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녀 주인공(리준. 홍옌)이 마주치거나 만나는 곳에 항상 물이 있다. 그들이 마주치는 곳에 뿌려져 있는 물이라든가 혹은 거대한 댐이 있는 강이라거나. 마치 이승과 저승을 나누어주는 느낌이 드는데, 물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A. 사실 물이 뿌려져 있으면 화면의 질감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로 인해 화면이 건조하지 않고 풍성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일부러 물을 뿌렸던 건데.(웃음)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그건 미처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Q. 영화에 쓰이는 음악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가사들로 이루어진 음악들이라는 점에서 인상적데데.

A. 한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내가 어릴적부터 즐겨 듣던 좋아하는 노래들이다.


여주인공 홍옌의 직업은 법원에서 일하는 집행관. 주로 여죄수들을 관리하거나 사형을 집행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남편과 사별한지 10년째 되는 그녀는 늘 외롭고 혼자다. 그래서 소개소에서 주선하는 댄스 파티에도 나가기도 하고 옆집 댄서의 흉내도 내보기도 하지만 그런 그녀를 둘러싼 우울함은 쉽게 가실 성질이 아니다.


Q. 영화속 여주인공(홍옌)의 감정의 병화가 상당히 미묘한데. 가령 소개소에서 만난 남자에게 돈을 주고 같이 길을 걷는 장면이나 남주인공(리준)과의 댐에서의 만남 같은 경우도 그렇고.

A.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보면 홍옌이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리준의 배에 올라탄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위험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것, 당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리준에게) 가는 것, 그런 것들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즉 영화 초반에 수동적인 입장의 홍옌이 점차 능동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소개소에서 남자에게 돈을 주는 장면이 바로 그런 계기가 되는 장면이다.


Q. 사형수 집행관인 홍옌과 홍옌에게 사형당한 여자의 남편인 리준과의 관계 설정이 독특하다. 이런 설정으로 인해 한사람은 가해자, 또 한사람은 피해자인데, 이로 인한 역학관계가 생길 것 같은데.

A.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두 사람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두 인물의 설정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불합리 할 수도 있는데 사실 사랑은 일종의 모험아닌가. 둘은 순간적으로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데 그렇게 순간적인 사랑이 불합리하고 모험적인 거다.


Q.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 상당히 무거운데, 영화에 쓰인 배경들이 상징적인 의미를 갖나.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배경들, 그러니까 인공적인 건물들과 자연적인 배경들이 대부분 큰 사이즈를 갖고 있는데.

A. 영화의 주된 배경은 하나는 대도시고 하나는 그 도시의 근처에 있는 작은 소도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정도 억눌린 것들을 풀기 위한 곳이 따로 필요하지 않겠는가. 사실 그런 류의 거대한 자연 경관을 찾기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 했다. 그런 거대한 자연 풍경 속에 작은 사람을 멀리서 잡으면 그들이 더욱 고독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산서성은 내 고향이기도 하다.


야간 열차는 홍옌이 소개소의 댄스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타는 기차다. 감독은 그녀가 이 기차를 타면서 점점 주변의 환경을 수동적으로 받아 들이는 것에서 능동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자신이 위험할수도 혹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결국 그런 위험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함으로써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이 그녀 스스로 선택하고 또 스스로 책임도 질수 있는 그런 능력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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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궁극적으로 [야간 열차]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A. 우울한 현실을 깨고 밝고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 있게 만드는 용기를 얻게 하고 싶었다.


Q. 여주인공이 결국 죽는가? 아니면 사는가?

A. 여주인공이 죽기를 바라나? 그럼 바로 죽여주겠다.(웃음)


여주인공이 죽었는지 살았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야간 열차]는 영화 초반에 여성과 사회, 여성과 남성의 수직적인 계층 갈등에서 인간대 인간이란 수평적인 갈등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홍옌이 그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사회적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야간 열차]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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